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못 본다   

2012. 9. 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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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탑에 갇힌 죄수가 탈출을 감행하려고 합니다. 다행스럽게 그에게는 밧줄이 하나 있는데 애석하게도 길이가 탑 높이의 반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밧줄을 반으로 자른 다음 둘을 묶어서 안전하게 탈출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요? 많이 알려진 이야기라서 답을 알고 있을 겁니다. 죄수는 밧줄을 가로로 자른 것이 아니라 세로로 나눈 다음(즉 꼬아진 밧줄을 푼 다음) 그 둘을 연결해서 탈출했다는 것이 바로 정답이죠.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이런 퀴즈를 내일 풀어야 한다고 상상할 때보다 지금으로부터 1년 후에 풀어야 한다고 상상할 때 더 수월하게 정답을 맞힌다는 사실을 발견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2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기관이 아니라 2천 마일 떨어진 기관을 위해 문제를 푸는 것이라 여길 때에도 역시 정답을 보다 쉽게 맞힌다는 사실도 알아냈죠.





뉴욕대의 에번 폴먼(Evan Polman)은 '시간적 거리(temporal distance)'와 '공간적 거리(spatial distance)' 이외에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도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했습니다. 폴먼은 137명의 학부생 중 절반에게 자신이 탑에 갇혀 있는 죄수라고 상상케 한 다음 문제를 풀도록 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다른 사람이 갇혀 있다고 상상하게 하고서 문제를 풀라고 요청했습니다. 예상한 대로 다른 사람이 죄수라고 상상할 때 문제를 풀 가능성이 66퍼센트로서 자신을 죄수라고 가정할 때의 48퍼센트보다 높았습니다.


사실 폴먼은 이 실험을 실시하기 전에 262명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사회적 거리와 문제 해결의 창의성과 연관성이 있음을 이미 규명했습니다. 폴먼은 어떤 사람이 나중에 쓰게 될 이야기를 위해 외계인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참가자의 절반에게 요청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에게는 자신이 나중에 쓸 이야기를 위해서 역시 외계인의 모습을 그리라고 했죠. 2명의 평가자가 참가자들이 그린 그림의 참신함과 독특함을 평가한 결과, 누군가를 위해 외계인을 그릴 때의 그림이 더 창의적이었습니다. 


폴먼은 사회적 거리를 느낄 때 문제를 더 수월하고 더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자 후속실험을 실시했습니다. 폴먼은 참가자들을 세 그룹을 나눴는데, 각각 '자신', '가까운 타인', '아주 먼 타인'을 위해서 5개의 선물 아이디어를 제시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타인에 관한 정보의 양과 문제 해결의 창의성을 따져보기 위해 '가까운 타인'과 '아주 먼 타인'을 위해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할 그룹을 다시 두 개의 하위그룹으로 나눠서 각각 타인에 관한 정보를 1개 혹은 5개를 제공했습니다. 실험 결과, '아주 먼 타인' 그룹은 '가까운 타인' 그룹과 '자신' 그룹보다 창의적인 답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타인' 그룹과 '자신' 그룹과의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타인에 관한 정보의 양은 창의성과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죠. 각 그룹에게 타인을 잘 안다는 자신감, 타인과의 감정적 개입의 정도, 현재의 기분 등을 묻고 난 다음 아이디어의 창의성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분석했지만 역시 상관이 없었습니다. 사회적 거리, 그 자체만이 창의성과 연관이 있다는 의미였죠.


폴먼의 연구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 아이디어를 내거나 의사결정을 할 때 대체적으로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부동산 중개인이 부동산 소유자보다 매매 가능 가격을 더 정확하게 산정한다든지, 이혼 소송 전문 변호사가 상대방의 주장을 더 명확하게 인식한다는 사례를 봐도 그렇습니다. 기업에서 외부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이유는 사회적 거리가 먼 사람이 문제를 들여다 볼 때 창의적인 해법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타인을 위해 문제를 해결할 때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폴먼은 지적합니다. 타인이 문제를 해결토록 하면 인지 편향(cognitive bias)를 줄일 수 있지만 체계적 편향(systematic bias)의 위험은 무시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추운 겨울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 옷을 적절하게 입히지 못할 가능성이 큰데, 따뜻한 집에 있을 때는 바깥이 얼마나 추울지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체계적 편향이란, 자신을 둘러싼 조건들을 타인의 문제 상황에 대입하거나, 타인이 처한 조건이나 니즈를 올바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나중에 비난 받을 것을 두려워하여 정확한 판단을 유보하는 등의 편향을 말합니다.


