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람회 : part 2-1   

2009. 6. 1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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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올린 '사진 전람회 - part 1'에 이어,
오늘은 2007년 1월~8월에 찍은, 나름 best 사진을 골라서 올려 봅니다.
제 수준에서 best이오니, 고수님들의 비웃음은 달게 받겠습니다. ^_^;

사진이 좀 많습니다.
차 한 잔 준비하시고, 천천히 음미하듯 감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크게 봐야 좋으니, 클릭해 주세요.)

발가락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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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는 회사 판별법   

2009. 6. 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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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을 위해 여러 회사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걸 느낍니다. 생각보다 탄탄하고 건전한 문화를 지닌 회사가 있는 반면에, 겉으로 보기엔 이미지가 좋은데 실상은 곪을대로 곪은 문제에 허덕이는 회사도 있습니다.

컨설턴트인 저의 경험을 토대로 '망하는 회사 판별법'을 만들어 봤습니다. 오랫동안 생각해 온 것들이죠. 만일 이 중에서  15개 이상 '예'라고 대답한다면, 혁신을 제안할 시기가 된 거라 감히 말하고 싶군요.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회사가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1. 절차를 바꾸기 위한 절차가 만들어진다.
   (할일이 떨어졌다는 뜻)

2. 임원회의에서 CEO만 말을 한다.
   (말 꺼내기 무섭게 쫑크만 주니까. "그래, 당신 말 한번 잘했어..."라고.)

3. 신사업을 고민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발등에 불 떨어진 일이 너무 급해서. 문제는 그런 일이 너무 흔하다는 것)

4. 신사업을 시도하지만 매번 흐지부지된다.
   (CEO부터 신경을 안 써주니까 힘을 받을 턱이 있나)

5. 최근 2년 안에 시장 2위에서 3위 이하로 떨어졌다.
   (스타사업이 나타나지 않으면 매우 위급한 상황.)

6. 경쟁사와의 경쟁보다 내부 경쟁이 더 치열하다.
   (회사 발전보다 '내'가 더 중요하니까 타이틀이나 확보하자!)

7. 전략이 실패했을 때 내부에서 희생양 찾기에 몰두한다.
   (그래야 '내'가 사니까. '내가 안 그랬어요~' )

8. 화장실이 매우 지저분하다.
   (회사에 애정이 없으니까. 특히 남자 소변기 아래. 뚝뚝 떨어진 눈물(?) 자국들)

9. CEO가 바뀌면 문제가 대번 해결될 거라 믿는다.
   (CEO 바뀐다고 크게 달라질까?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는 계속 남는 법)

10. '유학가겠다'며 그만두는 신입사원이 많아진다.
   (1년후 그 신입사원은 타사 근무 중. 이직하겠다는 핑계거리...)

11. 이것저것 잘잘한 포상제도가 많아진다.
   (백약이 무효라는 증거)

12. 하루 스케쥴의 반 이상이 회의다.
   (회의해서라도 일거리 만들어야 하니까)

13. 교육이 없다는 불평이 부쩍 는다.
   (교육 받을 거 받고 나가려고)

14. 바로 옆에 있는데 메신저로 대화하는 사람이 많다.
   (얼굴 보면서 말하면 피차 피곤하니까  or  다른 사람 욕하려고)

15. 아이디어를 내면 "다른 회사도 하나?"란 말로 눌러 버린다.
   (그러면서 '창의'가 사훈이다)

16. 팀장이 "난 그럴 권한이 없어"란 말을 자주 한다.
   (모든 게 윗사람(CEO)에게 집중돼 있으니까)

17. 흡연실의 꽁초 양이 많아진다.
   (괴롭거나 심심하니까)

18. 보고서가 두꺼워진다.
   (형식이 내용을 압도하니까)

19. 회의할 때나 보고할 때 팔짱끼는 사람이 많다.
   ('듣기 싫다, 꺼져'라는 뜻의 바디 랭귀지)

20. CEO가 자리를 비우면 사람들이 활기차다.
   (만날 기죽어 지내니까)


15개 ~ 20개  :  매우 위험! 회사를 떠날 준비를...
10개 ~ 14개  :  위험! 강력한 혁신 필요.
6개 ~ 9개     :  대체로 양호. 그러나 주시해야.
5개 이하       :  건전!


