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 망치는 직원, 이렇게 찾자   

2010. 6.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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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자신을 7명의 직원을 통솔하는 팀장이라고 가정해 보세요. 당연히 팀원들 중에는 일 잘하는 사람과 일 못하는 사람이 있겠죠. 물론 팀원 모두 '스타 플레이어'인 팀도 있지만, 직원들의 역량과 성과가 차이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역량과 성과 측면 이외에, 직원들 중에는 팀워크를 저해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개인적인 역량과 성과는 뛰어나더라도 여러 사람과 같이 일할 때마다 불협화음을 일으키면서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사람이 간혹 발견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물을 흐리게 만드는 미꾸라지' 직원을 여러분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요? 

가장 손쉬운 방법은 7명 직원 개개인에게 물어 보는 것(혹은 비밀투표로)입니다. "누가 팀워크를 저해시키느냐? 누가 팀 분위기를 망쳐 놓느냐?" 라고 질문하면, "홍길동이 문제다" 식의 대답을 얻을 수 있죠. 그렇다면 가장 많이 지적된 사람이 바로 미꾸라지 직원일 겁니다.

손쉬운 방법이긴 하지만,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개인적인 악감정 때문에 특정 직원을 '나쁜 직원'으로 몰고 갈 수 있습니다. 또한 가장 많이 지적 받은 직원이 "뭐라구요? 내가 팀워크를 망친다구요?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죠? 납득할 수 없습니다." 라면서 반발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맞받아칠 근거가 미약해서 조직문화를 쇄신하겠다는 의지가 유야무야하게 됩니다.

두 번째 방법은 팀장이 관찰을 통해 직원들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쓰는 방법이죠. 허나 이 방법도 문제는 있습니다. 팀장 혼자만 평가하기 때문에 역시 '미꾸라지 직원'이 반발할지 모르고, 팀장 자신의 왜곡된 평가 잣대로 엉뚱한 직원이 '찍힐'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팀장이 있더군요. '미꾸라지 직원'이라는 심증은 있는데 결정적인 물증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겠습니까? 

팀장의 문제 : 7명의 직원 중 누가 '미꾸라지 직원'임을 결정적으로 증명할까?

이 문제에 대한 독창적인 해법을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핵심은 미꾸라지 직원이 스스로를 변호하지 못하도록 결정적인 증거를 코 앞에 갖다 대는 것입니다.

해법이 머리에 떠오르십니까?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모든 직원이 협력하지 않으면 완성할 수 없는 게임(이때의 게임은 유희를 위한 게임이 아니라 목표가 주어진 협력게임이나 업무를 뜻합니다)을 시켜 보는 방법입니다. 어떤 게임의 결과가 합격 수준의 '점수'에 도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미꾸라지 직원'이 누구인지 결정적으로 가려내는 방법이죠.

하지만, 7명의 팀원을 한꺼번에 게임에 참여시키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게임의 결과가 불합격이라고 나왔다면 "7명의 직원 중에 미꾸라지 직원이 적어도 1명이 있다"는, 애당초 이 선별 작업을 실행하게 된 '문제의식'만 재차 확인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미꾸라지 직원인지 전혀 판별할 수 없습니다.

이 문제는 일종의 퍼즐인데요, 4명으로 이뤄진 소그룹을 만들고 각 소그룹에게 게임을 시킨 후 결과를 살펴보면 결정적 증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4명으로 이뤄진 소그룹을 어떻게 만드냐는 것이 관건입니다.

아마도 여러분 중 누군가는 7명 중에서 4명을 뽑아 조합을 구성하는 방법을 떠올리겠지만, 그렇게 하면 모두 35개라는 제법 많은 수의 조합이 나옵니다('7 콤비네이션 4'). 미꾸라지 직원 하나 찾겠다고 35번이나 게임을 반복하는 일은 벼룩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겠죠.

