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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부터 96년까지 뉴욕 경찰청장을 역임한 윌리엄 브래튼(William Bratton)은 무정부 상태에 가까울 만큼 혼란스러웠던 뉴욕시의 범죄율을 극적으로 감소시킨 뛰어난 ‘경영자’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놀랍게도 그가 재직했던 2년 동안 범죄 발생이 50%나 하락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브래튼의 높은 인기를 시기한 줄리아니 시장에 의해 2년 만에 쫓겨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범죄율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그만큼 그의 치안정책이 우수하고 생명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논평했죠.
백미러로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급소경영(Tipping Point)’이라고 일컬어지는 치안정책의 접근방법은 상당히 신선한 것이었습니다. 그의 아이디어는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 (James Q. Wilson)의 ‘깨진 유리창’ 이론에 근거합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지하철 무임승차, 노상방뇨, 강압적인 구걸행위 등 사소한 범죄행위가 더 큰 범죄행위를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발전된다는 이론입니다. 쉽게 말해, 바늘도둑을 방관하면 소를 훔쳐도 된다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범죄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으니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이하, 두 스티븐)가 공저한 ‘괴짜경제학(Freakonomics)’에서 뉴욕시의 범죄율 급감 사례를 다른 시각으로 해석했습니다. 두 스티븐은 브래턴의 차별화된 치안정책이 우수하다고 평가할 순 있을지라도 뉴욕 시의 범죄율을 하락시키는 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원인은 아니었다고 주장합니다.
두 스티븐은 과거로부터 축적해 온 데이터에 근거하여 그와 같은 주장을 반박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뉴욕시의 범죄 감소는 브래튼이 임명되기 이전인 1990년부터 진행되기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범죄율 감소의 결정적 원인으로 주목한 것은 바로 임신중절을 전국적으로 합법화한 1973년의 법원 판결입니다.
데이터에 의하면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후에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낙태를 원하는 여성의 대부분은 가난하고 미혼인 10대 청소년들입니다. 비록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1973년의 임신중절 합법화는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미래에 범죄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의 출생을 억제하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그 효과는 1세대가 지난 30년 후 범죄율을 급감시킨 아이러니한 결과를 발생시켰다는 겁니다. 뉴욕 시가 아닌 다른 지역의 범죄율도 비슷한 정도로 함께 감소했다는 통계는 두 스티븐의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만약 두 스티븐의 주장이 옳다고 한다면, 브래튼의 혁신적인 치안정책을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브래튼의 정책이 성공하게 된 것은 정책 자체의 차별성과 우수함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운이 좋아서일까요?
우리가 깨달아야 할 점은 브래튼의 치안정책이 우수하냐 그렇지 않냐가 아니라, 트렌드를 제대로 '타지' 못하면 제 아무리 뛰어난 전략도 성공하기 힘들다는 사실입니다. 만일 법원이 임신중절을 불법화하여 잠재 범죄자가 지속적으로 양산되는 환경에 처하게 했었더라면 브래튼의 혁신은 실패했거나 그리 특별한 조치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브래튼의 치안정책은 그 덕에 성공을 거둔 것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트렌드는 전략의 성공 여부를 쥐고 있는 열쇠입니다. 근사하게 짜놓은 전략도 때를 잘 만나야 성공할 수 있으며, 어떤 때가 올지를 잘 알고 짠 전략만이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죠.
기본으로 돌아가 시장의 트렌드를 먼저 살펴야겠습니다. 결과에 숨겨진 원인이 무엇이고 현상에 숨겨져 있는 기회를 발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식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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