덧붙임 1 :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시고 재미로 판별해 보세요. ^^
덧붙임 2 : 우리나라의 대표께서는 스스로를 CEO로 포지셔닝하시던데, 위의 판별법을 응용해서 점수를 매겨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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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조건과 충분조건, 그 차이를 아십니까?   

2009. 6. 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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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사 여러분은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란 용어를 고등학교 때(혹은 중학교 때)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신문기사나 방송에서 '무엇은 무엇의 필요조건이다'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그런데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각각 무엇인지 구분해 설명할 수 있는지요?

제법 많은 분들이 이 두 용어의 차이를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습니다. 서로 혼용하지요. 그래서 이 글에서는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의 의미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설명에 앞서, 다음의 두 문장 중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나 택해 보기 바랍니다.

1) 노력은 성공의 필요조건이다.
2) 노력은 성공의 충분조건이다.

답을 골랐나요? 확실하게 어느 하나를 택한 다음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면, 굳이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뒤에 이어지는 글을 읽어 보기 바랍니다. 약간 수학적인 표현이 등장하지만 이해하는 데 어렵지 않을 겁니다.

'P이면 Q이다'라는 명제가 참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P이면 Q이다'인 참 명제를 수학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P  ⇒ Q


이 때, 수학에서는 P는 Q이기 위한 충분조건이고, Q는 P이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말합니다. 만일 P와 Q가 동일하다면(이를 '동치'라 합니다) P는 Q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혹은 Q는 P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하죠. 좀 어렵나요?

P  ⇒ Q 라는 표현을 집합으로 나타내면,  P  ⊂ Q 가 됩니다. 충분조건인 P가 필요조건인 Q의 부분집합이 되죠. 쉽게 말해 '부분집합은 충분조건, 전체집합은 필요조건'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이제 위에서 제시한 퀴즈의 정답을 알아보겠습니다. 노력이 성공의 부분집합일까요? 아니면 성공이 노력의 부분집합일까요? 아직 모르겠다구요? 그렇다면 벤다이어그램으로 그려보면 명확하게 보일 겁니다.

위의 1)번 문장 '노력은 성공의 필요조건이다'는 곧 '노력 ⊃ 성공'이고, 2)번 문장 '노력은 성공의 충분조건이다'는 '노력 ⊂ 성공'입니다. 따라서 벤다이어그램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림이 보니 이해가 더 안 간다구요? 설명해 보겠습니다.

먼저 2)번 그림부터 설명하는 게 좋겠군요. 이렇게 비유해 보면 어떨까요? 신(神)이 앞으로 태어날 인간 아기의 성별을 결정한다고 해보죠. 신이 '넌 여자로 태어나거라'고 말하면 무조건 '인간'이라는 속성을 자동적으로 부여 받습니다. 이와 동일한 논리로, 2번) 그림은 노력하면 곧 성공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노력하기만 하면 무조건 성공이라는 속성을 보장 받는 거죠.

이 말에 동의하십니까?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력이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죠. 그러므로 2)번 그림은 틀렸습니다. 노력은 성공의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1)번 그림은 어떨까요? 이 그림은 성공한 사람들은 곧 노력한 사람들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말에는 동의하십니까? 동의하는 분도 있겠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을 겁니다. 동의하지 않은 분들은 행운이나 타인의 전적인 도움으로 성공할 수 있으므로,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노력한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할 겁니다.

맞습니다. 노력은 성공의 필요조건도 아닙니다. 노력과 성공 간의 관계는 엄밀하게 말하면 위의 1)번 그림이 아니라, 아래의 3)번 그림처럼 서로 겹쳐진 모습이라고 말해야 정확합니다.

결론적으로, 노력은 성공의 필요조건도 아니고 충분조건도 아닙니다. 그래서 위 퀴즈의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수학적인 엄밀함을 따지지 않는다면, '노력은 성공의 필요조건'이라는 1)번 그림이 맞다고 허용할 수 있습니다. 성공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고 우리는 흔히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노력은 성공의 필요조건이다'라고 말하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에서) 옳다고 판단해도 됩니다. 하지만 느슨하게 용인해 준다고 해도 노력은 성공의 충분조건은 결코 아닙니다.

이제 좀 어려운 문제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의 의미를 실제로 사용한 케이스가 없나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에 다음과 같은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앞에서 알려 드린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이 기사 속에 나오는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옳게 쓰였는지 판단해 보기 바랍니다. 

