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마지막에 면접 보는 것이 유리한 이유   

2013. 1. 1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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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이 지원자를 차례로 면접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객관적으로 세 명의 지원자는 실력도 비슷하고 소위 '스펙'도 얼추 비슷합니다. 서로 시간 간격을 두고 차례로 세 명을 인터뷰한다면 여러분은 그 중 누구에게 높은 점수를 줄 것 같습니까? 처음에 인터뷰한 사람인가요, 마지막에 인터뷰한 사람인가요? 아니면 중간에 인터뷰한 사람? 아마도 여러분은 세 명의 지원자 중 가장 적절한 사람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인터뷰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하겠죠.


그러나 실제로는 맨 마지막에 인터뷰한 지원자를 선호할 것입니다. 이는 시카고 대학교의 예 리(Ye Li)의 실험 결과로부터 유추할 수 있습니다. 리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좋은 대안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때는 마지막에 제시된 대안을 선호하고, 나쁜 대안들 중에서 하나를 택할 때는 맨 처음에 나온 대안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리는 미리 여러 사람들의 평가에 의해 인정 받은 좋은 그림 세 개를 무작위 순서로 실험 참가자들에게 각각 8초 간 보여준 후에 어떤 그림을 가장 선호하는지 물었습니다. 시간 간격을 두기 위해 중간에 애너그램 게임을 하도록 했죠.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사전에 많은 사람들이 나쁜 그림이라고 평가한 그림 세 개를 역시 차례로 보여주고 가장 선호하는 그림을 고르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좋은 그림들을 본 참가자들은 가장 마지막에 본 그림을 선호했고, 나쁜 그림들을 본 참가자들은 가장 처음에 본 그림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리는 20초씩 편집된 '좋은 노래' 3곡과 '나쁜 노래' 3곡을 들려주고, 또한 '맛이 요상한' 젤리빈 3가지와 '맛 좋은' 젤리빈 3가지를 시식하도록 한 후에 동일한 방식으로 평가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역시나 참가자들은 좋은 노래들 중에서는 가장 나중에 들은 노래를 선호했고 나쁜 노래들 중에서는 가장 처음에 들은 노래를 선호했습니다. 젤리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죠. 이 결과들은 지원자들을 인터뷰할 때 가장 마지막에 만난 지원자에게 높은 점수를 줄 가능성이 높음을 일러 줍니다(대개의 채용 인터뷰는 '좋은 대안'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


하지만 면접관들이 지원자들에게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리는 참가자들에게 2005년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참가한 미인들의 얼굴을 사전에 보여준 후에 보통 정도의 매력도를 가진 여성의 사진 3장을 차례로 제시했습니다. 미(美)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가진 상태에서 참가자들은 맨 처음에 제시된 여성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대로, 유전적인 이유로 안면이 손상된 여성의 사진을 먼저 보여준 후에 역시 보통의 매력을 지닌 여성 사진 3장을 제시했더니 참가자들은 맨 나중에 본 여성을 선호했죠. 이 결과는 면접관이 지원자들에게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가장 처음에 인터뷰한 지원자에게, 반대로 지원자들에게 별로 기대하지 않는 경우에는 가장 마지막에 만난 지원자에게 높은 점수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대안들 자체의 특성보다는 각 대안이 제시된 순서가 선호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리의 실험 결과는 우리가 선택한 대안이 과연 옳은지 의문을 갖게 합니다. 사실 우리는 경험적으로 이런 '최신 효과(Recency Effect)'를 알고 있습니다. 리에 따르면, 지금까지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에 선정된 25편의 영화 중 21편이 하반기에 출시된 것이고, 무려 12편이 연말에 개봉된 영화입니다. 심사위원들이 최근에 개봉된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죠. 혹은 경험적으로 '최신 효과'를 알고 있는 영화 제작자들이 일부러 연말에 영화를 개봉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대안들 중에서 하나를 고를 때 마지막까지 선택하지 말고 기다려 보자는 전략이 그리 좋은 전략은 아닙니다. 마지막에 본 것이 대개 좋아 보일 테니 말입니다. 어쨌든 우리가 무언가를 평가하거나 선택할 때 '최신 효과' 혹은 '초두 효과'에 휘둘리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살펴볼 일입니다. 



(*참고논문)

Ye Li, Nicholas Epley(2009), When the Best Appears to Be Saved for Last: Serial Position Effects on Choice, Journal of Behavioral Decision Making, Vol. 22: 378-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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