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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불어 닥친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가 급격하게 요동쳤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불안한 상태입니다. 주식시장은 조그마한 호재나 악재 하나로도 주가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등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발할 때만 하더라도 세계 경제가 이토록 추락할지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했죠. 하지만 설마 했던 금융 위기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자 국가와 기업들은 그제야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불확실성이 증폭되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 처하면 경제기관들과 정부는 예측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립니다. 미래가 불안하니까 확실한 숫자로 기업과 일반 대중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입니다. 처지가 불안해지면 개인들이 점집에 몰려드는 이치처럼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해서 하나의 정확한 수치를 얻어내려고 갖가지 방법을 동원합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나오는 예측치들은 거의 대부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비근한 예로 한국은행이 2008년 경제성장률을 4.7%로 예측했고 KDI도 5%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2.5%에 불과했습니다. 이 정도 차이면 예측은 무용지물입니다.
예측을 통해 불확실성을 없애려고 노력하기보다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그것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5%니 6%니 하는 숫자 놀음보다, 차분하게 발생 가능한 모든 경우를 생각해보고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런 발상의 전환이 바로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한 시나리오 플래닝의 절차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7단계로 구분됩니다. 간략하게 단계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핵심이슈 선정(Phase 1)
핵심이슈(Core Issue)란 회사 내 여러 곳에서 제기되는 걱정거리 중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이슈이며,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과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사업포트폴리오를 어떤 방향으로 가져가는 것이 좋을까?" "신규설비를 구축해야 할까?" "이머징 마켓으로 진출해야 할까?" 등 전략적 의사결정을 위한 질문들이 핵심이슈에 속하죠.
핵심이슈가 있어야 시나리오 플래닝이 가능합니다. 그냥 무작정 미래를 알아보겠다면서 핵심이슈 없이 접근하면, 아무것도 손에 쥘 수 없습니다.
의사결정요소 도출(Phase 2)
의사결정요소(Decision Factor)란 핵심이슈에 대한 의사결정에 1차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외부 환경 요소를 말합니다.
강 너머에는 애인이 서 있고 이쪽에는 내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의 핵심이슈는 “애인을 지금 만나러 가야 할까?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까?”입니다. 강을 건너겠다고 마음먹으려면 어떤 조건이 만족되어야 할까? 가장 중요도가 높은 것은 일단 배를 구할 수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배가 없다면 내가 애인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용케 배를 구했다 해도 비바람이 몰아친다면 배를 띄우기가 어렵죠. 이렇듯 의사결정요소란 내가 강을 건너리라 마음먹는 데에 1차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외부 환경 변수들을 말합니다.
변화동인 규명(Phase 3)
변화동인(Change Driver)란 의사결정요소의 아웃풋을 결정하는 거시적 관점의 원동력을 의미합니다. 의사결정요소 중 하나가 김치냉장고의 시장성장률이라고 하죠. 신종 플루와 같은 질병 예방에 김치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김치 소비가 급증하여 김치냉장고 판매까지 덩달아 급증할지 모릅니다. 반대로 서구화하고 있는 소비자의 입맛 때문에 김치냉장고 수요가 서서히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는 김치냉장고 수요곡선의 하락을 예고합니다.
이처럼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김치 냉장고의 시장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변수는 상당히 많습니다. 이것들이 바로 변화동인들이죠.
시나리오 도출(Phase 4)
Phase 3에서 만일 150개 이상의 변화동인이 규명됐다면 그것 모두를 시나리오를 만든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시나리오 개수가 나옵니다. 그러므로 수많은 변화동인 중에서 핵심이슈에 대한 영향도(중요도)가 높고 불확실성도 큰 변화동인을 찾아 내야 합니다.
보통 150개 이상의 변화동인을 찾는데, 그 이유는 시나리오 테마의 결정요소인 핵심변화동인 2개를 그 더미 속에서 발굴하기 위해서입니다. 핵심변화동인은 ‘이렇게 될 수 있고 저렇게 될 수 있는’ 옵션을 가지므로 핵심변화동인이 2개라면, 모두 4개(=22) 시나리오 조합이 나옵니다.
시나리오 라이팅(Phase 5)
소설가가 집필을 위해 문헌을 조사하고 전문가를 취재하여 글 전체의 아우트라인을 잡듯이, Phase 4까지의 작업은 시나리오를 쓰기(writing) 위한 기본 재료를 수집하고 뼈대가 될 요소를 결정하는 과정이었다면, Phase 5는 미래가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기사체나 소설체로 이야기를 서술하는 단계입니다. 이를 통해 여러 각도에서 전략을 구상하는 효과가 있죠. 상상력을 발휘해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합니다.
대응전략 수립 (Phase 6)
이 단계는 각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었다는 가정 하에 미래가 우리에게 어떤 기회를 부여하고 또 어떤 위협을 가해올지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고찰하여 최적의 전략을 찾는 과정입니다. 시나리오별로 전략을 평가한 다음에 하나의 최적전략을 택하는 과정이죠.
모니터링 (Phase 7)
도출된 시나리오들은 발생확률이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 현실화될지는 변화의 신호를 캐치하는 과정을 통해 판단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모니터링입니다. 이때 변화의 신호를 나타내는 지표를 사인포스트(Signpost)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독과점 가능성과 관련한 시나리오라면 이에 대한 상위 매출 집중도, 인수 합병 발생 건수 등이 사인포스트가 됩니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예측을 통해 정복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진정한 예측은 숫자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를 찾는 것입니다.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폭넓게 가정하여 각기 다른 대응전략을 미리 대비하는 것이 불확실한 미래의 확실한 생존전략임을 잊지 말야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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