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할 때 손동작이 중요한 이유   

2026. 3.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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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두 명의 팀장이 동일한 내용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고 가정해 보세요. A 팀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가는데요, 손은 공손하게 모은 채로 책상 아래에 두고 있습니다. 반면에 B 팀장은 "우리 팀의 업무 범위를 이만큼 넓히고"라고 같은 내용을 말하면서 양손을 바깥으로 크게 벌려서 시각적인 인상을 줍니다. 그리고 "이 하나의 분야로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라고 말할 때는 양손을 중앙으로 힘차게 모으는 동작을 취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느 팀장의 말을 더 쉽게 이해하고, 누구를 더 신뢰하시겠습니까? 십중팔구 B 팀장에게 더 마음을 기울일 텐데요, 왜 그럴까요? 단순히 B 팀장이 더 열정적으로 보이기 때문일까요? 

많은 리더가 "전문가답게 보이려면 손을 많이 움직이지 말고 차분하게 말해야 한다"는 통념을 가지는데요, 하지만 와튼 스쿨(Wharton School)의 조나 버거(Jonah Berger) 교수 연구팀의 결과는 정반대를 권합니다. 버거는 손동작을 적절히 사용하는 화자가 그렇지 않은 화자보다 훨씬 유능하고 신뢰할 만하다고 조언합니다.

인지적 유창성(Cognitive Fluency)이란 말이 있는데요, 우리 뇌가 정보를 처리할 때 들어가는 에너지가 적을수록, 즉 '유창하게' 이해할수록 그 정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입니다. 언어라는 추상적인 정보를 손동작이라는 시각적 실체로 변환해줄 때 청중의 뇌는 훨씬 적은 노력으로 메시지를 완벽히 소화한다는 것이죠. 이 편안함이 발표자에 대한 신뢰로 이어집니다.

 



2008년에 스티브 잡스가 맥북 에어를 발표하던 장면을 기억합니까? 그는 "이 노트북은 얇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았죠. 서류 봉투에서 제품을 꺼내는 퍼포먼스를 보이면서 엄지와 검지로 노트북의 모서리를 잡아 맥북 에어의 '얇음'을 시각적으로 고정시켰습니다. 이 동작은 청중에게 '얇다'라는 개념을 뇌에 즉각 각인시켰고 맥북 에어는 트렌드를 이끄는 제품 반열에 올랐죠.

여러분이 앞으로 무언가를 제안한다면 "기존의 복잡한 절차를 단축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꼬여 있는 실타래를 푸는 듯한 손동작으로 취하거나, 단계를 하나하나 짚어주는 동작을 연출해 보세요. 그러면 상대방은 여러분의 제안이 '실행 가능하다'는 느낌을 훨씬 강하게 받을 겁니다.

어찌보면 설득은 '상대방의 머릿속에 내가 가진 그림을 그대로 복사해 넣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논리가 '2차원의 설계도'라면 적절한 손동작은 그 설계도를 '3D 모델링'이라고 할 수 있죠. 여러분의 손이 메시지를 제대로 그려내는지 연구해 보세요 아주 작은 손 동작만으로도 상대방은 여러분의 말을 20% 더 선명하게 기억할 것이고 여러분을 전문가라고 인식할 테니까요. 단, 손동작이 과도하거나 너무 잦으면 역효과가 나니 조심하기 바랍니다.(끝)


*참고논문
Cascio Rizzo, G. L., Berger, J., & Zhou, M. (2024). Talking with Your Hands: How Hand Gestures Influence Communication.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0022243725138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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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일단 입을 닫으세요   

2026. 3.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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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팀원들에게 묻는 회의 시간. 여러분의 머릿속에서 번뜩이는, 아주 완벽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이 떠오릅니다. 여러분은 속으로 칭찬 받을 것을 기대하며 아이디어를 설명하는데요, 이상하게도 아무도 호응하지 않거나 화제를 돌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지 않나요? 회의 시간이 끝날 때 여러분은 아마도 '왜 나의 좋은 해결책을 제대로 듣기조차 하지 않는 거야!'라며 화가 날 겁니다.

훌륭한 아이디어일수록 호응을 많이 얻을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자주 내는 사람은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라는 것을 상식처럼 알고 있을 텐데요, 아쉽게도 이는 상식이 아니라 착각에 가깝습니다. 사회심리학과 의사결정 과학의 연구에 따르면, 집단 속에서 '정답을 아는 것'이 곧바로 '영향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크고 작은 저항을 일으킬 뿐이죠. 왜 그럴까요?

