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만 보고 프로야구 승리팀을 예측하면?   

2009. 5. 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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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경기를 보는 동안(보기 전이 아님) 어느 팀이 승리할 지 알아맞히려면 어떤 정보들이 필요할까? 팀의 승률, 팀 방어율, 팀 타율 등 팀 성적은 물론이고 선발투수의 방어률, 피안타율, 타자의 출루율, 혹은 그날의 날씨, 홈경기 여부 등 수많은 정보들을 따져봐야 승리팀을 알 수 있을까?

물론 충분한 크기의 다양한(그리고 좀 복잡한) 데이터가 주어지고 분석만 잘 한다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근사한 예측 적중률을 보이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경기가 이미 끝나버리고 만다.

해서, 나는 이런 가설을 세웠다.

4회까지의 점수만 보면, 그 경기의 승리팀을 70% 적중률로 예측할 수 있다.

이 가설의 아이디어는 게르츠 기거렌처의 '생각이 직관에 묻다'에서 얻었다. 그 책은 농구 경기에서 팀별 승률과 전반전 스코어만 보면 승리팀을 78%의 적중률로 맞힐 수 있다는 결과를 소개한다.

여러분이 A팀과 B팀 간의 야구 경기를 4회까지만 관전하고 그 경기의 승리팀이 어디인지 알아맞힌다면, 그 적중율은 얼마나 될까? 50%, 아니면 60%? 시간이 없어서 4회까지만 경기를 봐야 한다면, 이 가설의 증명 여부가 도움이 될지 모른다.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실험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2009년 4월 4일부터 5월 10일까지 치러진 124개의 경기 결과를 확보했다.

2. 각 경기의 4회까지 점수 결과를 일일이 수집했다 (좀 힘들었다. -_-).

3. 4회까지의 점수가 앞서는 팀이 승리팀이 되리라 예측했다.

4. 만일 4회까지의 점수가 동점이면, 2008년의 승률이 높은 팀이 승리팀이 되리라 예측했다.

[실험 결과]
엑셀 파일에 이와 같은 로직을 담아 시뮬레이션해 보니, 71.8%라는 적중률이 도출됐다(비긴 경기를 감안하면 77% 정도가 된다). 가설보다 높은 수치다. 이 결과를 바꿔 생각하면, 5회 이후에 역전이 짐작만큼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아래의 엑셀 파일 참조). '우리팀이 역전하기를' 고대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역전할 확률은 기껏해야 3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실험은 시즌 초반에 해당하는 경기에만 적용했는데,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적용한다면 적중률이 다소 변하리라 예상된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의사결정 내릴 때마다 정보가 부족하기 일쑤다. 좀더 많은 정보, 지식, 방법론을 적용하면 예측의 정확성이 커질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까워 하는 경우가 많다. "아, 다양한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한다면 좋겠는데..."라며 탄식한다. 많은 정보가 예측의 적중률 향상시킨다고 믿는다.

그러나, 적은 정보만 가지고도 꽤 근사한 적중률로 예측이 가능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 많은 데이터와 정보를 가진다고 해서 예측의 적중률을 높이지는 못한다. 추가되는 데이터의 '한계(Marginal)예측적중률'은 '한계효용'처럼 급격히 체감된다. 100%에 가까운 적중율을 얻으려면 거의 무한대의 정보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불확실하고 복잡한 시대, 간단한 판단법으로 쉽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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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만 어지러운 섬, 소매물도   

2009. 5. 1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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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서남쪽에 위치한 소매물도로 갔다.
그 섬과 잇닿은 등대섬의 경치가 유명하다고 해서 찾았다.

소매물도 선착장에서 등대섬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고 거칠었다.
공원과 숙소를 조성한다고 여기저기 파헤치고 중장비가 굉음을 냈다.

게다가 휴식을 청하러 갔다가 계획에도 없던 등산을 해야 했다.
사람 하나가 겨우 통과할 만한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
드디어 등대섬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간조 시간이라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의 물길이 열렸다.
하지만 그곳까지 갔다가 다시 소매물도로 올라오기엔 체력이 버거웠다.
4시 30분에 끊기는 배 시간 때문이기도 했지만...
몇컷의 사진을 찍고 돌아나왔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의 경치를 제대로 느끼려면 하룻밤 숙박이 필요하리라.
하지만 여기저기 파헤친 공사판을 본다면
제 아무리 멋진 풍경이라도 반감되고 말리라.