따라서 폴먼의 실험으로부터 얻을 시사점은 나의 문제를 타인이 풀도록 맡겨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그러면 체계적 편향의 위험이 있으므로), 자신의 문제를 타인의 문제인 듯 바라보려는(그렇게 함으로써 인지 편향을 줄여서) 의도적인 노력이 도움이 된다는 점입니다. 자신과 문제를 객관화하여 조망하는 습관이 현명한 해법을 도출하는 기본적인 자세입니다.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잘 못보는 법입니다. 장기를 둘 때 훈수하는 사람이 묘수를 더 잘 알아채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참고논문)

Evan Polman, Kyle J. Emich(2011), Decisions for Others Are More Creative Than Decisions for the Sel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Vol. 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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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덕적인 자를 승진시키지 마라   

2012. 9.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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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여 비리를 저지르는 모습을 우리는 언론을 통해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 빈도가 너무나 잦아서 권력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지위를 사적 이익을 추구해도 용인되는 자리라고 여기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기업 내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직위나 직책이 높아질수록 자신의 권한을 활용하여 공익(the common good)보다는 사익(Self-interest)을 추구하려는 자들이 눈에 띕니다. 사익이라고 하니 거창한 것 같지만, 공적인 목적으로 써야 할 법인카드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다든지 부서 전체의 공로를 가로채어 자신이 기여한 성과인 양 상부에 알린다든지 하는 행위 등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권한이 높은 자리에 오른다고 해서 누구나 사익에 눈이 머는 것은 아닙니다. 권력자의 위치에 올라도 자신의 이익을 덜 취하려 하거나 사익에 둔감하고 공익을 우선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토론토 대학의 캐서린 드첼레스(Katherine A. DeCelles)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도덕적 정체성'이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와 밀접한 상관이 있음을 실험을 통해 밝혔습니다. 먼저 드첼레스는 173명의 직장인들에 구조화된 설문지를 돌려서 권력적인 기질과 도덕적 정체성의 정도를 각각 측정했습니다. 여기서 도덕적 정체성이란 배려, 연민, 공정함, 친화, 관대함, 도와주기, 근면, 정직, 친절이라는 9가지 성격적 특성으로 세분되는 개념입니다. 1주일 후에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는데, 드첼레스는 첫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에게 과거에 권력을 행사했던 경험을 글로 쓰게 함으로써 권력자의 위치가 된 듯 프라이밍(priming)시킨 반면, 대조군인 두 번째 그룹에게는 단순히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쓰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은 일종의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에 임했습니다. 100달러 짜리 상품권을 따려면 게임에서 가능한 한 많은 포인트를 따야 하는데, 주어진 10포인트 중에서 얼마를 자신이 가지고 얼마를 상대방에게 줄지 결정해야 했죠. 이 게임을 통해 참가자 각자가 사익을 얼마나 추구하는지를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지난 한 주 동안 '나는 일부러 일찍 퇴근했다', '일하기 싫어 오래 휴식을 취했다', '내가 근무한 시간을 속여서 보고했다' 등의 항목을 읽고 얼마나 자주 그랬는지 답했습니다.


