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안이 2안보다 더 자주 선택되는 이유는?   

2012. 7. 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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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안에 두 가지 대안이 있을 때 우리는 흔히 각각을 1안과 2안으로 명명한 다음 보고서에 담습니다. 보고서 작성자들은 대개 자신들이 희망하는 대안을 1안이라고 부르고 원하는 것과 다른 상황이 펼쳐질 때를 대비하여 2안을 설정하곤 합니다. 보고서에 한 가지 대안만 담으면 '여러 조건을 검토했는가?'란 질책을 받을까 우려하여 큰 틀에서 1안과 다를 바 없고 '2% 부족한' 2안을 억지로 만들어 끼워 넣는 일도 사실 비재합니다. 이런 관행(?)을 이미 알고 있는지 의사결정자들도 대개 2안보다는 1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험상 2안이 선택되는 경우는 별로 없죠. 만일 1안이라 명명된 대안에 2안이란 이름을 붙이고, 반대로 2안을 1안이라 명명한 후에 두 대안을 동일한 비중으로 의사결정자에게 제시하면, 십중팔구 1안이 선택될 겁니다.


첫 번째로 제시되는 1안이 더 자주 선택되는 까닭은 자신들이 희망하는 대안에 1안이란 이름을 붙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진화 속에서 첫 번째 위치에 오는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심리가 우리의 뇌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나 카니(Dana R. Carney)와 마자린 바나지(Mahzarin R. Banaji)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처음에 오는 대안을 더 자주 선택한다는 사실을 밝히며 이같이 주장합니다.





카니와 바나지는 123명의 참가자들에게 두 개의 팀 중 어느 팀에 참여하기를 원하냐고 물으며 '해들리의 팀'의 팀원 사진을 먼저 제시하고 '로드슨의 팀'의 사진을 그 다음에 보여주었습니다. 또 두 명의 자동차 영업사원 '짐'과 '존', '리사'와 '로리'의 사진을 각각 차례로 보여주고 누구에게서 자동차를 구매하고 싶은지도 물었죠. 참가자들은 대개 처음에 제시된 헤들리의 팀, 짐, 리사가 두 번째로 제시된 로드슨의 팀, 존, 로리보다 '더 낫겠다'고 뚜렷하게 연관 짓는 경향을 나타냈습니다.


모양과 크기가 똑같은 두 개의 풍선껌을 순서대로 보여주고 207명의 참가자들에게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 알아본 후속실험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초 내에 선택하라고 하자 참가자들 중 62퍼센트는 처음에 보여진 풍선껌을 택했습니다. 두 번째 풍선껌을 택한 참가자들이 38퍼센트였으니, 사람들은 첫 번째 대안을 1.6배나 선호했던 겁니다. 하지만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생각한 다음 선택하라고 하자 51퍼센트 대 49퍼센트로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시간적 압박을 주면 1안을 더 많이 선택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두 개의 대안이 제시될 경우에도 첫 번째 대안이 더 많이 선택될까요? 카니와 바나지는 얼굴 인상이 비슷하게 평가되고 동일한 죄를 저지른 두 명의 범죄자 사진('짐'과 '존')을 참가자들에게 차례로 제시하고 즉시  '누가 가석방될 자격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어떤 사진이 제시되든 첫 번째로 제시된 범죄자가 더 가석방될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카니와 바나지는 첫 번째 대안을 선호하는 경향이 안전한 것과 위험한 것을 빨리 구별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생겨난 진화의 산물이라고 말합니다.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생사의 순간에서 두 번째로 오는 대안까지 고려하겠다고 여유를 부렸던 조상들은 진화의 대열에서 제거될 가능성이 높았다는 의미죠. 카니와 바나지의 연구는 위급한 상황에 처한 기업들이 처음에 '떠오른' 전략을 충분한 검토 과정 없이 바로 실행할 오류를 저지를지 모른다는 점을 넌지시 경고합니다. 2안이 제시되어도 1안 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죠. 위에서 살폈듯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대안들을 살피면 '첫 번째 선호 경향'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볼 때,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오히려 '전략적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마냥 지체해서도 곤란하겠지만 급히 실행해도 곤란합니다.


