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어제 처가집에서 목격한 건데,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본능'을 주제로 벌어진 작은 논쟁(?)의 요지를 요약해 봤다. 아마도 남녀 사이에 이런 이야기를 나눴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하다.
남자 : 글쎄요. (긁적긁적)
남자의 아내 : 정말 남자들은 처음 보는 여자에게 모두 관심이 있남? 당신도 그래?
남자 : 솔직히 말해서, 그런 본능은 나를 포함한 모든 남자들이 가지고 있지.
아무개 : 남자들은 결혼을 했어도 처음 만나는 여자의 '신선함'에 끌린다고 하던데....
남자 : 그렇죠. 그런 본능을 부인하면서 '아니야. 난 내 아내에게만 언제나 끌린다고'라고 말하는 건 거짓말 아닐까요?
남자의 아내 : (화가 난듯) 결혼을 했으면 자기 아내에만 충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남자 : 나는 지금 도덕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남자의 본능을 말하는 거야. 인간이 일부일처제의 제도를 수용한 것은 인간의 역사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아주 최근의 일이라구.
남자의 아내 : 그래도 난 이해가 안돼.
아무개 : 남자들이 종족보존의 본능이 있어서 그런다더라.
남자 : 맞아요. 인류가 이렇게 번성한 것은 그 본능 덕이죠. 솔직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처음 만나는 여자를 보고 신선함을 느끼는 건 남자들의 본능이라고 인정해야 해요.
남자의 아내 : 그건 남자들의 바람끼를 사회적으로 용인하자는 것인감? 그런 마음이 들더라도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닌감?
남자 : 당연히 자제해야지. 그런 느낌이 곧바로 외도로 이어지면 당연히 안 되지. 하지만 마음 속에 일어나는 그런 느낌을 막을 방법은 없어. 안 그래? 남자들의 DNA에서 '모든 여자 호감 유전자'를 긁어내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야.
남자의 아내 : 몰라. 아무튼 남자들은 저질이야. 당신도!
^_^ 대강 이야기가 이랬었다. 사실 이런 주제의 논쟁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개 실패하는 게 보통이다. 겨우 서로의 생각의 간격이 얼마나 큰지를 확인하는 데에 그치고 만다.
남자는 본능을 합리화하려하고, 여자는 남자의 책임(한 여자에게 충실하라는)을 요구하면서 적어도 자신의 남자는 그렇지 않기(자기만 바라보기)를 바란다. 물론 남자든 여자든 각자의 배우자에게 충실해야지만, 본능의 이끌림까지 부정하면서 거짓말하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남자는 왜 처음 만난 여자에게 끌릴까? 게다가 그 여자가 예쁘기라도 하면 본능의 방망이가 심장을 요동치는 걸까? 여자(즉 아내)들의 요구대로 한 여자에게 충실하면 좀 좋아?
낸들 알아? 남자의 유전자가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는 걸. 앞으로 수만 년 정도 더 흐르면 '모든 여자 호감 유전자'가 '한 여자 충실 유전자'로 치환될지 누가 알아?
그때까지, 여자들이여. 남자들을 좀 봐주기 바란다. ^_^
모든 여자를 좋아하던 남자도 결국 이렇게 늙어간다. 걱정 마시라, 여자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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