회사 물건을 훔치는 직원, 어떻게 할까?   

2013. 2. 2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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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어느 제재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절도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이 1년에 1백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통나무를 자르는 데 쓰이는, 무게가 1톤이 넘는 톱까지 훔쳐 갈 정도였죠.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절도를 줄일 수 있을까 고심하던 경영진은 토론토 대학의 게리 랜섬(Gary P. Lantham) 교수에게 문제 해결을 의뢰했습니다.


랜섬은 직원들의 절도 자체를 줄이는 방법보다는 직원들이 어떤 기대(outcome expetancy)를 갖고 회사 물건을 훔치는지를 조사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1200명의 직원에서 무작위로 60명을 뽑아 인터뷰를 진행하며 다음과 같은 4가지 질문을 직원들에게 던졌습니다.


(1) 정직한 행동을 하면 좋은 점이 뭘까?

(2) 정직한 행동을 하면 나쁜 점이 뭘까?

(3) 부정한 행동을 하면 좋은 점이 뭘까?

(4) 부정한 행동을 하면 나쁜 점이 뭘까?




이 인터뷰를 통해 직원들을 무엇을 위해 회사 물건을 훔치는지, 그 이유가 드러났습니다. 그것은 바로 '스릴과 재미'이었습니다. 직원들은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려고 훔친 회사 물건을 내다 팔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개인적인 그 물건들을 사용하기 위해 훔친 것도 아니었죠. 자기 집 차고나 다락에 그것들을 고히 모셔 놓는다고 답했으니 말입니다.


어떤 직원은 랜섬에게 이런 제안까지 했습니다. "박사님이 원하시는 물건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그러면 우리가 45일 안에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직원들은 도저히 훔치기 어려운 물건일수록 훔치는 재미와 자부심을 더 크게 느꼈습니다. 훔치는 과정 속에서 여럿이 계획을 세우고 팀워크를 발휘해야 했기 때문이었죠. 이처럼 부정한 행동이 가져다 주는 재미, 스릴, 자부심은 정직한 행동이 가져다 주는 좋은 점을 압도했습니다. 물건을 훔친 적이 있는 직원들은 정직한 행동으로 인한 좋은 점은 '없다'고 답했으니까요.


랜섬은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경영진, 노조 관계자와 함께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절도를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해 토론을 거듭했습니다. 경영진 중에 누군가는 눈에 띄지 않게 CCTV 카메라를 설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직원들은 감시 카메라를 훔치면 더 재미있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그 제안을 조롱했죠. 정직한 행동을 한 직원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그것도 역시 기각됐습니다. 또한 노조가 워낙 힘이 강해 절도를 저지른 직원을 해고하겠다는 방법도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죠.


수차례 논의를 거치는 동안 직원들이 회사 물건을 훔침으로써 느끼는 스릴과 재미를 없애는 데 있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래서 채택된 해법은 '도서관 대출 시스템'을 모방한 것이었습니다. 직원들이 훔쳐간 물건과 똑같은 물건을 진열해 놓고 언제든지 원하는 물건을 빌려갈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빌릴 수도 있는 물건을 애써 훔치려고 하지 않을 거라는 게 해법의 포인트였죠.


또한 회사는 '사면 기간'을 지정하여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훔쳐간 물건을 반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당초 하루만 운영할 생각이었던 '사면 기간'은 직원들이 훔쳐간 물건을 트럭에 실어 올 만큼 넘쳐나는 바람에 3일로 연장되었죠. 직원들이 훔친 물건을 차고나 다락에 쌓아두아 집이 좁아 보인다는 직원 부인들의 불만이 컸기 때문이었죠(위의 4번째 질문에서 나온 답변이었음).


직원들의 절도는 즉시 사라졌습니다. 이런 조치가 시행되고 3년이 흘러 랜섬이 확인을 해보니 그때까지도 절도율이 거의 0퍼센트라는 추세는 유지됐습니다. 동시에 동료 직원들의 물건을 훔치는 일도 사라졌습니다. 회사 물건을 훔칠 이유가 사라지자 재미, 스릴, 자부심을 느끼려고 다른 일탈 행위(벽에 낙서하기, 기물 파손하기, 무단결근하기 등)가 늘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그런 점은 발견되지 않았죠. 


직원들이 회사 물건을 훔치면 훔치는 행동 자체를 처벌하기 위한 해법을 제일 먼저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물건을 처벌하는지 알지 못하면(알려고 하지 않으면) 절도가 줄지 않을뿐더러 이 회사의 직원들처럼 오히려 물건을 훔치려는 의지가 더 강해질 뿐입니다. '강경한 조치'가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죠. 