실험을 종료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니 권력, 도덕적 정체성, 사익 추구 경향 사이에 뚜렷한 상호작용이 있음이 발견되었습니다. 도덕적 정체성이 높은 참가자들의 경우 권력과 사익 추구의 행동 사이에 음(-)의 상관관계가 나타난 반면, 도덕적 정체성이 낮은 참가자들의 경우에는 권력과 사익 추구의 행동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뚜렷했습니다. 도덕적 정체성이 높은 사람이 권력자의 위치에 가면 도덕적 정체성이 낮은 사람에 비해 사익 추구의 행동을 덜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도덕적 정체성이 높은 권력자는 공익을 증진시키는 반면, 도덕적 정체성이 낮은 권력자는 공익을 해친다는 것입니다. 드첼레스는 후속 실험을 통해 도덕적 정체성이 높은 사람이 도덕적 의식도 높기 때문에 권력을 가져도 사익을 추구하려는 행동을 덜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연구는 그 당연함을 실험으로 확인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어떤 사람을 권한이 큰 자리에 승진시키거나 누군가에게 좀더 큰 재량권을 부여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일러줍니다. 도덕적 정체성이 낮은 사람을 승진시키거나 그들에게 권한을 강화시킬 경우에 공익보다는 사익을 추구하려고 행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만일 도덕적 정체성이 낮은 자가 이미 권력자의 지위에 올라 있다면(혹은 재량권이 큰 부문을 맡고 있다면) 그들의 도덕적 정체성을 제고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겠죠. 또한 그들이 권력을 남용하여 사익을 도모하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직위에서 일을 잘하거나 역량을 발휘한다고 해서 권한이 큰 자리로 승진시킬 경우 도덕적 정체성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없다면 머지않아 조직의 윤리적 안정성을 위협 받는 상황이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능력 뿐만 아니라 도덕적 정체성 또한 승진 결정의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되어야 합니다. 잘 나가던 회사가 소위 'CEO 리스크' 때문에 위험에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가장 단적인 예가 미국 최대의 가전 판매 체인인 베스트바이(Bestbuy)의 CEO였던 브라이언 던(Brian J. Dunn)이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회사 공금에 손을 댄 것이 들통나 2012년 4월에 해고된 사건입니다. 가뜩이나 아마존이나 이베이와 같은 인터넷 상거래 업체의 공세로 인해 2011년 4분기에 17억 달러나 적자를 내며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리더십의 부재는 베스트바이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죠. 2012년 8월 새로운 CEO로 위베르 졸리(Hubert Joly)를 선임했지만 과연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주요 관리자로 승진시킬 때 도덕적 정체성을 얼마나 염두에 둡니까? 그리고 여러분의 경영자와 관리자는 얼마나 도덕적입니까?



(*참고논문)

Katherine A. DeCelles, D. Scott DeRue, Joshua D. Margolis, Tara L. Ceranic(2012), Does Power Corrupt or Enable? When and Why Power Facilitates Self-Interested Behavior,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Vol. 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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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퓨처컨설팅의 경영자문 서비스   

2012. 9. 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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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입니다.


오늘은 여러분께 인퓨처컨설팅에서 제공하는 경영자문 서비스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단시간 내에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에 두꺼운 보고서를 던져주고 빠지는 방식이 아니라, 조직에서 매번 발생하는 경영상의 이슈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함께 논의하는 방식의 서비스가 바로 경영자문 서비스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법무나 노무 자문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그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경영자문 서비스는 핵심가치와 비전의 문제, 전략적 방향 설정의 문제, 조직 구성원 관리의 문제 등 경영자들이 매번 부닥치는 문제를 바로 대응하여 바람직한 해법을 논의하자는 취지를 가집니다. 


경영자문으로 모든 문제에 대해 '해답'을 얻게 될 거라며 과장할 의도는 없습니다. 컨설턴트가 선제적으로 해법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해답은 이미 조직 내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발굴해 내고 그것의 가능성을 탐색하며 합의해 가는 과정이 경영자문이라고 봅니다. 함께 토론하는 과정에서 바람직한 해법이 도출되리라 믿습니다.





인퓨처컨설팅은 지금까지 8개 기업에 이런 방식의 경영자문 서비스를 제공했고, 현재는 4개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경영자문 서비스의 내용과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경영자문이란?

경영자문은 단시간 내에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에 두꺼운 보고서를 던져주고 빠지는 방식이 아니라, 조직에서 매번 발생하는 경영상의 이슈를 청취하고 함께 고민하며 해결책을 논의하는 방식의 서비스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법무나 노무 자문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그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2. 경영자문 가능 분야

다음의 분야를  경영자문으로 서비스할 수 있습니다.

- 인사제도 수립 및 개선(평가, 보상, 승진, 직급체계, 인력계획, 교육, 경력개발 등)

- 비전 및 미션 수립

- 경영전략 수립 및 시나리오 플래닝

- 비즈니스 모델 재정립

- 기타, 조직 운영 관련 이슈


3. 경영자문 기간

- 상기 ‘자문 가능 분야’에서 경영자문을 받고자 하는 분야를 결정한 후에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 주시면, 유정식 대표가 찾아뵙고 Needs를 구체적으로 청취한 후에 자문에 필요한 기간을 산정합니다.

- 자문 기간은 고객사의 Needs에 따라 달라지며, 최소 기간은 2개월입니다.


4. 경영자문 방식

- 1개월에 2회 고객사를 방문하여 자문 미팅을 진행합니다.

- 1회 미팅시 2시간을 기본으로 합니다.

- 경영자문은 구두로 진행하는 것으로서, 별도의 documentation은 없습니다.