...(전략)...  국토해양부 해양개발과의 OOO 연구원에 따르면 좋은 물을 판별하는 기준은 크게 2가지, 즉 '유해요소가 없는지'와 '유익한 성분이 있는지'로 나뉜다. O 연구원은 "해로운 요소가 없는 깨끗한 물은 좋은 물의 필요조건이라면, 유익한 성분이 함유된 건강한 물은 좋은 물의 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후략)


말이 좀 어렵죠? 이를 명제로 풀면,

유익성분 있는 물 → 좋은 물    ( 유익성분 있는 물 ⊂ 좋은 물)
좋은 물 → 유해성분 없는 물    ( 좋은 물 ⊂ 유해성분 없는 물)
즉,
유익성분 있는 물(P)  → 유해성분 없는 물(Q)

 

연구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P는 Q의 충분조건이고, Q는 P의 필요조건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이를 각각 따져보겠습니다. 좀 어렵더라도 찬찬히 읽으면 흐름을 따라갈 수 있을 겁니다.

[P가 Q의 충분조건인지 따져보기]
연구원의 말대로, P가 Q의 충분조건이 되려면, P가 참일 때 항상 Q도 참이어야 합니다. P가 참인데도 항상 Q를 참이라고 말할 수 없다면, P는 Q의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유익성분이 있는 물이면(P), 항상 유해성분이 없는 물(Q)'이라는 조건문은 참일까요, 거짓일까요? 

유익성분 뿐만 아니라 유해성분도 있고 유해하지도 유익하지도 않은 성분이 들어있을 때에도 우리는 그 물을 유익성분이 있는 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유익한 성분을 파란색으로, 유해한 성분을 빨간색으로, 유익하지도 유해하지도 않은 성분을 노란색으로 표시해서 보면 금방 알 수 있지요.


위 그림과 같이 유익성분이 있는 물이라면 유익성분(파란색) 뿐만 아니라 유해성분(빨간색)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물을 유해성분이 없는 물이라 말해도 될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따라서 이 조건문은 거짓이고, '유익성분이 있는 물'은 '유해성분이 없는 물'의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연구원의 말이 틀렸다는 소리죠.

[Q가 P의 필요조건인지 따져보기]
이번에는 반대로 따져보죠. 유해성분이 없는 물(Q)는 유익성분이 있는 물(P)의 필요조건일까요? Q가 P의 필요조건이 되려면, Q가 참이 아닐 때 P도 항상 참이 아니어야 합니다. Q가 참이 아닌데, P가 참인 경우가 있다면 Q는 P의 필요조건이 아닙니다.

그대로 대입해 보겠습니다. "유해성분이 없는 게 참이 아니라면(즉 유해성분이 있는 물이라면), 유익성분이 있는 것도 항상 참이 아니다(즉, 유익성분이 없는 물)"가 성립되어야 Q는 P의 필요조건이 됩니다. 과연 그럴까요?


유해성분이 있는 물이라고 해서 유익성분(파란색)이 들어가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바로 위의 그림의 왼쪽처럼 말입니다. 왼쪽 동그라미와 오른쪽 동그라미 사이에 모순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 조건문은 거짓이고, 유해성분이 없는 물(Q)은 유익성분이 있는 물(P)의 필요조건이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보면, 유익성분이 있는 물과 유해성분이 없는 물 사이에는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의 관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연구원의 말은 옳지 않습니다.

연구원의 말이 옳다고 해도 그 말을 읽거나 듣는 사람들이 언뜻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라는 어려운 개념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굳이 이런 용어를 쓰지 않고서도 쉽게 자기의 생각을 전달하는 게 의사소통의 오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연구원은 ""해로운 요소가 없는 깨끗한 물은 좋은 물의 필요조건이라면, 유익한 성분'만'이 함유된 건강한 물은 좋은 물의 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어야 해석의 오류를 막을 수 있습니다.
 
더 좋은 방법은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좋은 물이 되려면 반드시 유해성분이 없어야 하고, 거기에 유익한 성분까지 포함되면 더 좋은 물이다

" 이렇게 말해도 의미는 고스란히 유지됩니다. 게다가 듣는 사람들이 쉽게 뜻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해결사는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의 의미를 올바르게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보고서를 쓰거나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가능한 한 이렇게 어렵고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용어를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의뢰인이 문제의 해결책을 수용하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지, 의뢰인을 교육시키는 것이 문제해결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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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은 곧 지름길입니다.   