부정한 행동을 하는 직원을 벌주어야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리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해법보다는 이 회사의 사례처럼 창의적이면서 부드러운 해법은 없는지 다양한 방향으로 탐색하기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잘못된 행동을 저지르는 구성원이 어떤 '긍정적 결과(혹은 보상)'를 기대하는지 꼭 살피기 바랍니다. 그것이 문제의 근본원인이기 때문입니다. 그 기대와 보상을 다른 것으로 치환하거나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창의적인 해법입니다.



(*참고논문)

Gary P. Latham(2001), The importance of understanding and changing employee outcome expectancies for gaining commitment to an organizational goal, Personnel Psychology, Vol. 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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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몇 가지 병폐들   

2013. 2. 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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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일부터 2월 18일까지 페이스북에 남긴 짧은 생각들.



[대기업의 병폐에 대하여]


- 많은 회의들이 '열심히 일했다'란 느낌을 스스로에게 피드백하기 위해 행해진다.


- TV 프로그램들은 '중학교 2학년생'이 봐도 이해할 만한 수준에 맞춰져 있다고 한다. 직원들의 수준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나 기업의 여러 가지 변화 프로그램들도 중학교 2학년생의 눈높이로 제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변화 프로그램들은 어렵고 복잡하고 일회적인 데다가 때로는 지나치게 감성적이다.


- 인사부서들은 '인사 만족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인사 만족도 값은 별 의미가 없다. 평가, 보상, 승진 등이 직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한 인사 만족도는 절대 나아지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줄세우기'식 인사제도는 필연적으로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유발할 테니까.


- 많은 회사들이 워크 스마트(Work Smart)에 관심이 많은 듯 하다. 하지만 대개 스마트 기기 활용, 사무 환경 개선, 탄력 근무제 같은 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진정한 워크 스마트는 '워크 다이어트(Work Diet)'가 되어야 한다. 직원들에게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란 불만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쓸데없는 일을 많이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대기업의 가장 큰 병폐는 바로 '실제 효과'보다는 '보여주는 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걸 알리는 데에 필요 이상의 힘을 쓴다. 형식이 내용을 압도해 버리는 것이다.


- 많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가족이 되자고 말한다. 그런데 가족같은 회사가 가능하긴 할까? 가족이 되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난 별로 회사 구성원들이 가족같이 지내길 원치 않는다.


- 좋은 보고서는 명사와 동사가 눈에 띄고, 나쁜 보고서는 형용사와 부사가 눈에 띈다.





[전문가에 대하여]


- 우리가 신뢰해야 할 전문가는 무언가를 잘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를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 우리는 평소 권위주의에 혐오감을 드러내면서도 정작 권위를 벗어 던진 진정한 전문가들을 평가절하하곤 한다.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 섰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을 그저 방송인이라고 격하시켜 불렀던 것처럼.


- 나르시시스트들은 본인이 창의적인 줄 안다. 나르시시트처럼 굴면 본인이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줄 안다.


- 화이트 칼라 범죄자들은 일반인보다 '성실'하다. 거짓말이 아니다. 나르시시스트인 화이트 칼라 범죄자는 특히 성실하다.



[갑과 을에 대하여]


- "옛날 옛날에 갑과 을이 살았어요. 을이 갑이 시키는 일을 묵묵히 했어요. 힘들어도 참았어요. 갑이 일을 안 시키면 밥을 못 먹기 때문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갑이 회사에서 짤렸어요. 갑은 재기를 노렸지만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을은 다른 갑을 위해 일하며 그런대로 잘 살았어요"


- "옛날 옛날에 갑과 을이 살았어요. 갑은 을에게 힘든 일을 많이 시켰어요. 하지만 밥은 조금 밖에 주지 않았어요. 어느날 자신이 갑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났어요. 원래의 갑은 사실 을이었던 거에요. 이제 병이 된 을은 갑보다 을이 더 무섭다는 게 슬펐어요."



