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피드백이 독이 될 수 있다   

2013. 2. 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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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서 무언가를 처음 배우는 사람과 무언가에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람에게 각각 피드백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들에게 어떤 식의 피드백이 좋을까요? 잘한 점을 칭찬하고 용기를 북돋워야 할까요, 아니면 부족하고 미진한 면을 지적해야 할까요?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피드백의 양상이 달라지겠지만, 스테이시 핑켈스타인(Stacey R. Finkelstein)은 피드백 받는 사람이 어떤 지식이나 기술 분야의 초심자일 때와 어느 정도 전문 수준에 올라온 숙련자일 때 각각 피드백 양상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초심자에게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숙련자에게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해야 피드백 받는 사람의 몰입과 개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핑켈스타인은 먼저 프랑스어 수업에 등록한 87명의 대학생을 프랑스어 초보자 레벨과 고급 레벨로 나눈 후에 어떤 성향의 강사에게 수업을 받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첫 번째 강사는 프랑스어 단어를 잘 발음하고 잘 쓸 때마다 '잘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었고, 두 번째 강사는 학생의 발음과 단어 사용이 잘못될 때마다 무엇을 실수했는지 지적해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답변을 분석해 보니, 초보자들은 긍정적 피드백을 해주는 강사와 부정적 피드백에 능한 강사를 비슷한 정도로 선호했고, 고급 레벨의 학생들은 긍정적 피드백을 해주는 강사보다는 부정적 피드백을 해주는 강사를 더 많이 선호했습니다. 어떤 분야의 지식과 스킬이 쌓일수록 스스로를 전문가로 인식시키기 위해 '건설적인' 부정적 피드백에 점차 관심을 가진다는 뜻입니다.


후속 실험에서 핑켈스타인은 교내 환경 단체의 활동에 참여했던 학생들(숙련자)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초보자)들을 모집하여 그들에게 자신이 환경 보호를 위해 하는 일들(쓰레기 분리배출, 물 아껴쓰기 등)을 5~10가지 정도 적어보라고 요청했습니다. 학생들이 쓴 글은 '환경 컨설턴트'로부터 피드백을 받게 될 거라고 알렸죠. 하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이 써낸 글의 내용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긍정적 피드백과 부정적 피드백을 할당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실험 참가 수고료로 25달러를 딸 수 있는 복권이 주어졌는데, 핑켈스타인은 복권이 당첨되면 그린피스(Greepeace)에 얼마나 기부하겠는지 물었습니다. 초보자들은 긍정적 피드백을 받을 때는 8.53달러를, 부정적 피드백을 받을 때는 2.92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숙련자들은 긍정적 피드백을 받을 때 1.24달러를, 부정적 피드백을 받을 때는 8.53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초보자는 긍정적 피드백에, 숙련자는 부정적 피드백에 마음이 더 많이 '움직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예전에 해본 적 없는 새로운 과제를 배워가는 과정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피드백해야 할까요? 위의 실험을 보면 처음 배울 때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야 하고 점차 익숙해질수록 차차 부정적 피드백을 늘려가야 실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그러한지 핑켈스타인은 독일어를 전혀 알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독일어 타이핑 과제를 부여했습니다. 


화면에 나오는 독일어 문장을 똑같이 타이핑하는 과제였는데, 학생들이 얼마나 빨리, 얼마나 정확하게 문장을 타이핑하는지를 측정하면서 한 문장을 완료할 때마다 결과를 학생들에게 피드백했습니다. 학생들은 각각의 피드백 메시지를 보고 '내가 얼마나 목표(독일어 문장 잘 타이핑하기)에 충분히 다가가고 있는지', '내가 얼마나 이 과제에 대한 나의 스킬에 관심을 가지는지'를 평가해야 했습니다. 각각 향상도와 몰입도를 평가하기 위함이었죠.


학생들은 모두 15개 문장을 완성해야 했는데 문장이 늘수록 점차 독일어 타이핑에 숙련됐겠죠. 핑켈스타인은 학생들이 두 번째 문장을 타이핑할 때(초보자일 때)와 15번째 문장을 타이핑할 때(숙련자일 때)의 향상도와 몰입도를 비교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몰입도를 살펴보면, 초보자일 때는 긍정적 피드백일 때 높았고 숙련자일 때는 부정적 피드백일 때 높았습니다. 향상도에 대해서도 비슷한 패턴이었습니다. 이 결과는 예전에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과제를 시작할 때는 용기를 주는 긍정적 피드백이 유용하고 점차 과제를 익숙하게 진행시킬 때는 부정적 피드백을 늘려가는 것이 과제의 성과와 수행하는 사람의 몰입에 유용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핑켈스타인의 연구는 피드백 받는 사람의 스킬 수준을 무시하고 무조건 긍정적 피드백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옳지 않음을 지적합니다. 피드백해야 하는 분야에서 어떤 수준의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긍정적 피드백과 부정적 피드백을 잘 섞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줍니다. 초보자에게는 긍정적 피드백을, 숙련자에게는 부정적 피드백을 위주로 하라는 말이죠. 하지만 부정적 피드백을 해야 한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라는 뜻은 아닙니다. '더 잘하기 위해서' 고쳐야 하는 점을 부드럽게 전달해야겠죠.


'고객 니즈'에 따라 제품을 설계하듯, 피드백 받는 자가 어떤 위치에 있는가에 따라 피드백의 성격도 달라져야 합니다. 초보자에게 부정적 피드백을 해서 '난 안 되겠어'라는 좌절을 안겨 주거나, 숙련자에게 긍정적 피드백을 남발해서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말만 해주네'라는 실망을 주거나 '잘 한다고 하니 이쯤에서 만족하자'는 자만심을 키워주면 안 되겠죠. 긍정적 피드백이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이래저래 피드백은 쉽기도 하면서 참 어렵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피드백을 주로 받습니까?



(*참고논문)

Stacey R. Finkelstein, Ayelet Fishbach(2012), Tell Me What I Did Wrong: Experts Seek and Respond to Negative Feedback,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Vol.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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