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받은 어버이날 카드   

2010. 5. 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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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이라고 아들이 학교에서 만들어온 카드입니다. 어버이날 아침에 건네려다가 책가방을 정리하던 아빠에게 딱 걸렸지요. ^^

카드를 주고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 곧바로 또 말썽을 부리더군요. 건강하게 잘 자라기만 바라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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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컨설턴트 감별법   

2010. 5.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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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결과가 잘 나오느냐 그렇지 않냐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컨설턴트의 역량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엉터리 컨설턴트를 가려내는 방법에 대해 말해 볼까 합니다. 척 보고 저 사람이 엉터리 컨설턴트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첫째, 엉터리 컨설턴트는 말만 번지르르합니다. 그들이 온갖 수사법과 사례를 들어가면서 하는 말을 듣고 있자면 자신도 모르게 그의 말에 빠져들어가는 걸 느낄 겁니다. 물론 말 잘하는 컨설턴트가 모두 엉터리라고는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내뱉는 번지르르한 말이 행동과 일치가 되지 않는 경우라면 100% 엉터리라고 봐야 합니다.

제가 예전에 알던 모 컨설턴트는 이른바 ‘입만 산’ 컨설턴트의 전형이었습니다. 그는 고객과 회의를 할 때마다 꼭 앞에 나서더군요. 누구나 인정하는 달변인 그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따지지 않고 지극히 이상향적인 내용으로 고객들을 현혹시키는 게 특기라면 특기였습니다. 그래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고객들은 그의 언변에 속아 컨설팅 결과에 대해 굉장한 기대를 가지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옆의 다른 컨설턴트들은 그야말로 고역이었죠. 고객 앞에서 그가 틀렸다고 나서서 제지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그가 제 맘대로 지껄이게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요. 잔뜩 기대를 갖게 된 고객들을 나중에 만나 ‘그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내용이다, 현실적으로는 이 단계까지가 한계다’ 라고 시정시키기 바빴습니다. 당연히 고객들이 기분 좋을 리 없었겠죠.

한편 이런 사태를 만든 장본인인 그는 한 발 물러나 사태를 즐기는 듯 보였습니다. 자신은 말만 했을 뿐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태도이더군요. 그래서 그를 괘씸하게 생각한 프로젝트매니저가 ‘그렇게 좋은 방안을 고객에게 이야기했으니 한번 보고서로 꾸며봐라.’고 지시하면, 몇 날 며칠을 끙끙대기 일쑤였고 그나마 가져 온 보고서 내용은 그가 말한 ‘이상적인 내용’과 거리가 먼 그저 누구나 말할 수 있는 평범한 내용 일색이었습니다.

이렇듯 말만 번지르르하고 그것을 보고서나 자료로 제대로 옮기지 못한다면, 그는 100% 엉터리 컨설턴트입니다. 이런 사람은 컨설턴트를 그만 두고 다른 일을 찾는 게 본인을 위해 나을 겁니다.

둘째, 엉터리 컨설턴트가 작성한 보고서는 굉장히 화려합니다. 보고서 페이지 마다 총천연색의 갖가지 도형들이 가득하죠. 그리고 프리젠테이션을 하면 여기 저기 날아다니는 애니메이션 효과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굉장히 그럴 듯하게 여기겠지만, 사실 화려하게 치장된 보고서와 프리젠테이션의 내용을 보면 별 볼 일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보고서의 가독성(可讀性)과 프리젠테이션의 흡입력을 높이려면 도표나 도형, 그리고 적절한 색깔의 사용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하게 꾸며 내용보다는 화면에만 도취하도록 만든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려진 어느 글을 보니, 미국의 육군에서는 화려한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을 금지했다고 합니다. 화려함 때문에 내용이 축소되거나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만일 컨설턴트의 보고서나 프리젠테이션 자료가 지나치게 화려할 경우 멋지다고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그들에게 시정을 요구해야 합니다. 컨설팅 보고서와 관련자료는 고객들이 그것을 읽고 충분하게 이해하여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명료하고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갖가지 도형과 총천연색으로 내용의 부실함을 감추고자 하는 속셈이 다분하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그를 역시 100% 엉터리 컨설턴트라고 여겨도 무방합니다.

