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부여한 '독서 KPI'   

2010. 3. 27. 13:25
반응형

요즘 아들이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영어학습을 하려면 컴퓨터가 필요한데, 자연스레 컴퓨터를 켜고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고 볼륨을 조절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더군요. 역시 아이들은 참 빠르게 흡수합니다.

문제는 제가 하는 일(원고 쓰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는)이 종종 방해 받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인데, 벌써부터 컴퓨터의 재미에 빠져들면 안 되겠다 싶더군요. 

(제가 만들어준 독서기록장)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아들에게 '독서'라는 KPI를 부여하고 타겟을 주기로 했지요. 어느 정도의 타겟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500 권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아이들 책은 얇으니까 500 권 정도면 그리 많은 독서량이 아니겠다 생각했죠.

그리고 아들에게 "500 권을 다 읽으면 너만의 컴퓨터를 사주마"라고 '보상책'을 제시했지요. 아들이 선뜻 그러겠다고 대답하더군요. 자기 방에 따로 설치해 주냐고도 묻고요.

또 한 가지 조건은 500 권을 다 읽었는지를 tracking 하기 위해서 '독서기록장'을 쓰기로 한 것입니다. 써야 할 내용이 너무 많으면 그것도 짐이 될 듯하여, 제목과 저자, 느낀점만 간단히 쓰기로 약속했지요. 독서기록장 1권에 144 권의 책이 기록되니까 얼추 4권은 채워야 목표를 달성하겠죠.

역시 아이들 책은 금방 읽힙니다. 10분 만에 다 읽었다면서 독서기록장을 어서 내놓라고 합니다. 게다가 얼른 'very good'이라는 도장을 찍으라고 야단입니다. 이러다가 금세 500 권이 될 듯한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 책 읽는 습관만 길러 준다면야 컴퓨터 구입 비용은 충분히 빠지겠죠?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의 링크를 눌러서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여기를 클릭!


반응형

  
,

거짓말탐지기, 정말 믿으세요?   

2010. 3. 26. 09:06
반응형

얼마 전 김길태 사건 때문에 거짓말탐지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듯 합니다. 또한 몇몇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해 참가자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코너가 인기를 끌더군요. 알다시피 거짓말탐지기는 심장 박동수, 호흡, 피부의 습기 등으로 거짓말 여부를 측정하는 도구죠. 


여러분은 거짓말탐지기의 신뢰도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어떤 용의자가 거짓말탐지기를 통해 '거짓말 한다'라는 판정을 받았다면 그가 진짜 범죄자일 확률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그 값을 한번 계산해 보겠습니다.

먼저 다음의 글을 읽어보기 바랍니다.

검찰은

"거짓말탐지기는 미국의 관련 학회에서 92%의 신뢰도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 검사 도구이며,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에겐 오히려 억울함을 풀어주는 기능도 하고 있다. 검사와 재판 결과가 약 81.3%의 일치도를 보였고, 그간의 연구와 노력을 법원도 인정하기 시작했다."

라고 말했다.

이 글은 거짓말탐지기의 신뢰도가 높으므로 증거로 채택해야 한다는 검찰 측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그런지 따져보겠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에 우리나라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은 사람은 2,719명이라고 합니다(출처 : 중앙일보 2010.1.12 일자). 계산을 간단하게 하기 위해, 3,000 명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는다고 하겠습니다.

이 3,000 명 중에서 실제 범죄자는 어느 정도일까요? 이것에 대한 자료는 없기 때문에 정확한 값은 모릅니다. 대략 추측해서 70% 라고 정하겠습니다. 그렇다면, 3,000 명 중 70%인 2,100 명이 실제 범죄자입니다. 하지만 누가 2,100 명에 속하는지는 아직 알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 2,100 명의 범죄자가 거짓말탐지기를 통해 '범죄 있음'으로 옳게 판정 받을 확률은 얼마일까요? 위의 검찰의 글에서 '검사와 재판 결과가 약 81.3% 일치한다'라고 했으므로, 81.3%가 답일 겁니다. 그러면, 2,100 명의 81.3%인 1,707 명이 '범죄 있음'으로 옳게 판정 받겠네요.

