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미시적 동기가 큰 변화를 일으킨다   

2009. 12. 1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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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의 작은 동기들이 모여서 재미있고 때로는 중대한 결과를 낳곤 합니다. 강연장에서 사람들이 좌석에 앉는 패턴을 살펴보면, 개인들이 연사와, 그리고 다른 청중들과 얼마나 '이격'돼야 하는지 의식적으로 아는 것만 같습니다.

사실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행동들이 결합되어 나타난 현상이죠. 혼잡한 교통상황, 커피가 갑자기 희소해지는 현상, 기부액이 급증하는 현상들은 모두 개인의 미시적인 동기가 거시적인 행동 패턴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토머스 셸링은 이런 사회현상을 주의 깊게 연구한 학자로서 2005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가 '미시동기와 거시행동'이란 책에서 소개된 모의실험이 있습니다. 일명 "끼리끼리 모이는 현상"에 관한 실험입니다.

이 실험은 서로 이질적인 두 종족(혹은 인종이나 국적)이 한 지역에 인위적으로 고루 섞여서 살기 시작한다면, 개인들이 자기네 종족과 같이 살려는 작은 욕구가 모이고 모여서 나중에는 뚜렷한 군집(군락)이 구분됨을 보여줍니다. 요컨대, 인종차별의 감정이 없더라도 군집이 분리된다는 걸 보여주는 실험이죠.

그 글을 읽고나서, 그냥 눈으로만 읽을 게 아니라 직접 실험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밤늦도록 시간을 까먹고 말았지요.

제가 한 시뮬레이션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1. 다른 종족인 'O족'과 '#족'이 8X8의 바둑판에 고루 퍼져 거주할 것을 '명' 받았습니다. 즉, O족과 #족이 바둑판의 한칸씩을 번갈아 점유토록 한 것이지요.

2. 그런 다음 무작위로 몇 개의 셀을 지웁니다. 왜냐하면 이사 갈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죠. 그래서 아래와 같은 매트릭스를 얻었습니다. 보다시피 O족 사람과 #족 사람들이 섞여 사는 중입니다.


3. 각 셀에 사는 사람들이 이사 가야겠다는 동기를 갖도록 만드는 로직을 다음과 같이 적용했습니다. 이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 셀은 '이사를 가야하는 셀'이 됩니다.

- 이웃이 3~5명이면 적어도 그 중 2명 이상이 동족이어야 살 만하다.
- 이웃이 6~8명이면 적어도 그 중 3명 이상이 동족이어야 살 만하다.
- 이웃이 2명이면, 그 중 하나는 동족이어야 한다.
- 이웃이 1명이면, 그 이웃은 반드시 동족이어야 한다.

4. '이사를 가야하는 셀'이 밝혀지면, 그놈을 바둑판의 빈곳으로 이사를 시킵니다. 이사 시키는 로직의 기본은 '자신을 둘러싼 8개의 셀 중에서 동족을 많이 만나게 될 빈곳으로 이사를 시킨다'입니다. 그 밖의 로직은 대세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여러분 마음대로 정해도 됩니다.

5. 3번부터 4번의 절차를 계속 반복합니다. '이사를 가야하는 셀'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계속하면 됩니다.


아래의 동영상은 제가 해본 시뮬레이션의 결과입니다. 고르게 퍼져 살던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끼리끼리 모이는 현상을 나타냅니다. 약간의 예외 셀이 존재하나,  좌상단은 주로 O족이, 우하단쪽은 #족이 모여 살게 됩니다.

플레이 버튼을 눌러서 셀의 분포가 변하는 모습을 살펴 보십시오. 특이한 점은 한참 후에 군락의 구분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 두 번째 컷으로 넘어가자마자 어느 정도 군락이 구분된다는 것입니다. 비약일지 모르지만, 마치 '창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간단한 실험이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전달합니다. 개인들의 욕구(예를 들어, 가능한 한 많은 동족을 이웃으로 두려는)가 국가나 지역 단위로 축적되면, 의도치 않은 중대한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현상은 말콤 글래드웰이 유행시킨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와, 카오스 이론에서 감초처럼 등장하는 '나비효과',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실현적 예언'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서로에게 적응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잘 성취하느냐의 문제는 다른 사람의 행동에 크게 영향을 받지요. 우리는 보통 위대한 인물이 걸어온 발자취를 되짚어 가면 그 사람의 위대한 품성을 만나리라 기대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독불장군처럼 혼자 잘나서 잘된 사람은 없습니다. 무의미하게만 보이는 수많은 개인들의 욕구와 의사결정들이 우연하게 '좋은 방향'으로 '창발'되어 그 사람의 위대함을 조력했기 때문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강조하는 주장도 바로 이러한 것이죠.

