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2009. 3. 2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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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아쉽게 우리 팀이 졌습니다. 병원에서 이 경기를 아침 10시부터 지켜보느라 점심 먹는 것도 잊은 채 몰입해서 더욱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감독 선임, 선수 선발, 메이저 리그 팀의 간섭 등 여러 가지 악재에도 불구하고 4강을 넘어 준우승까지 한 대표팀에게 커다란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최선을 다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이기면 좋죠. 그렇지만 일본처럼 더티한 플레이를 하면서까지 이길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에게 우승을 자축하도록 그냥 놔두세요. 누구도 공감하지 못하는 승리라면, 진 것만도 못하죠. 그렇게 자기네끼리 얼싸안고 좋아 하도록 나둡시다. ^^

아니, 그렇게 따돌리지 말고 같이 기뻐하고 잘했다고 등을 두드려 줍시다. 그게 김인식 감독의 스타일이니까요.

최선을 다한 선수들. 그들은 비록 프로선수들이지만 아마츄어리즘이 살아있는 우리 대표 선수들을 보면서, 미국식 개인주의보다는 조직을 먼저 생각하고 그 범위 안에서 자신의 기량을 최대로 기여하려는 우리나라 토종의 단결력이 더 우수한 가치임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다음 WBC에서 다시 한번 선전해 줄 것을 부탁합니다. 아니, 일단은 WBC 따위는 다 잊으세요.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그저 당분간 좀 쉬었다가 2009년 시즌에 임하십시오. 이미 그대들은 챔피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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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감독은 왜 베네수엘라를 선택했을까?   

2009. 3. 2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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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재미삼아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을 사용해서 일본과의 경기 전략을 예상한 사례입니다. 예상 시점은 경기 시작 전인데, 저의 야구지식이 일천하니 이 글은 시나리오 플래닝의 이해를 목적으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알다시피 지난 3월 20일(금), 대한민국과 일본과의 제2라운드 순위 결정전이 있었다. 일본과 벌써 4번째 격돌하는 거라서 '또 일본이야?'라는 식상함 때문에, 또 이미 4강 진출이 확정됐기 때문에 경기를 보는 흥미가 이전 경기 만큼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져도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일본의 코를 한번 더 납작하게 해 놓고 준결승전에 나가기를 많은 국민들이 은근히 바랬을 거다. 이왕이면 이기는 게 좋으니까 말이다.

나는 그날 하루 종일 진행되는 모 회사의 워크샵(시나리오 플래닝) 때문에 중계방송을 보지 못했다. 다행히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장소라서 휴식 시간마다 인터넷으로 득점 상황을 체크하면서 경기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워크샵 참여자들도 각자 요령껏 접속해보는 모양이었으나, 내가 그들에게 힘든(?) 워크샵 과제를 부여한 터라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날 내가 진행해야 했던 워크샵 주제가 시나리오 플래닝이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는 워크샵 장소로 이동하는 지하철에서 김인식 감독이 고민했을 시나리오를 생각해 봤다. '과연 그는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는 전략을 취할 것인가, 아니면 지는 전략을 취할 것인가? 이기면 조1위가 되어 미국과, 지면 조2위가 되어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을 치러야 한다. 두 팀 모두 메이저 리거가 주축이라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가진 팀이다. 김인식 감독은 둘 중 어떤 팀을 선택할 것인가?'... 라고 말이다.

4강 진출이 확정된 터라 무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순위결정전에서 패해도 상관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민족감정을 자극하는 일본과의 경기인데다가, 열렬한 성원을 보내는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일부러 지는 전략'을 구사하다가 자칫 콜드게임으로 대패하는 상황이 또 연출될 경우에 국민들로부터 사정없는 지탄을 받아야 하고 준결승전을 임하는 선수들의 사기도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지더라도 '잘 져야 하는' 부담이 있다. 과연 이런 딜레마를 김인식 감독이라면 어떻게 풀어갈까?

나는 자연스레 시나리오 플래닝의 맨 처음 단계인 '핵심이슈 선정'으로 생각을 전개했다. '그래, 맨 먼저 핵심이슈를 찾아야 해. 다시 말해, 이 시점(일본과 경기를 치르기 전)에 김 감독의 머리 속을 가장 고민스럽게 만드는 질문은 무엇일까? 맞아! 핵심이슈는 바로 이거야!'

핵심이슈 : 준결승전을 승리하기 위해 일본과의 2라운드 순위결정전을 이겨야 할까, 져야 할까?

