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내라고 압박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2012. 10.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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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에 대한 책임과 관리를 강조하고 그에 따라 보상이 결정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주지시키면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력을 직간접적으로 가하면, 성과를 달성하고자 하는 직원들의 동기가 높아질까요? 그에 따라 성과도 역시 향상될까요? 많은 조직에서 이러한 가정 하에 직원들을 코칭하거나 평가하곤 하는데, 하버드 대의 경영학 교수인 하이디 가드너(Heidi K. Gardner)는 회계법인의 감사(audit) 부서와 컨설팅 부서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기초로 이러한 성과 압력(Performance Pressure)이 '양날의 칼'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가드너는 어느 대형 회계법인에 속한 회계감사팀 50개와 컨설팅팀 22개로부터 두 번에 걸쳐 웹을 통해 설문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설문은 프로젝트에 투입된 후 3일 내에 실시되었는데, 팀원들의 '일반적 전문성'과 '영역 특수적 전문성'을 평가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프로젝트가 종료되기 1주일 전에 실시된 두 번째 설문은 실제로 프로젝트에서 '일반적 전문성'과 '영역 특수적 전문성'을 얼마나 발휘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죠. 여기서 '일반적 전문성'이란 학위, 자격, 근속년수 등을 통해 얻은 지식을 뜻하는 것이고, '영역 특수적 전문성'은 말 그대로 업무 수행을 통해 습득한 전문적이고 복합적인 지식을 일컫는 말입니다. 





두 번의 설문과 더불어 가드너는 성과 압력의 정도와 팀 성과를 측정하는 등 다소 복잡한 데이터 수집 과정과 분석을 거쳐 몇 가지 새로운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먼저, 성과 압력이 높을수록 팀 성과가 향상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겠다는 동기와 몰입에 성과 압력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죠. 이것은 일반적인 생각과 다르지 않은 결과였지만 그 후의 심층분석으로 나온 결과는 성과 압력이 말 그대로 양날의 칼임을 보여줬습니다. 


성과 압력이 높을 경우 팀원들은 '일반적 전문성'의 기반이 되는 지식을 더 많이 사용하는 반면 '영역 특수적 전문성'과 관련된 지식은 적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가드너는 후속 분석을 통해 성과 창출에 연관된 지식은 일반적 지식이 아니라 영역 특수적인 지식이라는 결론을 얻었죠. 두 결과를 종합해 보면, 성과 압력이 팀 성과를 겉으로 향상시키는 듯 보여도 결과적으로는 더 높은 성과를 달성할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가드너는 뒤이어 6개의 컨설팅팀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성과 압력이 높은 상황에 처하면 팀원들은 합의를 이루려는 동기가 커지고, 상식적인 지식만을 취하려고 하며, '잘하는 것'보다 '완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위계에 순응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규명되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성과 압력이 커지면 해당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적이고 복합적이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동원하기보다는 어디서나 빨리 쉽게 구할 수 있고 이미 검증된 일반적인 지식에 의존한다는 것이죠. 그렇게 해야 합의가 수월하게 이루어지고 일도 빨리 완수된다는 점을 팀원들이 암묵적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창의적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가 실패할 경우 지게 될 책임도 한몫하죠.


KPI 설정, 목표 수립 면담, 성과 모니터링 등 성과 창출 과정에 압박 장치들을 지속적으로 작동시키면 직원들의 성과가 높아질 거라는 기대가 순진한 생각임을 가드너의 연구가 바로 보여줍니다. 기존의 룰을 깨뜨리는 창의적 발상을 요구하는 지금, 성과 압력이 과연 그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요? 절차만 따르면 되고 고효율이 무엇보다 우선인 분야에서는 성과 압력이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창조적 사고, 융합적 사고,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조직에게 성과 압력은 뒷다리를 잡는 악성 문화일 뿐입니다.


성과 압력은 그저 그런 성과에 만족하도록 만들 뿐입니다. 결코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아직도 성과주의가 해답이라고 믿습니까? 



