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직원에겐 적은 연봉을   

2010. 10.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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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 항공청에 근무하는 심리학자들은 여객기에서 승객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관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특히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 승객들이 공포에 질려서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엉키는 현상(예를 들어 비상구 한 곳에만 집중적으로 몰리는 현상) 등을 연구하죠.

연구의 애로점은 그런 비상사태를 시뮬레이션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모의 실험에 참가한 '모의 승객'들이 '이것은 어차피 실험이잖아'라고 다들 알기 때문에 승객들이 서로 엉키는 혼돈스러운 모습이 연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애써 모의 승객들에게 '실제 그런 사태가 펼쳐졌다고 상상해달라'고 하며 분위기를 조성해도 막상 실험이 시작되면 무질서한 행동보다는 '예의 바른' 행동(예를 들어 노약자에게 길을 터주는 것과 같은)을 종종 나타냈죠.


연구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비상사태를 시뮬레이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트릭을 쓰기로 했습니다. 모의 탈출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수고료로 시간당 11달러를 받았는데, 연구자들은 비행기에서 가장 먼저 빠져나온 사람에게 그 두 배를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두 배라고 해봤자 시간당 22달러(약 26,000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과연 사람들이 그걸 받겠다고 서둘러 비행기를 빠져나오겠냐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험에 참가한 모의 승객들은 비상사태에 빠진 실제 승객처럼 행동했습니다. 난폭하게 서로 밀치는 것은 다반사였고 노약자를 배려하는 행동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물론 실제 비상사태 때와는 절박함이 적었겠지만 그와 비슷하게 혼란을 보였다는 점은 연구자들이 보기에도 특이할 만했습니다. 

어쨋든 '돈의 유혹'을 통해 비상사태를 시뮬레이션하는 실험은 그런대로 성공적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좀더 빨리 비상구로 빠져나가려는 욕구를 자극해서 실제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들의 연구 목적은 승객들이 무엇 때문에 탈출 동기를 자극 받느냐가 아니라, 탈출시에 난폭하게 변하는 승객들을 어떻게 질서 있게 신속히 탈출시키느냐에 있었기 때문이죠.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 각자의 성과에 따라서 기본급이나 성과급을 차등 지급 받는 연봉제가 이제 일반화되었습니다. 보상의 편차가 일정 부분 성과 창출의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생각은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열심히 하든 팽팽 놀든 똑같은 월급을 받는다면 누가 과연 열심히 일을 하겠느냐고 주장하는 사람의 논리는 거부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반대논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성과 차등이 개인들의 이기적인 행동을 자극하기 때문에 직원들 간의 협조는 고사하고 서로 반목하게 만든다는 이유입니다. 위에서 제시한 모의 탈출 실험이 이런 논리를 뒷받침하는 사례일지도 모릅니다. 두 배라고 해봤자 겨우 22달러 밖에 안 되는 '성과 차등' 때문에 개인들 간의 배려는 싹 사라졌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차등 보상이 개인들 간의 이기심을 극대화하는 부작용이 있더라고 그 순기능을 모두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이기심이 일정 부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지탱해 온 힘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과제는 성과를 차등 보상하면서도 직원들 간의 협조를 통해 더 큰 성과를 달성하도록 유도하느냐입니다. 또한 그 방법은 개인의 목표보다 조직의 목표에 직원들을 어떻게 몰입시키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렇다면 성과 목표를 설정할 때나 측정할 때 '조직의 목표에 개인이 얼마나 기여를 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요컨대 '개인들의 성과들을 모두 모은다고 해서 조직 성과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개인이 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것이 조직의 성과에 기여한 바가 적다면 좋은 보상을 주지 말아야니다(우리나라는 정서상 열심히 일했다는 태도에 높은 점수를 주려고 하는데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오로지 개인 성과에만 초점을 맞춘 보상은 폭력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고 비행기를 빠져나간 사람에게 남들보다 두 배의 수고료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 서로 난폭하게 밀치는 행동(개인 성과를 높이려는 시도) 때문에 비행기 전체로 보면 일정 시간에 빠져나온 승객의 수가 적더라고(즉 조식 성과가 낮더라도) 돈을 지급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성과 목표를 설정할 때보다는 측정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는 잘못된 관행입니다. 개인의 성과 목표가 조직 전체의 목표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기여를 하는지 냉정하게 판단하여 설정할 일입니다. 개인의 성과 목표는 아래에서 위로(bottom-up)가 아니라 위에서 아래(top-down)으로 주어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물론 서로 합의가 이뤄져야 하죠.

모의 승객들에게 "여러분 모두 짧은 시간 안에 탈출을 완료한다면 수고료의 두 배를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모두 신속하게 탈출할 수 있을까요?"라고 주문했다면 아마도 사람들의 행동 양태는 우호적으로 바뀌지 않았을까요? 

성과 차등은 유효합니다. 단, 개인의 성과가 조직의 성과에 정렬(align)되지 않는다면 하지 않으니만 못합니다. 이기적인 직원(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에게 돈을 많이 주는 오류를 범하지 말기 바랍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기심을 자극하는 쪽으로 제도가 오용되면 안된다는 점이겠죠.

(* 사례 출처 : '심플렉서티', 민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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