핵심이슈에 대한 답을 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찾아내서 시나리오들을 도출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미래에 펼쳐질 여러 상황들을 감안함으로써 전략의 실패 가능성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김인식 감독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을지도 모를 '불확실성'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두 팀의 전력을 불확실성이 큰 요인들로 판단했다. 물론 두 팀은 메이저 리거가 즐비한 팀이라서 객관적인 전력이 막강한 것이 확실하나, 단기전의 특성상 투수력과 수비력으로 경기 결과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우리 팀에 대한 '그들의 상대적인 전력'은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했다. 그날의 전력은 '붙어봐야' 알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로 꽉 찬 지하철에서 다음과 같이 두 팀의 전력을 핵심변화동인(불확실성이 매우 큰 요소)으로 선정한 후에, 4개의 시나리오를 머리 속으로 그려봤다. 그렇게 해야 그나마 만원 지하철의 고통을 덜 수 있었다. 여기서 '전력'이란 우리나라 팀과의 상대적인 '그날의 전력'을 의미하니 오해 없기 바란다.

    시나리오 No.     시나리오명    베네수엘라 전력    미국 전력 
          1     '강베 강미'     강하다     강하다
          2     '강베 약미'     강하다     약하다
          3     '약베 강미'     약하다     강하다
          4     '역베 약미'     약하다     약하다

이 4개의 시나리오에 대해 김인식 감독이 택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은 무수히 많겠지만, 결국 2가지로 귀결된다. 즉, 일본에 '이기는 전략'과 '지는 전략'이다.

전략 1 : 일본에 '이기기' = 즉, '미국과 준결승을 치르기'
전략 2 : 일본에 '지기'    =  즉,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을 치르기'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시나리오들과 전략들과의 적합성을 판단해서 '최고의 전략대안'을 선택하는 과정이 있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적합도 판단기준'를 결정해야 한다. 즉, 어떤 기준으로 전략의 적합성을 평가할 것이냐를 정해놔야 한다.

만원 지하철에서 나는 가까스로(?) 다음과 같은 적합도 판단기준 2개를 생각해 냈다. 김인식 감독이 명감독이라면, 일본과의 2라운드 순위 결정전에 임하면서 준결승전 뿐만 아니라 결승전도 염두에 둔 전략을 구사할 거라 예상됐기 때문이다. 또한, 투수력을 판단기준으로 본 이유는 WBC의 이상한 '투구수 규정' 때문에 팀의 투수력을 얼마나 알뜰하게 관리하느냐가 승리요소이기 때문이다.

적합도 판단기준 1 : '준결승전을 위한 투수력 비축'
적합도 판단기준 2 : '결승전을 위한 투수력 비축'

이제 위에서 정한 2개의 전략 중에 어떤 것이 최고의 전략인지 평가 내릴 시간이다. 콩나물 시루 같은 지하철이라 필기를 할 수 없었던 탓에, (죄송하지만) 앞사람의 뒷통수를 가상의 엑셀 시트라 생각하고 암산하기 시작했다. 암산이 젬병이라서 상상 속에서 그 분의 뒷통수를 지우고 또 지워야 했다. 평가 점수는 평가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내 판단은 다음과 같았다.

적합도 판단기준 1 : '준결승전을 위한 투수력 비축' 으로 평가 내린 결과
        시나리오      전략 1 : 일본에 이기기
     (미국과 준결승)
     전략 2 : 일본에 지기
     (베네수엘라와 준결승)
        '강베 강미'                1               2
        '강베 약미'                2               1
        '약베 강미'                1               2
        '역베 약미'                1               2
                      합계                5               7
( 1 : 적합하지 않다   2: 그저 그렇다    3: 적합하다)

적합도 판단기준 2 : '결승전을 위한 투수력 비축' 으로 평가 내린 결과
        시나리오      전략 1 : 일본에 이기기
     (미국과 준결승)
     전략 2 : 일본에 지기
     (베네수엘라와 준결승)
       '강베 강미'                1               3
       '강베 약미'                3               1
       '약베 강미'                1               3
       '약베 약미'                1               3
                      합계                6               10
( 1 : 적합하지 않다   2: 그저 그렇다    3: 적합하다)

가까스로 계산을 마치고 나니 위의 표처럼 일본과의 순위 결정전에서 '지는' 전략이 가장 최적의 전략으로 나타났다(합계 점수가 높은 쪽이 최적 전략임).

'정말로 지는 전략을 구사할까?' 워크샵을 시작하기 전까지, 그리고 일본과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나는 이런 생각에 빠져 있었다. 김인식 감독이 어떤 전략을 택할지 확인하고 싶어서 사실 좀이 쑤셨다.

내 예상대로 김인식 감독은 정말로 '지는 전략'을 초반부터 구사했다. 선발투수로 장원삼 선수를 기용하고 경기경험을 쌓도록 그동안 뛰지 못했던 타자들을 기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중심타자들만은 기존 멤버를 유지함으로써 허무하게 지지 않고 '잘 지도록' 타순을 짰다. 시나리오 플래닝 관점으로 볼 때, 김인식 감독의 용병술이 대단히 빛나는 대목이다.

