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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화를 참으면 병이 된다고 흔히 말합니다. 스스로에게 화가 나든, 타인 때문에 화가 나든 간에 참지 말고 그때 그때 풀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화는 풀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푼다’라는 말을 잘못 이해하곤 합니다.
화를 낸다고 해서 화가 줄지 않고 오히려 화가 축적된다는 걸 보여주는 과학적인 증거가 나온 바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와 컬럼비아 대의 공동연구팀은 평소 화를 잘 내고 적개심이 높은 사람들은 동맥경화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분노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은 시간이 꽤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죠. 분노 때문에 혈압이 크게 상승했던 사람은 일주일이 지나 화가 났던 원인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면 같은 수준으로 혈압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화를 화로 풀면 몸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즐겁게 삽시다!)
화가 난다고 해서 그 화를 남에게 전이시키거나 되갚아 주는 것, 즉 자신의 화를 ‘풀어 헤치는’ 방법은 화를 푸는 방법으로는 좋지 않습니다. ‘내가 화났으니 내 심기를 건드리지 말고 똑바로 하지 않으면 가만히 안 둘 테야’ 혹은 ‘네가 날 화나게 만들었으니까 나도 널 화내게 만들겠다’며 화를 있는 그대로 앙갚음하는 것은 화를 푸는 방법이 아니죠.
자신을 화나게 만든 사람을 증오하고 저주하면서 술을 마시거나, 샌드백을 대신 두들겨 패거나, 상관없는 이들에게 소리를 지른다고 해서 화가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순간적으로는 가슴이 시원해지는 카타르시스를 느낄지 모르지만, 그런 행위들은 오히려 자신의 화를 증폭시키고 스스로를 모난 인간으로 변하게 만들 뿐입니다.
스스로를 보호할 목적으로 제3자에게 화를 내는 행동으로도 화의 근원을 치유할 수 없습니다. 남에게 화를 냄으로써 자신의 화를 풀다 보면 처음 한 두 번은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겠지만, 그것이 지속되면 차츰 익숙해지면서 일상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어느덧 자신의 성격은 괴목처럼 비뚤어지고 말죠.
화는 화로 풀어서는 안 됩니다. 불 난 집에 불씨를 던져 넣는다고 불이 꺼지지 않지요. 불은 물로 끄는 게 상식이듯, 틱낫한 스님의 말처럼 화는 ‘자각(自覺)’이라는 물로 꺼뜨려야 합니다. 가슴 속에 화가 일렁이면 그것에 일차적으로 반응하려는 감정에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화를 마치 내 것이 아닌 듯 바라봐야 합니다.
자각의 방법은 화를 유발시킨 사람으로부터, 혹은 화가 발생한 물리적 장소에서 잠시 벗어나 생각에 잠겨보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깊은 숨을 쉬며 마음을 가다듬어 봅니다.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도 좋습니다.
화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내가 힘든 것이 무엇인지, 나를 화 나게 한 사람(자신 또는 타인)의 지금 상태는 어떨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금의 화가 어떻게 변할지 등을 제3자가 되어 찬찬히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봅니다. 그렇게 자각하는 ‘냉각기’를 거치면 그전보다 화가 엷어진 게 느껴지고 용서할 마음이 생겨납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느껴봅니다. 행복은 누구에게서 주어지거나 누구로부터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를 얼마나 행복한 사람으로 여기는지에 달렸지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자각할수록 화 따위는 봄 눈 녹듯 사라집니다.
화가 나면 감정의 노예가 되죠. 노예가 되면 자신의 삶을 노예의 삶 이상으로 결코 만들 수 없습니다. 화가 나면 자신이 화를 다루는 주인임을 자각해서 화가 주인 행세를 하도록 놔두면 안 됩니다. 자각하고 명상하는 것이 화를 올바르게 푸는 방법이고 나를 화 나게 만든 사람(자신 또는 타인)을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는 길입니다.
화를 참으면 병이 되지 않습니다. 화를 참을수록 행복해집니다. 지금 무척 화가 난 상태라면, 그 화의 주인이 되기 바랍니다.
(* 예전의 글을 보강해서 재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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