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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은 미래를 대비하는 데 사용되는 기법들 중에 가장 유명하고 막강합니다. 사실 예측은 별도의 정의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인간의 삶에 깊게 뿌리 내린 제 2의 본성이죠. 여러분은 자신도 모르게 매일 수차례 예측을 하고 있을 겁니다.
내가 갈 도로에 교통체증이 발생할지, 어제 산 주식이 오를지, 나의 제안을 상대방이 수용할지 등등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예측을 자동적으로 수행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경쟁자의 전략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고객의 니즈는 또 어떻게 바뀔 건지 매번 예측을 해서 전략을 수립하죠.
기업에서 흔히 사용하는 예측 기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회귀분석법일 겁니다. 회귀분석은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을 종속변수 Y로 놓고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개의 독립변수 X들을 찾아서 방정식을 도출하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해서 미래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예측하는 데 사용합니다.
회귀분석은 반박의 여지가 없을 만큼 수학적으로 완벽한 논리를 가집니다. 대부분의 예측 기법들은 회귀분석처럼 과거의 패턴을 미래에 투영하는 논리를 가졌지만, 그 속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숨어 있음을 많은 경우에 간과하고 맙니다.
바로 과거의 환경구조가 미래의 환경구조가 동일하다고 전제하는 것이 오류입니다. 미래로 갈수록 상호작용이 증폭되고 환경의 구조가 복잡하게 바뀝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환경구조는 절대로 과거의 환경구조와 같을 수가 없죠. 따라서 예측은 대개의 경우 실패하고 맙니다.
왜냐하면 예측은 미래의 여러 가지 가능성을 오로지 하나의 수치로 압축시키고 그에 따라 전략을 수립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수치와 다른 미래가 펼쳐지면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겠죠. 예측이 실패를 해서 어려움을 겪은 회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IBM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요즘에는 잘 나가고 있지만 90년대엔 그렇지 못했습니다. IBM은 1980년대 초에 향후 미래의 PC시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될까 예측을 해 봤다고 합니다. 그 결과 1990년이 되면 전 세계 PC보급 대수가 잘해야 27만대 정도라고 예측했죠.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만 해도 1993년에 1억 7천만 대가 보급됐고, 한국만 해도 170만 대의 PC가 보급됐습니다.
IBM의 예측이 이처럼 상당히 크게 빗나간 이유는 1980년대까지 완만하게 성장한 PC시장의 패턴이 미래에도 그대로 이어질 거라 생각한 탓입니다. 결국 IBM은 PC시장이라는 거대한 기회를 놓쳤고, 1992년에 파산 직전까지 갔습니다. 예측이 그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았기 때문입니다.
예측으로 인해 기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전략적 사고를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예측의 결과로 내년도 매출액이 금년보다 10% 성장할 거라고 나왔다고 가정해 보죠. 누군가가 나서서 ‘10% 성장이 아니라 마이너스 2% 성장이다’라고 반박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사람이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해도 10% 성장 예측이 마이너스 2% 성장으로 바뀌기는 힘들 겁니다. 기껏해야 10%를 7% 정도로 끌어내는 것에 만족하죠. 예측 결과가 강력한 신념으로 바뀌어서 그것에 반대되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 결과입니다. 전략적 사고를 아예 막아버리고 맙니다.
예측은 기회를 잃게 만들고 잘못된 판단을 이끕니다. 예측을 통해서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오직 하나의 숫자 속에 우겨 넣으려고 하기 때문이죠. 많은 기관과 기업들이 갖가지 예측을 쏟아내는데, 경제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그런 경향이 큽니다.
하지만 예측 시스템이 제아무리 정교하다 해도 ‘예측은 항상 틀린다’라는 진리를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여러 가지 가능성, 즉 시나리오로 미래를 바라봐야 합니다.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그 불확실성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습니다. 불확실성을 없애겠다면서 '덮어놓고 예측하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할지'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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