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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학생의 64%가 고시나 의대 편입을 고민 중이라는 뉴스를 접했다. 안타깝다. 자신의 진로야 개인의 자유지만, 국가 차원에서 보면 어렵게 뽑아서 육성한 미래의 과학도가 유출되는 꼴이니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과학자가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는 정도가 얼마나 될까? 반대로 의사나 판검사가 국가의 부(쉽게 GDP라 하자)를 얼마나 높일 수 있을까? 법조계나 의료계에 있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나는 판검사 혹은 의사의 기여도는 과학자의 그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은 우리가 고도의 문명을 향유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부산물로 지구온난화와 환경 파괴라는 그늘도 함께 가져왔지만, 그런 문제 역시 과학만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한 국가의 성장동력은 과학기술이라는 근력에서 나온다. 의술이나 법 정의는 사회를 안정화하는 도구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의술과 법 정의는 국가 발전의 버팀목이지만 앞서서 선도하는 엔진은 아니라는 점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KAIST 학생들의 '이탈'은 매우 가슴 아프다.
어느 날인가, 모교의 후배가 상담을 하고 싶다며 나를 만났다. 학부를 졸업하고 의학전문대학원을 가야할지, 아니면 학부 전공을 살려 취업이나 진학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했다.
그에게 과학자나 엔지니어의 길을 포기하지 말라 조언하고 싶었지만, 나는 비겁했다, "좋은 기회가 있다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가라"는, 지극히 현실적인(아니 속물적인) 충고를 했다.
나중에 과학의 길을 택한 그가 다시 찾아와서 내게 비난 섞인 푸념을 늘어놓지는 않을까 염려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나 역시 과학의 길을 포기하고 경영학을 택하지 않았던가? 그에게 조언 아닌 조언을 해주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과학이 대접 받지 못하고 과학자가 업신 여김을 당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우울하지만, 반성하고 빨리 바로잡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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