[MBC에 대하여]


- MBC의 영문 회사명이 오늘부로 변경됐다는 전언.  MBC = Muscle Builder Conservatives


- MBC의 알통 사태(?).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오인하는 대표적인 사례. 외국의 보수-진보 구분과 우리나라의 보수-진보 구분을 동일시하여 생긴 우스꽝스러운 사례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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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피드백이 독이 될 수 있다   

2013. 2. 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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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서 무언가를 처음 배우는 사람과 무언가에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람에게 각각 피드백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들에게 어떤 식의 피드백이 좋을까요? 잘한 점을 칭찬하고 용기를 북돋워야 할까요, 아니면 부족하고 미진한 면을 지적해야 할까요?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피드백의 양상이 달라지겠지만, 스테이시 핑켈스타인(Stacey R. Finkelstein)은 피드백 받는 사람이 어떤 지식이나 기술 분야의 초심자일 때와 어느 정도 전문 수준에 올라온 숙련자일 때 각각 피드백 양상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초심자에게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숙련자에게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해야 피드백 받는 사람의 몰입과 개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핑켈스타인은 먼저 프랑스어 수업에 등록한 87명의 대학생을 프랑스어 초보자 레벨과 고급 레벨로 나눈 후에 어떤 성향의 강사에게 수업을 받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첫 번째 강사는 프랑스어 단어를 잘 발음하고 잘 쓸 때마다 '잘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었고, 두 번째 강사는 학생의 발음과 단어 사용이 잘못될 때마다 무엇을 실수했는지 지적해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답변을 분석해 보니, 초보자들은 긍정적 피드백을 해주는 강사와 부정적 피드백에 능한 강사를 비슷한 정도로 선호했고, 고급 레벨의 학생들은 긍정적 피드백을 해주는 강사보다는 부정적 피드백을 해주는 강사를 더 많이 선호했습니다. 어떤 분야의 지식과 스킬이 쌓일수록 스스로를 전문가로 인식시키기 위해 '건설적인' 부정적 피드백에 점차 관심을 가진다는 뜻입니다.


후속 실험에서 핑켈스타인은 교내 환경 단체의 활동에 참여했던 학생들(숙련자)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초보자)들을 모집하여 그들에게 자신이 환경 보호를 위해 하는 일들(쓰레기 분리배출, 물 아껴쓰기 등)을 5~10가지 정도 적어보라고 요청했습니다. 학생들이 쓴 글은 '환경 컨설턴트'로부터 피드백을 받게 될 거라고 알렸죠. 하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이 써낸 글의 내용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긍정적 피드백과 부정적 피드백을 할당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실험 참가 수고료로 25달러를 딸 수 있는 복권이 주어졌는데, 핑켈스타인은 복권이 당첨되면 그린피스(Greepeace)에 얼마나 기부하겠는지 물었습니다. 초보자들은 긍정적 피드백을 받을 때는 8.53달러를, 부정적 피드백을 받을 때는 2.92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숙련자들은 긍정적 피드백을 받을 때 1.24달러를, 부정적 피드백을 받을 때는 8.53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초보자는 긍정적 피드백에, 숙련자는 부정적 피드백에 마음이 더 많이 '움직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예전에 해본 적 없는 새로운 과제를 배워가는 과정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피드백해야 할까요? 위의 실험을 보면 처음 배울 때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야 하고 점차 익숙해질수록 차차 부정적 피드백을 늘려가야 실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그러한지 핑켈스타인은 독일어를 전혀 알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독일어 타이핑 과제를 부여했습니다. 


화면에 나오는 독일어 문장을 똑같이 타이핑하는 과제였는데, 학생들이 얼마나 빨리, 얼마나 정확하게 문장을 타이핑하는지를 측정하면서 한 문장을 완료할 때마다 결과를 학생들에게 피드백했습니다. 학생들은 각각의 피드백 메시지를 보고 '내가 얼마나 목표(독일어 문장 잘 타이핑하기)에 충분히 다가가고 있는지', '내가 얼마나 이 과제에 대한 나의 스킬에 관심을 가지는지'를 평가해야 했습니다. 각각 향상도와 몰입도를 평가하기 위함이었죠.


학생들은 모두 15개 문장을 완성해야 했는데 문장이 늘수록 점차 독일어 타이핑에 숙련됐겠죠. 핑켈스타인은 학생들이 두 번째 문장을 타이핑할 때(초보자일 때)와 15번째 문장을 타이핑할 때(숙련자일 때)의 향상도와 몰입도를 비교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몰입도를 살펴보면, 초보자일 때는 긍정적 피드백일 때 높았고 숙련자일 때는 부정적 피드백일 때 높았습니다. 향상도에 대해서도 비슷한 패턴이었습니다. 이 결과는 예전에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과제를 시작할 때는 용기를 주는 긍정적 피드백이 유용하고 점차 과제를 익숙하게 진행시킬 때는 부정적 피드백을 늘려가는 것이 과제의 성과와 수행하는 사람의 몰입에 유용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핑켈스타인의 연구는 피드백 받는 사람의 스킬 수준을 무시하고 무조건 긍정적 피드백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옳지 않음을 지적합니다. 피드백해야 하는 분야에서 어떤 수준의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긍정적 피드백과 부정적 피드백을 잘 섞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줍니다. 초보자에게는 긍정적 피드백을, 숙련자에게는 부정적 피드백을 위주로 하라는 말이죠. 하지만 부정적 피드백을 해야 한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라는 뜻은 아닙니다. '더 잘하기 위해서' 고쳐야 하는 점을 부드럽게 전달해야겠죠.