(*참고논문)

Heidi K. Gardner(2012), Performance Pressure as a Double-Edged Sword: Enhancing Team Motivation While Undermining the Use of Team Knowledge,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Vol. 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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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에 제너럴리스트가 많은 이유는?   

2012. 10. 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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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사업을 제대로 해나가려면 전반적으로 고른 역량을 갖춘 제너럴리스트와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수준의 역량을 지닌 스페셜리스트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전문 역량이 필요한 직무에 제너럴리스트를 배치하거나, 제너럴리스트가 담당해야 할 업무를 스페셜리스트에게 요구하는 식으로 인력을 활용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하죠. 


그러나 실제로는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를 채용하려는, 편향적인 채용 결정이 매우 자주 일어납니다. 이를 '제너럴리스트 편향(Generalist Bias)'이라고 부릅니다. 심지어 스페셜리스트가 배치되어야 할 직무에도 여러 영역에 고르게(하지만 깊지는 않은) 역량을 지닌 제너럴리스트가 더 선호되는 경향이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언뜻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라고 생각하겠지만, 홍콩대학교의 롱 왕(Long Wang)은 이러한 편향이 매우 일반적이라는 점을 일련의 실험을 통해 규명했습니다.





왕은 학생들에게 '공 맞히기 게임(ball-hitting game)'에서 자신과 같은 팀을 이룰 선수를 2명의 후보자 중에서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게임에서 녹색공을 맞히면 30점, 청색공을 맞히면 20점, 황색공을 맞히면 10점, 적색공을 맞히면 0점을 딸 수 있었는데, 학생들에게 소개된 2명의 후보자가 각 공을 맞힐 확률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후보자 A

녹색공 : 10%

청색공 : 40%

황색공 : 20%

적색공 : 30%


후보자 B

녹색공 : 45%

청색공 : 0%

황색공 : 0%

적색공 : 55%


여러분은 두 사람 중에서 누구를 팀 동료로 선택하고 싶습니까? 왕의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 중 72퍼센트가 녹색공만을 특별히 잘 맞히는 후보자 B보다는 여러 색깔의 공을 비교적 고르게 맞히는 후보자 A를 선택했습니다.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를 선호한 것이죠. 학생들이 기댓값(expected value)를 몰라서 이런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기에 왕은 각 후보자의 기댓값을 계산한 후에 결정을 내리도록 했습니다. 후보자 A의 기댓값은 13점, 후보자 B의 기댓값은 13.5점이므로 당연히 후보자 B를 더 선호할 거라고 기대했지만, 여전히 학생들 중 70퍼센트는 제너럴리스트인 후보자 A를 선택했습니다. '제너럴리스트 편향'이 아주 강력하게 나타났던 것이죠. 좀더 조사해보니 경제학이나 통계학을 수강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도 43퍼센트나 후보자 A를 선택했습니다. 사실 적색공을 맞혀봤자 점수는 0점인데도, 후보자 A(제너럴리스트)를 선택한 학생들 중 66퍼센트가 적색공을 맞힐 확률에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NBA(미국 프로농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제너럴리스트 편향이 나타났습니다. 왕은 농구 통계 자료를 분석하여 3점슛 전문 선수가 3점슛을 성공시킬 때보다 2점슛으로 득점할 때 보상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는 스페셜리스트가 스페셜리스트의 역할을 할 때보다 제너럴리스트적인 행동을 할 때 조직에 더 많이 기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왕은 이와 더불어 전반적으로 2점 슈터들이 3점슛 전문 선수보다 더 보상 받는다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후속실험에서 왕은 농구팬 287명에게 3점슛 전문 선수를 필요로 하는 농구팀 단장의 입장이라면 2명의 선수 중 누구를 뽑고 싶은지, 누구에게 더 많은 연봉을 주고 싶은지를 물었습니다. 후보자 A는 모든 영역에서 고른 성적을 보였고, 후보자 B는 3점슛 영역에서 매우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NBA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왕은 참가자들 중 절반에게는 후보자 A와 B의 성적을 모두 보여주고 1명을 선택하라고 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두 후보자 중 한 사람의 정보만 보여주고 선발 여부를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후보자 B(스페셜리스트)의 정보만을 접한 참가자들은 그를 선수로 선발하려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하지만 후보자 A와 B의 성적 데이터를 비교해서 볼 수 있었던 참가자들은 분명히 3점슛 전문 선수가 팀에 필요한 상황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후보자 A(제너럴리스트)를 더 선호했죠. 스페셜리스트가 제너럴리스트와 서로 비교되는 조건에서 제너럴리스트 편향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결과였습니다. 