여러분은 35번이 아니라, 3번만 게임을 하면 누가 미꾸라지 직원인지 밝힐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이 하면 됩니다. 

직원의 이름을 편의상 알파벳 대문자로 표기해서 세로로 나열하겠습니다. 그리고 각 직원의 이름 옆에 이진수로 번호를 부여하겠습니다.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A          0     0     1
B          0     1     0
C          0     1     1
D          1     0     0
E          1     0     1
F          1     1     0
G          1     1     1

이렇게 번호를 부여하면, 4명의 직원으로 이뤄진 3개의 소그룹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눈에 보입니다. 세로 방향으로 1이 적힌 직원들을 묶으면 됩니다. 첫 번째 소그룹은 D E F G, 두 번째 소그룹은 B C F G, 세 번째 소그룹은 A C E G가 됩니다. 이렇게 해서 각 소그룹에게 '4명 모두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임을 시켜 보는 겁니다.

만약 그 결과가 다음과 같이 나왔다면, 누가 미꾸라지 직원일까요?

첫 번째 소그룹 : 불합격
두 번째 소그룹 : 합격
세 번째 소그룹 : 불합격

이것만 가지고는 답을 모르겠다구요? 그렇지 않습니다. 불합격을 1로, 합격을 0 으로 치환하면 위의 결과값은 이진수로 101 이 됩니다. 헌데 이 번호를 가진 직원이 누굽니까? 바로 E 입니다. 따라서 E가 팀워크를 해치는 미꾸라지 직원임이 규명됩니다. 

이런 증거는 E에게는 결정적인 근거가 됩니다. 반박하기가 어렵죠. 어떻습니까? 다른 어떤 방법보다 우아하고 깔끔한 방법 아닌가요? (이 방법은 '독이 든' 포도주 병을 찾는 퍼즐에서 차용한 것입니다)

이 사례는 설명을 위해 7명의 직원으로 국한했지만, 직원 수가 그보다 크다면 게임의 수를 늘리면 됩니다. 15명이라면 4번의 게임을, 31명이라면 5번의 게임으로 누가 팀워크를 저해하는 '내부의 적'인지 판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도 엄밀히 말해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원래 미꾸라지 짓을 일삼던 직원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게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일이니까 어쩔 수 없는 한계인데, 테스트라는 낌새를 채지 않게 은밀히 게임을 진행해야만 합니다.

또 하나의 한계는 '함께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안되는' 게임이나 '1명이라도 자기 멋대로 하면 실패하는' 게임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무슨 게임이 좋을까요?

이 남아 있는 과제는 여러분이 해결하도록 맡겨 두겠습니다. 처한 상황이나 업무의 특성이 제각기 달라서 적용 가능한 게임 역시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조직의 팀워크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현명하고 독창적인 방법을 창출해 내길 기대해 봅니다.


(* 참고도서 : '누워서 읽는 퍼즐북')
(* 이 글의 내용이 약간 기계적인 느낌이 들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방법도 있겠구나, 라고 이해하며 읽어주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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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달리다   

2010. 5. 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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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가 자전거 타기에 아주 적당하더군요. 햇빛도 강하지 않고 습기도 적어서 바람을 맞고 달리는 느낌이 아주 좋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아이폰으로 이 풍경, 저 풍경 찍어 봤습니다. 
시원하고 한가한 일요일 오후였습니다.


이름 모를 꽃 너머로 자전거 타는 사람들


늦은 오후의 햇살이 강물 위로 부서집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갑니다. 과속은 금물.


달리면서 찍은 사진


소풍 나온 사람들


유람선 선착장


연인들의 로망(?), 2인승 자전거를 타는 연인들



산책하는 사람들


햇살 속으로 자전거 몰기


이제 집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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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매뉴얼 때문에 못 배운다   

2010. 5. 2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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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아이들은 매뉴얼을 보지 않기 때문에 빨리 기계를 다루고, 어른들은 매뉴얼을 보기 때문에 쉽게 기계를 다루지 못한다

왜 그럴까요? 개미의 생태에서 그 이유를 짐작해보면 어떨까요?


