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정찰기를 격추시키는 똑똑한 방법   

2010. 4.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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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미국 정찰기 U-2기는 비행 고도가 2만 미터에 달하기 때문에 소련의 요격기가 따라 올라가서 격추시키기가 불가능했습니다. U-2기 때문에 잠이 못 이루던 소련의 서기장 흐루시초프는 어떻게든 U-2기를 격추시킬 방법을 찾아내라고 닦달을 해댔습니다.

U-2기


그런데, 1960년 5월 11일에 U-2기가 격추되고 조종사가 포로로 잡히는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U-2기의 성능을 자부했던 미국 측은 당연히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필시 소련이 최신식 미사일을 개발했으리라 짐작했으니 말입니다. 흐루시초프는 이때다 싶어 당황하는 미국을 골려 주려는 듯 “우리 소련에겐 세계 어디라도 요격 가능한 최신식 미사일이 있다”라고 호기롭게 떠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소련은 그만한 성능의 미사일도 없었고 2만 미터 이상의 고도를 비행할 전투기도 없었습니다. 후에, 소련이 미국의 U-2기를 떨어뜨릴 수 있었던 까닭은 문제를 재정의함으로써 해법을 독창적으로 생각해냈기 때문으로 밝혀졌습니다.

소련 측에게는 파키스탄 페샤와르 외곽에 위치한 미국 공군기지가 눈엣가시였습니다. 거기서 소련 영공으로 U-2기를 수시로 띄워 보냈기 때문입니다. 정보기관인 KGB는 갖은 노력 끝에 아프가니스탄 공군 조종사 한 명을 포섭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는 미국에 유학한 경험이 있어서 U-2기에 대한 지식이 해박했습니다. 또한 이 사람에게는 공군 기지의 식당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는 친구와 만나는 척하면서 보안이 삼엄한 비행장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 수리를 하기 위해 비행장에 세워진 U-2기에 몰래 다가간 그는 고도 계기판에 있는 네 개의 나사 중 하나를 빼내고 똑같은 모양의 나사를 대신 끼워 넣었습니다. 그 나사는 매우 강력한 자성을 띤 것이라서 고도계의 바늘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습니다.

소련 측이 궁리해 낸 해법이 무엇인지 머리에 떠오릅니까? 대신 끼워 넣은 나사의 자성을 이용해서 고도계를 오작동시킨 것이 소련 측의 해법이었습니다. 1만 미터 밖에 상승하지 않아도 이미 2만 미터에 오른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겁니다.

이 비행기를 탄 조종사는 고도계를 보고서 ‘이제 충분히 상승했으니 이 고도를 유지하자’라고 생각했겠지요. 1만 미터 정도는 당시에 소련이 갖춘 미사일이나 전투기로도 충분히 요격이 가능한 사정거리였기 때문에 U-2기가 격추될 수밖에 없었죠.

소련 측이 당초에 정의한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원래의 문제 = 
     U-2기를 요격할 미사일이나 전투기를 갖춘 상태 – U-2기 때문에 골치 아픈 상태

문제를 이렇게 정의하면, U-2기에 대항할 무기를 갖춰야 한다는 해법 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해법은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들기 때문에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설사 무기를 갖춘다 해도 그 시간 동안 U-2기가 자신들의 영공을 이미 활개치며 돌아다닌 후입니다.

어떻게든 미국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소련이 신무기를 이미 보유 중이다’라고 오해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문제를 창의적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었죠. 위에서 설명했듯이 소련 측이 새롭게 정의한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재정의한 문제 = 
     U-2기가 높이 상승했다고 착각하는 상태 – U-2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상태

이를 위해서 U-2기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아프가니스탄 조종사를 포섭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자석으로 만들어진 나사로 고도계가 오작동을 일으키게 한 방법은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는 일보다는 상대적으로 손쉽고 신속한 해법임에는 분명합니다.

이처럼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재정의하는 것이야말로 문제해결사의 지혜입니다. ^^

(참고도서 : '손자병법 교양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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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꿈을 꾸지 마십시오   

2010. 4.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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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코끼리를 훈련시키는 조련사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장대를 높이 설치하고서 코끼리에게 넘으라고 시키면, 그 코끼리가 말을 들을까요? 장대를 발목 높이 정도로 낮게 해줘야 코끼리가 넘을 수 있을 겁니다. 


코끼리 같이 커다란 조직을 혁신하고자 할 때 기준점을 높이 설정해 놓고 구성원들에게 움직이라고 독려하면, 과연 조직 전체가 일사불란하고 신속하게 그 기준점을 뛰어 넘을 수 있을까요? 아마 그렇지 못할 겁니다. 내신성적이 그저 그런 학생에게 일류대를 꿈꾸라는 것과 같습니다.

