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팀원들이 많으면 성과가 떨어진다   

2012. 11. 1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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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학창 시절로 돌아가 다시 학력고사나 수학능력시험을 치러야 한다면, 20명이 한 반으로 편성된 고사장과 60명이 한 반인 고사장 중 어느 곳에서 시험을 보는 것이 유리할까요? 자기 실력으로 치르는 시험이라서 한 반에 타 수험생들이 몇 명이 있든지 '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 같지만, 스테펜 가르시아(Stephen M. Garcia)과 아비샬롬 토르(Avishalom Tor)는 가능하다면 인원수가 적은 교실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합니다.


가르시아와 토르는 2005년에 미국 전역에서 실시된 SAT(미국의 수학능력시험)의 점수 분포, 수험생 수, 고사장 개수 데이터를 확보한 후에 개인 소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교육 예산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을 통제한 상태에서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하나의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 수가 많을수록 SAT 점수가 낮다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가르시아와 토르는 이렇게 같은 과제나 게임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거나 많다고 인식할수록 성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일컬어 'N 효과'라고 명명했습니다. 여기서 N이란 수를 의미하죠.





실험실에서 실시한 실험에서도 N효과가 증명됐습니다. 가르시아와 토르는 74명의 대학생들에게 시간 제한이 있는 8개의 간단한 퀴즈를 풀도록 했는데(4개의 다지선다형, 4개의 진위선택형),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10명의 다른 참가자들과 경쟁해서 문제를 모두 푸는 데 걸린 시간이 상위 20퍼센트에 해당될 경우에 5달러의 상금을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경쟁자가 100명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동일한 조건을 제시했죠. 그랬더니, 경쟁자가 10명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학생들이 '100명 조건'의 학생들에 비해 확실히 퀴즈를 빨리 풀었습니다(28.94초 대 33.15초). 이는 경쟁자 수(N)가 많아지면 경쟁하려는 동기가 떨어진다는, N효과를 정확히 보여주는 결과였습니다.


후속실험에서 가르시아와 토르는 47명의 학생들 중 절반에게 "당신과 달리기 실력이 비슷한 50명의 경쟁자와 5킬로미터 경주를 치른다고 상상한다면, 당신은 평소보다 얼마나 빠르게 달릴 것 같은가?"라고 물었습니다. 반면 나머지 절반에게는 500명의 경쟁자와 경주를 벌이는 상황을 상상하게 했죠. 학생들은 '500명 조건'일 때보다 '50명 조건'일 때 더 열심히 달릴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경쟁자 수가 많아지면 실력이 저하되고 열심히 하려는 동기도 떨어지는 이유, 즉 N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르시아와 토르는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에서 답을 찾습니다. 그들은 추가분석에서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성향이 높은 사람일수록 N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규명했습니다. 이는 N효과를 일으키는 메커니즘과 사회적 비교가 연관성이 높다는 점을 일러줍니다.


단순히 경쟁자가 많다는 것만으로도 동기가 저하된다는 N효과를 감안한다면 회사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을 한 팀으로 묶을 경우에 지나치게 많은 인원을 한 팀에 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죠. 물리적으로도 한 사무실에 많은 직원을 모아 놓는 것도 효과적인 관리가 아닐지 모릅니다. 또한 직원들의 성과를 높일 목적으로 경쟁자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법은 오히려 직원들의 동기를 저하시킬 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참고논문)

Stephen M. Garcia, Avishalom Tor(2009), The N-Effect: More Competitors, Less Competition, Psychological Science, Vol.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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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쿠폰이 있다면 지금 바로 써라   