개미 사회가 유지되는 기간은 보통 15년 정도입니다. 여왕개미의 수명이 대략 그렇기 때문이죠. 개미 생태 전문가인 데보라 고돈(Deborah Gordon)의 연구에 따르면, 개미 사회는 마치 인간인 것처럼 유아기, 청년기, 성년기적인 성격을 뚜렷하게 나타내면서 15년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특이한 점은 군체의 크기가 1만 마리 정도가 되는 초기 5년 동안은 마치 ‘미운 네 살’인 어린 아이처럼 별 이유 없이 이웃 개미 집단을 자주 공격한다는 사실이죠. 

고돈은 두 개의 개미 사회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젊은(군체가 생긴지 얼마 안 된) 집단이 더 활동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젊은 집단의 개미들에게 어떤 실험을 반복해서 실시해 봤더니 매번 다른 반응을 보였죠. 반면 ‘늙은’ 집단은 언제나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보수적인 경향을 띠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젊은 집단은 호전적이고 도전적이며 활동적이고 민감하다는 것이 그녀의 결론입니다.

개미 사회는 15년 정도 유지되지만, 개미 한 마리의 수명은 겨우 12개월 정도라서 군체는 매년 새로운 개체들로 물갈이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미 사회가 마치 하나의 유기체인 것처럼 ‘성징(性徵)’을 겪고 점차 보수적이 되는 이유는 학습을 통해 지식을 축적하고 그것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고돈의 추측입니다.

많이 알면 그만큼 새로운 것에 대한 탐색이 많아질 법도 하지만 오히려 축적된 집단의 지식이 지적 탐구욕을 제한합니다. 어쩌면 집단의 보수적인 성향은 개미 사회가 축적한 지식의 양이 특정값을 넘을 때마다 불연속적으로 강화되는 것인지도 모르죠.

개미 사회가 유년기, 청년기, 성년기를 겪듯이 기업 역시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의 성징을 겪습니다. 도입기의 기업은 성숙기 기업에 비해 활력이 넘치고 더 도전적입니다. 이익보다는 매출을 우선하고, 재무 상태보다는 시장에서의 지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죠.

반면 성숙기 또는 쇠퇴기의 기업은 그 반대로 행동하는 보수적 경향을 보입니다. 그런데 기업이라는 집단이 왜 생명체처럼 성징을 겪는 걸까요? 개미 사회와 기업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인 줄 압니다. 하지만 인력 흐름이 거의 없는 기업은 물론이고, 수시로 인력이 들고나는 기업(특히 서구의 기업들)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성징의 패턴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 역시 지적 체계의 축적과 답습 때문입니다. 기업이 오래될수록 보수적 색채를 띠는 이유는 선임자들이 남긴 시스템과 인프라 때문이죠. 그것들은 조직을 지탱하는 힘이긴 하지만 후임자들의 사고와 행동을 오랫동안 지배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젊은 구성원들로 물갈이가 돼도 청년기의 기업으로 쉽게 변모되기 어렵습니다. 그 연결고리를 끊지 않는 한 조직의 변화는 요원한 일일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젊습니까, 나이들었습니까?

(*참고도서 :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유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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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이 '뒷다리 잡는 거'라구요?   

2010. 5. 2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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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은 광고가 있습니다.

OOO 샴푸을 사용하면 두피 트러블을 일으키는 피지의 97%를 제거해서 탈모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지금 OOO를 사용해 보세요.

여러분은 이 광고를 보고 '이 샴푸가 좋긴 좋은 모양이네'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구입은 하지 않겠지만, 이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될
겁니다
겁니다. 최소한 부정적인 느낌은 받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 않나요? 여러분의 마음 속에 그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게 만드는 것, 이것이 광고의 노림수죠.