2009. 6. 1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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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중에 우리는 과거의 경험, 문헌 자료, 논리적 근거, 다른 사람의 충고 등 여러 가지 정보와 요소를 바탕으로 해답에 접근해 갑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직관'입니다. 직관이 없다면 문제 해결 과정은 꽤 지난하게 진행되다가 끝내 흐지부지되고 맙니다.

직관이란 말을 풀어 쓰면 '곧바로 꿰뚫어 본다'라는 뜻입니다. A가 문제이고 B가 해답이라면, A의 위치에서 B에 이르는 지름길을 대번에 알아차리고 딱히 논리적이지 않지만 나름의 근거를 통해 B를 찾아내는 능력이 바로 직관입니다.

화재나 테러와 같이 긴박한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동적으로 아는 능력, 진맥만 해도 환자의 질병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능력, 무의미하게 보이는 숫자들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 등을 우리는 직관이라고 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직관이란 신비하고 천부적인 능력이라고 여깁니다.

해답은 저 너머에...


지난 글('쉽다고 과정 무시하면 큰 코 다칩니다')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반드시 과정을 중시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곧바로 결론을 내지 말고 찬찬히 과정을 밟아가야 옳은 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겠군요. "그 글에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더니, 이제 직관도 중요하다고? 서로 모순 아닌가?"라고 말입니다. 이런 의문을 가지는 이유는, 'A의 답은 B가 맞다'고 말하듯이 금방 결론을 내는 능력으로 직관의 의미를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직관은 답에 이르는 '과정'을 대번에 알아차리는 능력입니다. 답(결론)을 곧바로 제시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물론 직관이 뛰어난 사람은 곧잘 답을 말하지요. 하지만 그 사람은 어떤 과정과 경로를 거쳐 답에 이르러야 하는지 무의식적으로 알아차리기 때문에 답을 빠르게 말하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답이 머리 속에서 불쑥 떠올랐다 해도 그것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문제 풀이 과정의 지름길을 찾아냈기 때문이지, 그냥 답이 뿅하고 나타났기 때문이 아닙니다. 직관은 '이 길로 가면 답을 찾을 수 있어'라고 스스로에게 일러주는 능력입니다. 이를 뇌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싶지만 길고 어렵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지름길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지름길의 데이터베이스는 부단한 연습과 습관으로 쌓입니다. 천부적인 능력이 아닙니다. 초자연적인 힘은 더더욱 아닙니다. 충분히 연습하고 경험하면 얻어지는 후천적인 능력입니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만이 누리는 특권이 아닙니다.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몸의 일부처럼 체득되면 맡은 영역에서 뛰어난 직관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경험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기록한 다음 필요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꺼내 쓰는 능력이죠.

지능이 좋은데도 문제 해결에 쩔쩔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지능은 보통 수준이지만 문제 해결에는 척척박사가 있습니다. 그 차이는 경험을 통해 얼마나 직관이라는 능력을 갈고 닦았느냐에 있습니다. 베테랑이란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 풍부한 경험을 기반으로 직관이 뛰어난 자를 일컫습니다. 

물론 직관이 뛰어나다고 해서 항상 올바른 답을 구한다고 보장하지 못합니다. 종종 직관은 잘못된 방향의 지름길을 알려주기 때문이죠. 직관 능력에 논리적인 추론 능력을 더할 때 문제 해결에 완벽을 기할 수 있습니다. 답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해도 더 깊이 생각하고 판단해서 논리적인 기반을 마련할 때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납득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회의주의자'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논리적인 추론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루기로 하지요.

정리해 봅시다. 문제 해결의 '달인'이 되려면 직관이 필수적입니다. 직관은 문제 풀이의 지름길을 대번에 알아차리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매번 옳은 지름길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풍부한 경험과 부단한 노력이 밑바탕을 이뤄야 합니다. 경험과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직관이란 그저 '감(感)'에 불과함을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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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다고 과정 무시하면 큰 코 다칩니다   

2009. 6. 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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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이론(라프 코스터 저)'이라는 책에서 아래와 같은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x2 + 5 = 30

x는 얼마일까?

주위 사람들에게 이 문제를 제시해 보면 어떨까요? 어떻게 답을 이야기하는지 들어보면, 그가 문제해결(Problem Solving)의 기본기 중 하나인 '과정 중시'를 잘 하는 사람인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만일 그가 'x = 5'라고 금방 답한다면, 그는 답을 내는 것에 급급해서 과정을 무시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문제의 함정은 '엄청 쉽다'는 데에 있습니다. 쉽기 때문에 과정을 생략해도 된다고 유혹하죠.