또한 매우 위급하고 매우 어려운 상황일수록 1안과 2안을 비슷한 비중으로 검토해야 하며 전략을 수립하는 자들도 1안을 떠받칠 목적으로 2안을 제안하지 말아야 합니다. 1안과 2안은 질과 양 차원에서 동등해야 합니다. 1안과 2안이란 타이틀이 아니라 전략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타이틀을 다는 것도 하나의 팁이겠죠.


'1안보다 나은 2안이 없다', '늘 1안이 선택된다'란 관행이 늘 벌어지는 현상이라면, 1안이 2안보다 좋아서(그런 경우도 있지만)가 아니라 '첫 번째 선호'라는 편향에 빠져있는 탓일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Dana R. Carney, Mahzarin R. Banaji(2012), First Is Best, PLoS ONE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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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잘 내야 직원들의 창의력이 좋아진다   

2012. 7. 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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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생활을 하다보면 부하직원을 질책하고 화를 내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성정이 아무리 어질고 너그러운 사람일지라도 부하직원들이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이해하고 웃어 넘기기란 힘든 일이죠. 부하직원이 잘한 일이나 잘못한 일에 대해 곧바로 개입하여 피드백해야 하고 누가 봐도 명백한 잘못이 있다면 적절하게 화를 내야 합니다. 부하직원의 육성과 조직에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천사표'를 포기할 줄 알아야 역량 있는 관리자라 말할 수 있죠.

하지만 좀더 유능한 관리자들은 자신이 화를 내는 행위가 상대방의 '빠릿빠릿함'이나 정확한 일 처리 능력을 높일 수 있겠지만 상대방의 창의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엘라 마이런-스펙터(Ella Miron-Spektor)와 동료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화 내는 상황을 접하게 하고서 그들의 창의력에 어떤 영향이 가해지는지 살펴봤습니다.



마이런-스펙터는 72명의 공과 대학교 학생들 에게 어떤 남성 고객이 영업 담당자(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을 들려주었습니다. 참가자 중 절반은 고객이 매우 심하게 화 내는 내용을 들었고,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은 특별한 감정이 섞이지 않은 대화를 들었습니다. 고객이 드러내는 감정의 차이 외에 대화의 다른 측면은 동일했죠. 대화를 청취한 후에 참가자들은 다시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 그룹은 '헤브루 인사이트 문제'라고 불리는, 12개의 창의적인 문제를 풀어야 했고, 다른 그룹은 시스템적이고 분석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SAT(대입 자격 시험) 류의 문제 12개를 풀어야 했습니다.

각 그룹에게 25분의 시간을 주고 풀도록 한 결과, 전체적으로 참가자들은 창의적인 문제보다 분석적인 문제를 더 잘 맞혔습니다. 하지만 화 내는 대화를 들은 참가자들은 평범한 대화를 들은 참가자들보다 창의적인 문제를 못 푸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신 분석적인 문제는 더 잘 풀었죠. 분노라는 감정이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반면, 분석적인 문제 해결력을 높이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였습니다.

화를 내더라도 분노를 직접적으로 나타내기보다 에둘러서 표현하거나 비꼬듯이 이야기할 경우에는 상대방의 창의력에 어떤 영향이 가해질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마이런-스펙터는 후속실험을 실시합니다. 그녀는 184명의 공과 대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화 내는 고객', '빈정대는 고객',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중립적인 고객'이 영업 담당자와 나누는 대화 내용을 각각 들려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빈정대는 고객은 "당신들의 서비스는 거북이만큼이나 빠르군요.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만 서비스를 하신다니, 그 시간은 직장인들에게 정말 완벽한 시간대로군요."라며 비꼬았습니다. 녹음 내용을 들려준 후에 마이런-스펙터는 참가자들을 창의적인 문제(관련 없어 보이는 세 단어의 연관성 찾기)와 분석적인 문제(의미 없는 두 문자열이 같은 것인지 맞히기)를 풀도록 했습니다.