광고는 본디 시간적, 공간적 제약조건 때문에 가능한 한 함축적이고 '가슴에 꽂히는' 표현으로 제품의 장점을 홍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세부 정보가 생략되기 마련이죠. 제품의 세부 사항을 일일이 설명했다가는 광고에 드는 비용도 엄청날 뿐더러 소비자도 외면하고 말 겁니다. 하지만 그 덕에 자세한 제품 정보가 광고에서 생략되어도 좋다는 것이 용인됩니다.

여러분은 이러한 광고를 볼 때마다 가끔은 '비판적 사고'를 가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제품을 구입하려는 계획이 있다면 더욱 그래야 합니다.

먼저 '피지의 97%'라는 문구를 주목하면, 특별히 이 샴푸가 아니라 다른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97%의 피지를 제거할지 모릅니다. 하다 못해 일반 비누를 써도 97% 이상의 피지를 씻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이 광고엔 다른 제품과의 비교가 쏙 빠졌기 때문에 충분히 의심이 되는 대목입니다.

피지를 제거하는 효과를 인정하더라도 문제는 또 있습니다. 피지를 과도하게 제거하면 외부에서 오는 불순물에 대한 피부 저항력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피부에 분비되는 면역 물질이 피지와 함께 씻겨 버려서 오히려 두피 트러블이 더 심화될지 모릅니다. 역시 이런 이야기는 광고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탈모를 예방한다'는 대목도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꼭 이 샴푸를 사용해야만 탈모를 예방할 수 있을까요? 광고에서는 은연 중 '이 샴푸가 아니면 탈모를 예방할 수 없다'는 방향으로 소비자를 몰고가려 합니다. 하지만 이 샴푸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탈모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더 많습니다. 

탈모 예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샴푸를 사용하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 예방법을 동원할 겁니다.그래서 이 샴푸가 탈모 예방에 기여한 바는 거의 없는데도 "이 샴푸가 쓸모가 있긴 하군"이라고 오인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점은 기업의 의사결정자나 관리자들은 "이 시스템을 설치하면 회사의 생산성이 20% 향상됩니다", "OOO 방식을 채택하면 소비자 불만이 크게 줄 겁니다" 라는 식으로 혁신과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의 말을 비판적으로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의 주장대로 아웃풋이 나올지 모릅니다. 하지만 순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거나 다른 방법을 써도 똑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주장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지 말고 그 이면에 숨은 세부 사항을 따져 묻는 비판적 사고가 꼭 필요합니다.

'비판'이란 말의 뉘앙스 때문인지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남의 뒷다리나 잡는 일'이라고 폄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비아냥은 그들 스스로 자신의 '결점'을 숨기려는 반사작용은 아닐까요? 

비판은 비난이 아닙니다. 비판은 '옳고 그름을 가려 판단한다'는 뜻입니다. 비판적 사고는 옳은 의사결정을 위해,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고방식이고, '남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속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장치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엔 이러한 방어 매커니즘이 작동 중입니까?

(참고도서 : '비판적 사고력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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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척해야 진짜 똑똑한 사람   

2010. 5. 2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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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여러분에게 이렇게 묻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OOO에 대해 아십니까? 워낙 알려진 것이라서 당연히 아시겠죠?"

이렇게 '당연히 알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묻는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OOO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이런 질문을 받아도 크게 문제가 없겠지만, 잘 모른다면 꽤나 당혹스러울 겁니다. 상대방이 '나'를 테스트해 보기 위해서 던지는 질문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질문자가 여러분을 테스트하기 위해 던진 질문이라면, 여러분은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에게 OOO에 대해 모르는 '바보'로 보일 가능성을 염려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질문자가 무작위로 OOO에 대해 묻는다면 여러분이 '똑똑이'로 보일 확률은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직감적으로 'OOO에 대해 알 확률이 곧 똑똑이로 보일 확률과 같다'고 생각할 겁니다.

