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10. 7. 1.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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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에도 6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월드컵 시즌이었고 원래 6월달은 출판계의 비수기라서 책 읽기를 다소 멀리 하기 쉬웠던 지난 한 달이었습니다. 일이 바빴고 게다가 얼마 전에 저의 6번째 책을 탈고하느나 책 읽을 짬을 내기가 어려웠지요. 하지만, 그 와중에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여러분도 즐거운 독서 생활 누리기를 바랍니다.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글 잘 쓰기로 유명한 글래드웰의 신작. 그 동안 쓴 여러 기사들을 모아서 펴낸 책이라서 책 전체를 꿰뚫는 일관된 메시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조금 실망스러운 책입니다. 명성에 기대어 쉽게 책을 팔아보려는 속셈이 보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각 장의 개별 이야기들은 세상을 독특하게 바라보는 글래드웰의 시각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스눕
스눕 : 어떤 사람의 거실이나 침실, 또는 사무실을 들여다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꿰뚫어 볼 수 있다는, 심리학의 '발칙한' 한 분야를 다룬 책입니다. 이 책은 아마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듯한데, 저는 그런대로 '이렇게도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란 하나의 시각을 얻었기에 괜찮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우리가 상식적으로 느끼는 첫인상과 그 사람의 실제 성격이 크게 다를지도 모름을 이 책은 지적합니다.

히든브레인
히든 브레인 : 처음엔 뇌과학에 관한 책인줄 알았는데, 인간들의 무의식적인 편향을 다룬, 꽤 흥미로운 심리학 책입니다. 편향적인 사고를 하고도 사람들이 그걸 느끼지 못한다는 것, 지적을 해주었을 때 매우 당황하거나 믿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숨겨진 뇌의 은밀한 조종 결과임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재미있게 전달합니다. 꼭 읽어 보세요.

기업 브랜드의 전략적 경영
기업 브랜드의 전략적 경영 : 개별 제품의 브랜드 전략이 아니라, 기업 자체를 브랜드로 구축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 무엇보다 '자아도취'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교훈입니다. 브랜드 관리자들은 꼭 봐둬야 할 책.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 책 제목에 확 이끌어 충동적으로(?) 산 책.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가 있을 거란 기대감에 페이지를 넘겼으나, 저자 자신의 신변잡기적인 문장만 가득한 책. 저로서는 조금 실망이었습니다. 결국 50페이지 정도를 남겨두고 읽기를 멈췄죠. 정재승 교수가 왜 그렇게 과도한 칭찬의 서평을 남겼는지 모를 일입니다. 비유하자면, 이 책은 일본과 파라과이의 축구 경기 같습니다. ^^

열린사회와 그 적들 1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 : 철학자 칼 포퍼의 대표적인 저작입니다. 철학책이라 그런지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포퍼는 닫힌 사회를 지향한 플라톤의 철학을 이 책에서 맹렬히 비판합니다. 플라톤적인 사고방식이 시대를 불행하게 만드는 주범임을 고발합니다. 아마도 이 책의 초판이 히틀러가 몰락했던 1945년에 출판됐기 때문이겠죠. 포퍼의 날카로운 지적은 현재에도 계속 유효합니다. 어렵겠지만,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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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에게 잡아먹히지 않는 방법   

2010. 7.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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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란 무엇일까요? 아마 여러분은 문제라는 말을 여러 가지 의미로 정의 내릴 것 같군요.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문제란 기대 상태와 현재의 상태 사이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덜컹덜컹 요란한 소리를 내는 중고차를 몰고 길을 달리는데 빨간 스포츠카가 굉음을 내면서 앞으로 순식간에 끼어들었다가 저 멀리 사라져버린다면 어떤 기분이 듭니까? 먼저 화가 나겠지만, 화가 좀 가라앉으면 스포츠카와 초라한 자신의 차를 비교하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 나도 저런 멋진 차를 타고 다니면 이런 꼴을 당하지 않을 텐데’ 라고 말입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튀어 나옵니다. 멋진 스포츠카를 꿈꾸는 상태와 낡은 중고차를 가진 현재 상태 사이의 갭(gap)이 문제를 발생시키는 거죠.

문제 = 기대 상태 - 현재 상태

문제를 잘 정의하면 문제해결이 쉽다는 말을 자주 들었을 겁니다. 다음 사례를 읽어보기 바랍니다.