2012. 11. 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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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거나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야 할 때 우리는 보통 마감일까지 최대한 과제 수행을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제를 수행하는 데에 소요되는 비용(돈, 노력 등)은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반면 과제를 완료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멀리 있는 것처럼 인식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동일한 과제에 1주일이 주어지든 1개월이 주어지든 마감일에 다 되어서야 과제를 수행하겠다고 쩔쩔매는 모습은 (대개의 사람들에게) 똑같이 나타납니다. 사실 1주일을 줄 때보다 1개월을 줄 때 마감일을 넘기는 경우가 더 많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처럼 꺼려지거나 어려운 과제가 아니라 공짜 쿠폰 사용처럼 간단하면서도 '즐거운' 일에 대해서도 '지연 현상'이 일어날까요? 공짜 쿠폰의 유효기간이 3주로 설정될 때와 2개월로 설정될 때, 어떤 경우에 사람들은 쿠폰 사용을 미루다가 쿠폰 만료일을 넘겨버리는 일이 더 많이 발생할까요? 수잔 슈(Suzanne Shu)와 에일렛 그니지(Ayelet Gneezy)는 쿠폰 유효기간이 길수록 쿠폰을 사용하지 못하고 버릴 가능성이 더 많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슈와 그니지는 근처에 있는 고급 까페에서 조각 케이크와 커피를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쿠폰을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사용률을 측정하기로 했습니다. 단,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유효기간이 3주인 쿠폰을 주고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유효기간이 2개월이나 되는 쿠폰을 나눠주었습니다. 쿠폰을 배포하고 즉시 실시된 설문에서 유효기간이 2개월인 쿠폰을 받은 학생들이 공짜로 받은 기쁨을 더 크게 느꼈습니다. 또한 2개월짜리 쿠폰을 받은 학생들은 만료일이 되기 전에 쿠폰을 사용할 가능성을 68퍼센트로 본 반면, 3주짜리 쿠폰을 받은 학생들은 50퍼센트로 점쳤습니다. 학생들은 유효기간이 길수록 자신들이 쿠폰을 더 많이 사용하리라 생각했던 겁니다.


하지만 만료일이 모두 지난 후에 다시 실시된 설문에서는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2개월짜리 쿠폰 소지자들 중 고작 6퍼센트만이 만료일 이전에 쿠폰을 사용했으니 말입니다. 반면 3주짜리 쿠폰을 받은 학생들은 31퍼센트가 만료일 전에 쿠폰을 사용했습니다. 이로써 무언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적인 기회를 충분히 줄수록 사람들은 그것을 즐길 가능성을 높게 생각하지만 실제로 즐길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다시 말해, 즐거운 일에 대해서도 기간을 길게 줄수록 '지연 현상'이 더 크게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실험과 함께 슈와 그니지는 각각 런던, 시카고, 달라스의 공공장소에서 보행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해당 도시의 관광명소를 얼마나 많이 방문했는지를 물어보니, 1주일 짜리 여행을 온 관광객들이 1년 이상 거주한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관광명소를 찾았다고 답했습니다. 서울사람들이 한강유람선을 타거나 남산타워를 구경한 적이 의외로 적듯이 말입니다. 이 또한 즐거운 경험을 할 시간적인 기회가 충분할수록 실제로 즐길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슈와 그니지의 연구는 공짜 쿠폰을 통해 고객의 관심을 확보함으로써 매출을 증대하려는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간단하지만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줍니다. 쿠폰을 통해 고객만족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쿠폰 사용을 '적게' 하도록 만드는 부수적인 효과를 얻으려면 쿠폰의 유효기간을 넉넉히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쿠폰 만료일을 빠듯하게 설정하면 돈을 쓰면서도 고객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들이 쿠폰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어 비용 부담이 클 테니 말입니다.


개인들에게도 이 연구가 의미하는 바는 즐거운 경험이라 해도 만료일까지 미루지 말라는 것입니다. 기간이 넉넉하게 주어지면 '나중에 즐겨도 되지, 뭐.'라고 생각하기 십상인데, 그렇게 되면 나중에 바쁜 일이 생겨서 만료일을 넘겨 버릴 가능성도 더 크기 마련입니다. 어렵고 꺼려지는 과제도 부여 받은 즉시 수행하는 것이 좋듯이 공짜 쿠폰과 같은 선물도 즉각 즐기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이런 저런 공짜 쿠폰이 여러분 지갑 속에 하나쯤을 있을 겁니다. 오늘은 그걸 바로 사용하면 어떨까요?