하지만, 3,000 명 중에서 범죄자가 아닌 사람(900 명)들이 거짓말탐지기에 의해 '범죄 있음'으로 잘못 판정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럴 확률은 딱 들어맞진 않지만 100 에서 81.3을 뺀 18.7% 라고 간주하겠습니다.

하지만 결백한 사람들도 거짓말탐지기 앞에서 불안에 떨기 때문에 이 값(18.7%)보다는 훨씬 높다고 합니다. 어쨋든 거짓말탐지기의 성능을 최대한 좋게 봐줘서 18.7% 이란 확률을 적용하면, 900 명 중 168 명이 억울하게도 거짓말탐지기 때문에 범죄자로 의심 받습니다.

이런 상황일 때, 어떤 용의자가 거짓말탐지기에 의해 '범죄 있음'으로 판정 받았다면 그가 진짜 범죄자일 확률은 얼마일까요? 그 값은 다음과 같이 91%로 계산됩니다.

1707  /  (1707 + 168 )  = 91%

위에서 검찰이 말한 '92%의 신뢰도'와 비슷한 값이군요. 신뢰도가 비슷하게 나왔다는 말은 앞에서 대충 추측한 70%란 값이 대략 맞다는 의미이거나 우연이거나 둘 중 하나겠네요.

여러분은 이 값을 보고 거짓말탐지기의 신뢰도가 높다고 생각하는지요? 아마 그렇게 믿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범죄가 있는데도 그걸 못 맞추는 확률이 18.7%나 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거짓말탐지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범죄자가 풀려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맙니다.

두 번째 이유는,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확대해서 실행하면 91%란 신뢰도가 뚝 떨어진다는 점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조금이라도 범죄가 있을 것 같은 사람을 죄다 모아 검사를 시키면 거짓말탐지기의 신뢰도는 추락합니다.

위에서 검찰이 자신 있게 언급한 거짓말탐지기의 신뢰도 "92%"는 수사를 통해 범죄 증거가 어느 정도 확보된 용의자들만을 대상으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했기 때문에 나온 값일지도 모릅니다.

만일 3,000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거짓말탐지기를 적용하면, 그 중 실제 범죄자의 비율은 70% 보다 작은 값을 가질 겁니다. 죄 없는 사람까지 무분별하게 거짓말탐지기를 확대 적용하기 때문이죠.

검사 대상자를 3,000 명에서 6,000 명으로 확대해보죠. 그렇다면 범죄자의 비율은 70%에서 35%로 줄어듭니다. 다음의 결과는 이럴 경우 거짓말탐지기의 신뢰도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보여줍니다(위에서 계산한 방식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검사대상자 :     6,000 명
범죄자 비율 :     35%
범죄자 수  :       2,100 명
결백한 사람 수 : 3,900 명

범죄자가 거짓말탐지기에서 양성 판정을 받을 확률 : 81.3% = 1,707 명
결백한 사람이 거짓말탐지기에서 양성 판정을 받을 확률 : 18.7% = 729 명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실제 범죄자일 확률 : 1,707 / (1,707 + 729)  = 70.1%

이처럼 거짓말탐지기를 '마구' 사용하면 더 많은 무고한 사람을 거짓말탐지기 앞에 세우기 때문에 거짓말탐지기로 인해 억울하게 죄인 취급을 받는 사람이 많아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탐지기로 유죄 여부를 판정하겠다는 검찰이나 경찰의 생각은 매우 위험합니다.

또한 거짓말탐지기로 인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아 죄가 없는데도 죄가 있는 것처럼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도 간혹 있기 때문에 거짓말탐지기의 사용은 자제되어야 합니다.

허나 거짓말탐지기 사용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2009년 상반기에만 1,715번이나 거짓말탐지기가 사용됐는데 단순하게 계산해도 2008년 수준보다 급증한 횟수입니다.

거짓말탐지기는 유죄 여부를 가리는 도구가 아니라, 범죄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해서 자백에 이르게 하는 도구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탐지기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검사 결과를 지나치게 맹신하지 말아야 합니다. 무고한 사람의 인생을 '기계 장치' 하나 때문에 망쳐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의 링크를 눌러서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여기를 클릭!

반응형

  
,

핵폭탄이 우리나라에 떨어질 확률은?   