현재의 모습과 그 비전에 큰 괴리가 있다면, 그리고 현실의 한계와 제약을 무시하고 큰 꿈만 이야기한다면, 코끼리가 높은 장대 앞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것처럼 혁신을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우리도 저 높은 별을 지향하겠다는 꿈은 누구에게는 도전정신이지만, 상당수의 직원들에게는 공상으로 비쳐집니다.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직원들에게 혁신의 나팔을 불어댄들 귀를 막고 도망가기 일쑤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구성원들에게 혁신이 나아가야 할 큰 그림과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장대하고 희망에 찬 비전이 혁신에 독이 될지도 모릅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넘을 수 있는 정도로 기준점을 낮춰야 비로소 '작은 혁신'이 가능합니다.

비전은 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때 의미가 있습니다. 가슴 속에 장대한 비전을 품었다 해도 그것을 한꺼번에 펼쳐보이기보다는 그 목표를 나누어 작은 꿈을 구성원들과 함께 할 때 비로소 혁신의 한 발자국을 뗄 수 있습니다. 작은 목표를 달성한 후에 조금 더 높은 목표를 제시해 가면서 혁신의 '근육'을 키워야 장대한 꿈에 이르는 지구력을 기르게 됩니다.

큰 꿈을 꾸지 마세요. 높은 기준점은 혁신의 기초를 다지는 데에 독입니다. 지혜로운 리더라면 혁신의 이상을 이루어질 수 있는 소박한 꿈으로 바꿀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요? '나를 따르라'며 카리스마로 조직을 지휘하는 리더보다는 소박한 꿈으로 구성원들을 넛지(nudge)할 줄 아는 리더가 참된 리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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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가 상사를 평가하면 안된다구요?   

2010. 4.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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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평가제도는 평가의 객관성 확보와 함께 구성원의 동기부여를 제고하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방향으로 그 철학이 바뀌어 가는 중입니다. 이를 위해 많은 기업이 다면평가를 도입했고 도입을 고려하는 중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다면평가를 평가제도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죠.

다면평가의 목적은 평가의 공정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상사 1인의 단일평가로 인해 왜곡되기 쉬운 평가결과를 시정하고 평가과정에 최대한 많은 구성원들을 참여시킴으로써 회사에 대한 Commitment를 높이고자 하는 것입니다.


상사 1인에 의한 평가(이후 하향평가라 함)가 진행될 때 피평가자의 동료와 부하직원의 의견을 일정부분 반영하지만,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심리 때문에 상사의 주관에 의해 평가가 결정되는 면이 여전히 강합니다. 따라서, 다면평가는 평가 관점의 다양성을 공식적인 무대로 끌어올렸다는 데 의의가 큽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속상사는 피평가자의 현재능력, 행동방식, 성과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잠재능력과 적성 및 태도는 상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우며, 그런 측면은 동료직원이나 외부전문가가 더 잘 평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다면평가는 위계질서 본위의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상호협조적이며 성과 지향의 문화로 탈바꿈시키는 데에 하나의 변화촉매제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다면평가 그 자체가 평가의 완벽성을 기하는 데 아직은 운영상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조직문화를 활성화하는 효과는 제법 큽니다. 경직된 조직분위기를 혁파하는 데 다면평가가 일조할 수 있습니다.

다면평가는 기존의 하향평가 방식보다 더 가치 있는 피드백을 피평가자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구성원의 실질적인 역량 향상에 도움을 줍니다. 평가의 목적은 연봉 산정을 위한 측정이 아니라 피평가자를 회사의 비전과 전략에 맞게 육성하는 일입니다. 즉 적재적소에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평가의 주목적입니다.

그러기 위해 평가결과의 양과 질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는데, 다면평가가 훌륭한 대안입니다. "승진을 시켜야 하는데 평가기록서에 달랑 A, B, C 만 적혀져 있는 것을 보고 누굴 승진시켜야 하는지 도무지 판단이 안 선다." 이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다면평가를 통해 평가 결과를 축적해야 합니다.

