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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때로는 잘못된 권위를 형성하고 개인으로 하여금 집단의 권위에 굴복하도록 만든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옷이 보인다는 여러 신하들의 말에 속아 나체로 거리행차에 나섰듯이, 권위는 종종 우리를 기만하고 심할 경우 몰락시키기도 한다.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고 굴복 당하거나 순응할 때 우리는 치명적인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 1979년에 유나이티드 항공의 DC-8-61편이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추락한 원인은 권위에 감히 도전하지 못한 나약함에 있었다.
비행기가 포틀랜드 공항에 접근했을 때 랜딩 기어가 말을 듣지 않아서 애를 먹고 있었다. 랜딩 기어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기를 기다리면서 공항 근처를 1시간 정도 선회하려고 했는데, 2명의 승무원이 연료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즉각 기장에게 보고해야 할 위급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어이없게도 그들은 기장이 무서워서 말을 하지 못했다. 기장은 평소에 자신에게 질문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걸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매우 권위적인 사람이었다. 연료가 다 소진되자 모든 엔진은 꺼지고 비행기는 공항에서 10Km 떨어진 지점에 추락하고 말았다. 기장의 권위와 승무원들의 나약함 때문에 무고한 승객 10명이 죽고 23명이 다치고 말았다.
도전은, 때로는 신념을 옥죄는 권위의식과의 싸움이다. 1854년 8월 영국 런던의 브로드 가에서 발생한 콜레라는 불과 열흘 만에 반경 200 미터 이내에 살던 주민 중 5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콜레라는 그 시절에 흔히 있는 전염병으로서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그처럼 국지적으로 급속도로 확산된 경우는 유례 없었다.
사실 콜레라는 공기가 아니라 물에 의해 전염되는 ‘수인성 전염병’이지만, 당시 모든 과학자들은 ‘나쁜 냄새’가 콜레라를 일으킨다는 견해(이를 ‘독기론(毒氣論)’이라 한다)를 고집했다. 단 한 사람, 존 스노(John Snow)만은 예외였다.
그는 독기론을 반박하기 위해 나쁜 냄새 때문이 아니라 분뇨로 오염된 물을 먹은 주민들이 콜레라로 사망했다는 증거를 찾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 모든 집을 가가호호 방문하여 어떤 수도 회사(당시 영국의 수도사업은 민영화된 상태였다)로부터 물을 공급받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독기론이 우세하던 시절에 전염병이 우글거리는 곳에 발을 들여 놓는다는 것은 자살 행위를 의미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을 믿고 매일 묵묵히 조사 작업을 진행함으로써 끝내 발병의 진원지가 기저귀를 빤 물이 스며든 마을의 공동우물임을 증명해 냈다.
콜레라 연구에 뛰어 들기 전, 스노는 에테르와 클로로포름을 마취제로 사용하는 방법을 실용화했다. 저널리스트인 볼프 슈나이더(Wolf Schneider)가 “전신 마취술은 전화나 컴퓨터의 발명보다 뛰어난 문화사적 발전이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것은 위대한 업적이었다.
수많은 사람을 수술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킨 사람으로서 스노는 영국 왕족이 인정하는 최고 명의(名醫)로서의 권위를 이미 소유한 사람이었다. 그의 위대성이 빛나는 이유는, 높은 지위의 사람이라면 ‘내가 그런 것까지 해야 돼?’라고 생각할 만한 권위의식을 스스로 깨뜨리고 신발에 직접 흙을 묻히며 전염병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세상은 이처럼 자신과 타인의 권위를 깨뜨리는 자에 의해 발전한다.
감히 대들 수 없을 것 같은 안온(安溫)한 모든 권위를 차가운 머리로 의심해 보라. 그리고 도전하라. 최고권력자든, 종교든, 신념체계든 대상이 누구라도 덤벼 이겨라. 이것이 이 땅의 젊은이로서 마땅히 해야 할 숙명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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