(*참고논문)

Suzanne Shu, Ayelet Gneezy(2010), Procrastination of Enjoyable Experiences,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Vol.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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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잡담이 생산성을 높인다   

2012. 11. 1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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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휴식시간을 잘 조정해도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 있는지요? MIT의 벤자민 와버(Benjamin N. Waber)와 동료 연구자들은 커피 브레이크 시간을 잘 조정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미국에 근거지를 둔 대형 은행의 콜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규명했습니다. 와버와 동료들은 콜센터 직원들에게 자신들이 개발한 배지(Badge)를 6주 동안 착용하도록 했습니다. 이 배지는 목에 거는 사원증처럼 생겼는데, 앉고 일어서는 인간의 동작과 목소리 톤을 감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외선 센서를 통해 얼마나 오랫동안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지 등을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 콜센터 직원들에게는 30분 간의 점심시간과 하루에 한번 15분 간의 커피 브레이크가 허용되었는데, 고객들로부터 들어오는 콜이 몰릴 것을 대비하여 같은 팀의 직원들이 순차적으로 휴식을 취하도록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팀 동료들이 모두 만나 잡담을 나누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죠.





와버는 2개팀을 골라서 팀원들이 모두 같은 시간에 커피 브레이크를 즐기도록 스케쥴을 변경했습니다. 팀원들이 모두 함께 만나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시간을 늘려주면 생산성이 높아질 거라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였죠. 와버는 3개월 후에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해당 팀원들의 평균 콜 처리시간(average call handling time) 데이터를 수집하여 배지에 의해 포착된 여러 정보들과 비교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분석 결과, 평균 콜 처리시간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전반적으로 평균 콜 처리시간이 8퍼센트 이상 개선되었고 성과가 낮은 팀의 경우에는 20퍼센트 이상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은행의 콜센터에서는 평균 콜 처리시간이 5퍼센트 감소되면 대략 100만 달러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자체 통계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8퍼센트 이상 개선된다면 160만 달러의 비용을 아낄 수 있겠죠. 또한 콜센터 직원들의 근무만족도도 이전과 비교하면 10퍼센트 이상 향상됐다고 합니다. 


단지 커피 브레이크 스케쥴을 조정했을 뿐인데 이처럼 놀라운 효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직원들이 서로 잡담을 나눌 기회를 늘려주면 기분이 전환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그 때문에 뇌는 창의적인 자극을 받게 되어 생산성이 향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잡담을 통해 서로 끈끈한 유대관계과 동료의식을 고양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업무 협조가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죠.


직원들의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것이 업무시간과 생산성을 갉아먹는 행위라고 여기기보다는 과하지 않는 수준에서 그런 유휴시간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임을 이 연구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정수기 주위에서 보통 이루어지는 직원들의 잡담을 허용하는 대담함이 높은 생산성을 가능케 한다는 사실, 인정하기 어렵지만 수용해야 할 경영의 지혜입니다.



(*참고논문)

Benjamin N. Waber, Daniel Olguin Olguin, Taemie Kim, Alex Pentland(2010), Productivity Through Coffee Breaks: Changing Social Networks by Changing Break Structure, working papers series


Alex Pentland(2012), The New Science of Building Great Teams, Harvard Business Review, Vol. 90(4), April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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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사람은 계획을 엉성하게 세워라?   

2012. 11.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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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올린 글 '성공의 착각에 빠져 있습니까'에서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 글에서 전문가들이 커리큘럼 설계를 최대 30개월 안에 끝내겠다고 했지만 결국 8년이나 지나고 나서야 겨우 끝나버렸다는 사례를 들며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 전략이나 프로젝트의 앞날을 예측하는 데에 별로 도움이 안 될뿐더러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미래를 전망할 위험이 있음을 지적했지요. 계획 오류란 프로젝트나 전략의 성공 가능성과 성공으로 인한 이득을 과장하는 반면 실패 가능성과 실패에 따른 비용을 실제보다 낮게 책정하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실제보다 좋은 쪽으로 예상하려는 편향인 '낙관적 편향(optimistic bias)'과 통하는 말이죠.