(크게 보려면 클릭을...)

소매물도 선착장에서

소매물도 선착장에서 멀리 보이는 오륙도

소매물도와 물길이 열린 등대섬

낚시를 떠나는 배

소매물도를 떠나며

강렬한 남도의 해

다시 올 수 있을까?

 [거제도 여행 다른 글 읽기]
그 많던 포로들은 어디로 갔을까
외롭지 않은 섬, 외도에 다녀오다
거제도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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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09. 5. 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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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는 모두 6권의 책을 읽었다.
개인적으로 4월은 '잔인한 달'이었기에, 생각보다 많은 책을 읽지 못했다.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싱숭생숭했다고나 할까?
그래도 이번 달에는 좋은 책을 많이 만나서 다행이다.

 1월부터 4월까지 모두 25권의 책을 읽었다.
다독가가 되긴 글렀나 보다. ^^

블랙스완 : 상당히 심오하면서도 날카로운 책이다. 불확실성에 대해 나와 다른 정의를 내리지만 대개의 논리엔 공감하면서 읽었다. 검은백조가 어디서 나타날지, 항상 조심하라! 이 책을 강추한다.

슈퍼크런처 : 광범위하고 광대한 데이터 분석으로 정책의 효과, 와인의 품질 등을 미리 예측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믿을 만한 건 숫자 뿐인가? 좋은 지식과 시사점을 얻은 책이다. 내가 시나리오 플래닝에서 주장하는 논리와 배치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일독을 권한다.

발칙한 미국학 : 지난 달에 읽은 '발칙한 유럽산책'을 재미있게 읽어서 이 책도 냉큼 읽었다. 신문 칼럼을 모은 책이라 술술 쉽게 읽히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오랫만에 고국에 돌아와서 느낀 '준 이방인'의 시각과 위트가 책 곳곳에서 빛난다. 심심할 때 읽으면 좋다.

슈퍼자본주의 : 승자독식사회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의 폐해와,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서술하는 책.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의 강력하고 일관적인 정책만이 자본주의의 부조리와 환경 파괴로부터 구원 받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한다. 작은 정부가 아니라 큰 정부가 나와야 할까? 일독을 권한다.

고민하는 힘 :  스타벅스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다가 책꽂이에 꽂혀 있길래 앉은 자리에서 읽어버린 책. 재일교포 2세인 동경대 교수의 책. 동어반복을 밥먹듯 하는 자기계발서 중 하나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자못 철학적이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를 끊임없이 고민하라고 충고한다. 실용적(?)인 자기계발서를 기대했다면 오산인 책.

아이코노클라스트 : 생각의 틀을 깬 사람들은 어떤 뇌를 가졌을까? 신경과학자가 뇌과학의 지식으로 선구자들의 뇌 구조를 이야기한다. 성공한 자들은 남들과 다르게 보고, 공포를 이겨내고, 타인을 효과적으로 설득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든다. 뇌가 다르다면, 그들을 따라할 수 있을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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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그리운 꽃의 도시   

2009. 5. 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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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 갔던 피렌체 생각이 갑자기 드는 이유는 뭘까?
꽃의 도시, '냉정과 열정 사이'란 영화를 보고 사무치게 동경했던 도시...

막상 그 도시에 들어서니, 쥰세이의 외로움도, 아오이의 괴로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박제된 중세의 그늘과 융성한 관광업의 소음이 뒤섞여, 머리가 어지러웠던 도시.

헌데, 뜬금없이 그곳이 그리운 이유는 왤까?
이상타.

(크게 보려면 클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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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냐, 성공이냐' 게임이론으로 풀어보면?   

2009. 5. 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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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님의 블로그에서 읽은 재미있는 글을 여기에 인용하고자 한다. 아래가 그 내용이다.


23 세의 두 아가씨가 addicted라는 이름으로 출전했습니다. 수 손(Sue Son)양과 16살 그의 고등학교 시절부터의 베스트 프렌드 재니(Jannie)입니다. 둘의 연주는 일종의 불협화음이었고 X를 세개 받습니다. 그러나 반전. 판정단은 손양에게 단독 오디션을 제의합니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친구의 표정은 착잡함으로 굳어져가고, 관객들은 수락하라고 예스를 연호하고..