동물들의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알래스카를 여행하던 어느 교수와 학생이 야영을 위해 텐트를 설치하던 중이었습니다. 이때 사납게 생긴 곰 한 마리가 그들을 발견하고 달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느리고 미련하다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곰의 걸음은 상당히 빠르기 때문에 어물쩍거리다가는 잡아 먹히는 위급한 상황이었습니다.

교수는 황급히 도망을 치려는데, 학생은 가방에서 운동화를 꺼내서 신기 시작했습니다. 교수가 놀란 눈으로 뒤돌아보면서 외쳤습니다. “운동화 신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아. 빨리 도망쳐야 한다고!” 이 말을 들은 학생이 짐짓 태연하게 소리쳤습니다. 

"글쎄요, 문제는 그게 아닌 것 같은데요?” 

이 에피소드에서 발생한 문제는 무엇입니까? 교수는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의 내렸습니다.

교수가 인식한 문제 
   = 곰으로부터 멀리 달아난 상태 – 곰이 그들을 잡아먹는 상태

이 문제의 제약조건은 인간이 곰보다 빠르지 않아서 현재의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없는 한 해소할 방법이 없는 제약조건이죠. 

교수는 이런 제약조건에 매몰되어 학생을 탓했지만, 학생은 기대하는 상태와 현재 상태를 동시에 변경함으로써 그 제약조건이 더 이상에 문제해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학생이 새로 정의한 문제
    = 교수보다 빨리 뛰는 상태 – 교수와 비슷한 속도로 도망치는 상태

자, 학생이 어떤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봤는지 눈에 확 들어옵니까? 학생이 새로 정의한 문제는 운동화로 갈아 신음으로써 간단히 해결됩니다. 

학생이 교수에게 “문제는 그게 아닌 것 같은데요?” 라고 말한 이유는 문제의 해법이 곰에게서 멀리 달아나는 게 아니라 교수보다 빨리 달려서 곰이 교수만 잡아 먹도록 하는 방법에 있기 때문입니다. 혼자만 목숨을 구하겠다는 학생의 이기심이 괘씸한 것만 빼고 생각한다면, 문제를 창의적으로 정의하는 방법이 제약조건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효과적인 해법을 낳는 기반임을 보여주는 사례죠. 

문제를 잘 정의만 해도 해법이 곧잘 드러납니다. 여러분은 해법을 구상하기 전에 최초에 인식된 문제를 다시 정의할 필요는 없는지 살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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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도 배울 점이 있다   

2010. 6.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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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는 나의 친구?
경쟁자를 떠올려 보십시오. 어떤 생각이 듭니까? 적어도 경쟁자가 친구라는 느낌은 갖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동물의 왕국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자와 얼룩말은 먹고 먹히는 처절한 관계인데, 얼룩말 입장에서 사자는 자신들을 도륙하는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고마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무리의 크기가 커지면 서식지의 혼잡과 먹이의 부족 등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자는 사냥할 때 건강한 얼룩말보다 병들고 약한 얼룩말을 잡아 먹어서 얼룩말 무리의 크기를 균형 있게 조절하고 약한 개체를 솎아내는 역할을 합니다. 사자가 의도를 가지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피식자에게서 고기를 얻은 것에 '평형 유지'라는 서비스로 값을 치르는 셈이죠.


포식자의 존재 여부에 따라 피식자의 진화 속도가 느려지거나 빨라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캐나다 오타와 대학 연구진은 토양 미생물들을 관찰함으로써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포식자가 피식자를 많이 잡아 먹어 무리의 크기가 줄어들면 '솎아내기' 효과로 인해 피식자들끼리의 먹이 경쟁이 줄어 들죠. 

그래서 경쟁이 줄어들면 피식자는 새로운 먹이를 취하거나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렇게 되면 종의 분화는 일어나지 않고 정체되어 버립니다. 이런 의미에서 경쟁자는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변화의 귀재
수면병의 원인인 파동편모충이란 기생충은 개체 수를 늘렸다가 줄이기를 반복하면서 환자를 괴롭힙니다.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은 파동편모충의 겉껍질을 인식하는 방법으로 공격을 하는데, 파동편모충은 세포분열을 1만 번 할 때마다 1번 꼴로 껍질을 만드는 새로운 유전자를 조합해 냅니다.

