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린 포스팅에서 IBM 로고에 로고에 노출될 때보다 애플의 로고에 노출될 때가 창의적인 결과물을 더 많이 내놓는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하면서 우리 주위의 광고와 제품 로고가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에 알게 모르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은 이와 비슷한 실험을 소개하겠습니다.
(출처 : http://office.microsoft.com)
토론토 대학의 첸보 죵(Chen-Bo Zhong)은 패스트 푸드 로고에 노출될 경우 사람들의 행동과 의사결정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먹는 시간을 절약해 준다'는 패스트 푸드의 이미지가 사람들로 하여금 '시간을 절약하려는' 행동을 유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죵은 57명의 학생들에게 모니터 화면 중앙을 보면서 어휘를 알아맞히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화면 모서리에는 색깔 있는 사각형이 떠 있었지만 죵은 학생들에게 그것을 무시하라고 했죠.
사실 그 사각형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학생들 중 절반에게는 12밀리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주요 패스트 푸드 업체의 로고(맥도날드, KFC, 타코벨, 서브웨이 등)들이 사각형 위에 무작위로 나타났다 사라지도록 했던 것이죠. 나머지 절반의 '대조군' 학생들에게는 평범한 사각형만 나타나도록 했습니다. 12밀리초는 찰라의 시간이라서 학생들은 아무도 패스트 푸드 로고를 봤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무의식은 그 로고들을 분명히 알아차렸던 모양입니다. 죵은 모두 320개 단어로 구성된 토론토 소개 자료를 학생들에게 읽으라고 하고 다 읽었으면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랬더니, 패스트 푸드 로고에 노출된 학생들은 대조군에 비해 약 14~15초 정도 빨리 읽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패스트 푸드에 노출되니 행동 역시 빨라졌던 겁니다.
죵은 학생들에게 패스트 푸드점에서 식사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서 시간을 절약해 주는 제품과 일반 제품 중에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 물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번에 린스까지 가능한 샴푸와 일반 샴푸, 빵 넣는 구멍이 4개인 토스터와 1개인 토스터 등을 물었던 거죠. 그랬더니 학생들은 대조군에 비해 '시간 절약 제품'을 더 많이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 결과는 패스트 푸드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무언가를 가능한 한 빨리 끝내야 한다는 욕구가 커진다는 것을 뜻합니다(시간 절약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패스트 푸드를 연상시키는 도구를 은근히 제시할 필요도 있겠군요).
후속 실험에서 패스트 푸드에 노출되는 것이 돈을 저축하고자 하는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는데, 예상대로 패스트 푸드에 노출된 학생들은 저축하려는 의지를 덜 보였습니다.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는 뜻이죠.
이처럼 패스트 푸드는 사람들의 영양 문제 뿐만 아니라 행동을 빠르게 유도하고 조급함을 가중시키며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게 하는 등의 광범위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 행동이 지양되어야 할 업무를 수행하거나 그런 행동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면 Fast Food-Free 환경을 추구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냐는 해법은 스스로 만들어야겠지만요.
(*참고논문)
Chen-Bo Zhong, Sanford E. DeVoe(2010), You Are How You Eat : Fast Food and Impatience, Psychological Science, Vol.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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