위의 실험은 국가나 기업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작위적인 도구를 사용하여 개인들의 동기와 선택의 자유를 무력화시키거나 조작할 수 있을까란 의문도 함께 던져 줍니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한 작위적 도구의 기저엔 더 작은 미시의 동기들이 꿈틀거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는 언제나 배태된 '혁명'의 들끓음 위에 발을 딛고 살지요.

혹 다른 조건으로 실험을 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Excel 파일을 공개합니다. (조악하니, 그 점은 양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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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과 사회적 지위의 관계   

2009. 12. 1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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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2일 ~ 15일 사이에 제가 구독하는 RSS 피드에서 발견한 '볼만한 글'들을 소개합니다. 날씨가 아주 매섭네요. 모두들 건강 유의하세요~!



사회적 지위가 불안한 사람일수록 비만이고, 비만일수록 사회적 지위가 낮다는. 미국은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천문학적인 수준입니다. http://bit.ly/5mPrhE



향후 10년 간 주시해야 할 기술 분야의 4대 트렌드는? http://bit.ly/7ahMcP



(동의하지 않는 분도 있겠지만) 블로고스피어에서 '남자인 듯한 이름'으로 활동하면 파워블로거로 성공하기가 용이하다는. http://bit.ly/53zMkI



왜 성공한 여자들 중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성취를 의심하고 믿지 못해서 끝내는 '사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http://bit.ly/87UA81



뉴사이언티스트 지에서 뽑은 '올해의 과학 도서 10권'. 이 중에 우리나라에 번역됐거나 번역될 책은 무엇일까요? http://bit.ly/8wLsjo



임산부들은 위협, 공포, 분노를 나타내는 표정을 더 잘 감지한다는.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라고 합니다. http://bit.ly/7rzJqE



웃어야 세계의 평화가 증진된다는. 국가간의 갈등을 코메디의 플롯으로 이해하자는. http://bit.ly/621mlN



미식축구 선수들의 평균수명은 55세라는. 미국의 평균수명인 77.6세보다 매우 낮네요. 왜 그럴까요? http://bit.ly/8RG7Cc



담배연기로 도너츠를 잘 만드는 방법 (별의별 방법이 다 소개되네요. ^^) http://bit.ly/6ZCXXn



왜 21세기의 두번째 10년이 되었는데도 기업 중역회의에서는 여성들이 없는 걸까요?http://bit.ly/6R0cen



오바마가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하지만 그는 성과로 자신의 상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는. http://bit.ly/4vlJYb



자전거 탈 때 헬맷을 반드시 쓰도록 법규화하면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주장.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합니까? http://bit.ly/55dyJZ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뉴로마케팅(신경마케팅)을 어떻게 할까요? 실험에 현대와 기아의 광고가 쓰였네요. http://bit.ly/87rJpz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 8가지 이유는? 기업들은 멍하니 있지 말고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때! http://bit.ly/751ld4


  
현명한 리더가 되려면 많은 지식을 알 필요는 없다는. 지식과 정보의 홍수에 허덕이지 말라는. http://bit.ly/8q0v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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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플래닝, '한경 2009 올해의 책' 선정   

2009. 12. 1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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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한경)에서 선정한 '2009 올해의 책 20권'에 저의 책 '시나리오 플래닝'이 뽑혔습니다. 아래의 그림에서처럼 경제경영 및 자기계발 11권 중 한 권입니다. 

1년에 수천 권이 출판되는데, 그 중 20권 안에 드니 아주 기쁩니다. 2008년 내내 이 책을 쓰느라 힘들었는데, 그 때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집니다. 아픈 어깨도 오늘 만큼은 가볍네요. ^^

(사진출처 : 2009.12.16일자 한국경제신문)


척박한 우리나라 출판시장에서 책 쓰는 일이 갈수록 힘겹고 동기가 저하되는데, 이번 뉴스가 큰 힘이 되네요. 무엇보다, 제 책을 읽어주시고 개인적으로 좋은 말씀 전해 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 드립니다. 2010년에 더 좋은 내용의 책으로 보답하겠습니다. ^^;


- 한국경제신문 '올해의 책' 발표 기사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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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순위권에 오르고 싶다   

2009. 12. 14.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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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퓨처컨설팅의 홈페이지를 블로그 형태로 변경/운영한 지가 이제 만 2년이 되어 갑니다. 결정 당시에 몇몇 사람이 우려를 표했지만, 이제와 생각하니 블로그로 잘 변경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온라인 브로셔' 노릇 밖에 못하는 홈페이지보다, 세련된 맛은 떨어지지만 사람들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블로그의 매력에 반해 버렸으니까 말입니다.

