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회사에 입사하거나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면접 시험을 본다면 당일 오전에 '1번 타자'로 인터뷰를 하는 게 유리할까요, 아니면 그 날의 맨 마지막에 인터뷰하는 게 좋을까요? '나는 가수다'란 프로그램에서 맨 마지막에 노래한 가수가 유리하다는 걸 기억한다면 아마도 마지막에 면접 시험을 보는 게 제일 유리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 반대입니다.
(출처 : http://office.microsoft.com )
왓튼 경영대학원의 유리 사이먼손(Uri Simonsohn)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모 경영대학원의 MBA 프로그램에 지원한 9323명의 실제 점수 분포를 분석한 결과, '면접일의 맨 마지막에 인터뷰를 치를수록 점수를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면접관들은 하루에 평균 4.5명의 지원자와 인터뷰를 했는데, 사이먼손은 먼저 인터뷰를 치른 4명의 지원자가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다섯 번째 지원자는 그가 원래 받을 수 있는 점수보다 낮게 평가 받는다는 경향을 발견했습니다.
좀 더 면밀하게 분석하니, 먼저 인터뷰한 지원자의 점수가 0.75점 오를수록 뒤에 인터뷰하는 지원자의 점수는 0.075점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아주 작은 차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GMAT 점수를 30점 더 받아야 하고 경력도 23개월 더 많아야 하며 지원서(written application) 작성 점수를 0.23점(만점 5점) 더 받아야만 벌충할 수 있는 차이였으니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습니다.
이런 현상을 '내로우 브래키팅(Narrow Bracketing) 효과'이라고 부릅니다. MBA에 지원한 사람들은 매우 많기에 현실적으로 하루에 인터뷰를 치를 수 없으니 몇 명씩 나누어 여러 날에 걸쳐 인터뷰를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면접관들은 사실 지원자 전체를 생각하고 '내가 지금 면접하고 있는 지원자의 실력은 어떠한가?'를 따져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면접관은 자신이 그 날 면접한 지원자들만을 '좁게' 따지게 되죠. 이것이 내로우 브래키팅 효과입니다. 면접관들은 그 날 만나는 지원자들의 실력이 엇비슷하기에 처음에는 점수를 잘 주다가 맨 마지막 지원자로 갈수록 채점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마지막 지원자는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큰 거죠.
물론 앞의 지원자들이 모두 실력이 형편 없어서 마지막 지원자가 반사 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습니다(이를 '대조 효과'라 부름). 그러나 MBA에 지원하는 자들은 서류 전형에서 이미 걸러진 자들이기에 실력차가 그리 크지 않겠죠. 마찬가지로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도 지원자들의 실력은 특정 인물 몇 명을 빼고는 거기서 거기일 겁니다. 그렇다면, 오후 늦게 인터뷰를 받는 지원자는 자신이 받아야 할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할 확률이 크겠죠.
물론 하루에 몇 명의 지원자 중 한 명을 뽑는 채용 인터뷰에서는 내로우 브래키팅 효과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때는 맨 마지막에 면접 보는 게 유리합니다. '나는 가수다'에서 마지막에 노래 부르는 가수가 유리한 것처럼 말입니다(지난 번에 올린 글 '맨 마지막에 면접 보는 것이 유리한 이유' 참조). 하지만, 여러 날에 걸쳐 지원자들을 면접하여 'Short List'를 뽑기 위한 과정이라면 충분히 내로우 브래키팅 효과에 의해 피해 받는 지원자가 생길 겁니다.
어떻게 해야 내로우 브래키팅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요? 가능하면 지원자들 전체에서 해당 지원자의 실력이 어떤지를 평가해야 하겠죠. 그러나 이는 인지능력의 한계 때문에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이먼손은 그다지 참신하진 않지만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바로 스프레드 시트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각 지원자들에게 부여한 점수를 입력하고 그 분포를 보면서 특정 지원자(특히 그 날 마지막으로 면접 보는 지원자)의 점수가 별다른 이유 없이 낮게(혹은 높게) 매겨지는 것을 줄이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여러 날 계속해서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는 면접관들은 자신이 내로우 브래키팅 효과에 빠져 있지 않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겠습니다. 여러분이 많은 지원자들이 몰리는 회사와 대학원에 면접 시험을 보게 된다면 (만일 할 수만 있다면) 가능한 한 오전 일찍 인터뷰를 치르는 게 대체적으로 유리합니다. 애석하게도 이런 사실은 객관적 평가가 존재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증거입니다.
(*참고논문)
Uri Simonsohn, Francesca Gino(forthcoming), Daily Horizons: Evidence of Narrow Bracketing in Judgment from 10 years of MBA-admission Interviews, Psychological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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