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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벽
그는 갔다
내 빈 터에 쉬 헤아릴 수 없는 이슬이 쌓이고
늘 기다리는 느티나무엔 마른 울음만 쌓이고
그 사이 별들이 잎처럼 스러졌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의 길은 그와 함께 닫혔고
새벽빛이 까무끄름 눈 뜨듯
나는 다만 새벽을 열었다
차마 기억만은 남지 말기를 바라며
그와 나 사이에 행복한 안녕을 새겼다
씻고 또 씻어도
내겐 새벽냄새가 났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기억이었다
새벽을 사이에 두고
그와 내가 여윈 별자리로 이어져
이슬에 젖은 머리칼 서로 쓸어주며
슬며시 웃을 수 있었다면...
새벽의 강가
순한 바람 한자락에도 물러 앉는 안개 속으로
그가 점되어 사라질 때
새벽의 적요(寂寥)는
잠시 숨을 참았다
나와 그, 잠든 사이로
새벽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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