다면평가가 이렇게 긍정적인 효과가 많지만 문제점 또한 큽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다면평가를 도입했다가 철회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업무를 추진할 때 동료나 부하들 눈치까지 봐야 한다는 인기주의적인 문제, 잘 봐달라며 사전에 손을 쓰는 정치술수적인 경향, 피평가자를 만나본 적조차 없는 사람을 평가자로 선정하는 문제, 마지막으로 매일 얼굴 보고 일하는 사람에게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다는 관대화 경향 등이 다면평가의 문제점으로 이야기됩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다면평가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라기보다는 다면평가를 잘못 운영하는 데에서 나오는 문제들입니다. 다면평가를 올바르게 운영하려면 다음의 원칙을 준수하기 바랍니다.

다면평가 운영원칙

(1) 점수 매기기 방법을 없애고, 평가 의견(코멘트)을 받는 데에 초점을 맞추라
(2) 연봉 산정과 같은 보상에 절대 연관시키지 마라
(3) 반드시 업무적으로 관련 있는 사람을 다면평가자로 선정하라
(4) 다면평가 결과를 피평가자에게 최대한 피드백하라

문제가 있다고 무조건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으로 인식되어서는 곤란합니다. 러닝 머신을 사서 몇 번 운동하고는 왜 살이 안 빠지냐 투덜거리면서 '빨래 건조대'로 쓰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면밀히 살펴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해법입니다.

아무래도 다면평가에 대한 문제점은 목소리 큰 관리자들이 대개 제기하곤 합니다. 그래서 인사부서에서 "그렇다면 폐지하겠다"고 한발 물러서는 듯 합니다. 부하직원으로부터 평가 받는 게 문화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입니다. 관리자들이 먼저 수직적인 사고방식을 혁파하지 않고는 다면평가가 정착되기 힘듭니다

"부하가 날 평가하는 바람에 소신 있게 팀을 운영하지 못한다" 라는 생각은 구시대적인 발상은 아닐까요? "부하들의 평가가 나의 리더십 계발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요즘 시대의 리더가 갖춰야 할 사고방식 중 하나입니다.

다면평가를 운영할 때에는 그 운영원칙을 올바르게 수립하고 구성원들에게 올바르게 공유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HR부서뿐만 아니라 CEO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데, 인사제도가 시류와 분위기에 따라 원칙 없이 흔들리지 않도록 ‘원칙’을 굳게 밀고 나가야 할 것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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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직원은 그냥 놀게 놔두세요   

2010. 4.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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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러분들 중에는 "우리 회사 직원들은 일이 별로 없다", 혹은 "업무가 별로 타이트하지 않다"라고 평소에 느끼는 분이 있습니까? 많은 직원들이 업무는 하지 않고 커피를 마시며 잡담이나 하고 담배를 피우는 데 시간을 소모한다면서 개탄할지도 모릅니다. 만일 그렇다면, 여러분은 경영자이거나 관리자일 확률이 큽니다. ^^

하지만 무조건 한탄스러워 할 일이 아니라, 직원들이 일과시간에 비생산적으로 '노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이고, 노는 시간을 줄일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년에 직원 한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산출해 보면 휴일과 휴가를 빼고 대략 2,000 시간 정도 됩니다(야근은 감안하지 않음). 만일 여러분의 팀에 5명의 직원이 있는데, 60% 정도만 일하고 나머지 40%의 시간은 빈둥거린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그렇다면, 1년 중 1,200시간만 일하는 꼴이니까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일해야 하는 총시간 = 5명  *  2,000 시간 = 10,000 시간
실제 일하는 총시간 = 5명  *  1,200 시간 = 6,000 시간
잉여인력 = 10,000 - 6,000 = 4,000 시간 =  즉, 2명

여러분은 이 결과를 보고 4,000 시간만큼의 잉여인력이 발생한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그래서 5명을 3명으로 줄여도 업무를 수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다음과 같이 5명을 3명으로 줄이면, 잉여인력이 0 이 되어 인력이 놀지 않고서 타이트하게 업무를 수행하리라 기대하겠죠.

일해야 하는    총시간 = 3명  *  2,000 시간 = 6,000 시간
일하도록 만들 총시간 = 3명  *  2,000 시간 = 6,000 시간
잉여인력 = 6,000 - 6,000 = 0 시간 = 0명

여러분이 이렇게 인력을 조정하면 2명분의 임금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고, 조직이 '빠릿빠릿'하게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으리라 기대할 겁니다.

만약 이 팀이 수행하는 일이 1년에 평균 100 건이고, 1건당 업무처리시간이 평균 60 시간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예시를 위해 숫자를 단순화했음). 그렇다면, 1년 동안 업무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은 총 6,000 시간입니다. 이 시간은 3명의 팀원을 1년 동안 100% 활용하면 커버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어 보입니다.

헌데, 과연 그럴까요?