'화 내는 고객'을 접한 참가자들의 문제 풀이 결과는 첫 번째 실험과 같았습니다. 그들은 '중립적인 고객'을 접한 참가자들보다 분석적인 문제는 더 잘 풀었지만 창의적인 문제는 잘 풀지 못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빈정대는 고객'을 접한 참가자들이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창의적인 문제를 더 잘 맞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분노를 중화시켜 전달하는 것이 상대방의 창의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물론 빈정대는 태도가 항상 지속되면 곤란하겠지만, 창의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나 창의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상대방에게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분노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에둘러 표현하는 방법이 효과적임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마이런-스펙터의 연구는 또한 상대방이 분석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할 경우에는 화를 표출하는 행위가 도움이 된다는, 약간은 불편한 사실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화를 내면 사람들은 잘 아는 쉬운 방법(하지만 창의적이지는 않은 방법)에 집중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죠. 그러나 화가 이런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해서 항상 화가 나 있는 상태를 유지하거나 연출해서는 안 되겠죠. 이 연구는 단기적인 효과를 다루고 있을 뿐입니다. 일시적으로 분석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력이 향상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동기와 자존감을 저하시켜 성과가 떨어지고 만다는 것을 유념해야 하겠죠.

이 실험으로부터 우리가 찾아야 할 시사점은 화를 표현하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에둘러서 표현하는 것이 복잡하고 창의적인 문제를 다루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훼손시키지 않을뿐더러 단기적으로는 그들의 창의력을 높입니다. 여기에 약간의 유머가 가미된다면 더욱 좋겠죠. 유능한 관리자라면 이렇게 '화 잘 내는 팁' 정도는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유능한 관리자는 적어도 직원들의 창의적인 성과를 채근하려는 목적으로 화를 내서 일을 그르치지는 않을 겁니다.

여러분의 상사는 여러분에게 화를 '잘' 내고 있습니까?


(*참고논문)
Ella Miron-Spektor, Dorit Efrat-Treister, Anat Rafaeli, Orit Schwarz-Cohen(2011), Others' anger makes people work harder not smarter: The effect of observing anger and sarcasm on creative and analytic thinking,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Vol. 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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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한다'란 말은 변화를 못 일으킨다   

2012. 7.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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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기업들은 조직의 '좋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을 겁니다. 변화를 시도하려는 주제가 비용 절감이든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역동적인 피드백이든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구상하곤 합니다. 고객사를 방문할 일이 있으면 벽에 붙은 게시판 내용을 보는 버릇이 있는데, 거기에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유인물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변화를 촉구하고 기대하는 문구도 함께 적혀 있곤 합니다. 대개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자", "PC 전원을 꼭 끄고 퇴근합시다"와 같이 직원들에게 '무언가를 하거나 하지 말자'는 말들이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이렇게 촉구하거나 설득하는 투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은 긍정적인 변화로 향하는 먼 길을 더욱 요원하게 만들 뿐입니다. 설령 직원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도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시카고의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교실 바닥이나 복도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할 수 있는지를 연구한 리차드 밀러(Richard L. Miller)와 동료들의 실험이 그러한 사실을 지적하고 있죠. 


밀러는 첫 번째 학급의 학생들에게는 "학교에서 너희 교실이 가장 깨끗하구나", "너희들처럼 교실을 깨끗하게 사용하는 아이들이 있다니 자랑스럽구나", "워낙 깨끗해서 청소하기가 쉽구나" 라는 메시지를 8일 동안 지속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자긍심이 느껴지도록 '너희는 그렇게 좋은 아이들이야'라고 인정한 것입니다. 반면 두 번째 학급의 학생들에게는 "청소하는 아이들을 도와야 한다", "모두 정리정돈을 잘해야 한다", "바닥에 사탕 껍질을 버리지 말고 꼭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식으로 '의무'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주입시켰습니다. 대조군으로 선정된 세 번째 학급에는 아무런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10일째 되는 날, 제과회사에서 나왔다고 가장한 홍보 사원이 학생들에게 껍질에 쌓인 사탕을 나눠준 후에 학생들의 행동을 살폈습니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사탕 껍질의 수도 세어 보았죠. 그랬더니 '자긍심 조건'의 학생들이 '의무 조건'의 학생들보다 교실 바닥이나 책상 아래에 사탕 껍질을 덜 버리는 것은 물론이었고 실험 진행자가 바닥에 몰래 버린 사탕 껍질도 더 많이 줍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의무를 강조하기보다는 자긍심을 자극하는 방법이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었던 겁니다.