그렇다면 이런 계획 오류(혹은 낙관적 편향)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뉴올리언스 대학의 민경삼(Kyeong Sam Min)은 이러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일련의 실험을 통해 방법을 구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어떤 일의 완료일을 예상할 때 일부러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 계획 오류가 줄어들 거란 가설을 세우고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실험 참가자로 모집했습니다. 민경삼은 결혼 계획에 관해 어떻게 의사결정하는지 알아보기 위함이 연구의 목적이라고 참가자들에게 설명하고서는 피로연 장소 선택, 손님 목록 작성, 음악 선택 등 결혼하기 전에 결정해야 할 활동 한 가지를 고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다음, 첫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에겐 자신이 정한 활동을 두 단계의 세부 활동으로 구체화시키라고 하고, 두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에겐 다섯 단계로 좀더 세분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을 '쉽게' 혹은 '어렵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죠.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자신이 정한 활동을 언제 끝마칠지를 구체적인 날짜로 적어냈습니다. 민경삼은 참가자 각자가 적어낸 예상 완료일이 지난 후에 그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실제로 그 활동을 시작한 날과 완료한 날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실제 완료일에서 예상 완료일을 빼본 결과, 참가자들은 전반적으로 계획 오류를 범했습니다. 105명의 참가자 중 27.6퍼센트만이 예상일보다 먼저에 각자가 정한 활동을 완료했죠. 이보다 흥미로운 결과는 두 단계로 계획을 세분하라는 지시를 받은 참가자들이 다섯 단계로 계획을 세분하라고 지시 받은 참가자들보다 낙관적 편향이 심했다는 것입니다. 전자가 후자보다 거의 다섯 배나 심한 편향을 보였죠. 이는 계획을 좀더 '어렵게' 수립한 참가자들이 계획 오류를 덜 범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예상의 정확도를 따져봐도 다섯 단계로 계획을 세분한(계획을 어렵게 수립한) 참가자들이 더 좋았습니다. 이 결과는 계획 오류나 낙관적 편향을 최소화하려면 계획을 수립할 때 가능한 한 신중하게 생각하고 까다롭게 검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일러줍니다.


이 실험은 사람들이 낙관적인 미래를 그리기 쉬운 '결혼'이라는 이벤트를 대상으로 했기에 계획이 실행되는 과정을 비관적으로 인식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민경삼은 미래를 낙관적으로 볼 때와 비관적으로 볼 때, 각각의 상황에서 계획을 쉽게 수립하거나 어렵게 수립하는 것이 계획 오류를 줄이는 데 있어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알아보려고 후속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앞으로 제출해야 할 숙제를 떠올리게 하고는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두 단계 혹은 여덟 단계로 숙제 수행 계획을 수립하게 했습니다. 그런 다음, 학생들을 다시 둘로 나눠 한 쪽 그룹에게는 숙제를 마감일보다 며칠 일찍 끝낼 수 있을 거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갖게 만들고 ,다른 쪽 그룹에게는 마감일이 되어서야 숙제를 끝마칠 수 있을 거라는 비관적인 감정을 갖도록 했습니다.


이후에 이메일을 통해 실제로 숙제를 완료한 날짜를 확인해 보니, 흥미롭게도 숙제 완수에 대해 낙관적인 생각을 가졌던 학생들의 경우는 계획 수립을 여덟 단계로 '어렵게' 세분할 때 계획 오류가 적었고, 숙제 완수를 비관적으로 느끼던 학생들의 경우에는 두 단계로 계획을 '쉽게' 구체화할 때 계획 오류가 적게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는 어떤 활동이나 프로젝트를 낙관적으로 기대할 경우에만 계획 수립을 신중하고 꼼꼼하게 진행하는 것이 도움이 되고, 그 활동이나 프로젝트를 비관적으로 여길 때는 신중하고 꼼꼼한 계획 수립이 오히려 계획 오류를 낳는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신중한 계획 수립이 항상 좋은 건 아니라는 것이죠.


그러므로 기질상 미래를 항상 낙천적으로 보는 전략가는 계획을 좀더 세분함으로써 '어렵게'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낙관적 편향을 줄이는 데 좋고, 미래를 신중하게 접근하고 대비하려는 전략가는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려는 욕구를 억제하는 게 계획 오류를 덜 범하는 방법입니다. 신중한 사람은 계획을 본인이 생각하기에 엉성하게 세우는 게 더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이 지금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낙관적으로 보입니까, 아니면 비관적으로 느껴집니까? 여러분은 성격상 낙천적입니까, 아니면 신중하고 대체적으로 비관적인 편입니까? 계획 오류와 낙관적 편향을 줄여야겠다면 이 두 질문에 먼저 대답하고 난 후에 계획의 깊이를 정하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Kyeong Sam Min, Hal R. Arkes(2010), When is Difficult Planning Good Planning? The Effects of Scenario-Based Planning on Optimistic Prediction Bias, 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 Forth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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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와 다를까요?   

