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겐 과연 자유의지가 있을까?   

2009. 3. 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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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TV에서 중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얼마나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는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다. 부모들은 그 모습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 다들 자신들의 자식만큼은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들의 희망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흥미로운 것은 학생들도 자신들이 단어의 본뜻도 모른 채 욕을 생활화(?)한다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자유에 의해 이와 같이 명랑발랄한(?) 욕설 문화를 부흥 발전시킨 걸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데카르트의 이 유명한 언명은 인간이 지구상에서 자유의지를 가진 유일한 생명체임을 선포하는 문장이다. 자유롭게 선택하고 자유롭게 판단하며 자유롭게 결정할 줄 아는 능력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는 가장 강력하며 유일한 기준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경험하는 자유의지가 진짜 지유의지가 맞는 걸까? 그것은 그저 환상에 불과한 건 아닐까? 나는 인간에겐 자유의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인간은 경험하지 못한다. 오늘 점심에 뭘 먹을까 메뉴판을 들여다 볼 때, 우리는 각자의 자유의지에 따라 음식을 선택하는 것처럼 느끼지만, 나의 선택을 하나씩 따져보면 외부의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과 감정을 모방하는 뇌 속의 '거울 뉴런(Mirror Neuron)', 다수의 힘에 따르는 논리, 어딘가에서 무심코 들은 말 한마디의 위력, 은근하고 치밀한 광고 메시지,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유전자들의 음모 등이 우리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진짜 주인들이기 때문이다. (블로그라는 한계로 자세한 근거를 제시하기 곤란한 점 양해를....)

"난 쌀국수를 먹겠어" 라고 내린 결정이 과연 내 자아의 자유로운 선택일까? 난 아니라고 믿는다. 인간에겐 자유의지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을 뿐이다. 자유의지는 인간의 뇌가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복잡해지고 고도의 기능을 갖추게 되면서 부산물로 얻어진 것이다. 뇌 속에서 이뤄지는 모든 의사결정은 사회문화적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스스로 내린 결정은 아무것도 없다.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사실 곤란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단적인 예로, 어떤 사람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하자.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으니, 그를 처벌하기가 어렵다. 여러 가지 외부적인 요인이 작용해서 그로 하여금 범죄를 행하도록 만들었으니 처벌해야 할 사람은 그가 아니라 오히려 다른 사람(혹은 제도, 문화 등등)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벌이 아니라 상을 줄 때도 마찬가지다.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자유의지의 존재를 믿어야 하며, 더 나아가 자유의지는 반드시 존재한다고 비판을 가할지 모르겠지만, 이는 주객의 전도된 논리이다. 마치 코가 안경을 걸치기 위해서 진화돼 왔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혹자는 또,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면,인간으로서 우리는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는 수많은 경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단 말인가, 라고 말할 것 같다. 솔직히 나는 그점에 대해 아직 모르겠다. 나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는 반면에,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옳은 방향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행동하려는 의지, 즉 '정향(定向)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향의지란 판단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주변 상황을 관찰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욕구를 말한다. 다시 말해, 외부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회문화적 요소 중에서 무엇에 높은 비중과 가치를 주느냐에 관한 판단을 말한다. 비록 의사결정의 자유의지는 인간에게 없지만, 자신의 의사결정을 좌우할 외부요소를 어느 정도 필터링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존재한다고 본다.

물론 정향의지가 잘못 작동되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지만, 그것은 벨 커브(bell curve)의 양극단의 사건들이다. 일반적으로 인간들은 사회문화적 규약을 대개 준수하려는 건전한 정향의지를 가지고 있다.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부재하지만 정향의지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옳은 것만 보고 느끼고 경험하려는 의도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그래야 본인의 의사결정을 사회문화적 규약에 부합시킬 수 있으며, 개인의 삶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정향의지를 갈고 닦을 필요가 있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을 경계하라고 했듯이, 인간의 사고는 결코 자유롭지 않으며, 인간 스스로를 자유롭게 만들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만들어 간다"라고 자신만만하게 내뱉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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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게 필요한 건 뭐?   

2009. 3. 1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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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에서 허락되지 않은 것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것'이다


  - 톨스토이 (L. N. Tostoi)



[주인장의 덧글]
대문호 톨스토이는 그의 단편소설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천사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의 내면에는 '사랑'이 있고, 인간은 사랑에 의해서만 온전히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깨달을 수 있는 지혜다."

다시 말해서, 인간들은 자신들에게 무엇이 절실하게 필요한지 모르고 인생을 헛살기 쉽다는 뜻입니다. 어떤 사람은 명예를 목표로 삽니다. 또 어떤 사람은 권력을 추구합니다. 그리고 또 어떤 이는 돈이 인생에 전부인 양 살아갑니다. 명예, 권력, 돈만 충족된다면 행복할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삽니다. 우리는 대개 그 중 하나의 포로로 인생을 저당 잡히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고개를 가로 저을 겁니다. 인생이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찍어내는 일상품처럼 똑같지 않듯이, 자신에게 절실히 필요한 가치는 일반명사로 명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어야 합니다. (그는 아마도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톨스토이는 자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분명하게 아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허락하지 않은 능력이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만, '지금 이순간 나에게 필요한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스스로의 물음에 간절히 귀기울인다면, 명예나 권력이나 돈이 아닌, 정말로 자신에게 꼭 맞는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오늘 던져볼 질문입니다. 해답은 누군가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찾아야 하죠. 당신의 인생은 당신 자신의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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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로의 찢어진 치마   

