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회사들이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로 종종 직원들에게 여행 상품이나 전자제품과 같은 비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어떤 직원들은 "현금으로 주면 더 좋을 텐데..."라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하죠. 여러분이 만일 비금전적 보너스와 금전적 보너스 중에 무엇이 더 마음에 드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아마도 대다수가 금전적 보너스(현금)를 선호한다고 말하겠죠. 그도 그럴 것이, 현금은 여러 가지를 구매할 수 있는 '대체 가능성(Fungibility)'이 매우 높지만, 여행 상품이나 물품은 다른 것으로 바꾸기가 아주 어렵기 때문이죠.
경영자 입장에서는 섭섭한 마음일 겁니다. 경영자는 이러한 직원들의 반응을 보고 다음부터는 '돈 쓰고 욕 먹을 바에야' 돈으로 보너스를 주자고 마음 먹겠죠. 그러나 빅토리아 샤퍼(Victoria A. Shaffer)가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금전적 보상에 쏠리는 직원들의 선호를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지 말아야 합니다. 현금을 좋아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여행 상품이나 물품과 같은 비금전적 보너스에 더 큰 의미를 둔다는 것이죠.
(출처 : http://office.microsoft.com/ko-kr/images/)
샤퍼는 190명의 학생들에게 졸업 후 연봉 3만 5천 달러의 직장에 취직한 상황을 상상하게 하고는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 1500달러 현금 보너스에 얼마나 만족할지 평가하게 했습니다. 두 번째 그룹에게는 홈 오디오 시스템, 소니 51인치 와이드 스크린 HDTV, 웨스턴 캐리비언 크루즈 5박 6일 여행권 등 1500달러 상당의 비금전적 보너스 프로그램 중 하나를 택하는 조건을 얼마나 만족할지 평가하도록 했죠. 이와 달리 세 번째 그룹에게는 1500달러의 현금 보상과 1500달러 상당의 비금전적 보상을 비교하여 어느 쪽을 더 원하는지 물었습니다. 즉, 첫 번째 그룹과 두 번째 그룹은 오직 금전적 보상 아니면 비금전적 보상에 대한 선호도를 따로 평가했지만(separate evaluation, SE), 세 번째 그룹은 금전적 보상과 비금전적 보상을 같이 놓고 평가했던 겁니다(joint evaluation, JE).
결과는 어땠을까요? SE 조건에서 전반적으로 비금전적 보상을 받는 학생들은 금전적 보상을 받는 학생들에 비해 선호도가 뚜렷하게 높았습니다. 하지만 JE 조건에서는 비금전적 보상보다는 현금을 더 선호한다는 대답이 63퍼센트나 됐습니다. 금전적 보상과 비금전적 보상을 각각 따로 상정할 때는 비금전적 보상을 선호했지만, 둘을 같이 평가하도록 하자 금전적 보상을 더 선호했던 겁니다. 소위 '선호의 역전' 현상이죠.
이 실험에서 비금전적 보상 프로그램으로 제시했던 것은 실용품이라기보다는 '향락'을 위한 사치품이었죠. 만일 잔디깎기 기계, 식기세척기, 오븐 등과 같이 실용성 높은 물품을 제공한다면 선호도가 어떻게 될까요? 샤퍼가 비슷한 방식으로 실험을 해보니, 참가자들은 SE 조건에서 금전적 보상보다 비금전적 보상(실용품)에 더 높은 선호도를 나타냈습니다. JE 조건(금전적 보상과 비금전적 보상을 같이 보며 평가하는 조건)에서는 현금과 비금전적 보상(실용품)을 거의 비슷하게 선호했습니다. 사치품을 비금전적 보상으로 제시할 때는 현금을 더 선호했지만, 실용품을 비금전적 보상으로 제시했더니 현금과 비슷하게 좋아했던 겁니다.
그렇다면 금전적 보너스와 비금전적 보너스를 각각 따로 제시 받을 경우, 사람들이 예상하는 즐거움, 만족, 행복의 수준은 어떨까요? 후속실험에서 85명의 참가자들을 반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현금 보상만을, 두 번째 그룹에게는 HDTV, 크루즈 여행 상품과 같은 비금전적 보상만을 제시하고서 그 보상을 받은 후에 얼마나 즐거울지, 얼마나 만족스러울지, 얼마나 행복할지를 물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비금전적 보상을 제시 받은 참가자들의 즐거움, 만족, 행복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샤퍼가 실제 기업에서 일하는 150명의 직원들에게 설문을 돌려 조사한 결과도 비금전적 보상이 금전적 보상보다 낫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비금전적 보상을 받는 A라는 직원과 현금 보상을 받는 B라는 직원이 있을 때 '당신은 둘 중에 어떤 사람이길 원하느냐?', '보상을 받기 위해 누가 더 열심히 일할 것 같냐?'는 질문을 던지니 예상했던 바와 같이 설문 참가자들은 현금 보상을 받는 B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누가 더 오랫동안 자신이 받은 보상을 즐거워 할 것 같냐?', '친구에게 자신이 받는 보상을 누가 더 자랑할 것 같냐?'는 질문에는 비금전적 보상을 받는 A라는 대답이 더 많았죠. 이는 비금전적 보상이 사람들의 '정서적 측면'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지금까지의 실험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사람들은 비금전적 보너스와 금전적 보너스를 함께 놓고 선택할 때는 금전적 보상(현금)을 더 선호하지만, 각각 독립적으로 평가할 때는 비금전적 보상을 더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보상의 '의미 부여' 차원에서는 비금전적 보너스(사치품이든 실용품이든)가 현금 인센티브보다 훨씬 낫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 결과를 어떻게 제도에 반영해야 할까요? 모든 현금 보너스를 비금전적 보너스로 대체해야 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직원들이 '현금으로 보상 받기를 기대하는 시점이나 상황'에서 비금전적 인센티브를 제시하면 오히려 만족도가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위의 실험에서 JE 조건에 해당되니 말입니다. 직원들이 금전적 보너스와 비금전적 보너스를 메뉴 위에 같이 올려 놓고 상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비금전적 보너스가 낫다는 점으로 샤퍼의 실험 결과를 해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현금 보너스를 운영하지 않는 기업이라면 직원들에게 비금전적 보너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낫겠죠.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줄 때 '돈으로 줄까, 상품으로 줄까'란 문제는 경영자의 골치를 꽤나 아프게 하는 문제입니다. 샤퍼의 실험 결과를 현명한 판단의 길잡이로 삼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Shaffer, V. A., & Arkes, H. R. (2009). Preference reversals in evaluations of cash versus non-cash incentives. Journal of Economic Psychology, 30(6), 859-872.
'[경영] 컨텐츠 > 인사전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봉이 모두 공개된다면 어떻게 될까? (6) | 2013.04.08 |
---|---|
현금 보너스가 좋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0) | 2013.03.20 |
연봉이 높으면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2) | 2013.03.05 |
오후 늦게 면접 보면 불리한 이유 (1) | 2013.02.25 |
다다익선이 목표 달성에 해가 될 수도 있다 (0) | 2013.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