NBA 선수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라 와닿지 않는다면, 왕이 또다른 실험에서 HR(인사) 담당직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제너럴리스트 편향이 강하게 나타났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적어도 5년 이상 보상(Compensation) 분야의 경력을 가진 사람을 뽑아야 하는 채용조건인데도, 실험 참가자들은 보상 분야에서 6년 이상 일한 지원자보다는 인사의 여러 영역에서 고르게 경력을 쌓았지만 보상 분야에서는 4년 밖에 일하지 않은 지원자와 인터뷰하기를 더 원했습니다. 채용조건인 '보상 분야 5년 이상'에 미달하는데도 말입니다.


왕은 몬스터(Monster)와 캐어러빌더(CarerBuilder)라는 채용 사이트에 접수된 HR제너럴리스트와 HR스페셜리스트 구인광고를 분석했는데,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제너럴리스트 편향에 빠져 있지만 큰 기업이 작업 기업보다 편향의 정도가 더 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큰 기업일수록 HR스페셜리스트를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구인광고를 보면 지원자에게 여러 분야의 인사 업무를 수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즉 대기업은 '여러 업무를 다룰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 결국 제너럴리스트를 더 선호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왜 스페셜리스트는 제너럴리스트보다 덜 선택될까요? 제너럴리스트에 쏠리는 현상은 극단적인 것을 싫어하는 인간의 심리에서 기인합니다. 특히 스페셜리스트가 제너럴리스트와 비교될 때는 스페셜리스트의 강점보다는 약점이 의사결정자에게 더 큰 인상을 주기 마련이라서 아무리 특정 역량이 뛰어나다 해도 그 강점은 평가절하되고 맙니다. 스페셜리스트의 강점이 다른 직원들의 지원을 받아야만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제너럴리스트 편향에 한몫 합니다.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적어도 제너럴리스트 지원자들과 비교함으로써 스페셜리스트 지원자를 배제하려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한 직무에 어찌된 일인지 제너럴리스트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채용과 이동배치 과정에서 제너럴리스트 편향이 깊숙이 관여됐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까? 왠일인지 제너럴리스트가 너무 많다 싶지 않습니까?



(*참고논문)

Long Wang, J. Keith Murnighan(2012), The generalist bia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Vol.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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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 팀원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2012. 10. 1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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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고독한 자리라고 우리는 흔히 말하곤 합니다. 특히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매번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하는 리더들은 늘 엄청난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리더의 자리에 오르면 사방에서 쏟아지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역량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진짜로 리더의 자리에 오르면 리더가 아닐 때에 비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까요? 정말로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할 정도로 걱정거리가 많아질까요?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합니다. 그래서 코르티솔의 스트레스의 크기를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되죠. 하버드 대학교의 개리 셔먼(Gary D. Sherman)과 동료 연구자들은 진짜로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non-leader)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를 코르티솔 측정을 통해 규명하고자 했습니다. 셔먼은 하버드 대학의 임원 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한 연방 정부의 공무원과 군인들 213명의 타액을 채취하여 코르티솔의 양을 측정하고, 각자의 불안 수준도 평가했습니다.





통계적으로 리더들이 리더가 아닌 사람들보다 코르티솔의 수치와 불안 수준이 낮게 나타났습니다.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을 거라는 통념이 옳지 않음을 시사하는 결과였죠. 이런 결과가 나온 까닭은 아마도 리더들은 리더가 아닌 사람들이 자주 경험하곤 하는 '다른 사람에 의해 통제 받는다'는 느낌보다는 '내가 상황을 통제한다'는 느낌을 갖기 때문일 겁니다.