2주일이 흐른 후에 포장지에 쌓인 퍼즐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서 마음껏 즐기라고 한 후에 역시 쓰레기통에 잘 버려진 포장지 수를 세었습니다. 2주일이나 지났으니 메시지 주입 효과가 미약해졌으리라 예상했지만, '자긍심 조건'의 학생들은 여전히 쓰레기를 올바르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면 '의무 조건'의 학생들은 바닥에 마구 쓰레기를 버리던, 실험을 시작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 버렸죠. "나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사람이다"란 메시지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 유효했던 겁니다.

쓰레기를 올바로 처리하는 행동뿐만 아니라 학과 성적도 '자긍심 조건'의 학생들과 '의무 조건'의 학생들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후속실험에서 밝혀졌습니다. 밀러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둘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너는 수학을 참 잘하는구나", "넌 수학을 잘 하기 위해 노력하는구나"는 식으로 자긍심을 북돋우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두 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넌 수학을 잘 해야 해", "너는 수학을 잘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해"라며 의무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주입했습니다.

이렇게 8일 동안 메시지를 여러 방식으로 전달한 후에 수학 시험을 치러 보니 두 그룹 모두 성적이 향상되긴 했지만 자긍심을 인정 받은 학생들의 성적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2주일 후에 다시 한 번 치른 시험에서 자긍심 조건의 학생들 점수는 상승한 반면, 의무 조건의 학생들은 실험을 진행하기 전의 점수로 뚝 떨어져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대조군의 점수와 같아져 버렸죠. 한번 인정 받은 자긍심은 시간이 흘러도 수학 점수를 높게 받으려는 동기를 지속적으로 강화했다는 의미입니다.

밀러의 실험이 비록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그 변화가 꾸준히 유지될 것을 희망하는 기업들에게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힌트를 줍니다. 무언가를 '하자', '해야 한다', '안 하면 안 된다'는 투의 전달 방식은 '반짝 효과'를 내겠지만 그 변화의 크기는 자긍심을 자극하는 방식에 비해 작을지 모릅니다. 변화의 크기뿐만 아니라 변화의 지속시간을 따져봐도 의무보다는 자긍심을 자극하는 메시지 전달이 효과적일 겁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라 미덥지 않다면, 의무보다는 자긍심을 자극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일으킨다는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텍사스 주는 고속도로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이 시민의 의무임을 강조하는 갖가지 방법의 캠페인에 막대한 돈을 들였습니다. 하지만 쓰레기 투기는 줄어들 줄 몰랐죠. 그러다가 방향을 전환하여 "진정한 텍사스인이라면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지 않는다"라는 식의 메시지를 광고 캠페인에 담아 전달하자 곧바로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1년 후 쓰레기 투기율은 29퍼센트나 감소했고, 5년 후에는 도로변의 쓰레기가 72퍼센트 감소했던 겁니다. 다른 주와 비교해도 도로변의 쓰레기 양은 절반에 불과했죠.

지금 사내 게시판 이곳저곳에 붙은 문구들을 한번 살펴보면 어떨까요? 그 문구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의무를 강조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왜 수많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깨닫기를 바랍니다.


(*참고논문)
Richard L. Miller, Philip Brickman, Diana Bolen(1975), Attribution Versus Persuasion as a Means for Modifying Behavior,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31(3)

(*참고도서)
칩 히스 외, <스틱!>, 안진환, 박슬라 역, 웅진윙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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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와 직원 간, 갈등 해결의 실마리는?   

2012. 6. 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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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누군가가 잘못을 저지르면 그 잘못이 기질, 성격, 기능처럼 그 사람의 '고정된' 특성으로부터 야기됐다고 봅니까, 아니면 그 사람이 처한 당시의 상황이나 조건이 그런 잘못을 저지르도록 유도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만일 그 사람이 다른 상황에 처하거나 다른 조건에 주어진다면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까? 다시 말해 사물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그 사람의 특성과 행동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내외부적 동기에 의해 탄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까?