직접 실험을 해봤습니다. 4~5명에게 물어봤으니 통계적으로 유의한 표본은 아니지만, 5라고만 답할 뿐 x = -5 를 말하는 사람은 한 사람 밖에 없었습니다. -5 도 분명 해답인데 말이죠.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무게를 둡니다. 예컨데 그들은 이 쉬운 문제를 풀 때에도 다음과 같이 과정을 전개합니다.

x2 + 5 = 30
x2 = 30 - 5 = 25
x =  ±√25
x ±5
 
쉬운 문제를 이렇게 일일이 풀이 과정을 써내려 가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하찮게 보이는 문제라도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면 올바른 답(±5)을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풀이 과정을 꼼꼼하게 따지는 사람을 융통성 없다고 놀리기 전에 그들의 문제해결 역량의 기본기를 유심히 살펴볼 일입니다.

저는 요즘 시나리오 플래닝을 주제로 몇몇 기업을 대상으로 워크샵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방법론을 습득하기 위해 제 책('시나리오 플래닝')에 수록된 '길동이의 딜레마' 사례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연습하는 시간을 워크샵 초기에 진행합니다. 길동이의 딜레마는 다음과 같습니다.

길동이는 광화문 근처에 있는 OO호텔 커피숍에서 저녁 9시에 만나 애인에게 프러포즈를 할 계획이다. 여자친구는 성격이 불 같아서 단 1분이라도 늦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만일 길동이가 늦게 호텔에 도착한다면, 프러포즈는 엉망이 되고 여자친구는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날 게 확실하다. 길동이는 프러포즈를 성공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제시간에 호텔에 도착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사장님이 길동이에게 오후 늦게 중요한 일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만일 그 일을 하게 된다면 빨라 봤자 회사에서 8시에 출발할 수 있다. 다행히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7시에 퇴근이 가능하다.

강남에 위치한 회사에서 호텔로 가려면 승용차로 평균 1시간 걸리지만, 운이 좋아 길이 잘 뚫리면 30분, 반대로 길이 막히면 2시간이나 걸린다. 그렇다고 차를 놔두고 가기는 싫다. 프러포즈를 끝내고 여자친구와 함께 교외로 멋진 드라이브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 길동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제가 이 사례를 이야기하면 여기저기서 웅성웅성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약속 장소를 변경하면 되잖아.", "차를 렌트하면 될텐데", 혹은 "저런 여자와 왜 만나? 끝내 버려" 등등 다양한 해결책들이 즉각 제기됩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다시피 이 사례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소소한 딜레마라 '쉽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즉흥적으로 제기된 해결책 중 몇몇은 길동이가 채택해도 될 만한 훌륭한 방안인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길동이가 처할 상황(시나리오)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최적의 해결책을 찾기 어렵습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해답을 즉각 토해내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라 '문제를 어떤 프로세스로 해결해야 하는가'의 방법론 중 하나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의미를 가집니다.

최적의 해결책을 원한다면 과거의 경험을 통한 추론과 직관으로 결과를 바로 내놓으려는 관성을 잠시 억눌러야 합니다. 그 대신,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방법론, 방식, 프로세스, 전제조건 등을 먼저 생각하려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경험과 직관도 문제해결에 필수적인 능력이자 조건이지만, 해답을 내는 데 적용하지 말고 과정을 짜는 데 사용되어야 합니다.
 
해결책을 다른 사람에게 설득하려면 과정의 엄밀함이 반드시 전제돼야 합니다. 과정이 생략된 결과는 그 효과가 높다 하더라도 의심 받거나 거센 반대에 봉착하고 말죠. 현 정부의 '밀어붙이기' 식 정책에 국민들이 크게 반발하는 이유는 뭘까요? 과정(정책의 타당성 분석 등)을 몽땅 생략한 채 자신들의 이념, 신념, 이익 등에 근거한 답(결과)을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겐 과정을 건너 뛰어도 될 만큼 문제가 쉬운가 봅니다. 과정을 중시하지 않으면 이해와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고 해서 항상 최고의 전략을 수립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직관적으로, 혹은 별 생각없이 제시한 해결책이 멋지게 성공하는 경우가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예외적이어서 (언론이나 사람들의 인식에서)돋보일 뿐입니다.

소소한 고민에서 중차대한 딜레마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면 '답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과정에 집중'해야 함을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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