2010. 3. 25. 09:32
반응형

지금부터 2050년 사이에 핵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CIA나 국가정보원 같은 기관에서는 다양하고 심층적인 분석을 근거로 확률을 계산해 낼지도 모르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핵전쟁 발발 가능성에 관해 충분한 정보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죠. 그래서 확률은 반반, 즉 1/2 이라고 추정하여 말하게 됩니다.


경제학자 존 케인즈(John Keynes)는 이를 ‘중립의 원칙’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렇다면 핵폭탄이 우리나라에 떨어지지 않을 확률은 얼마일까? 이 역시 1/2 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에 떨어지지 않을 확률이나, 프랑스에 떨어지지 않을 확률도 1/2 이란 답이 일반인으로서 말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죠.

존 케인즈


이 답변을 기초로 하면, 10개 나라 중 어느 한 곳도 핵폭탄이 떨어지지 않을 확률은 1/2의 10제곱(=1/1024)이 됩니다. 그렇다면 10개 나라 중 적어도 한 나라가 핵폭탄에 희생될 확률, 바꿔 말해 핵전쟁이 발발하게 될 확률은 얼마일까요? 1에서 1/1024 을 뺀 1023/1024 가 됩니다. 이 값은 처음에 “2050년까지 핵전쟁이 발발할 확률이 1/2 이다” 라고 답한 것과 모순되는 결과입니다.

동일한 논리를 신규사업 추진 건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벤치마킹을 통해 가능성 있어 보이는 어떤 신규사업의 실패 확률이 2/3 이라는 결과(즉,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은 1/3)를 얻었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벤치마킹은 어디까지나 우리와는 별개인 ‘타 기업들의 역사’로부터 추정하여 얻은 것이기 때문에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결과라고 간주하기 어렵습니다.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확률을 물었을 때 아는 바가 없어서 그냥 1/2 이라고 답하는 것처럼 불확실한 추정에 불과하죠.

그래도 리더가 벤치마킹 결과를 신봉한다면, 우리회사가 신규사업에 실패할 확률을 2/3 이라고 추정합니다. 동일한 이유로 유력한 경쟁사인 A사와 B사 역시 실패할 확률은 각각 2/3 이 될 겁니다. 

그렇다면, 어느 회사도 성공하지 못할 확률은 8/27(=2/3*2/3*2/3)이 됩니다. 반면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은 19/27 이나 되죠. 이는 처음에 벤치마킹으로 얻은 성공확률 1/3 보다 2배 이상 큰 값이 아닙니까?

아래가 계산을 정리한 결과입니다.

벤치마킹 결과  신규사업이 실패할 확률    2/3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    1/3

우리회사가 실패할 확률    2/3
A사가 실패할 확률             2/3
B사가 실패할 확률             2/3

3사 모두 실패할 확률             (2/3)*(2/3)*(2/3) = 8/27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         1 – 8/27 = 19/27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 이러한 산법이 엉터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이 패러독스는 벤치마킹 결과가 비관적 혹은 낙관적으로 나왔다고 해서 지나치게 비관하거나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예입니다. 

벤치마킹은 참고를 위해서 하는 것이지 절대로 의사결정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없습니다. 오늘도 벤치마킹을 염두에 두시는 분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출처 :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유정식 저)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의 링크를 눌러서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여기를 클릭!


반응형

  
,

DNA 발견자 왓슨은 왜 침묵했나?   

2010. 3. 24. 09:00
반응형

DNA 구조를 규명하여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James Watson),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 모리스 윌킨스(Maurice Wilkins)을 아십니까? DNA라고 말하면  ‘왓슨과 크릭’의 이름이 항상 따라 붙을 만큼 그들은 생물학계의 스타입니다. 

왓슨

윌킨스

크릭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불리함이 드러날까봐 끝까지 침묵을 지킴으로써 한 여자의 일생과 업적을 철저히 모욕한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100% 자신들의 노력으로만 DNA 구조를 규명했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입니다.

DNA를 발견할 당시 그들은 케임브리지 대학 소속이었는데, 런던 킹스칼리지의 로잘린드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과 DNA 구조 규명을 위한 연구 경쟁을 벌이던 중이었습니다. 그들이 DNA가 이중나선 형태라는 결정적인 단서를 얻게 된 계기는 프랭클린이 찍은 DNA의 X선 사진이었습니다.