숙주가 면역세포를 동원해 자기들을 압살하려고 하면 돌연변이 시스템을 빠르게 작동시켜 다른 종으로 진화해 버리는 것이죠. 이처럼 기생충은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빠르게 대응할 줄 압니다.

기생충은 때를 기다릴 줄도 압니다. 독일의 의사인 퀴켄마이스터는 사형수에게 낭미충란 기생충이 들어간 돼지고기로 만든 수프와 소시지를 먹였는데, 사흘 후에 사형수가 처형되고 나서 창자를 살펴보니까 0.5센티미터 정도의 갈고리촌충이 발견됐습니다. 갈고리촌충은 낭미충의 성충인데, 적합한 환경이 아니면 낭미충으로 있다가 적당한 숙주가 나타나면 성충이 되는 겁니다.

다양성이 생존의 기본조건
툭소포자충이란 기생충은 원래 고양이와 피식자 사이를 순환하는 기생충입니다. 애완 고양이가 늘면서 유럽 대부분의 사람들은 툭소포자충에 감염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툭소포자충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몸 속에서 은둔하며 때를 기다립니다. 사람은 중간숙주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를 기다릴 줄 아는 기생충의 생태는 유행에 휩쓸리기 쉬운 기업들에게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기생충을 방어하는 숙주의 노력에서도 배울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기생충은 흔한 숙주보다 드물게 존재하는 숙주를 감염시키는 것을 더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흡충에 감염된 달팽이는 이듬해 군체 규모를 줄여서 기생충의 감염을 막는 전략을 취합니다. 혁신은 항상 성장을 향한 것이라 아니라 때로는 '자기부정'과 '전략적 퇴화'일지도 모름을 우리에게 일깨우죠.

남성과 여성이 생긴 것도 기생충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달팽이는 암수한몸이라서 자기복제하듯이 새끼를 낳습니다. 하지만 기생충에 감염되면 음경을 지닌 수컷 달팽이가 더 많아집니다. 유성생식을 통해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해서 기생충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죠. 다양성이란 무기는 기업 환경 내에서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유용한 전략임을 알려줍니다.

빠른 변화가 생존의 힘
생물학자들은 동물들이 아래의 '생존방정식'을 철저히 따른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R = E  / (Ts + Th)

R은 수입률, E는 습득한 에너지 양, Ts는 먹이를 찾는 데 걸린 시간, Th는 먹이를 발견하고 잡아먹기까지 걸린 시간을 의미합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사는 그리즐리 곰은 이 생존방정식을 충실히 따릅니다.

공원관리 당국이 곰에게 음식물을 주지 못하도록 하자 사람들은 곰들이 굶어 죽을 것이라 예상했죠. 하지만 곰들은 주어진 시간 내에 최소의 지출로 최대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먹이를 끊임없이 찾아냄으로써 훌륭히 적응했습니다.

봄에는 수풀을 뒤집어엎어 지렁이를 먹었고 송어 산란기에는 송어를, 엘크가 새끼를 낳는 시기에는 새끼 엘크를 잡아먹었습니다. 만일 먹을 것이 전혀 없으면 산 정상에 올라가 나방같이 하찮은 먹이로 식사를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그리즐리 곰의 생존전략은 빠르게 변화하라는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지구상에서 인간과 함께 생존한다는 사실 자체가 동물의 생존전략의 위대함을 증명하니다. 하찮고 혐오스러운 기생충, 인간보다 지능이 낮은 동물이라 치부하기 전에 동물의 삶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시각은 바깥의 것을 안으로 끌어들일 때 얻어지는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한경 HiCEO 강의 '경영 속의 과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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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을 일찍 터뜨리지 마세요   

2010. 6.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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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제도에 대하여 고객들이 매우 불만인 상태입니다. 고객의 불만은 제품의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연히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겠죠. 경영진은 고심 끝에 고객만족을 높이기 위한 제도(예를 들어 무상보증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가정해 보죠.

제도를 실시하고나서 고객만족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더니, 다음과 같이 예전보다 만족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만족 불만족  합계  '만족'의 비율 
 기존 11   59  70  0.16
 제도 실시 후 23  63  86  0.27
 합계 34  122  156  

이 표를 보고 경영진은 '우리의 무상보증기간 연장 제도가 고객만족을 향상시켰다'란 결론을 내리고 성공을 자축할 겁니다. 보다시피 만족의 비율이 0.16에서 0.27로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뻐하기엔 이릅니다. 모든 고객을 다 조사할 수 없어 표본을 사용했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유의하지 않은지 판단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순전히 우연에 의해서 위와 같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유의성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이때 사용되는 통계적인 테스트 방법을 '사분법 테스트'라고 합니다. 이 방법은 '검사의 크기값'를 구한 다음에, 검사의 크기값이 3.84보다 작으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고, 3.84보다 크거나 같으면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판정하는 방법입니다.

