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 먹지 마라   

2008. 10. 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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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유정식)


1인기업이 프로젝트 수행에 신경을 쓰다 보면 자칫 마케팅에 소홀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마케팅에만 집중하면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마케팅부터 실제 사업 수행까지 모든 걸 혼자서 담당해야 하는 1인기업 컨설턴트는 본인의 시간과 역량을 고루 집중해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다. 1인기업 컨설턴트는 프로젝트도 잘 수행할 수 있으면서 마케팅도 챙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점심시간을 이용하는 것이다. 점심식사를 통해 고객과 만나라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듯 모든 게 ‘밥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닌가? 너무 바쁠 때는 점심도 대충 때우고 프로젝트를 붙잡고 있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점심시간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고객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1시간 동안의 점심시간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본인이 가지고 있는 고객 리스트를 살펴보라.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고객을 구분해보라.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에 따라 구분해도 좋고, 산업군별로 구분해도 좋다. 그렇지만 무턱대고 안면도 없는 사람과 점심식사를 같이 하긴 아무래도 계면쩍기 때문에 본인과의 친밀한 정도를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 내 경우에는 가장 좋았다.

어떤 식으로 하든 우선순위에 따라 고객들을 분류한 다음, 점심식사를 할 주기를 정해보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바쁜가에 따라 매일 혹은 1주일 등의 단위로 일정을 잡아 누구와 점심을 같이 먹을지 스케쥴링을 하면 된다. 그런 다음,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일정을 확정한다.

혹여 고객이 거절하면 어떻게 할까, 걱정이 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렇다. 매번 전화를 걸기 전, 거절 당하고 나서 느껴질 가벼운 모멸감(?)이 두려워지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전화를 끊고 나서야 매번 깨닫는다. 십중팔구는 흔쾌히 응낙한다. 응낙하지 않은 고객들도 기분 나쁘지 않게 완곡하게 거절을 한다.

완곡히 거절하는 고객에겐 ‘점심식사가 안 되시면 나중에 차나 한잔 하러 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은 다음 고객 목록에 ‘나중에’ 라고 간단히 메모한다. 그리고 잊어버리면 된다. 나의 경우 거절을 당하면 다소 유치하긴 하지만, ‘대(大)컨설턴트를 만날 기회를 줬는데 그것도 모르다니!’하며 일부러 혼자 중얼거린다. 1인기업을 하려면 마인드 컨트롤이 새삼 중요하다.

고객과 같이 점심식사를 할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을까? 가벼운 담소를 나누되 일단 밥 먹는 데 집중하는 게 좋다. 밥 먹을 때 본인을 열심히 PR하거나 고객사 내부 문제를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고객이나 본인이나 유쾌하지 못하다. 점심식사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 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고객과의 점심식사 약속이 줄어들게 된다. 배고플 때 머리를 많이 쓰는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가 피곤하지 않은가?

일단 뱃속을 든든히 하고 난 다음에 찻집과 같이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도록 한다. 구체적이고 다소 까다로운 이야기는 차를 같이 마시면서 나누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다.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처음엔 다소 서먹했던 간극을 좁혀지고 어느덧 동지의식이 생겨난다. 고객이 털어놓는 이야기 속에서 사업의 기회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컨설팅과 같이 보이지 않는 상품, 게다가 만들어져 있지 않은 서비스를 팔려면,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고객의 신뢰는 인간적인 친밀성을 바탕으로 해야만 생겨난다. 점심식사를 통한 고객과의 만남은 친밀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저렴하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많은 이들이 술을 잘 먹어야(즉 밤에 만나야) 영업을 잘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선입견이고 편견이다. 그리고 가장 비싸면서도 효과가 떨어지는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단 고객이 만남 요청 자체를 거절할 확률이 높다. 가벼운 점심식사야 상관없지만, 술 약속은 부담이 크니까 말이다. 그리고 술 먹고 나서도 큰 빚(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취하도록 마셔야 술을 제대로 먹었다는 생각을 가질수록)을 졌다는 생각 때문에 고객은 겉으로는 웃으며 대응해 주지만 슬금슬금 피하기 마련이다.

1인기업 컨설턴트로 나서게 되면서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무엇일까? 우습게도 그것은 '외로움'이다. 특히 식사를 혼자 할 때 새삼스레 ‘나 혼자이구나’라는 느낌이 들어 우울해진다. 회사 시절이 가장 그리워지는 때가 점심식사를 혼자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다시 조직으로 돌아갈까 하는 약한 마음이 가슴 한 켠에서 돋아나기도 한다.

고객과 식사를 할 때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인관계에 있어 친화력이 매우 강한 사람이 아니라면 별로 친하지 않은 고객과 얼굴을 마주하고 밥을 먹는 게 편할 리는 없다. 속으로 ‘참 먹고 살기 힘들다’라는 생각을 삼키면서 고객에게 억지웃음을 보여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혼자 밥 먹지 말라. 점심시간이라도 소홀히 흘려 보내지 않고 마케팅 활동을 지속해 나가야만 1인기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명분, 즉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충분하게 생계유지가 되어야만 본인이 추구하는 보다 차원 높은 무언가를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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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의 공원   

2008. 10. 5.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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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엔 책 한 권, 왼손엔 똑딱이 하나 든 채 늦은 오후의 공원을 산책했다.
짧아진 가을 햇살을 받으며 아직 덜 익은 단풍잎이 이따금씩 부는 바람에 흔들렸다.
나는 나무벤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조금은 쌀쌀한 저녁 바람이 몸을 감싸는 그 느낌은 마치
도도했던 여자가 여전히 도도하고 가는 팔을 뻗어 내 어깨를 휘감는 듯 소슬했다.