셋째, 엉터리 컨설턴트는 유행어나 전문용어를 사랑(?)합니다. 소위 3글자로 된 경영전문용어는 ERP, CRM, ABC, ABM, SCM, BPM, BPR 등 셀 수 없이 많습니다. 3글자로 되어있지 않으면 최신경영기법이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죠.

고객이 그걸 알아듣든 말든 자신만 아는 전문용어를 남발하며 한껏 현학적인 발언을 즐기는 컨설턴트는 속 빈 강정과 같은 엉터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진정으로 능력 있는 컨설턴트는 고객과 눈높이를 맞출 줄 압니다. 경영기법에 대해 고객의 지식이 높으면 보다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니즈를 만족시키고, 그렇지 못하면 쉬운 일상적인 용어로 설명할 줄 아는 거죠. 

상대하는 고객의 지적 수준을 무시하고 화려한 미사여구와 전문용어를 구사하는 자의 마음에는 본인이 잘났다는 은근한 과시는 물론, 고객을 깔보는 시선 또한 내재돼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끝으로 '엉터리 컨설턴트 감별법'을 올려 봅니다. 만일 ‘예’가 7개 이상이면, 그를 멀리하십시오. 4개에서 6개 사이면, 그가 엉뚱한 방향으로 컨설팅을 끌고 가는지 면밀히 감시하십시오.

평가문항 중 재미있는 것은, ‘보고서에 엉뚱하게 다른 회사 이름이 나온다’는 항목입니다. 타사 사례라면 몰라도 앞뒤 정황에 맞지 않게 타사명이 주어(主語)나 목적어로 등장했다면, 100% 베낀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Copy & Paste 해 놓고 실수로 회사명을 고치지 않은 것이죠. 이 역시 엉터리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이니 눈 여겨 보기 바랍니다.
 

엉터리 컨설턴트 감별법

말하지 못해 죽은 귀신이 붙었다
말과 보고서가 불일치하다
말은 잘하는 데 글 쓴 걸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고객의 답변을 자기 멋대로 해석한다
다른 컨설턴트의 말을 대놓고 무시한다
보고서에 텍스트보다 도형이 더 많다
총천연색을 사랑한다
프리젠테이션 치장에 시간을 많이 보낸다
보고서에 ‘효율/효과적으로’, ‘체계적인’, ‘합리적인’ 등 쓸데없는 수식어가 많이 등장한다
보고서에 엉뚱하게 다른 회사 이름이 나온다
볼 때마다 인터넷에 접속해 있다
지나치게 전문용어를 구사한다
문제해결을 상품(경영기법)으로만 접근하려 한다
전문용어 설명을 얼버무린다
자꾸만 회의, 인터뷰, 워크샵을 하자고 한다
공은 자신에게, 책임은 다른 사람에게 돌린다

*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유정식 저)에서 수정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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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팀 KPI가 매출액이라고요?   

2010. 5.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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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개인업적평가와 조직평가를 위해 설정하는 핵심성과지표, 즉 Key Performance Indicator(KPI)의 성공요건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좋은 KPI가 되기 위한 요건은 (1) 성과측정가능성  (2) 업무 대표성  (3) 관리가능성  (4) 지표간 균형성  (5) 상하간 연계성입니다.


우선, 성과측정가능성이란 각 KPI를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측정결과가 좌우되지 않고 누구나 정해진 절차와 산출식에 의해 객관적으로 측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KPI로 고객만족도가 있다고 할 때, 공식적인 산출방법에 의해 측정되지 않고 단순히 고객만족에 대한 막연한 판단에 의해 측정된다고 하면, 성과측정가능성 측면에서 부적합한 KPI입니다. 이런 상태라면 고객만족도보다는 다른 KPI, 예를 들어 고객클레임건수로 대체하여 평가/측정하는 것이 성과측정가능성 측면에서 볼 때 더 낫습니다.