그녀의 동의 하에서 사진을 열람했다면 문제가 될 게 없었겠죠. 하지만 그들은 꼼수를 썼습니다.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프랭클린과 그의 상급자 윌킨스는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윌킨스는 왓슨과 크릭을 수 차례 만나 그녀를 헐뜯으며 심정적으로 ‘동맹’을 맺고 있었지요. 급기야 윌킨스는 프랭클린이 찍은 사진을 몰래 빼내 왓슨과 크릭에게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그녀의 사진을 보고 나서 겨우 일주일 만에 DNA 구조를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서둘러 ‘네이처’ 지에 1 페이지 짜리 논문을 게재했죠. 알다시피 1963년에 그들 셋은 노벨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누가 봐도 도둑 맞은 프랭클린의 X선 사진이 DNA 구조 규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이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왓슨과 크릭은 프랭클린의 기여를 무시했고, 그녀가 암으로 1958년에 37세라는 젊은 나이로 숨지고 나서도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것은 명백히 정직하지 못한 태도였습니다.

로잘린드 프랭클린


왓슨은 수십 년이 흐른 1984년에 프랭클린의 모교인 세인트폴 여학교에서 연설하면서조차 끝내 정직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그녀의 데이터를 생각하기 위해서 사용한 것이지, 훔치기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닙니다"라는 애매한 변명만 늘어 놓았습니다.

게다가 그녀가 가족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는,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언급함으로써 죽은 자의 무덤에 침을 뱉고 말았죠. 크릭과 윌킨스는 왓슨만큼 노골적이지 않았고 죄책감을 많이 느끼긴 했지만, 그들 역시 진실 고백에 소극적이었습니다.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이라면 그들의 태도를 ‘정직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일갈했을 것 같군요.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과학적 사고는 전적으로 정직성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실험을 했다면, 여러분에게 불리한 것까지 모두 말해야 한다. 유리한 것만 말해서는 안 되며, 다른 방식으로 설명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해야 한다....(중략)....여러분의 해석에 미심쩍은 점이 있다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다 말해야 한다. 여러분은 자신의 이론에 잘 맞는 사실 뿐만 아니라 잘 맞지 않는 사실까지 모두 알려 주어야 한다.

정직 = 불리한 것까지 밝히는 용기

정직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주장할 때 옳은 면뿐만 아니라 불리한 증거와 배경까지 함께 이야기함을 의미합니다. 정직은 솔직하게 자신의 결점을 드러내는 것입이다. 불리한 면을 감추고 침묵을 지키는 것은 부정직한 태도입니다. 

파인만이 초전도성 연구를 진행할 때 보인 언행은 그가 말만 번드르르한 지식인이 아니라 정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과학자임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초전도성은 금속을 매우 낮은 온도로 냉각했을 때 전기 저항이 완전하게 사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파인만은 초전도성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한 나름의 이론을 정립했으나 다른 물리학자 세 명(존 바딘, 리언 쿠퍼, 존 슈리퍼. 이들은 1972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다)이 BCS이론으로 불리는 새로운 견해를 내놓자 자신의 것을 버리고 즉각 그들의 이론이 옳음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폐기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식석상에서 BCS이론의 우수성을 칭찬했지요. 존 슈리퍼(John Schrieffer)는 파인만의 정직한 태도에 감명을 받아 “과학자가 자신이 실패한 분야에서 남의 이론을 그렇게 자세히 설명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파인만의 전기를 쓴 물리학자 존 그리빈(John Gribbin)이 “그의 정직성은 다른 사람들이 같은 함정에 빠지는 것을 막아 주었고, 틀린 나무에 오르면서 자기가 바르게 간다고 속아 넘어가는 것을 스스로 경계하는 능력을 명료하게 보여줬다”고 썼습니다. 그의 행동은 왓슨 트리오가 보여 준 자기방어적인 부정직함과 반대되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아주 정직한 사람도 자신에게 불리한 점이 발견됐을 때 침묵을 지키거나 솔직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염려하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은 사건이 터지면 대개 그런 행태를 보입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감추지 말고 떳떳이 밝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 사물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왓슨이 다다르지 않은 정직의 길입니다.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의 링크를 눌러서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여기를 클릭!


