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알보르크 대학의 마이클 달(Michael S. Dahl)과 연구자들은 덴마크의 노동시장 관련 데이타베이스에 수록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달이 분석한 데이터는 1996년부터 2006년 사이에 존재한 10,655개 기업들에 관련된 것들이었는데, CEO의 자녀 수와 성별, 자녀의 나이 뿐만 아니라 CEO 자신과 직원들의 임금, 연령, 성별, 결혼 여부 등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가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달은 이 데이터를 통해 CEO가 자식을 가지게 되면 직원들의 임금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회귀분석 등의 방법을 통해 살폈습니다.
다소 복잡한 분석을 통해 도출된 결과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달이 첫 번째로 발견한 사실은 CEO(이후 언급하는 CEO는 모두 남자임)가 아들을 낳게 되면 직원들에게 임금을 0.4퍼센트 정도 덜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0.4퍼센트 정도면 1년에 약 200달러 정도에 해당되는 돈입니다. 이것 뿐만 아니라, CEO가 아들을 낳으면 임금이 줄어드는 효과는 남성 직원들에게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CEO가 아들을 낳으면 여성 직원들에게는 0.2퍼센트의 부정적인 효과가 가해졌지만 남성 직원들에게는 부정적인 효과가 0.5퍼센트나 됐죠.
반면, CEO가 딸을 낳게 될 때는 직원들의 임금에 가해지는 부정적인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거나 반대로 나타났습니다. 남성 직원에게는 0.1퍼센트의 부정적인 영향이 가해졌지만 여성 직원의 임금에는 오히려 0.1퍼센트의 긍정적인 효과가 발견됐으니 말입니다. 차이가 미미하긴 하지만, CEO가 딸을 낳으면 남성 직원의 임금은 줄어들지만 여성 직원의 임금은 (아주 작지만) 늘어난다는 뜻이죠. 게다가 CEO가 처음 낳는 자식이 딸일 경우에는 여성 직원의 임금이 0.8퍼센트 가량(1년에 약 333달러)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이런 '첫딸 효과'는 남성 직원에게는 발견되지 않았죠.
달은 추가 분석을 통해 CEO가 자식(아들이건 딸이건)을 낳으면 CEO 자신의 실질임금이 4.9퍼센트 상승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아들을 낳을 때는 6.3퍼센트, 딸을 낳으면 3.5퍼센트의 임금 상승이 일어났죠.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자녀를 낳으면 직원들의 임금이 줄어들고 CEO 본인의 실질임금은 상승하는 까닭은 자식을 부양하는 데 따르는 비용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압박을 받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아들을 키우는 비용을 딸을 키우는 비용보다 크게 느낀다는 건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왜 여성 직원에게는 CEO가 자식을 낳은 후 임금이 줄어드는 부정적인 효과가 덜 나타나는 걸까요? 특히 CEO가 딸을 낳을 경우에는 여성 직원의 임금이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남성 직원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을 보이는 걸까요? 그 이유는 명확치 않습니다. 부족을 이루어 살던 때의 '공동 육아' 습성이 이어져 내려온 결과가 아닐지, 혹은 육아를 여성의 역할로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은 아닐지, 진화심리학적으로 유추해볼 뿐입니다. 실제로 여성 직원이 CEO 자신의 육아를 도와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말입니다.
CEO가 자식을 낳으면 그게 직원들의 임금에 부정적 혹은 긍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달의 연구 결과는 CEO가 개인적으로 어떤 처지에 놓이느냐에 따라 (회사의 임금 여력과 별로 상관없이) 직원들의 임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달의 연구에서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CEO가 자신의 집을 짓는다는지 자식들을 유학 보낸다든지 등처럼 돈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직원들의 임금은 어떻게 될까 궁금해집니다. 달의 연구를 보니 개인의 심리가 조직 운영에 매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새삼 느낍니다.
여러분의 CEO가 최근에 자식을 낳았습니까? 여러분의 임금은 어떻게 될까요?
(*참고논문)
Michael S. Dahl, Cristian L. Dezso, David Gaddis Ross(2012), Fatherhood and Managerial Style: How a Male CEO’s Children Affect the Wages of His Employee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Vol. 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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