2009. 3. 7.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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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로의 찢어진 치마


공연히 추웠다, 낮고 어둔 영상들이 헤드라이트에 흔들리고 깨졌다
예쁜 여자들의 치마가 펄럭였다
고운 냄새가 나는데 난, 그게 좋았다
도처에서 어둠보다 밝은 밤이 흥청거렸다, 난 또 그게 좋았다

퇴계로에는 퇴계가 없다고, 멋지게 깨닫는 순간
예쁜 여자들과 어둠보다 밝은 밤이 서로 부둥켜 안았다
그 풍경이 나는 좋았으며
사랑을 하기 위해서라면 추운 것은 다만 추운 것에 지나지 않았으며
사랑이란 갑작스런 추위 탓에 찾아온 쾌변의 즐거움 따위라 믿었다

헤드라이트의 섬광이 초속 30만 킬로미터로 쇄도하며 깨져 나갔다
깨진 것들이 처참히 널려 있었으며
그 피폭 속에 무수한 예쁜 다리들이 어지러이 명멸했다

그게 매우 좋았던 까닭은 표백된 그리움 따위보다 불안한 성욕이
내게는 사랑이었기 때문이었다
절실히 눈부신, 아픈 감각이기 때문이었다, 라고 난 믿었다

공연히 추운 날씨가 쾌변의 전초임을 알게 된 까닭은
퇴계로를 지나며 예쁜 여자들과, 그녀들의 냄새와, 반짝이는 다리들과,
초속 삼십만 킬로미터의 헤드라이트 불빛에 표백된 그리움,
혹은 애 둘 낳고 잘사는 첫사랑 때문이었다.

아니지, 그게 아냐
내 쾌변의 발원은, 어둠보다 밝은 밤의 도처에서
찢긴 치마를 끌어 당기며 눈물 흘리는
바로 당신의 쾌락 때문이었어
바로 당신의 찢어진 동정 때문이었어

찢어진 치마가 펄럭였다
난, 그 냄새가 매우 좋았다


*예전에 쓴 시를 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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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쓴 책들을 돌아보며   

2009. 3. 6.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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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유감』, 『스태핑』,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시나리오 플래닝』...2006년 이래로 지금까지 쓴 책이 모두 5권이 됐다(역서 1권 포함).

  • 2년 6개월만에 5권이니, 1권에 6개월씩 걸린 셈이다. 누구는 나더라 다작이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구는 과작이라고 말한다. 과작인지 다작인지 난, 잘 모르겠다.

  • 욕 먹은 책(뭔지 짐작이 갈 거다)도 있지만 대개 잘 썼다는 칭찬과 관심을 받았다. 덕분에 라디오 방송 4번과 케이블 TV 1번의 매스컴도 탔다. 허나 판매는 늘 저조했다. 왜일까? 난, 잘 모르겠다. 

  • 이 시점에서 내가 책을 쓰는 이유를 돌이켜 생각해 본다. 왜 나는 책을 쓰고 싶어 했을까? 무슨 목적이었을까? 명성, 홍보, 돈?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 이 책들을 다시 들여다 보면, 과연 내가 쓴 글인지 간혹 생경하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라며 스스로 놀란다. 내 글인데 왜 남이 쓴 것 같을까? 그 이유를 난, 잘 모르겠다.

  • 6번째 책은 언제 나올 수 있을까? 몇몇 출판사에게 제안이 오긴 하는데, 뭔가가 내게 견딜 수 없는 동기를 주기 전까지는 끈덕지게 거부하고 싶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은데, 그 이유를 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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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라   

2009. 3. 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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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ink the Unthinkable!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라!

  - 허먼 칸 (Herman Kahn)



[주인장의 덧글]
허먼 칸은 현대적인 모습의 시나리오 플래닝을 처음 고안해 낸 미래학자입니다. 그는 그의 유명한 책 'Thinking about the Unthinkable'에서 열핵전쟁(thermonuclear war)의 위험을 시나리오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정책입안자들이 취할 행동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의 예견 중에 몇몇은 진짜 현실로 나타났죠. 인터넷과 유전공학의 발달을 예견했으니까요. 일본이 경제강국으로 성장한다는 것도 그의 예견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그보다 많은 예견들이 오류로 판명되었습니다. 2000년이 되면 로봇이 가사를 돌볼 거라든지, 화성과 금성을 자유롭게 왕래할 거라든지가 가장 단적인 예입니다.

그의 예견 중 많은 것들이 엉터리라고 해서 그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우리가 감히 생각할 수 없는 그림을 생각함으로써 풍부한 상상력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상상력을 실행에 옮기도록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몽상의 물리학자로 불리는 프리먼 다이슨은 우주 전체에 인간들이 퍼져 살게 될 거라고 주장하면서 '은하 녹화 사업'을 제안합니다. 말도 안 된다구요? 그건 우리의 후손들이 두고 볼 일입니다.

'설마 그렇게 되겠어?'라며 'Think only the Thinkable' 하지 마십시오. 오늘은 상상을 압박하는 구속복을 벗어 던지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는 하루가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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