두번째로 업무대표성이란, 해당업무의 내용을 대표하는 KPI가 되어야 함을 뜻합니다. 즉, KPI가 해당업무의 특성을 한마디로 표현하면서 해당업무의 성공/실패 여부를 판단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영업부서의 경우 해당부서의 매출액, 판매량 등이 좋은 예입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 지원부서인 총무팀의 KPI로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을 설정해 놓기도 합니다. 왜 그렇게 설정했냐고 질문하면 "총무팀도 회사의 일원이므로 매출에 대해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또는 "총무팀이 현업부서에게 총무서비스를 잘 해야 현업부서들이 이익을 더 잘 낼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업무대표성 측면에서 잘못된 KPI입니다. 총무팀은 매출을 직접 일으키거나 이익을 결정하는 부서가 아니라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회사에 기여하는 부서이기 때문입니다. 총무팀의 KPI로는 영업이익보다는 영업비용이 더 낫겠지요.

하지만, 영업비용 또한 세번째 KPI 성공요건인 관리가능성 측면에서 여전히 부적합합니다. 관리가능성이란 개인 혹은 단위조직이 해당KPI를 본연의 업무수행을 통해 관리(통제)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총무팀이 영업비용 전체를 책임지고 관리해 나가는 부서는 아닙니다.

따라서, 총무팀의 KPI는 영업비용 보다는 ‘소모품 비용’ 등과 같이 통제가 가능한 KPI로 설정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총무팀에게도 공정합니다.

네번째로 지표간 균형성이란, 가능한 한 다양한 성격의 KPI들이 함께 구성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정성적/정량적 지표, 재무적/비재무적 지표, 선행/후행지표들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골고루 지표로서 채택되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재무적인 지표로 KPI들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는 재무적 지표가 상대적으로 객관적이며 결산과 회계감사를 통통해 산출하기가 매우 용이하기 때문이죠. 정성적이며 비재무적이고 과정 중심의 KPI로 적절하게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BSC(균형성과지표) 개념을 KPI 수립에 응용하는 것도 좋겠지요.
 
마지막으로 상하간 연계성이란, KPI에 의해 상위조직과 하위조직이 동일하게 목표로 정렬(align)되도록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KPI를 단위조직과 개인에게까지 동일하게 부여함으로써, 모든 구성원이 비전과 전략에 초점을 맞추도록 해야 합니다.

이 다섯가지 KPI의 성공요건을 가지고 현재 여러분의 회사가 설정해 놓은 KPI를 진단해 보기 바랍니다. 분명 좋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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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에 열린 학교 운동회   

2010. 5. 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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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린이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봉사하는 날입니다.  헌데, 오늘은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부모들을 참여시키려는 학교 측의 배려(?)인가 봅니다. ^^ 놀이공원에서 인파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이렇게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더 낫겠다 싶더군요.

운동회는 실내 체육관을 빌려서 하더군요. 온가족이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운동장에서 흙먼지를 마시고 뙤약볕을 받으며 치렀던 어릴적 운동회와는 사뭇 다른,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세상이 많이 달라진 듯한 느낌이지만,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됩니다. 요즘 도심의 초등학교는 운동장이 비좁고, 또 마이크를 사용하면 주변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이렇게 따로 시설을 빌리는 것이 좋은 방법일지 모릅니다.

운동회 모습을 담긴 사진을 몇 장 올려 봅니다.

운동회가 열린 잠실학생체육관. 대관료가 비싼 것 같지만, 학교행사 때는 3만 4천원에 불과하다는군요.


체육관 내부의 모습. 운동회가 곧 시작!


백군, 청군 기수들과 대표들이 입장합니다.


작지만 성화를 봉송하고 점화도 합니다.


치어리더가 나와 흥을 돋웁니다.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경희대 태권시범단. 폴짝폴짝 재주 넘기를 잘 합니다.


1학년 아이들이 꼭두각시 무용을 하기 위해 입장합니다. 멀리서 보니 꼭 사탕 같습니다. ^^


꼬마신랑과 색시의 짝짝꿍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의 율동


각시를 업고 빙그르르...


"우리 각시, 얼마나 예쁜지 한번 볼까?" ^^


공 굴리기 시합.


아빠들의 삐에로 디스코 경연. 자식을 위해서 망가지는 아빠들. ^^


오 필승 코리아~ 율동.


1학년생들의 쏘세지 나르기 게임. 생각보다 쉽지 않은지, 미끄러지고 넘어집니다. ^^


줄다리기. 백군이 2:1로 승리.