패스트컴퍼니닷컴(Fastcompany.com)의 기사에 따르면, 에고의 위협(Ego Threat) 때문이라고 하네요. 이 말은 '누군가가 문제를 빨리 해결하면 다른 동료들은 상대적으로 자신이 작아진 듯한 느낌을 갖는다'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아이디어가 나빠서 거부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하나도 기여하지 않은 해결책을 강요받는 느낌이 들어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죠.

 



둘째, 사람들은 논리보다 지름길(Shortcuts)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기사는 지적합니다. 여러분 상당수가 그렇겠지만, 바쁘고 지친 상태일 겁니다. 그러나 어떤 아이디어와 해결책의 논리와 근거를 따지기보다는 누가 자신감 있게 말하는지, 누가 목소리가 큰지(발언권이 큰지) 같은 인지적 지름길에 의존하려 하죠. 그래서 누군가가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내면 뇌에 과부하를 느껴서 무의식적으로 그 아이디어를 밀어내려 합니다.

여기에서 여러분이 배워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요? 첫째,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해서 바로 발언해서는 안 됩니다. 동료들이 문제의 답답함을 충분히 느끼도록 내버려 주세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 그들의 발언과 여러분의 아이디어의 연결점을 언급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동료들이 '나도 아이디어에 기여했다'라는 느낌을 갖게 되어 여러분의 아이디어에 적극 호응할 겁니다. 아이디어의 질보다는 아이디어 제시의 타이밍을 먼저 염두에 두세요.

둘째, 아이디어를 다 보여주지 말고 10~15%는 남겨둬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제가 의아한 것은 이런 점인데요,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이걸 완벽하게 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라고 질문함으로써 나머지를 동료들이 채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죠. 아이디어 형성에 대해서 동료들이 일정 '지분'을 갖도록 하는 것이 협력을 이끌어내는 고도의 전략입니다.

당장 오늘 회의부터 이 두 가지를 실천해 보세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딱 5분만 늦게 말하고 동료들의 말을 경청하고,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덜 숙성된 형태로 내놓으세요. 여러분이 리더이든 팔로워이든 간에, 이런 전략이 팀워크를 최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릴 겁니다. (끝)


*참고기사
https://www.fastcompany.com/91503706/why-your-best-ideas-get-ignored-during-meet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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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건축가들이 AI를 멀리하는 이유   

2026. 3.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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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하던 건축 업계에서 최근 들어 다시 '연필과 종이'를 꺼내 드는 건축가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여러분도 알다시피, 미드저니(Midjourney) 같은 AI 렌더링 도구를 사용하면 단 몇 분 만에 벽돌의 질감과 창문에 비치는 햇빛의 각도, 심지어 건물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완벽하게 구현된 조감도를 뽑아낼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왜 건축가들은 번거로운 손 스케치로 돌아가는 걸까요?

Inc.com의 기사에 따르면, AI가 만든 완벽하고 극사실적인 이미지는 초기 설계 단계에서 오히려 '독'이 된다고 합니다. 클라이언트에게 AI가 만들어낸 완벽한 실사 이미지를 보여주면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아, 건축가가 이미 모든 결정을 내렸고 설계가 다 끝났구나"라고 착각한다는 것이죠. "좋긴 한데, 이 공간의 용도를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같은 상상력을 발휘해 제안하기가 어렵다는 점! AI가 아이디어의 창발을 원천봉쇄하는 꼴이라니!

 



이런 한계를 경험한 건축가들 상당수가 의도적으로 불완전한 손도면(Hand-Drawn Sketches)을 클라이언트에 내민다고 합니다. 연필로 그린 흔들리는 선, 목탄의 거친 질감, 수채화의 번짐 같은 '불완전함'과 '여백'은 클라이언트에게 안도감을 준다고 해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니, 내 의견을 더해도 되겠구나"라는 심리적 여유를 주는 것이죠. 이처럼 거친 스케치는 과정(Process)에 집중하게 만들어 관계를 형성하지만 AI 렌더링은 결과물(Output)에만 집중하게 만든다는 점, 이것이 손 스케치가 다시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의 일상적인 업무 환경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기획의 초기 단계에서 여러분이 아이디어를 제안해야 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AI의 도움을 받아서  완벽하게 세팅된 PPT를 들고 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동료들은 아이디어의 본질에 의문을 던지기보다 겉모습의 화려함과 완벽함에 현혹되기 쉽습니다. AI가 창의성과 협업을 가로막는 원인이 되죠.