1년에 100 건의 일이 발생한다면, 20시간에 1건 꼴로 업무가 발생한다는 뜻(100건을 2,000시간으로 나누면 됨)입니다. 그렇다면, A업무는 홍길동이, 20시간 후에 생길 B업무는 김삿갓이, 다시 20시간 후에 생길 C업무는 박문수가 순차적으로 처리하면 되겠죠. 그리고 다시 20시간이 지나 D업무가 생기면, A업무를 막 끝마친 홍길동이 D업무를 맡으면 됩니다.

A업무  :  홍길동
  (20시간 후)
B업무  :  김삿갓
  (20시간 후)
C업무  :  박문수
  (20시간 후)
D업무  : 홍길동
.
.
.

하지만 문제는 업무가 20시간 마다 1건씩 정확하게 시간에 맞춰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20시간 마다 1건이란 말은 정확하게 20시간 간격으로 1개씩의 업무가 발생한다는 뜻이 아니라, 평균적으로 20시간에 1건의 업무가 발생한다는 의미입니다. 극단적으로 1,999시간 59분 0초까지는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다가 막판 1분 동안 100 건의 일이 한꺼번에 생길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이렇게 극단적으로 업무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업무가 고르게 발생하지 않고 한꺼번에 몰렸다가도 갑자기 업무가 뚝 떨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가게에 손님이 갑작기 들이닥칠 때도 있고 파리를 날릴 정도로 한산한 때도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1건의 업무가 처리완료되기 위해서는 60시간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공교롭게 이제 막 3명의 팀원이 각자 업무를 시작한 상태라면, 새로 도착한 A라는 업무는 최대 60시간을 기다려야 '자기 차례'가 되겠죠. 그러면 A업무는 120 시간이 지나야만 완료될 수 있습니다. 대기시간 60시간에 업무처리시간 60시간을 더해야 하기 때문이죠.

A업무 이후에 B,C,D 등의 업무가 무작위적인 시간 간격으로 발생한다면, '줄 뒤에 서 있는' 업무일수록 대기시간이 급격하게 늘어남을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업무가 완료되려면 끝날 때까지 엄청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겁니다.

이렇게 되면 팀원들이 쉬지 않고 일해도 계속 쌓이는 일을 감당하기 어려울 뿐더러, 업무를 지시한 상사나 고객의 노여움을 사게 되겠죠. 그렇다고 팀원들이 노는 것은 아니니 팀장이나 팀원들은 죽을 맛일 겁니다. "인력이 부족하니 충원 좀 해달라"고 건의하면, "무슨 소리냐! 정확하게 유휴시간 없이 인력을 산정해 줬건만!"라는 면박을 받겠죠.

인력의 가동률(Utilization)를 100%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인력을 조정(감축)하면 생산성이 높아질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못합니다. 인력을 원래대로 5명으로 두면 업무가 무작위적인 시간 간격으로 발생해도 현재 '놀고 있는' 인력이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업무가 완료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급격히 커질 확률은 팀원이 3명일 때보다 작을 겁니다.

인력의 가동률은 생산성이 아닙니다. 의미 있는 생산성은 하나의 업무가 완료되는 데 걸리는 시간, 즉 '사이클 타임'입니다. 사이클 타임은 단위시간 당 산출되는 아웃풋과 같은 개념입니다. 3명으로 줄였을 때 임금이야 적게 나가겠지만, 단위시간 당 처리되는 업무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어서 생산성이 뚝 떨어지고 맙니다.

인력이 여유시간을 가지고 일할 때가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할 때보다 생산성이 더 높다는 사실은 매우 아이러니하게 느껴지지만, 사실이 그러함을 위의 사례가 보여 줍니다. 적정인력은 유휴시간이 0 일 때의 인력이 아니라, 유휴시간을 어느 정도 보장할 때의 인력입니다.

물론 무한정 유휴시간을 줄 수 없겠죠. 인력의 적정한 가동률은 업무에 따라 다르겠지만 70~80% 정도가 좋습니다. 하루 중 대략 2시간 정도의 유휴시간은 주어져야 한다는 거죠. 

직원들이 잡답하고 커피 마시면서 놀면서 타이트하게 업무를 하지 않는다고 노여워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노는 시간은 전체적으로 생산성을 유지하고 높이기 위한 '버퍼(buffer)'라고 인식해야 합니다. 노는 시간이 고깝게 보인다면, 그 시간을 창의적이고 건설적으로 보내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겠죠. 구글이 그렇게 하듯 말입니다.