과연 김인식 감독과 코치진이 이런 과정(시나리오 플래닝)을 거쳐 일본과의 경기에서 '잘 지는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준결승 상대로 베네수엘라를 '선택'했을까?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인식 감독이니, 이렇게 계량적이고 좀 복잡한 과정보다는 직감(Gut Feeling)으로 전략을 구사했을지도 모른다.

어쨋든 미래의 여러 시나리오들을 고려하면 전략의 실패가능성을 줄이고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교훈을 김인식 감독이 (본인이 비록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사실이다.

* 추신 : 실수로 '올블로그' 추천 버튼을 제가 누르고 말았군요. 고의는 아니니, 양해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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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가 베스트 셀러라니!   

2009. 3. 19.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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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터넷 서점의 베스트 셀러 목록을 보면, 교과서들이 당당하게 베스트 셀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요즘이 신학기라서 교과서가 잘 팔리는 게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베스트 셀러라니! 도서가 워낙 팔리지 않으니까 신학기 특수를 틈타(?) 교과서들이 약진을 한 건데 여간 뒷맛이 씁쓸한 것이 아니다.

정말 요즘 출판계가 지독히도 불황인 모양이다. 유명 작가의 유명 저작만 꾸준히 팔리고 출간된지 오래된 책들이 '반값 할인' 이벤트 덕에 베스트 셀러에 오른다. 그러니 신작과 신인들이 끼어들 틈이 별로 없다. 우리나라에서 책 팔아 돈 벌기는 하늘의 별 따기(별을 딴 소수의 사람이 있긴 하다)라고 한다지만, 그래도 좀 팔려줘야 작가들이 신이 나서 다음 책을 쓸 힘을 얻을 텐데 말이다.

출판시장의 과열을 막는다고 신간도서의 할인율을 제한하고 '원 플러스 원'도 금지하는 제도가 시행 중인데, 과연 이런 제도가 부메랑이 되어 출판시장의 성장을 옥죄고 있지는 않은지 되새겨 볼 일이기도 하다. 출판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아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량을 부양시키기 위해 이 블로그를 통해 몇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한 적이 있다. 허나 그런다고 쪼그라든 시장이 팽창할지 나 스스로도 의심스럽다. 워낙 책을 안 읽으니 말이다.

외국(특히 미국)에 거액의 선인세를 줘야 하는 번역서에 치중하지 말고 국내작가를 양성하라는 이야기가 출판 불황을 말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지만, 대체 무슨 복안이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사실 국내작가들은 많다. 하지만 그들이 내는 컨텐츠의 질을 한번 냉정히 살펴보라(나도 해당되겠지만). 독자들은 당연히 외국 저자의 책에 손이 가게 되어 있다. 국내작가 양성? 헛된 구호다, 잘 팔아치울 만한 책보다는 잘 만들어진 책을 내려는 출판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도 좀 신경을 써줘야 한다. 머리 속에 삽 한 자루와 '오뤤지'를 숭앙하는 싸구려 교육열에 열올리지 말고, 책을 통해 국민들의 교양을 함양해서 국가의 신성장동력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 컨텐츠가 가난한 나라는 머지 않아 빈국으로 전락한다. 국가의 장기적인 '지식 정책'이 아쉽다.

교과서가 베스트 셀러에 오르는 요즘의 기현상,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이제 출판사들은 교과서를 찍어내야 겨우 수지를 맞출 시기가 된 건가? 정부와 출판계, 작가와 독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작금의 '가난함'을 타개할 비책을 논의해야 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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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2009. 3. 1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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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산책길에 찍어 본 막샷...
포근한 바람을 맘껏 마시며 오랫만에 기분좋은 풍욕을 했다.

(원본을 보려면 클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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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09. 3. 18.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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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My Short Review]
시간이 거꾸로 흘러 늙어가는 내가 젊어지는 그녀가 어느 날 거리에서 우연히 교차된다면, 과연 기분이 어떨까, 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이 영화는 내 어릴적에 그려본 환타지를 일깨운다. 

이 영화의 서두에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아들을 그리워하며 거꾸로 가는 시계를 역사(驛舍)에 거는 장면이 나온다. 아, 저런 시계가 있다면 인생의 부끄러운 사건들로 되돌아 가서 나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겠지... 영화를 보며 또다시 망상에 빠져본다.

2시간 반의 상영시간이 짧게 느껴지도록 나는 깊숙이 몰입했다. 시간은 무엇이고, 삶은 무엇이며, 죽음은 또한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의 시간을 아프게 물들이는 사랑은 대체 무엇인지... 만약 이런 생각에 빠져들지 않는다면 당신은 영화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도버해협 횡단을 꿈꾸던 중년부인(틸다 스윈튼)과 벤자민(브래드 피트)이 매일밤 만나 사랑도 나누고 이야기도 나누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짧은 사랑은 그 누구와의 사랑이든 애틋하고 처절하게 아름다운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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