5. 경영자문 수수료

- 월 150만원 (부가세 별도, 각 월말에 청구)

- 실제 자문시간이 1개월에 4시간을 초과해도 7시간까지는 추가 청구하지 않습니다.

- 자세한 사항은 다음의 연락처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02-733-1568,  유정식 대표 010-8998-8868)


상기 내용과 함께 지금까지 진행한 주요 자문 사례에 관한 간략한 설명을 아래의 파일에 담았으니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인퓨처컨설팅 유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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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 앞에서 직원을 혼내지 마라   

2012. 9. 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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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의 심리학자인 리차드 펠슨(Richard B. Felson)은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과거에 정신병을 앓았던 자, 폭력 전과가 있는 자들을 대상으로 다른 사람들과 다투거나 주먹다짐을 벌였던 경험에 관해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1)  펠슨은 그 상황에서 응답자들이 어떤 조건에 놓였었는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정량적인 분석을 위해 응답자들이 경험한 사건의 상황은 다툼의 심각성 수준에 따라 4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첫째 '화가 났지만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던 때', 둘째 '말싸움을 벌였던 때', 셋째 '주먹이 오고갔지만 무기는 쓰지 않았던 때, 넷째 '무기를 사용했던 때'로 나뉘었죠.


펠슨은 응답자들에게 던진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중요한 시사점을 얻었는데 그 중 주목할 만한 것 중 하나는 동성끼리 다툼을 벌일 경우 단 둘이 있을 때보다 여러 사람들이 지켜볼 때 주먹다짐으로 번질 확률이 2배나 높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이것은 우리의 상식과 반하는 결과입니다. 우리는 보통 여러 사람들 앞에 있을 때는 다툼이 생기더라도 사람들 눈을 의식해서 어쩔 수 없이 참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 앞에서 상대방으로부터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 훼손된 자신의 평판이 대중에게 그대로 노출된다는 위협을 감지하게 됩니다. 항상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신경 쓰고 염려하는 인간은 평판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 불릴 만큼 명예를 소중히 여깁니다.  그래서 대중들이 버젓이 보는 앞에서 감행하는 폭력은 상대방으로부터 손상된 평판을 회복시키기 위한, 거의 본능에 가까운 행동입니다. 똑같이 모욕스러운 말도 단 둘이 있을 때는 말타툼으로 끝나겠지만 여러 사람들 앞에서는 주먹다짐으로 이어지거나 설령 폭력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분노의 강도는 훨씬 높을 수밖에 없죠. 실제로 미국에서는 폭력적 싸움의 3분의 2 가량이 공공장소에서 벌어지고 젊은이들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4분의 3으로 증가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펠슨의 연구는 부하직원의 잘못을 혼내고자 하는 상사에게 한 가지 귀중한 주의사항을 전해 줍니다. 바로 '절대로 다른 직원들 앞에서 혼내지 마라.'입니다. 물론 잘못을 저지른 직원이 여러 사람들 앞에서 모욕감을 느낀다고 해서 혼내는 상사에게 주먹을 날리는 하극상의 상황을 연출하기는 어렵겠죠. 그렇게 하면 상사로부터 깎인 평판이 '상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놈'이라고 동료직원들에게 각인되어 더 깎일 테니 말입니다. 이보다는, 혼내는 목적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함이든 아니면 욱하는 감정을 해소하기 위함이든 여러 사람들 앞에서 혼내는 행위는 부하직원으로 하여금 잘못을 뉘우치게 만들기는커녕 반항심과 분노를 극도로 상승시킨다는 게 문제입니다. 비록 잘못을 인정하고 싶더라도 사람들 앞에서 모욕감을 느꼈다는 것 때문에 자기합리화와 자기방어의 프로세스가 더욱 강화되어 급기야 자신의 잘못을 변호하거나 부정해 버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자존감을 타인으로부터 찾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심리학자 마크 리어리(Mark Leary)는 인간이 자신의 사회적 가치, 선행과 악행을 관찰하여 자존감을 형성하고 평판을 높이려고 시도한다고 말합니다.2)  타인이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반대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거부 의견을 밝히면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여러 연구를 통해 규명한 바 있죠. 여러 사람 앞에서 혼내는 행위는 짧은 시간에 자존감을 한꺼번에 깎아내리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물론 기대하는 행동의 변화는 결코 일어나지 않죠.


