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어느 제재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절도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이 1년에 1백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통나무를 자르는 데 쓰이는, 무게가 1톤이 넘는 톱까지 훔쳐 갈 정도였죠.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절도를 줄일 수 있을까 고심하던 경영진은 토론토 대학의 게리 랜섬(Gary P. Lantham) 교수에게 문제 해결을 의뢰했습니다.
랜섬은 직원들의 절도 자체를 줄이는 방법보다는 직원들이 어떤 기대(outcome expetancy)를 갖고 회사 물건을 훔치는지를 조사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1200명의 직원에서 무작위로 60명을 뽑아 인터뷰를 진행하며 다음과 같은 4가지 질문을 직원들에게 던졌습니다.
(1) 정직한 행동을 하면 좋은 점이 뭘까?
(2) 정직한 행동을 하면 나쁜 점이 뭘까?
(3) 부정한 행동을 하면 좋은 점이 뭘까?
(4) 부정한 행동을 하면 나쁜 점이 뭘까?
이 인터뷰를 통해 직원들을 무엇을 위해 회사 물건을 훔치는지, 그 이유가 드러났습니다. 그것은 바로 '스릴과 재미'이었습니다. 직원들은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려고 훔친 회사 물건을 내다 팔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개인적인 그 물건들을 사용하기 위해 훔친 것도 아니었죠. 자기 집 차고나 다락에 그것들을 고히 모셔 놓는다고 답했으니 말입니다.
어떤 직원은 랜섬에게 이런 제안까지 했습니다. "박사님이 원하시는 물건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그러면 우리가 45일 안에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직원들은 도저히 훔치기 어려운 물건일수록 훔치는 재미와 자부심을 더 크게 느꼈습니다. 훔치는 과정 속에서 여럿이 계획을 세우고 팀워크를 발휘해야 했기 때문이었죠. 이처럼 부정한 행동이 가져다 주는 재미, 스릴, 자부심은 정직한 행동이 가져다 주는 좋은 점을 압도했습니다. 물건을 훔친 적이 있는 직원들은 정직한 행동으로 인한 좋은 점은 '없다'고 답했으니까요.
랜섬은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경영진, 노조 관계자와 함께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절도를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해 토론을 거듭했습니다. 경영진 중에 누군가는 눈에 띄지 않게 CCTV 카메라를 설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직원들은 감시 카메라를 훔치면 더 재미있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그 제안을 조롱했죠. 정직한 행동을 한 직원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그것도 역시 기각됐습니다. 또한 노조가 워낙 힘이 강해 절도를 저지른 직원을 해고하겠다는 방법도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죠.
수차례 논의를 거치는 동안 직원들이 회사 물건을 훔침으로써 느끼는 스릴과 재미를 없애는 데 있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래서 채택된 해법은 '도서관 대출 시스템'을 모방한 것이었습니다. 직원들이 훔쳐간 물건과 똑같은 물건을 진열해 놓고 언제든지 원하는 물건을 빌려갈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빌릴 수도 있는 물건을 애써 훔치려고 하지 않을 거라는 게 해법의 포인트였죠.
또한 회사는 '사면 기간'을 지정하여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훔쳐간 물건을 반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당초 하루만 운영할 생각이었던 '사면 기간'은 직원들이 훔쳐간 물건을 트럭에 실어 올 만큼 넘쳐나는 바람에 3일로 연장되었죠. 직원들이 훔친 물건을 차고나 다락에 쌓아두아 집이 좁아 보인다는 직원 부인들의 불만이 컸기 때문이었죠(위의 4번째 질문에서 나온 답변이었음).
직원들의 절도는 즉시 사라졌습니다. 이런 조치가 시행되고 3년이 흘러 랜섬이 확인을 해보니 그때까지도 절도율이 거의 0퍼센트라는 추세는 유지됐습니다. 동시에 동료 직원들의 물건을 훔치는 일도 사라졌습니다. 회사 물건을 훔칠 이유가 사라지자 재미, 스릴, 자부심을 느끼려고 다른 일탈 행위(벽에 낙서하기, 기물 파손하기, 무단결근하기 등)가 늘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그런 점은 발견되지 않았죠.
직원들이 회사 물건을 훔치면 훔치는 행동 자체를 처벌하기 위한 해법을 제일 먼저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물건을 처벌하는지 알지 못하면(알려고 하지 않으면) 절도가 줄지 않을뿐더러 이 회사의 직원들처럼 오히려 물건을 훔치려는 의지가 더 강해질 뿐입니다. '강경한 조치'가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죠.
부정한 행동을 하는 직원을 벌주어야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리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해법보다는 이 회사의 사례처럼 창의적이면서 부드러운 해법은 없는지 다양한 방향으로 탐색하기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잘못된 행동을 저지르는 구성원이 어떤 '긍정적 결과(혹은 보상)'를 기대하는지 꼭 살피기 바랍니다. 그것이 문제의 근본원인이기 때문입니다. 그 기대와 보상을 다른 것으로 치환하거나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창의적인 해법입니다.
(*참고논문)
Gary P. Latham(2001), The importance of understanding and changing employee outcome expectancies for gaining commitment to an organizational goal, Personnel Psychology, Vol. 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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