지난 경영일기에서도 언급했지만, 혁신은 질문을 던지고 합의를 만들어가는 약간은 지저분한 과정 속에서 생겨납니다. 진정한 협업의 가치는 완벽하게 포장된 결과물이 아니라, 듬성듬성 비어있는 미완성의 여백 속에서 숨을 쉬죠. 건축가들이 왜 AI를 멀리하고 손 스케치로 돌아왔는지, 그 이유를 새겨보기 바랍니다. (끝)


*참고기사
https://www.inc.com/fast-company-2/why-architects-are-ditching-ai-renders-for-hand-drawn-sketches-again/91315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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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혁신을 망친다   

2026. 3.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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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팀원들이 내놓은 보고서들은 놀라울 정도로 깔끔하고 논리적이라는 느낌이 들 겁니다. 왜 그럴까요? AI를 활용해 작성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내용은 훌륭한데, 정작 "그래서 이 데이터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질문을 던지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모습을 자주 발견하지 않습니까? 겉은 그럴듯하지만 알맹이가 없는 듯한 '지식의 공동화' 현상. 이것이 지금 우리가 직면한 AI 시대의 그림자입니다.

흔히 지식이 더 자유롭고 쉽게 공유될수록 조직의 성과가 높아질 것이라 믿을 텐데요, 지식 공유가 마찰 없이(Frictionless) 너무 쉬워지면 오히려 지식 생산 자체가 중단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워릭 경영대학원의 제르커 덴렐(Jerker Denrell)은 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만약 누군가 고생해서 만든 지식을 아무런 노력 없이 그대로 복사해 쓸 수 있다면, 사람들은 스스로 지식을 생산하기보다는 남이 만든 것이나 AI가 제시한 것을 기다리는 '무임승차(Free-riding)'를 선택한다고 말이죠. 

이렇게 되면 조직 전체의 지식 수준은 각자가 각개전투로 공부할 때보다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퇴보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챗GPT, Gemini와 같은 도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미래 지식의 공급원을 스스로 차단하는 행위다 될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혹시 AI가 '집단지성'의 결정체라고 여깁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AI의 작동 원리는 '가장 확률이 높은 다음 단어'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즉, AI는 철저하게 '평균'을 지향하죠.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가장 보편적이고 안전한 답을 내놓는 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 과정에서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첫째, AI가 제시하는 비슷한 논리 구조로 사고가 모이게 됩니다. 조직 내의 '다양성'이 사라져 버리죠. 둘째, AI가 그럴듯한 논리로 결과를 내놓으면 인간은 그 논리적 허점을 파고들기보다 그저 수정하는 수준에 머뭅니다. 근본적인 이유,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I를 폐기하고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가야 할까요? AI를 정답지가 아니라 내 사고의 한계를 부수는 자극제로 활용해야 합니다. AI가 제시하는 답을 무작정 따르기보다 "AI가 어디까지 확장해서 답을 냈는지"에 주목해야 하죠.

예를 들어 "이 세탁기를 효과적으로 광고할 문구(카피)를 뽑아줘"라고 AI에게 질문했다고 가정해 보죠. AI가 제시한 여러 후보들 중에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고르려고 하지 마세요. 사람들이 광고 문구를 짜낼 때는 세탁기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주부, 1인가구 등)을 타겟으로 하는데 만약에 AI가 세탁물을 소비하는 사람(가족 구성원들)의 입장에서 광고 문구를 냈다면 "아, 우리가 그런 입장으로 카피를 만들어 본 적이 없구나!"라고 깨달아야 합니다. 이것이 AI를 창의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태도입니다.

말은 쉽지만 이런 태도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덴렐은 '흡수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흡수 역량이란 타인의 지식을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 사전에 갖추어야 할 기본 지식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AI가 짠 고급 프로그래밍 코드를 받더라도 내가 코딩의 기초를 모르면 그 코드를 내 업무에 맞게 수정하거나 응용할 수 없겠죠. '내가 먼저 충분히 공부해야 AI의 답을 창의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라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혁신은 '가장 확률 높은 평균값'을 내놓는 AI의 결과물이 아니라, AI가 내놓은 답의 허점을 찾아내거나 그 답을 기초삼아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를 획득할 수 있는 '흡수 역량'에서 비롯됩니다. 기초지식과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AI 지식을 쌓아올리는 것은 그저 언젠가는 무너질 모래성입니다.


*참고논문
Denrell, J., Luukkonen, J., Chater, N., & Liu, C. (2026). The Need For Absorptive Capacity Alleviates the Free-Rider Problem in Knowledge Production. Available at SSRN 6093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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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목표가 혁신을 망친다   

2026. 3.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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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두 팀이 있다고 가정해 보세요. A팀의 회의실은 평화롭고 정돈되어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목표와 해결할 문제가 첫날부터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고, 팀원들은 화이트보드에 일사불란하게 세부 실행 계획과 타임라인을 그리고 있습니다. 