연말이면 여기저기서 '올해의 OOO'이란 형태의 랭킹 이벤트가 벌어집니다. 블로고스피어도 마찬가지라서 메타 블로그 주최로 행사가 진행 중인 모양입니다. 당연히 인퓨처컨설팅의 블로그는 후보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쟁쟁한 파워블로거에 비하면 아직 일천하고 빈약한 까닭이겠지요. ^^

랭킹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도 나오지만, 블로거에겐 좋은 보상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블로깅으로 생계 유지가 가능한 전업 블로거가 아닌 한, 동료 블로거들의 인정(recognition)은 계속해서 좋은 글로써 블로고스피어에 기여(?)케 하니까 말입니다. 인정마저 없다면, 수입 기반이 취약한 블로고스피어가 여지껏 강건할 수 있을까요?


헌데, 인사평가제도를 컨설팅하는 사람으로서 '올해의 블로그'를 정하는 방법에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인사평가제도에는 필요에 의해 직원들의 평가 서열을 정하는 로직이 포함되는데, 그런 시각으로 판단하면 현 '블로그 랭킹 로직'은 후보에 오르지 못한 많은 블로거들의 불만을 살 만도 합니다. 하지만 인사평가를 내리듯이 블로그 랭킹을 정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진 않겠지요.

다만, 가능한 한 승자독식이 고착되거나 심화되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영화 시상식에도 '신인상'이 있듯이, '신인 블로그' 혹은 알려지지 않은 '진주' 블로그 부문을 따로 정하는 방식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무슨 로직이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새로운 블로거를 소개하고, 또한 기존의 '승자 블로그'들을 긴장시킨다는 차원에서 적절한 '물갈이 로직'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또한, 카테고리를 지금보다는 좀더 세분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2009 블로그 어워드에서 시사와 비즈니스를 하나로 묶어 '시사/비즈니스' 카테고리로 만든 건 좀 이상해 보입니다. 이 두 분야는 해당 블로그에서 발행된 글들을 비교해볼 때 성격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취미/여가' 부문도 그렇고, '일상/생활' 부문은 카테고리의 특징이 무엇인지 모호합니다. 블로그 컨텐츠의 독창성과 전문성을 장려한다면, 뭉뚱그려진 카테고리 탓에 후보에도 들지 못하는 경우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요?

2009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 해를 정리하고 치하하는 이벤트가 피크를 이룰 시기입니다. 적어도 블로고스피어에서는 별다른 마찰 없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내년엔 저도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싶네요. 3년차에 접어든 초보 블로거의 솔직한 마음입니다. ^^ 단, 왜곡된 랭킹 시스템이 아니라야 하겠죠. 

2010년엔 순위권에 들기 위해(들지 않더라도)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이상, 그다지 영향력 없는 블로거의 두서 없는 소감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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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까페에서 향기 그윽한 커피를   

2009. 12. 1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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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점심을 먹으러 분당으로 향했지요. 정자동에 위치한 오겹살집('강호동 678')을 누가 추천해 줬답니다. 아들의 인라인 스케이트 수업을 마치고 가느라 점심이 꽤 늦어졌지요. 가는 길에 좀 헤매기도 했구요. 두툼한 고기가 독특합니다. 다 먹고 나니 얼추 5시가 되어 점심 겸 저녁이 되어 버렸죠.

고깃집 옆을 보니 아담한 까페가 있습니다. 까페 "라온제나"라는 곳이죠. 에스프레소 기계도 있지만 주로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 집입니다. 바리스타 분이 주둥이가 긴 주전자로 물줄기를 길게 해서 다른 주전자에 물을 옮겨 담는 묘기도 볼 수 있답니다.

커피의 신맛을 좋아하는 저는 에티오피아 커피를, 아내는 까페 라테를 주문했지요. 스타벅스 커피에 비하면,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맛이 났습니다. 커피를 아주 좋아하지만 카페인이 심장에 무리가 되는 것 같아 조심하는 중인데, 리필해서 두 잔이나 마셨답니다. ^^ 우리 동네에 이 까페가 있으면 매일 가고 싶어집니다.

위 : 까페라테, 아래 : 에티오피아산 커피



조그마한 로스팅 기계


커피를 마시고 바람이나 쐬러 율동공원으로 갔는데,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더군요. 몇 걸음 걷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토요일이 이렇게 휭~하니 흘러갔네요. ^^ 여러분의 토요일은 어땠습니까?

주방의 모습. 와인도 판매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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