2012. 11. 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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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7개의 밴다이어그램이 있습니다. '현재의 나'와 10년이 지난 다음의 '미래의 나'를 가장 잘 표현한 그림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현재의 나'가 '미래의 나'와 비슷할 거라고 느낄수록 겹치는 부분이 많은 밴다이어그램을 선택하면 됩니다.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일 거라고 믿는다면 윗 줄의 맨 왼쪽에 위치한 그림을 고르면 되겠죠. 여러분도 한번 선택해 보세요.


(출처 : 아래의 논문)



할 허시필드(Hal E. Hershfield)와 동료 연구자들은 147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모집하여 이렇게 7개의 밴다이어그램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이 테스트는 과거 실험에서 사람들이 '자아 연속성(Self-Continuity)'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좋은 도구로 인정 받은 바 있습니다.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가 많이 겹칠수록 자아 연속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이 테스트 외에 재무적인 이득과 윤리적인 문제가 서로 충돌하는 6가지의 딜레마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재무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환경적으로는 큰 피해를 야기하는 채굴 사업을 얼마나 지지하는지, 건강 상 문제를 일으키지만 매우 이익률이 높은 식품을 얼마나 마케팅하고자 하는지 등이었죠. 





결과를 분석하니 '현재의 나'가 '미래의 나'와 거의 비슷하리라 여기는 참가자일수록(겹치는 밴다이어그램을 선택한 참가자일수록) 비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자아 연속성이 낮으면('미래의 나'가 '현재의 나'와 많이 다를 거라 느끼면) 비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죠. 후속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자아 연속성을 높게 인식하는 참가자들은 비윤리적인 협상 전술을 승인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였고 현재에 내리는 결정이 미래에 미칠 영향을 더 많이 고려하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이런 결과에 흥미를 느낀 허시필드는 좀더 직접적으로 자아 연속성과 거짓말 간의 관계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176명의 학생들에게 앞서 사용한 밴다이어그램을 제시하여 자아 연속성을 측정한 다음, 며칠 후에 연구실에서 진행될 실험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모두 85명의 학생이 실험에 참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연구실에 온 학생은 53명 뿐이었습니다. 자아 연속성이 높은 그룹의 학생들은 73퍼센트가 약속을 이행했지만, 자아 연속성이 낮은 그룹의 학생들의 출석률은 50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약속의 신뢰성도 자아 연속성과 관계가 있었던 겁니다.


연구실에 온 학생들은 가상의 상대방을 대상으로 두 가지 옵션 중 하나를 택하도록 하는 게임을 진행하도록 요청 받았습니다. 옵션A는 참가자 자신은 5달러를 받고 상대방이 15달러를 받는 것이었고, 옵션B는 참가자는 15달러를 받고 상대방이 5달러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옵션B가 참가자 자신에게, 옵션 A가 상대방에게 유리한 옵션이었죠. 허시필드는 상대방이 이 두 가지 옵션의 내용을 모르고 있다고 말하면서 "옵션A가 당신에게 더 유리하다" 혹은 "옵션 B가 당신에게 더 유리하다" 중에서 하나의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라고 참가자들에게 요청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상대방에게 거짓 정보를 알리는지를 파악하기 위함이었죠.


자아 연속성이 낮은 그룹의 참가자들의 77퍼센트가 거짓 정보를 상대방에게 알렸지만, 자아 연속성이 높은 그룹의 참가자들은 36퍼센트만이 상대방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미래의 나'가 '현재의 나'와 비슷할 거라고 인식하는 사람일수록 돈을 더 얻을 목적으로 거짓말할 확률이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래의 나'를 '현재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인식할수록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는 흥미로우면서도 다소 충격적입니다. 


허시필드의 실험은 개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윤리경영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윤리 규정 몇 개를 만들어 통제를 가하는 방식은 윤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재무적인 이익과 윤리적인 당위성 사이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의 자아 연속성을 어떻게 해야 높일 수 있을지('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를 일치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겠죠(물론 이것만으로 윤리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좋은 전략가'를 뽑을 때도 자아 연속성에 대한 평가가 중요합니다. 자아 연속성이 높을수록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이익을 더 많이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리는 이 결정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를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이 고민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는 얼마나 같은 사람입니까?



(*참고논문)

Hal E. Hershfield, Taya R. Cohen, Leigh Thompson(2012), Short horizons and tempting situations: Lack of continuity to our future selves leads to unethical decision making and behavior,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Vol. 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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