검사의 크기 < 3.84    : 유의하지 않다
검사의 크기 ≥ 3.84   : 유의하다

그렇다면, 검사의 크기는 어떻게 구할까요? 구하는 방법이 좀 복잡합니다. 표의 값을 알파벳 소문자로 대치해서 공식을 적어 보겠습니다.

   만족 불만족  합계   
 기존 a b c
 제도 실시 후 d e  
 합계 g h i  

검사의 크기 = {(i-1)*(a*e-d*b)^2}  / (g*h*c*f)

이 공식에 의해서 위의 예에 대한 검사의 크기를 구하면 2.74 입니다. 이 값은 3.84보다 작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객만족을 위해 실시했던 제도가 언뜻 보기엔 만족도를 올린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다가 우연에 의해 이와 같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조금 전문적으로 말하면, 3.84란 값은 우연에 의해 발생할 확률(이를 p-value라고 함)이 5%일 때의 값입니다. 우리가 보통 95% 신뢰도라고 이야기하면 5%보다 같거나 작은 오류를 수용하겠다는 뜻이죠. 검사의 크기가 3.84보다 작으면, 우연일 확률이 5%보다 커지기 때문에 95% 신뢰도에서는 '유의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죠.

단순하게 '만족'의 비율이 커졌다고 해서 제도나 조치가 효과가 있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 사례가 보여줍니다. 위와 같은 '사분법 테스트'를 통해서 제도의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꼭 확인해보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는' 오류를 범할지도 모르니까요.

오늘의 포스팅은 좀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여러분의 편의를 위해 공식을 넣어놓은 엑셀 파일을 첨부하니, 활용하기 바랍니다. 숫자만 집어 넣으면 됩니다. ^^
(*참고도서 : '알을 낳는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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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을 속이는 교묘한 방법   

2010. 6.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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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어느 회사의 영업 담당 임원인데, 월 실적보고 회의에서 사장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세요. 그 이유는 팀별 평균매출액이 최근 들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다음 분기까지 팀별 평균매출액을 올리지 않으면 '옷 벗을 각오'를 하라는 서슬 퍼런 경고까지 들은 마당입니다.

자리로 돌아온 여러분은 당연히 골치가 아프겠죠. 어떻게 하면 사장의 요구를 충족시킬지, 뾰족한 방법은 없는지 고민일 겁니다. '이를 어쩐다.' 여러분은 휘하에 있는 두 명의 팀장을 방으로 호출하겠죠. 그러고는 사장에게서 들은 말을 똑같이 전달할 겁니다. "다음 분기까지 팀별 평균매출액을 높이지 않으면 팀장에서 잘릴 줄 알아!"라며 화풀이에 가까운 지시를 내릴지도 모릅니다.


두 명의 팀장은 회의실에 모여 깊은 한숨을 쉽니다. 경기가 하강 국면이고, 소비를 자극할 새로운 제품도 없는데, 다음 분기까지 평균매출액을 올리라니, 윗사람들은 소리만 지르면 다냐며 분노를 애써 삼킬지도 모릅니다.

이때 회의실을 지나가던 김 대리가 들어와서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두 명의 팀장에게 무슨 일이 있냐며 묻습니다. 두 팀장은 김 대리에게 여차저차 사정을 이야기하고는 "네가 무슨 아이디어가 있겠냐?"며 힘없이 자리를 일어서려는데, 김 대리가 "기다려 보세요.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라고 소리칩니다.

김 대리는 화이트 보드로 달려가서 뭔가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두 팀을 각각 A팀, B팀이라고 해보죠. A팀은 7개의 대리점을 관리하고, B팀은 5개의 대리점을 관리합니다. 그런데, A팀에 속한 대리점들이 B팀 소속의 대리점보다는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습니다. 김 대리가 그린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A팀 : 30, 29, 28, 27, 26, 25, 24
B팀 : 15, 14, 13, 12, 11

숫자들은 각 대리점의 매출액을 의미합니다. 딱 봐도 B팀 소속의 대리점들의 매출액이 매우 열세입니다. 아마도 A팀과 B팀은 지역을 구분하여 대리점들을 관할하기 때문이겠죠.