이 질문들을 특정 인물이 아니라 우리와 반목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집단에게 던져 본다면 그때는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쟤네들은 원래 그래.", "걔네들은 절대로 바뀌지 않아"라며 그 집단의 특성이 고정되어 있다고 봅니까, "그들은 바뀔 수 있을 거야", "상황이 걔네들을 그렇게 만든 거지"라며 그 집단의 변화 유연성(malleability)을 기대하겠습니까? 



에란 할페린(Eran Halperin)과 동료 연구자들은 일련의 실험을 통해 갈등 상황에 처한 둘 이상의 집단들이 서로의 집단적 특성이 고착돼 있다고 믿을 경우 갈등 해소의 길은 요원하다고 지적합니다. 집단의 특성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는 것이 믿을 때 만남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고 화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할페린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집단은 국제 뉴스의 단골로 오르내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집단이었습니다. 할페린은 먼저 500명의 이스라엘 유태인들과 인터뷰를 벌여 "집단은 자신들의 기본적 특성을 변화시킬 수 없다"란 문장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런 다음, 팔레스타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팔레스타인과 타협할 의지가 얼마나 되는지도 평가했죠. 분석해 보니 집단의 변화 유연성을 믿는 유태인일수록 팔레스타인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타협 의지도 더 컸습니다.

이번엔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76명의 유태인을 실험실에 모아 놓고 호전적인 집단(이스라엘-팔레스타인과 무관한 집단)에 관한 기사를 읽도록 했습니다. 참가자 중 절반은 그 호전적 집단의 특성이 고정적이라고 묘사된 기사를, 나머지 절반은 유연하게 변화 가능하다고 표현된 기사를 읽었습니다. 기사를 읽은 후에 팔레스타인 집단에 관해 질문을 던져보니, 후자의 참가자들이 팔레스타인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팔레스타인과의 타협에도 더 큰 지지를 보냈습니다. 집단의 변화 유연성을 인식하는 것이 집단 간의 갈등 해소에 첫걸음임을 시사하는 결과였습니다.

이스라엘의 시민이지만 팔레스타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감시를 받는 사람들은 할페린의 실험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그들 역시 집단의 변화 유연성이 표현된 글을 읽은 후에 유태인과의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할페린은 이스라엘과 대립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 53명을 대상으로도 동일한 실험을 실시했는데, 역시 같은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특히 그들은 이스라엘인들을 기꺼이 만나보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알다시피 만남은 갈등 해소의 시작입니다. 이는 집단의 특성이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유연한 것이라는 인식이 갈등 완화와 해소에 매우 중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결과죠.

기업이라는 집단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 여러 소집단들이 존재합니다. 경영자와 노동자, '팀장'으로 대표되는 관리자 집단과 '팀원'으로 통칭되는 직원 집단, 사무직 집단과 생산직 집단, 사업부로 각각 나뉜 집단들이 대표적이죠. 애석하게도 소집단끼리 서로 반목하고 경원시하는 경우가 꽤 많을뿐더러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충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할페린의 연구는 이런 갈등을 해결하고 타협하기 위한 출발점은 바로 상대 집단의 특성이 고정적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임을 시사합니다. 

"걔네들은 항상 그래."라며 특성의 고정성(fixation)을 믿고 그 믿음을 강화해 나간다면 대화와 타협보다는 통제와 징벌이 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채택되고, 그로 인해 갈등은 해소되기는커녕 더 큰 물리적인 충돌로 악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갈등 상황이 아니더라도 조직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싶을 때도 상대 집단의 변화 유연성을 자극하고 유도하려는 조치보다 "너희들은 우리가 하자는 대로 따라오면 돼."라며 상대 집단을 고정화된 시각으로 대한다면, 그 변화의 나침반은 앞이 아니라 뒤를 향하게 될 겁니다.

갈등 해소든 변화관리든, 집단이든 개인이든, 상대방에 대한 고정화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상황, 다른 조건에 의해 다른 동기를 가지게 되고 그로 인해 다른 행동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할 때 갈등 해소와 긍정적 변화가 시작됨을 유념해야겠습니다. 특히 노조와 반목 중인 기업에서는 더욱 그러하겠죠.

여러분 조직의 경영자는 직원들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직원들을 딱딱한 고체처럼 인식합니까, 아니면 그릇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는 액체로 바라봅니까? 부디 후자이길 바랍니다.