(사진 : 유정식)


책 한 권을 다 읽을 무렵,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밝은 자판기 불빛에 의지해 책의 나머지를 마저 읽고 나서 눈을 들었다.

(사진 : 유정식)


일요일 저녁에 공원에 나와 본 사람은 안다.
이 시간이 공원의 가장 쓸쓸한 시간임을.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귀가를 멍히 바라보며
공원은 쓸쓸한 마음으로 잠을 청하겠지.

나는 그제서야 공원 여기저기를 걸었다.
오래 앉은 탓에 다리는 조금 휘청거렸다.
푸르스름한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억새가 잔잔히 춤추고 있었다.
일요일이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사진 : 유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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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청소를 끝내고 마시는 커피의 쌉싸름함   

2008. 10. 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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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요일. 와이프가 출근하는 날.
늦잠을 자려 마음 먹었으나 아이가 칭얼댔다. 5분만, 10분만을 외치다가 결국 항복!
7시에 일어났다. 어제 늦은 시각까지 책을 읽느라 어깨가 뻐근하다.

아침 먹고 나서, 집안을 둘러보니 지저분....
청소를 했다. 청소기로 밀고 닦고, 화장실을 솔로 벅벅 문지르고,
베란다에 나가 이불을 팡팡 털고나니
어느덧 콧잔등엔 땀이 송글송글...

집이 깨끗하고 정리가 되니 하루의 시작이 상쾌하다.
마치 놀이터에서 흙을 잔뜩 묻히고 집에 돌아온 아이를 씻겨 재우고 난 뒤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랄까?

진하게 커피 한 잔을 탔다. 프림과 설탕 없이 커피만 두 스푼.
아메리카노를 흉내(?) 낸 커피다. 이렇게 마셔야 커피 고유의 향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마시고 나서도 입 안이 깔끔하다. 비록 인스턴트지만...

커피를 홀짝이면서 창 밖 풍경을 바라본다.
사람들은 토요일에도 뭐가 분주한지 서둘러 길을 간다.
나는 상대적으로 여유를 부린다.
남들이 회사 출근에 바쁜 월요일,
나만 혼자서 한껏 풍류에 젖은 채 공원을 산책하는 마음과 같다.
행복감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조금 이따 공원 한 바퀴 돌아야겠다.
연무로 낮게 가라앉은 가을이지만, 계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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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편히 쉬시길...   

2008. 10. 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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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그녀를 한번이라도 흠모하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
아침 산책을 마치고 인터넷을 접속하자마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설마... 영화나 드라마 속 이야기겠지...싶었다.

날씨는 좋은데, 이런 날씨가 더 우울하게 느껴진다.
일이 손에 안 잡히네...
그녀에게 몇 장의 사진을 바친다.

최진실씨, 부디 편히 쉬세요.
명복을 빕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습니다.)

(사진 : 유정식)



(사진 : 유정식)



(사진 : 유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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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08. 10. 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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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는 6권의 책을 읽었다. 바쁜 일이 좀 있었고,
요즘 책을 쓰느라 짬을 내기가 어려웠다.
지금까지 총 73권의 책을 읽었는데,
목표로 한 100권을 달성하려면, 이제부터 한 달에 10권은 읽어야 한다.

 

기후커넥션 : 지구온난화의 위기가 조작되었다는 과학자의 양심고백서다. 그의 의견에 대부분 동의하며(난 과학자가 아니라서...) 그가 옳기를 바란다. 하지만, 책 중간부터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요술지팡이로 제시한 것은 지나쳤다. 과학자의 가장 큰 무기인 과학을 가지고 심도 깊게 반박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글쓰기에도 매뉴얼이 있다 : 서점에서 누굴 기다리다가 1시간 만에 읽어 버린 책. 글쓰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들에 반론을 던지는 책이다. 글쓰기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일반 직장인들이 한번쯤 봐둘 필요가 있는 책이다.

 

귀곡자 : 중국의 비서(秘書)인 귀곡자를 해석한 책이다. 다소 껄끄러운 '조언'이 있었으나, '궁지에 몰린 결정은 실패하기 마련이다'라는 말이 제일 인상 깊었다. 가슴에 담아두는 중이다.

 

광릉수목원 사진일기 : 요즘 아침마다 공원 산책을 즐기는 중인데, 산책을 마치고 공원 안에 있는 스타벅스에 이 책이 꽂혀 있길래 아메리카노 커피를 홀짝이면서 단숨에 읽었다. 글의 양이 적어서다. 나도 이런 photo diary를 책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고흐, 고갱 그리고 옐로하우스 : 이 책도 스타벅스에 꽂혀있던 책이다. 날마다 50페이지쯤 읽고 꽂아두었다가 다음 날 다시 꺼내 읽는 식으로 며칠의 아침을 이 책과 함게 보냈다. 고흐가 머물던 '아를'이란 곳과 옐로하우스를 보고 싶었다. 무지...

 

당신이 몰랐으면 하는 석유의 진실 : 석유는 고갈되지 않을 거라는 논지를 펼치는 책이다. 상식을 뒤집는 책인데, 요즘 이런 책이 끌린다. 내가 믿고 있던 신념의 기반이 미약한 탓인지... 이 얘기도 들어보고 저 얘기도 들어봐야겠다. 그래야 편협하지 않는 인간이 될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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