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들과의 즐거운 오프라인 만남   

2009. 6. 2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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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일요일) 즐거운 모임이 있었습니다. 블로거 분들과의 만남이었죠. 저만 제외하고 블로그스피어에서 유명하신 분들입니다. 

- 편안하고 담백한 글로 뭇불로거들의 우상이신 파워 블로거 inuit님
- 얼마 전 '나의 산티아고'란 책을 내셨고, 상당한 수준의 글맛을 자랑하시는 sanna님
- 오다쿠적인 측면과 함께 재기발랄함을 두루 갖춘, 한때(?) 꽤 영민했다는 리승환님
- 리승환님의 후배로서, 반듯한 미래관과 맑은 정신을 가진 이균재님

이렇게 네 분과 함께 했습니다. 장소 섭외를 담당한 리승환님이 지병(?)으로 잠시 정신줄을 놓으셔서 혼란이 조금 있었지요. 예약을 안 하셨더라구요. ^^ 급히 아웃백으로 장소를 변경해서 5명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inuit님은 제가 가진 이미지와 다른 모습이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 텐데요, 저도 그랬었습니다. 평소의 문체로 보아 조용조용하시고 약간은 마른 모습을 연상했었지요.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건장하시고 말씀 잘 하시고 무엇보다 젊어 보이셨습니다. ^^  조근조근 말씀하시는 모습이 편안하고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sanna님은 전체적으로 강력한 에네르기(?)가 느껴지는 분이셨습니다. 감성의 우물이 가슴 속에 깊이 들어앉은 분이시기도 합니다. 균재님의 고민에 누나 같은 마음으로 좋은 조언을 해주셨지요. 얼마 전 중대한 결정을 내리셨다는데, 앞으로 계획하시는 일 모두 잘 되길 빕니다.

리승환님은 생각보다 '매우 깔끔해서' 놀랐습니다. 오다쿠스러운 온라인 이미지 때문에 꼬질꼬질한 장발에 구부정한 어깨를 연상했는데, 키도 크고 두발도 짧고 훈훈(?)했습니다. 장소 예약 의무를 방기한 탓에 린치를 당할 뻔 했으나, 신종 플루를 연상시키는 하얀 마스크를 쓰고 연신 기침을 해대는 동정심 유발 작전으로 위기를 극적으로 모면했다는... 치밀합니다. 여하튼 쾌차하길 빕니다.

이균재님은 온라인 상에서 별로 만나지 못한 분입니다. 역시 훈남입니다. 리승환님의 후배인데 어제 알게 됐지요. 앞으로의 진로에 젊은이다운 고민을 털어 놓으며 조언을 구하셨습니다. 저도 그 나이 때에 비슷한 고민을 했었지요.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니 그런 고민을 할 때가 좋았습니다. 여행도 다니시고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하다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알던 사람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난 건 참 오랫만의 일입니다. 과거 PC통신 시절에 천리안에서 오고가던 사람들을 자주 만났었지요. 벌써 20년 전 이야기네요. 그때의 만남과 지금의 만남은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합니다. 

실제의 모습을 접하면서 느끼는 설레임과 약간의 생경함(생각했던 이미지와 다른 데에서 오는)은 비슷합니다. 그때는 만나서 먹고 마시고 놀거나 혹은 꼬시는, 본능지향(?)의 활동에 치우쳤다면, 지금의 만남은 그보다는 한결 성숙하고 의미 있는 이야기가 오고가는 가운데 어느덧 나이를 먹은 제자신을 실감하게 되지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만남이 종종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온라인에 갇힌 삶의 외연을 한뼘 더 확대하는 훌륭한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인증샷을 올리지 못해 아쉽군요. 대신 '인증 그림'을 올릴까 했으나, 욕먹을까 하여 관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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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체험, 극과 극!   

2009. 6. 2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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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가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렸지요.
두 개를 나란히 올려 놓고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습니다.