셔먼은 리더의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서열과 권한의 차이에 따라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가 다를 거라는 가설 하에 후속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그는 휘하에 있는 부하의 규모, 직접 보고 받는 수, 권한의 크기가 코르티솔의 양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리더 중에서도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부하가 많고 직접 보고 받는 수도 많고 권한의 크기도 클수록) 코르티솔 수치가 낮게 나타났습니다. 셔먼은 리더의 서열이 높을수록 높은 통제감을 느끼고 그에 따라 불안 수준도 낮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 실험의 결과는 '리더는 고독하다'는 생각에 물음표를 짓게 만듭니다. 리더는 리더가 아닌 사람들에 비해 괴롭고 외롭기보다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덜 받고 더 행복합니다. 그런데 본디 스트레스에 대해 내성을 가진 사람들이 리더의 자리로 오르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 해도 리더가 리더가 아닌 자들에 비해 스트레스를 많이 느낀다는 말은 여전히 옳지 않습니다. 리더는 압박감을 많이 받긴 하지만 통제감이라는 버퍼가 있기에 스트레스를 컨트롤할 수 있죠.


셔먼의 실험은 비록 리더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내가 상황을 통제한다'고 느낄수록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사실, 그리고 통제감이 떨어질수록 스트레스가 가중된다는 사실은 부하직원들의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기 위한 조치로서 '권한 이양'이 무엇보다 효과적임을 또한 시사합니다. 똑같이 과중한 업무량이 주어져도 통제감이 높은 직원들이 그렇지 못한 직원들에게 비해 직무만족도가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비슷한 일을 하는 프로그래머라 해도 게임이나 솔루션 개발자들이 시스템 통합(SI) 개발자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것처럼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고 오늘도 스트레스를 받을 겁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결국 통제감으로 귀결될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참고논문)

Gary D. Sherman, Jooa J. Lee, Amy J. C. Cuddy, Jonathan Renshon, Christopher Oveis, James J. Gross, Jennifer S. Lerner(2012), Leadership is associated with lower levels of stress, PNAS, Sep. 2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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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적 차이가 직무만족도 차이를 야기한다   

2012. 10. 1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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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종류와 난이도, 관리자와 동료 직원들, 물리적인 업무 공간 등이 모두 동일한 조건이라 해도 업무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업무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어떤 불만을 가지는지 상관없이 자기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그마한 사안에도 불만을 떠뜨리거나 냉소적이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스토(B. M. Staw)는 이렇게 직무에 임하는 태도에 직원 각자의 기질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1969년과 1971년 사이에 이직을 했거나 경영진 교체를 경험했던 5천여 명의 직원들을 전국적으로 샘플링하여 조사한 결과로 이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직무만족도에 있어서 외부적인 근무조건도 중요하지만 직원 개인의 기질도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주장했던 것입니다. 



리차드 알베이(Richard D. Arvey)와 동료 연구자들은 스토의 연구 결과에 착안하여 '유전적인 요소'가 직무만족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다 심층적으로 규명하기로 했습니다. 알베이는 어렸을 때부터 따로 떨어져서 자란 34쌍의 일란성 쌍둥이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알다시피 일란성 쌍둥이는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에 직무만족도에 유전적인 요인이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를 연구하는 데 적합했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일란성 쌍둥이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의 복잡성과 신체적 조건이 비슷한 직업을 택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모두 20개의 문항으로 직무만족도를 측정하게 하자 전반적으로 일란성 쌍둥이들이 각자 느끼는 직무만족도에서 뚜렷한 상관관계가 포착되었습니다. 


특히 20개의 문항 중에서 충분한 업무 시간, 독립적 업무 수행, 성취감, 판단의 자유 등 만족의 '내적 요소'에 해당하는 12개의 문항에서 상관관계가 높았습니다. 다시 말해 동일한 만족도 문항에 대해 일란성 쌍둥이들은 비슷한 측정값을 내놓았다는 뜻이죠. 급여, 작업환경, 고용의 안정성, 칭찬 같은 만족의 '외적 요소'에는 일란성 쌍둥이들 사이의 상관도가 미약했습니다.