반응형

  
,

핵 미사일을 발사할까, 말까?   

2010. 3. 23. 09:00
반응형

사람들은 문제를 접할 때마다 그것이 불러 일으키는 불편한 감정 때문에 해결책부터 궁리하기 시작합니다. 한시라도 빨리 문제를 벗어나려는 본능적인 욕구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가장 그럴싸한 해결책을 취해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데, 쉬운 문제이거나 파급효과가 적은 문제일 경우엔 유용한 방법입니다.

(둘은 무슨 관계일까요?)


그러나 어렵고 복잡한 문제이거나 파급효과가 큰 문제라면 이리저리 부딪히는 시행착오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 들어가는 방법은 피해야 합니다. 꾸러미의 내용물을 면밀히 살펴보고 ‘아, 문제란 이런 모양이구나’ 라는 정확한 인식이 없다면 어떤 해답을 제시할지 모를뿐더러 애써 해결책을 내놨다 해도 문제를 옳게 해결할 수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을 야기할지도 모릅니다.

다음의 사례를 읽어보기 바랍니다.


북극해에 위치한 핵 미사일 기지의 레이더 화면에 이상한 물체들이 감지되었는데, 미사일들이 한꺼번에 이쪽을 향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를 보고 받은 미사일 기지의 사령관은 워싱턴에 있는 본부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미사일 기지의 장교들은 이미 미국 본토에 핵 폭탄이 투하되어 전화가 불통일 거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레이더 화면에 깜박거리는 점들은 ‘우리 기지를 파괴하기 위해 날아오는 핵 미사일일 거야!’ 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일시에 공황 상태에 빠졌다.

    ‘즉각 버튼을 눌러 소련으로 핵 미사일을 발사해야 하는가?’ 

자칫 판단을 잘못했다가는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될 뿐만 아니라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난 파국을 몰고 올 터였다. 인류의 운명이 그들의 손가락 위에 놓인 셈이었다.

이때 가만히 있던 사령관이 이렇게 말했다.

     “흐루시쵸프는 어디 있지?” 

이 말을 듣고 모든 사람들은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을 수 있었다. 그 당시 흐루시쵸프(소련 공산당 서기장)는 국제연합(UN) 회의로 뉴욕을 방문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후에 알아낸 바에 따르면 레이더 화면 상의 점들은 달에서 나온 전자파와 대기권 사이의 반사작용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전화가 불통이었던 이유는 그저 통신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고장을 일으켰기 때문이었죠.

공교롭게 발생확률이 적은 두 사건이 동시에 발생하는 바람에 인류를 멸망시킬지 모를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던 겁니다. 결과론적이지만 인류를 구한 건 사령관의 ‘제대로 갖춰진 문제해결력’입니다. 만일 사령관이 부하들과 함께 즉각 응사한다는 해결책부터 궁리했다면 인류는 핵전쟁이라는 아마게돈을 경험했을지 모릅니다.

그는 해결책을 명령하기 전에 ‘핵 미사일들이 다가온다’라는 문제 자체가 발생 가능한 것인지 따져보는 세 마디의 질문 ‘Where is Khrushchyov?”을 던졌습니다. 소련 측이 자기네 서기장이 미국을 방문 중일 때 핵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으리라 추론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나 개인의 문제를 해결할 때도 해결책을 당장 마련하려는 생각을 뒤로 미루는 것이 유용합니다. 매출이 오르지 않는 현상을 접할 때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의하지 않거나 매출이 오르지 않는 원인을 파악하지 않고서 ‘영업사원을 늘려라, 제품 가격을 낮춰라’와 같은 해결책을 곧바로 실행한다면 과연 성공적으로 매출을 확대할 수 있을까요?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브랜드를 바꿔 본다든지 새로운 기능을 덧붙여보는 조치를 연달아 적용하겠죠. 어쩌다 효과적인 방법을 찾았다 해도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을 겁니다. 이와 같은 방식의 문제해결은 주사위를 던져서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소위 ‘도박 경영’입니다. 

문제를 접하자마자 해결책부터 떠올리는 잘못된 습관을 제지할 줄 알아야 성급한 의사결정의 폐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요컨대, ‘해결책 지향’이 아니라 ‘문제 지향’이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의 링크를 눌러서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여기를 클릭!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