원본 사진


제 그림


보다시피 비슷하긴 하지만, 많이 다르네요. ^_^

원본사진이 좀 밋밋해서 '인상'을 적용해서 채색했는데, 결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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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며   

2009. 6. 2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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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며 



다시 남길 것이 무엇이기에
백지 위로 쓰러지는 내 심상은 얼룩지고 
한올한올 촘촘해지는 그리운 영상이 번지면 
사랑보다 그저 쓸쓸함이었어
너의 일상과 나의 무모함이

그림자진 삶의 소실점 속으로 숨어드는 
한때는 살갑던 기억의 단편을 들추어 보듯, 
사랑했던 이의 고운 살결처럼
가슴을 타고 굴러 떨어지던 눈물인양 
가느다란 숨결 같은 선 하나 애써 그려도
자꾸만 비껴 지나는 
우리 만남의 스케치 

행복해야겠어 
별들이 햇살로 쏟아지는 그런 삶이 
나의 불면하는 젊음에 한가득 칠해지고 
너의 허기진 고독 안에서도 풀꽃처럼 돋아나고 
영원히 퇴색되지 않는 빛깔로 
너와 나 사이 아득한 절망의 벌판에서도 채색되기를 

언젠가는 바다를 그리리라
바다 깊이 침몰하는 슬픔과 아픔과 서러움의 질감과 
수채화 같은 물방울을 털며 날아오르는 젖은 날개를
지극한 수평선부터 밀려오는 푸른 색깔의 바람과 
모래밭엔 우리 약속한 노란 장미가 놓여진 그림을 
내가 우리 인생에 남겨줘야 할 마지막 연민을

선이 모여 면이 되고 
면이 모여 형(形)이 되고 
형과 '공(空)'이 만나 '화(畵)'가 된다지. 
우리 이세상 풍경 속에서 
비로소 지워지면 
그렇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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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작 전시회   

2009. 6. 2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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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려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 들어 하나 둘씩 그리다보니 재미가 붙습니다. 주로 스타벅스에서 책을 읽다가 지루해지면 눈에 보이는 정물을 그립니다. 사람 얼굴 그림은 어려워서 진작에 포기했지요. ^^ 

도화지에 그리지 않고 가지고 다니는 수첩(몰스킨. 가로 25cm, 세로 15cm 정도)에 그립니다. 볼펜으로 스케치를 한 다음에 집에 와서 제 아들이 쓰는 색연필(지구화학 뽀로로)을 어렵게(?) 빌려서 채색을 합니다. (쩝, 누가 사준 건데...)

그동안 스타벅스에서 그린 그림을 모아서 올려 봅니다. 초보가 그린 '막그림'이니 너그러이 봐 주십시오.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오늘 그린 그림입니다. 키판 그리기가 어려워서 과감히 생략법을 취했습니다. ^^ 지나가는 사람이 쳐다봐서 창피했지요.

컵이 과도하게 크게 나왔네요. -_-;

실패작입니다. 사람 얼굴은 못 그리겠어요. ㅋㅋ

연하게 그리려다가 좀 심심해진 그림입니다. 실제로는 의자가 어지럽게 있었는데, 생략하고 탁자만 그렸지요.

이런 그림을 크로키라고 하던가요? 빨리 그리려다가 인물이 좀 어정쩡한 포즈를 취하네요. ^^

인터넷 하는 와이프를 뒤에 앉아서 맥주 마시며 몰래 그렸지요.

나름 심혈을 기울인 그림입니다. 감히 고흐의 그림 느낌이 나게 그려보고 싶었지만, 결과는 실패. 그래도 제일 마음에 드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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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뭡니까?   

2009. 6. 1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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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문제(Problem)의 어원을 다루었습니다. 그리스어로 문제란 '앞에 던져진 무엇'이라는 뜻이므로 그것으로부터 공포나 불안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했었죠. 하지만 그렇다해도 문제가 던져졌을 때 불편한 마음이 솟아오르는 것까지는 억제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마치 '나 좀 풀어봐'라는 듯이 유혹하는 불량배처럼 느껴집니다.

문제해결의 관점으로 문제를 정의 내리면 다음과 같은 식으로 표현됩니다.

문제 = 기대하는 상태 - 현재의 상태

만약 덜컹덜컹 요란한 소리를 내는 오래된 차를 몰고 길을 가는데 빨간 외제 스포츠카가 굉음을 내며 내 앞으로 순식간에 끼어들었다가 저 멀리 사라져버렸다고 해보죠. 어떤 기분이 듭니까? 일단 매너 없이 끼어든 그 차의 주인에게 욕을 퍼붓고 싶겠죠. 화가 좀 가라앉으면 그 스포츠카와 초라한 내 차를 비교하게 됩니다. '아, 나도 저런 멋진 차를 타고 다니면 이런 꼴 안 당할 텐데...'라고 한탄합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튀어 나옵니다. 멋진 스포츠와 낡은 중고차의 차이가 문제를 야기합니다.

