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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원
to 다림
8월의 크리스마스 1
이젠 지워야겠네
한때 가슴에 담겼다가 돌아간
많은 이름과
그 이름의 등 뒤로 보이는
마른 풍경을
시간은 점점 낮게 고이고
내 몸 안의 어둠은
하루 종일 아픈데
수련처럼 밀려온 이름 한 잎,
다시 삶을 돌아보라 한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나이를 사진에 담고
그 나이 만큼의 사랑을 하고
그 사랑 만큼의 외로움을 배운다
그 사랑 만큼 적당한 간격으로 이별을 한다
그들은 사랑이든 이별이든
잊을 수 있는 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from 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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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2
오늘 저녁의 노을은 정말 아름답군요
날마다 그리움으로 가슴 죄는 나는
머리카락이며, 눈 속이며, 손톱이며 붉게만 물든 채
노을 아래에 서 있었으면 했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전하지 못하는 마음은
당신의 가슴 속 호수를 미끄러지는 쪽배인 양
옅은 저녁 바람에도
부숴지기 쉽습니다
이제 봄이 오고, 이파리마다 연두색 물이 오르면
당신의 속눈썹 아래 쌓인 겨울은 사라지겠죠
푸른 하늘 아래 당신의 빛나는 머리결을 난
멀리서도 똑똑히 알아챌 수 있겠죠
봄이면,
많이 행복하세요
어둠 깔린 골목에서조차 쓸쓸한 뒷모습을 내게 보이지 말아요
내가 당신에게 전하지 못한 마음이
봄바람처럼 당신의 귀밑머리를 흩날릴 때
잊혀지지 않을 그리움으로 날 기억해요
from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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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3
이제 다시 당신을 만날 수 없어도 나는 좋습니다
이제 다시 당신과 이야기할 수 없어도 나는 좋습니다
조금도 아파할 수 없어도
조금도 서러울 수 없어도 나는 좋습니다
당신이 언젠가 말했던 당신의 꿈처럼 예쁘게
당신의 아름다울 삶을 나는 소망합니다
그림자 길어지는 늦은 오후의 햇살 속에서도
당신의 맑은 영혼 위에는 샛별 같은 빛이
수 놓듯 빛나길 나는 기도합니다
새벽바람 따라 별이 스러지듯
우리는 그저 잊어지겠죠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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