노는 직원은 그냥 놀게 놔 두십시오! ^^

*추신 : 3명에게 매일 3~4시간씩 야근을 시키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업무품질이 나빠져서 장기적으론 생산성을 좀 먹는 행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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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의 한계, 어떻게 극복할까?   

2010. 4.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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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학자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전공과 연구 분야를 특정 학문에 국한하거나 경도시키지 않고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등으로 폭넓게 펼치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그들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제 파릇파릇한 봄이네요)


단적인 예로,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 Gould)는 진화생물학과 고생물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언어, 음악, 건축, 문학 등에 조예가 깊기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그는 야구 통계 데이터 분석 결과와 성당의 건축 구조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진화의 올바른 의미를 설명하려고 노력했죠. 그의 이론이 맞고 틀림을 떠나 르네상스적 인간형의 표본으로서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영학의 구루(Guru)라 할 수 있는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법학,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경영학 등 사회과학 전 분야에 걸쳐 왕성한 저술 활동을 벌였으며 소설과 수필을 쓰는 등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습니다.

예외는 있겠지만, 위대한 학자들의 위대한 연구 업적의 대부분은 이처럼 폭넓은 지적 활동과 열망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들에게는 여러 학문들과 왕성하면서도 의도된 만남을 통해 자신들의 독특한 지식 체계를 확립하고 사상의 외연(外延)을 확대하려 한 공통점이 있었죠.

경영학도 이러한 학자들의 ‘넘나듦’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출현한 학문이었습니다.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경영학은 테일러리즘(Taylorism)으로 유명한 프레드릭 테일러(Frederick W. Taylor)로부터 시작되었는데, 비교적 젊은 학문이라 말할 수 있는 경영학이 빠른 속도로 학문적 체계를 갖춰 나간 이유는 타 학문을 전략적으로 폭넓게 수용하여 경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갔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을 받아들여 조직행동이론을 수립하고, 수학과 통계학을 바탕으로 회계학과 재무학의 토대를 쌓았죠. 경제학과 게임이론 등을 수용하여 경영전략이론으로 발전시키고, 정보기술(IT)을 경영에 접목하여 경영정보시스템이란 분과도 탄생시켰습니다.

경영학은 기업의 경영을 다루는 응용학문으로서 이처럼 다양한 학문들이 융합되거나 파생되면서 체계를 갖추어 나갔기 때문에 결코 타 학문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경영학이 학문적 한계점에 이르렀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경영학은 어느새 일정한 울타리 내에서 동어반복적인 컨텐츠를 계속 재생산하는 듯 보입니다. 서점에 가보거나 논문 검색 사이트에서 경영 관련 도서와 논문 리스트를 훑어보면 학문의 텍스트가 얼마나 곤궁해지고 있는지 금방 깨달을 수 있습니다. 

경영학의 발전이 기업환경의 변화를 뒤에서 겨우 따라잡고 있는 형국입니다. 새로운 화두를 던지지 못하고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만 급급한 모습이 오늘날 경영학의 현실은 아닐까요? 경영학이 길을 넓혀갈 새로운 땅은 이제 더 이상 없는 것일까요?

이제부터는 시선을 거꾸로 돌려 볼 것을 제안합니다. 경영학 중심의 시각을 버리고 타 학문의 입장에서 경영학을 바라보는 시선을 채택해 보는 건 어떨까요? 예술, 자연과학, 인류학, 사회학 등 우리가 흔히 경영학과 전혀 상관 없다고 간주해 버리는 학문의 체계와 관점 속에서 경영의 의미를 탐구하자는 제안입니다. 경영학에서 고민하는 많은 문제들이 타 학문에서 이미 고민했던 것일지 모릅니다.

쉽게 말하면, 특별한 규칙 없이 아무렇게나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경영학이 새로 디딜 땅을 확보하려면 위대한 탐험가들이 그러했듯이 미지의 신세계를 향해 중단 없이 돛을 올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물리학을 연구하던 학자가 진화론에 뛰어 들고, 하늘을 바라보던 천문학자가 시선을 아래로 내려 인간의 뇌 연구로 전향하면서 새로운 지식의 발견과 깨달음을 얻었듯이(칼 세이건), 경영학이란 학문의 폭과 깊이는 타 학문에 대한 탐구로부터 경영학적 함의를 모색하는 과정 속에서 더욱 넓어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경영이론이 창발(創發)될 때 더욱 깊이를 더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여러 학문과의 통섭만이 경영학의 지평을 새로이 열 수 있는 길이 아닐까요? 한계에 다다른 경영학을 구하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유정식)'의 머리말 부분 발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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