학교 다닐 때 치렀던 수많은 시험 문제도 이런 정의와 부합됩니다. '기대하는 상태'란 '그 문제를 맞혀 점수를 얻는 것' 혹은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기대'이고 '현재의 상태'란 '나의 지식과 스킬'이니까요.

문제를 이렇게 정의 내렸다면, '문제를 해결한다'는 말은 문제의 크기를 0으로 만드는 걸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기대하는 상태와 현재의 상태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춘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문제해결의 해법은 다음처럼 3가지로 정리되겠죠.

문제해결법    1) 기대하는 상태를 낮춘다.
문제해결법    2) 현재의 상태를 높인다.
문제해결법    3) 문제를 무시한다.

모든 문제해결법은 이 3가지 범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빨간 스포츠카를 원하는 마음을 억누르고 '나에겐 저 차는 과분해. 이 차로 난 만족해'라고 스스로를 다독히면서 기대 수준을 낮추면 문제가 0으로 수렴되어 해결됩니다. 반면, '적금을 깨서라도 당장 스포츠카를 사고 말겠어!'라는 결정을 과감하게 행동에 옮기면 역시 문제가 해결됩니다. 이 두 개의 문제해결법은 동시에 적용되기도 합니다. 

마지막에 적은 3번째 '문제를 무시한다'도 해결법 중 하나죠. 말하자면, 답안지를 백지로 내고 마음 편히 엎드려 자버리는 대담한 방법입니다. 스포츠카 때문에 갈등하는 자기 자신을 이성의 힘으로 무시해버리면 문제를 사라집니다. 허나 마인드 컨트롤이 능하지 않다면 시시때때로 받는 '뽐뿌질' 때문에 문제는 불사신처럼 살아납니다. 그다지 바람직한 해결법은 아닙니다.

문제해결에는 항상 다음과 같은 제약조건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제약조건    1) 기대하는 상태를 낮출 수 없다.
제약조건    2) 현재의 상태를 높일 수 없다.

스포츠카를 갖고 싶다는 열망(이를 '뽐뿌 받았다'고 속되게 말하죠)이 너무 강해서 낡은 중고차로 만족하기가 매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은행잔고가 깡통소리만 요란하거니와 앞으로 돈 나올 구멍조차 없다면 스포츠카는 언감생심일 겁니다. 

이 두 개의 제약조건은 대개의 경우 동시에 나타나서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따라서 제약조건을 없애거나 약화시키는 방법이 해결책의 단초가 되기도 합니다. 돈이 없어서 스포츠카를 살 수 없다는 제약조건은 은행이나 부모님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혹은 훔침(?)으로써 제거할 수 있지요.

문제를 열심히 적어 봅시다!


다 아는 바를 시시콜콜 설명한 느낌이 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문제의 정의를 올바르게 알고 해결법과 제약조건을 먼저 생각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첫째, 이런 과정은 문제에 대한 불편한 감정(공포, 불안, 초조, 짜증 등)을 상당 부분 누그러뜨려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둘째, 나를 둘러싼 문제의 실체를 명확하게 이해하여 해결책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문제가 발생했음을 머리 속으로만 끙끙거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직면한 문제가 무엇이든지 흰 종이를 앞에 놓고 직접 손으로 써 보십시오.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현재의 상태가 어떤지 써보는 것만으로도 불편한 감정을 상당 부분 잠재웁니다. 그 다음, 문제해결법의 방향(기대수준을 낮출지, 현수준을 높일지)과 제약조건을 찬찬히 궁리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문제의 인식이 문제해결에 가장 중요한 첫단추입니다. 잘못된 문제 인식은 나중에 '어, 이 산이 아닌가벼' 하며 쓸데없이 노력을 낭비하게 만든다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문제는 인식돼야만 해결될 수 있습니다.

*덧붙임 : 현 시국의 문제를 '기대하는 상태'와 '현재의 상태'로 인식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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