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상사로부터 업무를 지시 받을 때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자초지종을 상세하게 들을 경우와 앞뒤 없이 그냥 시키는 일을 수행하라는 말을 들을 경우 중 어떨 때 그 일을 하고 싶은 욕구가 더 높습니까? 당연히 전자의 경우겠죠. 독재적이고 강압적인 스타일의 리더보다는 일을 수행해야 하는 의미를 이해시키는 리더가 사람들의 일하고자 하는 동기를 높이기 때문입니다.
마크 무레이븐(Mark Muraven)과 동료 연구자들은 우리가 이처럼 상식으로 알고 있는 바를 실험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는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 그룹에게는 무가 담긴 접시를 보여주고 다른 그룹에게는 초콜릿 쿠키가 담긴 접시를 보여줬습니다. 참가자들에게는 무나 초콜릿 쿠키를 먹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는데, 당연히 초콜릿 쿠키를 바라보고 참아야 했던 참가자들이 무를 본 참가자들보다 의지력이 더 소진됐겠죠.
무레이븐은 각 그룹의 참가자들을 다시 두 개씩 소그룹으로 나눴는데, 첫 번째 소그룹에서는 생글생글 웃는 실험 진행자가 진행하는 실험의 목적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참가자들의 기여가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질문 받고 참가자들로부터 제안까지 받았죠. 반면, 두 번째 소그룹에서는 무뚝뚝한 실험 진행자가 앞뒤 설명 없이 무조건 "초콜릿 쿠키(또는 무)를 먹으면 안 됩니다."라고 명령하고 참가자들의 궁금증에도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건조하고 딱딱한 말투로 "이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이런 조건으로 5분 동안 초콜릿 쿠키(혹은 무)를 참아내야 했던 참가자들은 각자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500밀리초 동안 제시되는 숫자를 보고 6 다음에 4가 나올 때마다 스페이스 바를 누르는, 매우 지루한 과제를 12분 정도 수행해야 했습니다. 이 과제는 따분하기 때문에 집중력뿐만 아니라 의지력을 요하는 것이었죠.
먼저 초콜릿 쿠키를 참아야 했던 참가자들이 무를 참아야 했던 참가자들보다 성적이 나빴습니다. 달콤한 음식을 참아내야 했으니 그만큼 의지력이 소진됐을 것이고 따분한 과제를 계속하고 싶은 욕구도 떨어졌겠죠. 그리고 불친절한 대접을 받은 참가자들이 친절한 설명을 들을 참가자들보다 실수를 더 많이 범했습니다. 분석을 더 해보니, 초콜릿 쿠키를 참아야 했고 동시에 무뚝뚝한 진행자의 지시를 받은 참가자들이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성적이 제일 나쁘게 나타났습니다. 그들 참가자들의 의지력이 가장 많이 소진됐다는 의미였죠.
이 결과는 왜 일을 해야 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들을 경우가 그저 시키는 일을 하라는 지시를 받을 경우보다 직원들의 의지력이 더 높고 일의 성과도 높을 거라고 짐작케 합니다. 그리고 직원 스스로 자기 일을 통제하고 있다는 자율성을 의식할 때 의지력이 높게 나타나게 된다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할 것이 아니라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업무가 얼마나 중요하고, 직원의 역량이 얼마나 필요하며, 업무가 성공할 경우 어떤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인지를 충분히 일러주는 것이 좋습니다.
자존감과 의지력, 그리고 통제감을 살려주고 북돋우는 것은 초콜릿 쿠키를 참아야 했던 참가자들의 경우처럼 특히 어렵고 힘든 업무일 때 더욱 필요한 일입니다. 직원들을 불친절하게 대하며 직원들에게 조직이라는 기계 속 부품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주는 상사야말로 생산성을 저해하는 존재죠. 직원에게 친절한 상사와 불친절한 상사, 여러분의 상사는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Mark Muraven, Marylène Gagné, Heather Rosman(2008), Helpful self-control: Autonomy support, vitality, and depletion,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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