알베이는 동일한 유전자를 지닌 일란성 쌍둥이들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직무에 느끼는 만족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서 유전적 요소가 직무만족도에 적어도 30퍼센트를 기여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30퍼센트라는 값이 그리 크지 않게 느껴지지만 외부적인 근무조건(업무 난이도, 관리자 및 동료, 물리적 작업환경 등)이 동일할 경우에 직원 개인의 'DNA'가 직무만족의 차이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합니다. 


만족이라는 감정은 외부의 상황과 조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리고 상황과 조건을 해석하는 필터는 환경적인 요인보다는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상당히 좌우됩니다(물론 환경적 요인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황을 항상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나 긍정적으로 여기는 상황도 항상 냉소적으로 바라보려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참고논문)

Richard D. Arvey, Thomas J. Bouchard, Jr., Nancy L.Segal, Lauren M. Abraham(1989), Job satisfaction: Environmental and genetic component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Vol. 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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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가 나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알까?   

2012. 10.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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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일까요, 아니면 다른 사람일까요? 우리는 자기 자신을 항상 관찰하고 느끼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자기 자신을 더 잘 안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나에게 무언가를 지적하면 그 내용이 맞건 틀리건 간에 일단 '당신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라는 감정이 일어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내가 모르는 것을 다른 사람이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사실에 또한 놀라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나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나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인지 명확하게 분간이 되질 않습니다. 


사이민 바지르(Simine Vazire)는 나 자신의 여러 가지 특성 중에 내가 잘 아는 부분이 따로 있고 다른 사람이 잘 아는 부분이 따로 있을 거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165명의 학생들을 모은 다음 서로 잘 아는 친구끼리 5명씩 그룹을 이루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멤버들의 성격 특성들을 평가하게 했습니다. 이 과정이 끝나고 바지르는 이번에는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그룹을 이루도록 한 다음에 역시 다른 멤버의 성격 특성을 평가하도록 요청했습니다. 평가 전에 10분 동안 각자 대화할 시간을 줌으로써 성격 특성을 파악하도록 했죠. 





이렇게 자기 자신, 친구, 모르는 사람이 각각 평가한 결과의 정확도를 계산해 보니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먼저 신경증적 성질(neurotism)과 같이 알아차리기 어렵고 측정하기도 어려운 특성들은 자기 자신이 가장 정확하게 평가했습니다. 반면, 알아차리기는 어렵더라도 측정하기 쉬운 특성(예 : 지적능력(intellect))들은 친구가 가장 정확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외향성(Extraversion)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서 알아차리기는 쉽지만 측정하기는 어려운 특성들에 대해서는 정확도가 모두 비슷했습니다. 이것으로 나 자신에 대해 내가 잘 아는 부분과 친한 사람이 잘 아는 부분이 같지 않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이 실험 결과는 평가 결과에 대해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에 시각 차이가 존재함을 시사합니다. 피평가자가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특성에 대해 평가자는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 평가자의 입장에서는 피평가자의 실제 특성을 정확히 평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 실험이 보여줍니다. 요약하면, 창의력과 지능 등의 지적능력은 평가자가, 자존감과 불안감 같은 신경증적 성질은 피평가자 자신이 잘 평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달변, 지배력, 리더십과 같은 외향성은 피평가와 평가자가 공히 잘 평가하는 특성입니다. 


이런 차이를 숙지한다면 상대방에 대해 알기 어려운 특성을 내가 잘 안다고 믿거나, 상대방이 나보다 더 잘 아는 나의 특성을 지적할 때 거부감이 드는 경우를 경계해야 할 겁니다. 나에 대해 상대방이 잘 아는 특성이 따로 있고 내가 잘 아는 특성이 따로 있음을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유념해야만 엉뚱한 피드백이 오고 가는 일이 적어지고 평가에 대한 불만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상사가 나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알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더 잘 아는 부분도 있고 더 모르는 부분이 있다.'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참고논문)

Simine Vazire(2010), Who Knows What About a Person? The Self–Other Knowledge Asymmetry(SOKA) Model,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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