반면, B팀의 회의실은 완전히 딴판입니다. "우리가 진짜 풀어야 할 문제가 도대체 뭡니까?", "그건 너무 표면적인 접근 아닌가요?" 팀원들은 모호한 상황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백지상태에서 치열하게 논쟁만 벌이고 있습니다. 당장 내일 해야 할 일조차 정해지지 않았고, 한두 명은 딴청을 피우는 중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팀이 혁신적인 결과물을 창출하리라 기대합니까? 누군가가 돈을 걸라는 제안을 하면 십중팔구 일사불란하고 깔끔하게 출발한 A팀에 베팅하겠죠.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처음부터 문제가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낭비를 줄이고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믿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면 여러분이 오랜 상식이 깨지고 말 겁니다. 깔끔하고 완벽한 출발이 오히려 혁신의 기운을 저해하고, 오히려 '지저분하고 모호한(Messy)' 시작이 엄청난 혁신을 낳을 수 있으니까요.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에 실린 크롬웰(J. R. Cromwell)의 논문은 '엉망진창인 팀'에 숨겨진 힘을 증명합니다. 크롬웰은 모 다국적 기업의 연례 혁신 대회에 참가한 수백 개의 프로젝트 팀을 심층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애초에 문제 정의가 깔끔하게 주어졌던 팀들보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문제의 정의 자체가 모호하여 갈팡질팡했지만 프로젝트 중반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 문제를 명확하게 규명해 낸 팀들의 혁신 성공률이 훨씬 높았던 것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시작부터 문제가 명확하게 쥐어지면 팀원들은 '이 문제가 과연 우리가 풀어야 할 진짜 문제인지'를 더 이상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가장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빨리 푸는 '실행의 효율성'에만 집착하죠. 이런 태도는 점진적인 개선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상식의 세상을 뒤집는 혁신과는 거리가 멉니다. 

반면, 초기부터 모호함과 혼란은 겪은 팀원들은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워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을 접하게 됩니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진짜 원인(Root Cause)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부딪히고, 실패하고, 격렬하게 토론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인지적 다양성'이 폭발하죠. 이것이 혁신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크롬웰은 설명합니다.

사례를 들어볼까요? 모 IT 기업에서 '쇼핑몰 장바구니 결제 포기율을 10% 낮춰라'라는 명확한 미션을 받은 팀은 결제 버튼의 색상을 눈에 띄게 바꾸거나 페이지 로딩 속도를 0.1초 줄이는 등 기존 프로세스의 최적화에만 매달렸습니다. 문제가 명확하니 그저 소폭의 수치 개선에 그치고 말았던 것이죠.

반면, '최근 MZ세대 고객들이 우리 서비스에서 이탈하는 근본 원인을 찾고 해결하라'는 모호한 미션을 받은 팀은 어땠을까요? 처음 1개월 내내 "우리의 경쟁력이 무엇이냐",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이냐"를 두고 팀원들은 갈팡질팡했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행동 패턴을 끈질기게 관찰하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프로젝트 중반부를 지날 무렵, 이들은 문제가 장바구니나 결제창의 UI가 아니라 '탐색 과정에서의 타인과의 소통 부재'라는 진짜 문제를 정의해 냈습니다. 결국 친구들과 쇼핑 리스트를 공유하며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완전히 새로운 소셜 커머스 기능을 개발해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이끌어냈다고 합니다. 

혁신으로 가는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끄럽게 포장된 고속도로가 아닙니다. 오히려 덤불이 우거진 정글을 이리저리 헤치며 스스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탐험에 가깝습니다. 리더와 팀원 모두 프로젝트 초기의 혼란과 의견 충돌을 '준비 부족'이나 '무능함'으로 치부하여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다양한 생각이 부딪히며 낡은 가고의 틀을 깨고 진짜 문제를 찾아가는 가장 건강한 진통이자, 엉망진창인 팀만이 가질 수 있는 숨겨진 힘이니까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우리가 지금 해결하려는 이 문제가 '진짜' 문제일까? 혹시 우리가 놓친 더 크고 모호한 본질이 뒤에 숨어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세요. 그리고 팀원들과 치열하게 논쟁하세요. 문제 자체의 깔끔함과 명확함에 매몰되지 말고요. (끝)
 

* 참고논문
Cromwell, J. R., & Harvey, J. F. (2026). The Hidden Power of Messy Teams. MIT Sloan Management Review, 67(3), 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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