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깨는 친구가 진짜 친구   

2010. 4.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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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구가 없는 사람은 불행합니다. ‘X선 결정학’이라고 불리는 학문의 개척자였던 물리학자 로잘린드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은 어쩌면 DNA 구조를 최초로 규명한 과학자로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을는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거의 근처까지 갔었지요.

로잘린드 프랭클린


하지만 승자는 그녀가 아니라 ‘왓슨과 크릭’이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그녀가 찍은 X선 사진을 도용한 도덕적 책임이 있지만, 주변의 동료들은 그녀가 DNA 이중나선을 스스로 발견하기는 힘들었을 거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 이유를 그녀의 동료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아론 클루그(Aaron Klug)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녀에게는 공동연구자가 필요했지만,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사람은 그녀의 사고 패턴을 타파해 줄 사람, 그녀 바로 앞에 놓여 있는 것을 보도록 해줄 사람, 그녀를 계속 위로 밀어 올려줄 사람 말이다.”

클루그의 말은 그녀에게 사고의 틀을 깨뜨려 줄 진정한 친구가 있었다면, 과학의 역사는 그녀의 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그녀의 상급자였으며 후에 ‘왓슨과 크릭’과 함께 노벨상을 수상하는 윌킨스는 그녀의 학문적 친구가 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둘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사이였지요. 남의 도움을 싫어하는 그녀의 까탈스런 성격 탓도 있었지만, 그녀에게 지적 영감을 선사하고 지나치게 실험 중심으로만 접근하려 했던 그녀의 사고 틀을 깨뜨려 줄 친구가 없었다는 것이 그녀가 DNA 구조 규명을 목전에 두고도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이유는 아니었을까요?

왓슨(좌)과 크릭(우)


진정한 친구는 껍질 속에서 안전하게 머물러는 우리 자신의 프레임을 깨뜨려 주는 친구입니다. 모험과 발견을 함께 하면서 협소한 생활의 범주를 함께 넓혀갈 동반자가 진정한 친구입니다. 어제의 ‘나’를 파괴하고 내일의 ‘나’를 제시해주는 존재입니다. 

친구가 많다고 좋아할 일도, 친구가 적다고 슬퍼할 일도 아닙니다. 나의 틀을 깨주는 친구 한 사람이면 족합니다. 그와 함께 함으로써 나의 세계를 넓힐 수 있고 내가 성장할 수 있다면 단 한 사람의 친구라도 소중하죠. 여러분에게는 그런 친구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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