'고객 니즈'에 따라 제품을 설계하듯, 피드백 받는 자가 어떤 위치에 있는가에 따라 피드백의 성격도 달라져야 합니다. 초보자에게 부정적 피드백을 해서 '난 안 되겠어'라는 좌절을 안겨 주거나, 숙련자에게 긍정적 피드백을 남발해서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말만 해주네'라는 실망을 주거나 '잘 한다고 하니 이쯤에서 만족하자'는 자만심을 키워주면 안 되겠죠. 긍정적 피드백이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이래저래 피드백은 쉽기도 하면서 참 어렵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피드백을 주로 받습니까?



(*참고논문)

Stacey R. Finkelstein, Ayelet Fishbach(2012), Tell Me What I Did Wrong: Experts Seek and Respond to Negative Feedback,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Vol.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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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딴짓할 시간을 허하라   

2013. 2.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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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직원이 회사에 나와서 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가십거리 기사를 보며 키득거리고 있다면 그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겠습니까? 여러분이 그 직원의 상사라면 어떤 말을 그에게 할까요? 십중팔구 "일 좀 하지?"라고 말하겠죠. 사무실에서 딴짓하지 못하도록 해야, 즉 딴짓을 하고 싶은 유혹을 참고 일에 집중해야 높은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인트라넷과 몇몇 외부 사이트만 개방해 놓고 업무에 방해가 된다싶은 사이트를 막아놓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여러 직원들이 불만을 터뜨리기도 하죠.



(출처 : http://office.microsoft.com )



하지만 사무실에서 사적으로 인터넷을 보며 딴짓할 권리를 용인하는 것이 좋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에 발표되었습니다. 베로나 대학교의 알레산드로 부치올(Alessandro Bucciol)은 60명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8명의 사람이 여러 색깔의 공들을 서로 패스하는 동영상을 보여주고 특정 색깔의 공이 몇 번 패스됐는지를 세어 보라는 과제를 주었습니다. 답의 정확도에 따라 상금을 달리함으로써 참가자들이 가능하면 패스 회수에 집중하도록 했습니다.


모두 3개의 '패스 회수 세기' 과제가 끝난 후에 부치올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는데, 첫 번째 그룹은 화면에 자동적으로 재생되는 유머 동영상을 볼 수 있었지만, 두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은 갈등 상황에 처해야 했습니다. 화면 앞에 앉은 그들은 소리로 유머 동영상이 재생 중임을 알아차렸습니다. 화면에는 'VIDEO'라고 쓰여진 붉은 색 버튼이 있었는데 만일 동영상을 보고 싶은 마음에 버튼을 클릭하면 "버튼을 누르면 안 된다"라는 메시지가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소리로만 나오는) 동영상을 보고 싶은 마음을 억제해야 했죠. 즉 규칙을 어기고 딴짓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야 했던 겁니다.


이 과정을 마치고 나서 모든 참가자들은 처음에 했던 패스 회수 세기 과제 10개를 다시 수행했습니다. 그랬더니 유혹을 견뎌낼 필요가 없었던 참가자들이 유혹을 이겨야 했던 참가자들에 비해 성적이 더 좋았습니다. 이 결과는 사무실에서 업무 외적인 용도로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조치가 즉각적인 생산성에는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직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걸 보여줍니다.


사무실에서 인터넷이 연결된 기기(PC 등)를 완전히 없애면 되겠지만, 그것은 현실적인 방법이 아닙니다. 알다시피 요즘 업무의 대부분은 PC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이죠. 게다가 필요상 모든 외부 사이트를 막을 수도 없습니다. 이 말은 직원들이 항상 인터넷의 유혹을 이겨내야 하는 근무 환경에 있다는 뜻이죠.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딴짓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보다는 그들에게 어느 정도 사적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는 행위를 용인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조치입니다. 딴짓하고 싶다는 욕망이 아예 생겨나지 않도록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즉 현실적으로 유혹거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 말입니다. 사실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를 모두 없애도 딴짓의 유혹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동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잡담하는 딴짓을 없애려면 동료들이 없는 조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사무실에는 딴짓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것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리고 그런 유혹을 얼마나 이겨내고 있습니까?