운동회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릴레이 달리기. 남녀 모두 청군이 승리!


금년엔 청군이 우승했습니다. 폐회선언이 끝나고 이제 집으로 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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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보고서는 베개로 쓰세요   

2010. 5.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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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회사의 구매 프로세스와 구매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습니다. 그는 구매 프로세스를 혁신하면 5년 동안 10억 달러이나 되는 막대한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확신에 이르렀습니다. 

변화를 발화시키는 방법은?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의 경영진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구매 프로세스가 워낙 안정된 관행이라서 혁신에 대한 저항이 무척 크리라 예상됐습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얼마나 문제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에 관해 충분한 근거와 데이터가 있어야 그들을 움직일 수 있었지요.

하지만 그는 꾀를 하나 생각해 냈습니다. 구매 프로세스가 잘못됐다는, 가장 확실하고 충격적인 사례 하나를 골라서 집중적으로 파고들기로 했습니다. 그가 택한 아이템은 바로 장갑이었습니다. 그는 인턴 사원을 채용해서 공장 등에서 사용하는 모든 작업용 장갑의 구매 단가를 조사하도록 지시했지요.

조사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비슷한 모양의 비슷한 품질을 가진 장갑이었는데, 어떤 것은 켤레당 5달러에, 또 어떤 것은 17달러나 주고 구매가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따로따로 구매하는 장갑의 종류가 424가지나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는 인턴 사원을 시켜서 424가지의 장갑에 일일이 가격표를 달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중역 회의가 열리는 회의실의 탁자 위에 쌓아두도록 했죠. 그런 다음, 그는 회사의 중역들을 소집했습니다.

중역들은 산더미 같이 쌓인 장갑들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장갑에 달린 각기 다른 가격표를 보고 회사의 구매 프로세스가 얼마나 잘못됐는지 곧바로 이해하게 됐죠. '도대체 왜 이렇게 엉망으로 관리해 온 거야?'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는 중역도 있었습니다. 

중역들은 자연스럽게 무엇을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는지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고치지 않고는 못배겼죠. 결과적으로 이런 공감대가 형성된 덕택에 그 회사는 구매 프로세스를 개선함으로써 막대한 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존 코터와 댄 코언이 함께 쓴 '변화의 기술'에 나오는 사례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스태그너입니다.

만일 그가 복잡한 데이터로 구성된 두툼한 보고서를 통해 회사의 구매 관행이 잘못됐음을 주장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누군가는 그 보고서를 보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겠지만, 그랬다고 해도 변화의 공감대는 형성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변화하자고 외치는 소리가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과 책임 회피 때문에 묻혔을지도 모릅니다.

9.11 사태를 예견한 것으로 유명한 피터 슈워츠는 사태가 발발하기 7개월 전인 2001년 2월에 조지 부시 대통령을 알현한 자리에서 두툼한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부시는 대충 훑어보다가 딕 체니 부통령에게 '당신이 대신 읽으시오'라고 했답니다. 체니도 머리가 아팠는지 그 보고서를 읽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들이 피터 슈워츠의 보고서를 읽어봤다면 9.11 사태를 미연에 방지했거나 사고가 터진 후에 신속히 대처했을지 모릅니다.

피터 슈워츠는 안타까운 마음에 이 사실을 인터뷰 때 밝혔는데요, 사실 그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두툼한 보고서를 주는 바람에 상대방을 '질리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그가 부시의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 과오를 생각한다면, 9.11 사태를 예견했다는 명성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두툼한 보고서 대신에 '장갑'과 같은 사례 하나로 부시를 움직였어야 했습니다.

인간의 뇌 속에는 감정을 관장하는 '파충류의 뇌'가 숨어있습니다. 인간이 파충류로부터 진화해 온 까닭입니다. 파충류의 뇌에 속삭이는 메시지가 변화의 의지를 발화하고 유지하며 그 속도를 가속할 수 있습니다. 변화가 꼭 필요하다는 식으로 이성에 호소하는 메시지는 생명력이 오래가지 못합니다.

지금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면, 두툼한 보고서를 내던지고 여러분만의 '장갑'을 발견하십시오. 두툼한 보고서는 베개로나 쓰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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