똑똑이로 보일 확률 = OOO를 알 확률

그러나 이 식은 옳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OOO에 대해 알아도 설명을 잘 하지 못해서 '이 사람이 과연 아는 걸까?'라고 오해를 살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OOO에 대해 모르면서도 아는 체를 잘 해서 '이 사람은 OOO를 잘 아는구나'라고 인정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을 구하는 식은 다음과 같이 바뀝니다.

똑똑이로 보일 확률 =
       알면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 + 모르면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

이 식은 완전한 것일까요? '알면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을 들여다보면 'OOO에 대해 아는 상태에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과 'OOO에 대해 알 확률'을 곱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모르면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은 'OOO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과 'OOO에 대해 원래 모를 확률'을 곱한 것이죠. 

이와 같이 계산되어야 하는 이유는 '조건부 확률'이라는 개념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똑똑이로 보일 확률'은 다음과 같이 구체화됩니다.

똑똑이로 보일 확률 =     아는 상태에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 * 알 확률
                             + 모르는 상태에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 * 모를 확률

기호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P(똑똑이) =   P(똑똑이 | 안다) * P(안다) 
                 + P(똑똑이 | 모른다) * P(모른다)

     단, P(안다) = 1 - P(모른다)
     P(X|Y)는 Y라는 제약조건 하에서 X가 발생할 확률을 의미함

여러분이 상대방에게 '똑똑이로 보일 확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OOO에 대해 알 확률이 무작위로 주어진다면(즉 OOO에 대해 모를 확률 역시 무작위로 주어진다면), 여러분은 P(똑똑이 | 안다)와 P(똑똑이 | 모른다)를 크게 만들어야 합니다.

P(똑똑이 | 안다)는 아는 상태에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이므로 자신이 알고 있음을 상대방에게 확실히 전달하고 '각인'시켜야 그 크기가 커집니다. 알고 있으면서 설명을 잘 못하는 바람에 '바보'로 오인 받으면 안 되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OOO의 핵심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P(똑똑이 | 모른다)는 모르는 상태에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이므로 상대방에게 무지를 감추고 이것저것 되는 대로 끌어다가 어물쩍 넘어가는 전략을 취해야 그 크기가 커질 겁니다.

수학식을 동원하면서 장황하게 서술한 이유는 이 말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똑똑한 척하기보다 모르는 척하기가 더 어렵다"....나심 탈렙

사람들은 어떤 질문을 받을 때나 화두가 던져질 때 모르는 척하면서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르는 척하고 있으면 바보로 보일까 두렵기 때문에 P(똑똑이 | 모른다)를 높이려 하고, 또한 자신이 알고 있음을 알리고 싶은 욕망 때문에 P(똑똑이 | 안다)를 높이려고 은연 중에 애를 씁니다. 

이러한 본능적인 욕구는 현상을 냉철하게 보지 못하게 만들어서 '과도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아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모르는 것을 감추기 위해서 현상을 자신의 관점만으로 해석합니다. 아는 것을 알리는 데에, 모르는 것을 감추는 데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눈에 들어옵니다.

실패한 의사결정의 대부분은 '똑똑한 척'하는 데에서 발생한 것은 아닐지 되돌아 볼 일입니다. 개인이 주식 투자를 할 때를 생각해 보십시오. 자신이 아는 정보를 과대평가하거나, 해당 주식에 대한 무지를 과소평가해서 주식을 매수/매도한 적은 없었나요?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도 마찬가지입니다. CEO가 사람들에게 '위대한 경영자'로 보이기 위해서, 아는 정보를 뻥튀기하거나 무지를 감추려고 사업을 강행/축소하는 일은 없었나요?

'내가 똑똑이로 보이느냐, 바보로 보이느냐'는 사업이나 의사결정의 성공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런 심리적 장애물을 걷어내고 현상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안다고 생각한 내용을 재검토하고, 자신의 무지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태도가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모르는 척'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똑똑이'는 아닐까요? 여러분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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