(*참고논문)
Promoting the Middle East Peace Process by Changing Beliefs About Group Malle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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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없는 직원에게 실력을 깨닫게 하려면   

2012. 6.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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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에 올린 여러 글들 중에 '능력 없는 직원들이 더 많이 착각한다?'란 글이 있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능력이 처지는 사람들이 능력이 뛰어난 이들보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크다는 '더닝-크루거 효과'를 소개한 글이었죠. 제목이 도발적(?)이었는지 많은 분들이 반응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능력이 모자란 사람들이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줄여주고 현실을 직시하도록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과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그들에게 자신의 한계를 똑바로 인식하게 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요? 드미트리 리프킨(Dmitry Ryvkin)과 동료 연구자들은 체코정치경제대학원(CERGE-EI)의 사전 코스(pre-course)에 등록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피드백'이 바로 그 방법임을 규명했습니다.



리프킨은 학생들에게 "미시경제학에서 몇 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냐?", "미시경제학에서 몇 등 정도 할 것 같냐?"란 질문을 학기초에 한번, 중간고사 직전에 한번, 기말고사 직전에 한번씩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미시경제학이라는 과목에 대해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했던 학기초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의 점수와 등수를 실제보다 과신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더닝-크루거 효과'가 여지없이 나타났습니다. 성적이 하위 25% 이하인 학생들은 실제 점수보다 58.1점이나 과신한 반면, 상위 25% 이상인 학생들은 12점 정도만 높게 예상했던 겁니다. 등수에 대한 예상도 비슷한 패턴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간고사 직전이 되자 이러한 과신 경향은 누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위 25% 이하의 학생들의 과신 정도는 58.1점에서 45.4점으로 하락했으니 말입니다. 중간고사를 보기 전에 강사가 내준 숙제나 학우들과의 비교 등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자연스럽게 피드백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기말고사 직전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과신 경향이 매우 뚜렷하게 줄어 들었습니다. 숙제나 동료 학생로부터의 피드백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어느 정도의 최종성적(점수와 등수)를 거둘지를 이미 치러진 중간고사 점수로 확실하게 피드백 받았기 때문이었겠죠.

학교에서 실제로 치러지는 시험을 재료로 한 리프킨의 연구는 피드백을 통해 더닝-크루거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능력이 처지는 이들에게는 피드백을 해도 자신의 실력을 직시하지 않으려 한다는 기존의 연구와는 다른 결과였죠. 비록 이 연구는 시험 점수가 강사에 따라 임의적이었다는 한계와, 피드백의 효과를 구별해 내기 위한 '대조군'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피드백의 중요성을 일깨운다는 점에 의미를 갖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한 후속실험(5개의 두 자리 수를 더하는 과제를 사용)에서도 피드백 장치가 실력이 저조한 학생들의 과신 경향을 누그러뜨린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실력은 별로 없으면서 목소리만 큰 사람이 있다', '자기들이 모두 우수인재인 줄 안다"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실력이 어느 수준이고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깨닫게 하는 방법은 꾸준하면서도 분명한 피드백임을 리프킨의 연구가 시사합니다. 1년 내내 아무런 공식적/비공식적 피드백이 없다가 평가 시즌에 이르러 그때서야 평가 점수를 매기려 한다면, 평가자의 판단과 피평가자의 기대 사이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실력이 저조한 직원들과의 차이는 더더욱 클 겁니다.

직원들이 지금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 성과 달성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를 꾸준히 관찰하고 시의적절하게 피드백해야 상호 간의 인식 차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야 평가 결과에 대한 불만도 상당 부분 누그러뜨릴 수 있겠죠. 또한 저성과자들에게 현실을 직시케 함으로써 자신을 성찰하도록 기회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통제나 측정의 관점이 아니라 육성과 배려의 자세로 저성과자들에게 피드백한다면 말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에는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과신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에게 '어떻게 피드백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피드백의 컨텐츠보다는 피드백의 빈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너무나 쉽고 너무나 당연한 해법이라고요? 하지만 이 당연한 것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참고논문)
Are the unskilled doomed to remain unaw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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