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직원이 회사에 나와서 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가십거리 기사를 보며 키득거리고 있다면 그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겠습니까? 여러분이 그 직원의 상사라면 어떤 말을 그에게 할까요? 십중팔구 "일 좀 하지?"라고 말하겠죠. 사무실에서 딴짓하지 못하도록 해야, 즉 딴짓을 하고 싶은 유혹을 참고 일에 집중해야 높은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인트라넷과 몇몇 외부 사이트만 개방해 놓고 업무에 방해가 된다싶은 사이트를 막아놓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여러 직원들이 불만을 터뜨리기도 하죠.
(출처 : http://office.microsoft.com )
하지만 사무실에서 사적으로 인터넷을 보며 딴짓할 권리를 용인하는 것이 좋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에 발표되었습니다. 베로나 대학교의 알레산드로 부치올(Alessandro Bucciol)은 60명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8명의 사람이 여러 색깔의 공들을 서로 패스하는 동영상을 보여주고 특정 색깔의 공이 몇 번 패스됐는지를 세어 보라는 과제를 주었습니다. 답의 정확도에 따라 상금을 달리함으로써 참가자들이 가능하면 패스 회수에 집중하도록 했습니다.
모두 3개의 '패스 회수 세기' 과제가 끝난 후에 부치올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는데, 첫 번째 그룹은 화면에 자동적으로 재생되는 유머 동영상을 볼 수 있었지만, 두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은 갈등 상황에 처해야 했습니다. 화면 앞에 앉은 그들은 소리로 유머 동영상이 재생 중임을 알아차렸습니다. 화면에는 'VIDEO'라고 쓰여진 붉은 색 버튼이 있었는데 만일 동영상을 보고 싶은 마음에 버튼을 클릭하면 "버튼을 누르면 안 된다"라는 메시지가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소리로만 나오는) 동영상을 보고 싶은 마음을 억제해야 했죠. 즉 규칙을 어기고 딴짓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야 했던 겁니다.
이 과정을 마치고 나서 모든 참가자들은 처음에 했던 패스 회수 세기 과제 10개를 다시 수행했습니다. 그랬더니 유혹을 견뎌낼 필요가 없었던 참가자들이 유혹을 이겨야 했던 참가자들에 비해 성적이 더 좋았습니다. 이 결과는 사무실에서 업무 외적인 용도로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조치가 즉각적인 생산성에는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직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걸 보여줍니다.
사무실에서 인터넷이 연결된 기기(PC 등)를 완전히 없애면 되겠지만, 그것은 현실적인 방법이 아닙니다. 알다시피 요즘 업무의 대부분은 PC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이죠. 게다가 필요상 모든 외부 사이트를 막을 수도 없습니다. 이 말은 직원들이 항상 인터넷의 유혹을 이겨내야 하는 근무 환경에 있다는 뜻이죠.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딴짓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보다는 그들에게 어느 정도 사적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는 행위를 용인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조치입니다. 딴짓하고 싶다는 욕망이 아예 생겨나지 않도록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즉 현실적으로 유혹거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 말입니다. 사실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를 모두 없애도 딴짓의 유혹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동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잡담하는 딴짓을 없애려면 동료들이 없는 조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사무실에는 딴짓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것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리고 그런 유혹을 얼마나 이겨내고 있습니까?
(*참고논문)
Alessandro Bucciol, Daniel Houser, Marco Piovesan(2013), Temptation at Work, PLoS ONE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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