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볼루셔너리 로드 (Revolutionary Road)   

2009. 3. 16.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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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셔너리 로드  Revolutionary Road]


[My Short Review]
제목의 의미와 이야기가 처음엔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어느 부부의 몰락을 그린 스토리에 '혁명의 길'이라니!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니 철저히 의도된 제목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혼 초기의 설레임과 새로움이 사라져 버린 권태기의 부부에게 '파리행 계획'은 혁명과도 같은 원대한 꿈이었으니까 말이다. 대부분의 혁명 시도가 그러했듯이, 그들 부부의 혁명도 일상의 끈질긴 배반 때문에 실패로 돌아가 버리지만...

타이타닉호가 침몰되지 않았다면 그 후속편처럼 보이는 이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섬세하고 처절한 두 주인공의 연기만으로도 만족스럽다. 타이틀이 올라가며 나오던 단조롭고 반복적인 피아노(Thomas Newman의 곡)의 처연함이 가슴에 남는다. 슬픔과 아름다움에 뭔가 쓰디쓴 비참함이 용해된 칵테일을 마시는 기분이다.

일상의 권태에 빠질 때마다 우리는 어디론가 떠나면 지금의 불행을 훌훌 털어낼 거라 기대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일상은 절대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동물로 이세상을 사는 한 인생의 혁명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렇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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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슬러 (The Wrestler)   

2009. 3. 1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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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슬러]


[My Short Review]
레슬링 밖에 모르는 레슬러가 레슬링으로 삶을 마감하려 한다. 그게 아름다운 걸까?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버림 받은 데에 대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앙갚음인가? 인생이 너무 괴롭지 아니한가?
 
프로 레슬링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항간의 의심을 거침없이 인정하는 것에 나로서는 솔직히 좀 놀랐다. 김일 선수의 박치기 일격으로 고꾸라지던 수많은 적들이 사실 김일의 친구였을 수도 있지 않은가? 나의 열광은 대체 무엇을 향한 헛손질이었단 말인가?

비주얼은 사실적이라 매우 좋았으나, 스토리가 진부한 게 흠. 미키 루크의 망가진 얼굴 때문에 영화를 보는 동안 내 안구는 거북스러움을 내내 토로했으나, 이왕 재기했으니 좋은 후속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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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자들의 도시   

2009. 3. 1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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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자들의 도시]


[My Short Review]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성은 무엇일까? 과연 인간성이란 게 존재하는 걸까? 인간성은 만들어진 환상이고, 시력을 잃는 일 하나만으로도 인간성은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나약한 걸까? 수많은 물음표 때문에 가슴이 먹먹해서 영화가 끝난 후 찬물을 들이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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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가 몰려온다!   

2009. 3. 15.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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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가 몰려온다고 해서 기상청 사이트에 들어가 위성사진을 봤다.
서해안에 벌써 황사가 당도했는데, 조금씩 옅어지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황사 조심하세요~!!

(오늘 12시 ~ 20시 사이의 위성사진. 출처 :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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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4일은 화이트데이가 아니라, '파이(π)데이'   

2009. 3. 14.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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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아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3월 14일을 화이트 데이로 알고 있다. 발렌타인 데이도 국적불명인데, 화이트 데이는 그것보다 한술 더 뜨는 괴상한 기념일이다. 눈 내리는 겨울도 아닌데, 웬 화이트 데이?

3월 14일은 수학에서(우리 생활에서도)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숫자인 파이(π)데이다. 알다시피 π는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 즉 무리수라서 영원히 끝나지 않는 수다. 소숫점 아래 200번째 자리까지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π= 3.

14159 26535 89793 23846 26433 83279 50288 41971 69399 37510
58209 74944 59230 78164 06286 20899 86280 34825 34211 70679
82148 08651 32823 06647 09384 46095 50582 23172 53594 08128
48111 74502 84102 70193 85211 05559 64462 29489 54930 38196 ....

우리 늘 보고 사용하는 바퀴, 컵, 연필, 이어폰 등에는 무한히 뻗어가는 무리수 π 가 숨어 있다. 유한함 속에 무한함이 잠재되어 있다니, 생각해 보면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π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문화와 문명을 일궈낼 수 있었을까? π는 고마운 수다.


지금은 컴퓨터의 도움으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π를 소숫점 수천 수만 자리까지 알아낼 수 있지만, 오직 펜과 종이 밖에 없던 시절에는 π값을 구하는 게 수학자들에게 큰 도전과제였다. 위대한 과학자 뉴턴은 친구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고 한다. "별로 할 일이 없어서 π의 소숫점 아래 열여섯 자리까지 계산해 봤다네."

소숫점 아래 100자리 까지 구한 사람은 존 마신이었고, 200자리까지 구해낸 건 1844년이 되어서였다. 수학자들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큰 자릿수까지 π값을 구하려고 경쟁적으로 매달렸다. 마침내 1874년에 윌리엄 생스가 소숫점 아래 707자리까지 구해내기 이르렀다. 생스는 20년 간이나 하루도 빼먹지 않고 오직 π값 구하기에 매달렸다고 한다.
 
생스의 기록은 그 후 71년 동안 깨지지 않았지만, 생스가 구한 π값에는 오류가 있었다. 1947년에 퍼거슨이란 수학자가 소숫점 아래 528자리의 수가 틀렸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생스의 20년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 후 'π값 구하기 열풍'은 전자계산기(컴퓨터)의 등장으로 무의미해졌다. 1958년에 소숫점 아래 1만자리까지 알아내고 1989년에 소숫점 아래 10억 자리까지 컴퓨터가 척척 계산해 냈기 때문이다. 현재의 가장 성능 좋은 컴퓨터로 사용한다면 이보다 더 큰 자릿수까지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가들은 π의 중요성을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1940년에 미국 인디애나 주 고속도로 관리국의 엔지니어들은 전자계산기의 설치를 주의회 의원들에게 요청했다. 고속도로의 굽은 구간 등을 정확히 설계하려면 π를 계산해야 하는데, 그게 3.14159...로 끝없이 반복되는 무한소수라서 손으로 계산하기 복잡했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회의 끝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전자계산기를 지원할 만한 자금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해결책을 생각했는데, 이제부터 π를 4로 고쳐서 쓰기 바랍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조치였다.

사람들이 골치 아프다며 수학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는데,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신(만일 존재한다면)이 창조한 우주의 비밀이 수(數)에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자들은 인문학을 몰라 준다며 푸념하지 말고, 수학과 과학의 세계를 자신의 체계 안으로 흡수해야 한다. 그게 인문학의 살길이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 중에도,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에도 π가 존재한다. 3월 14일에는 연인에게 사탕을 선사하는 것도 좋지만, 우주의 근원수 중에 하나인 π의 존재를, 그리고 그것의 발견에 공헌한 수많은 수학자들에게 한번쯤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하지 않을까? 찬사를 받아야 할 사람은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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