김 대리는 화이트보드를 보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A팀 소속의 대리점 중에서 상위 5개만 남기고 나머지 2개 대리점을 B팀 소속으로 변경하면, 팀장님들의 고민을 싹 해결됩니다." 말도 안 된다며 두 팀장은 코웃음을 쳤지만, 김 대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제가 말한대로 대리점들을 재배치하면 팀별 평균매출액이 두 팀 모두 올라갑니다."

김 대리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현재대로 대리점들을 묶으면 A팀의 평균매출액은 27 이고, B팀의 평균매출액은 13 입니다(각 팀의 가운데에 위치한 대리점의 매출액이 해당 팀의 평균매출액입니다).

A팀 : 30, 29, 28, 27, 26, 25, 24  --> 평균 : 27
B팀 : 15, 14, 13, 12, 11  --> 평균 : 13

김 대리의 말대로 하위 2개의 대리점을 B팀으로 보내 버리면, 팀별 평균매출액은 다음과 같이 바뀝니다. 정말 두 팀의 평균매출액이 모두 상승했습니다.

A팀 : 30, 29, 28, 27, 26  --> 평균 : 28
B팀 : 25, 24, 15, 14, 13, 12, 11  --> 평균 : 16.3

게다가 전사 단위의 평균매출액은 현재엔 20.0 ( = (27+13)/2 ) 인데, 대리점 소속을 바꾸고 나면 22.1 ( = (28+16.3)/2 )로 높아집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두 팀장은 김 대리와 함께 여러분(영업 담당 임원)을 찾아가 이런 '비법'을 보고하고, 이에 수긍한 여러분은 곧바로 대리점 개편을 은밀하게 단행합니다. 그리고는 다음 분기까지 갈 것도 없이 바로 다음 달 실적보고회의 때 당당하게 사장에게 "각고의 노력으로 팀별 평균매출액을 올렸다"라고 말하겠지요. 이런 보고를 들은 사장은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할지도 모릅니다.

자, 그럴 듯 한지요?

이렇게 하위 부서나 직원들의 소속만 변경해서 평균매출액이 높아진 것처럼 '속이는' 방법을 '윌-로저스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분류를 다르게 함으로써 마치 개선된 듯이 보이게 만드는 조작을 일컫는 말이죠. 또한 개별 부서의 성과는 좋아지는데 조직 전체로 보면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 현상도 가리키는 말입니다.

사실 위의 사례에서 전사적인 관점으로 보면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위에서 전사 단위의 평균매출액이 증가했다고 언급했는데, 팀별 평균매출액을 다시 평균해서 얻었기 때문에 늘어난 듯이 보이는 겁니다. 대리점 소속을 바꾸나 안 바꾸나 대리점들의 평균매출액 항상 21.2일 뿐입니다(팀 소속과 관계없이 모든 대리점 매출액의 평균을 구하면 됨).

'설마 사장이 이런 식의 눈속임에 속겠어?'라고 의구심이 들지 모르지만, 교묘하게 재배치하면 깜빡 속아 넘어가고 맙니다. 위의 예는 이해를 위해 노골적인 방법으로 재배치를 했지만, 대리점(혹은 하위 부서나 직원)들이 많으면 재배치되는 대리점이 눈에 띄지 않고, 대리점들을 섞는 방법을 복잡하게 하면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여기에 재배치하는 이유를 사장에게 말하지 않는다든지, 재배치하는 이유가 설득력이 강하면 교묘한 의도를 감출 수 있습니다.

혹시 윌-로저스 현상이 여러분의 조직에서 나타나진 않나요? 전체적으로 보면 성과가 별로 나아진 것같지 않은데, 개별 부서나 사업부의 성과는 높아지는 이상한 현상을 목격하지는 않았나요? 만약 그런 경우가 있다면, 누군가가 교묘하게 경영자를 속이고 있거나, 아니면 조직이나 프로세스 자체가 윌-로저스 현상을 방치한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노파심이지만, 이 포스팅이 사장을 속이는 교묘한 방법을 일깨우는 데 활용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

(*참고도서 : '알을 낳는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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