부하직원을 혼낼 일이 있으면 조용한 장소에서 단 둘이 만나야 합니다(동료 간의 다툼도 마찬가지). 여러 사람들이 다 보고 듣는 곳에서 야단을 쳐야 부하직원이 더 분발할 거라고 믿는 자(또 그렇게 행동하는 자)는 인간의 보편적 심리를 모르기에 유능한 관리자라 말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여러 사람 앞에서 야단을 맞는 부하직원의 입장이라면 어떨지, 역지사지하면 바로 느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혹여 과거에 사람들 앞에서 부하직원을 망심 주듯이 혼낸 적이 있다면 그를 조용히 불러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신으로 인해 깎여내려간 그의 자존감을 다시 채워주는 일은 관리자의 책무이기 이전에 인간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문헌)

1) Richard B. Felson(1982), Impression Management and the Escalation of Aggression and Violence, Social Psychology Quarterly, Vol. 45(4)

2) 존 휘트필드, <무엇이 우리의 관계를 조종하는가>, 김수안 역, 생각연구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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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알면 알수록 나쁜 결정을 한다   

2012. 9. 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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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브래드 바버(Brad M. Barber)와 테런스 오딘(Terrance Odean)은 증권 중개인들과 전화를 통해 주식을 사고 팔다가 온라인 주식 거래 방식으로 전환한 1,607명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투자 수익률과 투자 습관 등을 조사했습니다.1)  다소 복잡한 데이터 분석 방법을 썼기에 여기에 일일이 설명하기는 어려우니 그 결과만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연구 샘플에 포함된 투자자들은 전화로 거래하던 방식에서 시장 수익률보다 2%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헌데 온라인 거래 방식으로 전환하고 나니 그들의 평균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보다 연간 3%포인트 이상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또한 그들은 전화를 통해 투자할 때보다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거래했고 투기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주식 턴오버(turnover)율이 73.7%에서 95.5%로 증가했고, 투기성 턴오버율이 16.4%에서 30.2%로 상승한 것이 바로 증거였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한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바버와 오딘은 '지식의 환상(Illusion of Knowledge)'으로 이 결과를 설명합니다. 지식의 환상이란 무언가에 관한 데이터와 정보를 많이 알면 알수록 그것을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경향을 일컫는 말입니다. 투자자들은 온라인 거래 시스템을 통해 투자와 관련된 각종 수치와 그래프, 리서치 자료 등을 전화로 거래할 때보다 훨씬 많이 접하게 됩니다. 그 넘쳐나는 정보들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시장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과신을 주기에 충분하죠. 지식의 환상에 사로잡혀 자신이 내리는 투자 의사결정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여기며 투기성 투자의 실제 리스크를 낮게 평가합니다. 


우리는 좀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좀더 많은 정보를 찾아내면 미래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허나 이 또한 지식의 환상은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밀하게 보이는 수치들과 정량적 모델이 특정한 미래를 확신하도록 만들지 않는지 경계해야 합니다.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가 쓴 <승자의 편견>에서 언급된 AT&T가 단적인 사례입니다.2)  1980년에 AT&T는 세계적인 컨설팅사인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에게 2000년이 되면 전세계 휴대전화 사용자수가 얼마나 될지를 예측해 달라고 의뢰했습니다. 알다시피 맥킨지는 미국의 Top 5 MBA 출신이 아니면 들어가기 어려운, 소위 '두뇌 집단'이죠. 


맥킨지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광범위하고 복잡한 조사와 정밀한 정량 모델을 써서 2000년의 휴대전화 사용자는 전세계 통틀어 100만 명 밖에 안 될 거라 예측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AT&T는 휴대전화 사업 진출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를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 당시 휴대전화 사용자는 7억 5천만 명에 달했습니다. 예측치보다 무려 750배나 컸죠. AT&T는 휴대전화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잘못된 맥킨지의 예측 때문에 잃어버렸고 그 근본원인은 지식의 환상에 있었습니다.


많이 알수록 미래를 더 잘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적게 알아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많이 알면 알수록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대비하지 못한다는 것이 진짜 문제입니다. 수치와 각종 정보는 이미 지나온 과거에 대해서만 정확한 결과를 알려줄 뿐입니다. 그것들이 정확한 미래를 약속한다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오늘 내리는 의사결정이 지식의 환상으로 비롯된 '과도한 믿음'은 아닌지 숙고하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1) Brad M. Barber, Terrance Odean(2002), Online Investors: Do the Slow Die First?, The Review of Financial Studies, Vol. 15(2)


2)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 <승자의 편견>, 박여진 역, 생각연구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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