그리고 다음날 바로 이어진 오디션입니다. 이 결과는 잘 아시겠죠.

가십성 매체 또는 영문 블로그나 유튜브 영상, 텍스트 댓글 보면, 수가 재니를 버리고 가는게 옳냐 아니냐에 대해 논란이 있습니다. 그 전에 친구를 버린 사람이라는 차가운 반응에서, 준결승 진출 이후에는 잘했다는 쪽으로 기우는 듯 합니다. 수 양은 재니의 페이스 북 친구리스트에서 잘렸다는 기사도 있네요. 

여러분이 그 자리에 섰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베스트 프렌드를 잃더라도 단독 오디션을 받을지, 우정을 택할지 선택이 서십니까? ^^

Source : inuit blogged (http://www.inuit.co.kr/1685 )

수(Sue)는 재니(Jannie)를 버리고 오디션에 응할까, 아니면 우정을 택할까? 수에게 주어진 고통스러운 딜레마다. 나는 이 글을 잃고 '게임이론'의 상황을 떠올렸다.

게임이론으로 수의 선택이 어떨지 예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게임'을 하려면 각자가 얻게 되는 가치를 정량화해야 한다. 나는 나름대로 다음과 같이 정량화해 봤다. 주관이 많이 개입된 가치 평가이기 때문에 수와 재니가 실제로 느낄 가치와 차이가 날지도 모른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수가 오디션에 응함으로써 얻는 가치 =  100
우정을 유지함으로써 얻는 가치 =  0     (현황 유지이므로)
친구를 버림으로써 얻는 가치 =   0
(자신은 친구를 택했는데) 친구로부터 버림 당함으로써 얻는 가치 =  - 100

가치의 정량화가 완료되면, 수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가치 매트릭스'가 그려진다. 여기서 '버린다'의 의미는 '친구를 버린다'의 의미다.

                   수의 선택
      오디션 본다
  (= 버린다)
오디션 안본다
(= 안버린다)
재니의
선택
    버린다              100
 0
          -100
  0
  안 버린다              100
 -100
              0
  0


내가 수라면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유리할까? 그 짧은 시간에 수가 이 표를 떠올리진 않았겠지만, 무엇이 유리한지 불리한지 머리가 복잡했을 터이다. 이 표에 의하면 '오디션을 보는 전략(즉 친구를 버리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그래야 100 만큼의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반면, 내 재니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100이라는 부(負)의 가치를 피해야 하므로 역시 '친구를 버리는 전략'을 택하는 게 유리하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이 좌상단의 셀에서 균형이 형성된다. '네가 나를 버리면, 나도 널 버리겠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처럼 보인다.

                   수의 선택
      오디션 본다
  (= 버린다)
오디션 안본다
(= 안버린다)
재니의
선택
   버린다           100
  0
           -100
  0
  안 버린다              100
 -100
              0
  0


inuit님의 글에 링크된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수는 단독으로 출전하기로(즉 친구 재니를 버리기로) 했고, 그 결과 테스트를 통과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 딜레마는 '죄수의 딜레마'와 완전히 같은 상황은 아니다. 수가 단독 출전을 고민할 때 그녀에게 주어진 상황은 죄수의 딜레마처럼 동시적인 선택 상황이었다. 수의 입장에서는 재니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가 단독 출전하기로 선언하고 나면 상황은 다른 양상으로 바뀐다. 수가 먼저 카드를 내보였으니 이제 재니가 그에 대응해서 카드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게임이론에서 이런 상황을 말하는 용어가 있는데 생각이 안 난다. -_-; 순차적 상황인가? )

재니는 어떤 카드를 내놓아야 할까? 자신을 배신한 수를 용서해야 할까, 아니면 절교를 선언해야 할까? 그녀가 자신의 페이스북 '친구 리스트'에서 수를 삭제했다고 하니, 재니 역시 수를 버리기로 한 걸까?

아직 속단하기에 이르다. 수의 경우처럼 급하게 결정할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니의 머리 속에서 그려질 '대차대조표'가 어떤 모습일지 잘 모르겠다. 여기서부터는 게임이론의 영역이 아니라 심리학의 영역인 듯하다. 무엇이 이득인지 그녀(재니)가 제일 잘 알 테니까...

* 졸음을 쫓을 겸 쓴 글이라, 오류가 있을지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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