(*참고논문)

Alessandro Bucciol, Daniel Houser, Marco Piovesan(2013), Temptation at Work, PLoS ONE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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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에게 친절한 상사, 불친절한 상사   

2013. 2. 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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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상사로부터 업무를 지시 받을 때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자초지종을 상세하게 들을 경우와 앞뒤 없이 그냥 시키는 일을 수행하라는 말을 들을 경우 중 어떨 때 그 일을 하고 싶은 욕구가 더 높습니까? 당연히 전자의 경우겠죠. 독재적이고 강압적인 스타일의 리더보다는 일을 수행해야 하는 의미를 이해시키는 리더가 사람들의 일하고자 하는 동기를 높이기 때문입니다.


마크 무레이븐(Mark Muraven)과 동료 연구자들은 우리가 이처럼 상식으로 알고 있는 바를 실험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는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 그룹에게는 무가 담긴 접시를 보여주고 다른 그룹에게는 초콜릿 쿠키가 담긴 접시를 보여줬습니다. 참가자들에게는 무나 초콜릿 쿠키를 먹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는데, 당연히 초콜릿 쿠키를 바라보고 참아야 했던 참가자들이 무를 본 참가자들보다 의지력이 더 소진됐겠죠. 





무레이븐은 각 그룹의 참가자들을 다시 두 개씩 소그룹으로 나눴는데, 첫 번째 소그룹에서는 생글생글 웃는 실험 진행자가 진행하는 실험의 목적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참가자들의 기여가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질문 받고 참가자들로부터 제안까지 받았죠. 반면, 두 번째 소그룹에서는 무뚝뚝한 실험 진행자가 앞뒤 설명 없이 무조건 "초콜릿 쿠키(또는 무)를 먹으면 안 됩니다."라고 명령하고 참가자들의 궁금증에도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건조하고 딱딱한 말투로 "이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이런 조건으로 5분 동안 초콜릿 쿠키(혹은 무)를 참아내야 했던 참가자들은 각자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500밀리초 동안 제시되는 숫자를 보고 6 다음에 4가 나올 때마다 스페이스 바를 누르는, 매우 지루한 과제를 12분 정도 수행해야 했습니다. 이 과제는 따분하기 때문에 집중력뿐만 아니라 의지력을 요하는 것이었죠.


먼저 초콜릿 쿠키를 참아야 했던 참가자들이 무를 참아야 했던 참가자들보다 성적이 나빴습니다. 달콤한 음식을 참아내야 했으니 그만큼 의지력이 소진됐을 것이고 따분한 과제를 계속하고 싶은 욕구도 떨어졌겠죠. 그리고 불친절한 대접을 받은 참가자들이 친절한 설명을 들을 참가자들보다 실수를 더 많이 범했습니다. 분석을 더 해보니, 초콜릿 쿠키를 참아야 했고 동시에 무뚝뚝한 진행자의 지시를 받은 참가자들이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성적이 제일 나쁘게 나타났습니다. 그들 참가자들의 의지력이 가장 많이 소진됐다는 의미였죠.


이 결과는 왜 일을 해야 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들을 경우가 그저 시키는 일을 하라는 지시를 받을 경우보다 직원들의 의지력이 더 높고 일의 성과도 높을 거라고 짐작케 합니다. 그리고 직원 스스로 자기 일을 통제하고 있다는 자율성을 의식할 때 의지력이 높게 나타나게 된다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할 것이 아니라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업무가 얼마나 중요하고, 직원의 역량이 얼마나 필요하며, 업무가 성공할 경우 어떤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인지를 충분히 일러주는 것이 좋습니다.


자존감과 의지력, 그리고 통제감을 살려주고 북돋우는 것은 초콜릿 쿠키를 참아야 했던 참가자들의 경우처럼 특히 어렵고 힘든 업무일 때 더욱 필요한 일입니다. 직원들을 불친절하게 대하며 직원들에게 조직이라는 기계 속 부품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주는 상사야말로 생산성을 저해하는 존재죠. 직원에게 친절한 상사와 불친절한 상사, 여러분의 상사는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Mark Muraven, Marylène Gagné, Heather Rosman(2008), Helpful self-control: Autonomy support, vitality, and depletion,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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