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8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11. 9. 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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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과 8월에 저는 7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2개월 간 겨우 7권을 읽었으니, 저조해도 하주 저조한 독서량이군요. 7월과 8월 사이에 거의 18일 정도 여행을 다녀온 터라 책 읽을 시간이 부족(?)했다는 핑계를 대봅니다. 사실 여행 갈 때 책을 가져가긴 했지만, 낮에 한창 돌아다니다가 호텔에 오면 피곤이 엄습해서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휴가철에 읽으면 좋은 책'들이 여기저기에서 추천되지만(그리고 저도 추천한 바 있지만), 휴가 때는 책 읽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

9월부터는 독서에 좀더 매진할 것을 스스로 다짐하면서, 7권의 책에 대해 짧게 평을 달아봅니다. 얼마 안 되는 책이지만, 책을 고를 때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프랜시스 크릭 : 제임스 왓슨과 함께 DNA 구조를 밝혀낸 과학자, 프랜시스 크릭에 대한 평전입니다. 예전엔 왓슨을 수다쟁이로, 크릭을 과묵하고 진중한 사람으로 알았는데, 크릭도 꽤나 시끄럽고 수다스러운 인물이었다는 걸 이 책에서 알았습니다. 과학적인 내용이 많이 나와서 일반인들은 약간 어려울 수도 있는데, 과학도나 과학애호가들에게는 DNA 구조 발견의 스토리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 : 실험을 해보지 않고서는 믿지 않겠다는, 극단적(?) 실증주의자가 자신의 실험 경험을 유머롭게 서술한 글입니다. 착한 거짓말이든 나쁜 거짓말이든 하지 않기, 인터넷에서 여자인 척 하고 남자들과 이야기 나누기, 한달 동안 아내가 되어 살아보기 등 저자의 실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가 해보지도 않고 으레 그렇다고 믿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일단 재미있습니다. 읽어 보세요. 





상식의 배반 : 네트워크학의 '재주꾼', 던컨 와츠의 신작입니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과연 옳은지 뒤집어보고 의심하라는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예측의 함정,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는다는 것의 불합리성, 특별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의 오류 등을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탄탄하게 서술해 갑니다. 특히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라기보다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라는 주장은 저에게는 신선했지요.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바로잉 : 창조적인 문제해결에 관한 책입니다.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무(無)에서 나오지 않고, 다른 곳에서 '빌려오는' 과정에서 태어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같은 분야에서 빌리는 것은 표절이지만, 다른 분야에서 빌려오는 것은 창의적이라고 칭찬 받는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울타리를 깨고 넘어가 폭넓게 사물을 바라보라고 충고합니다. 내용이 약간 중언부언한다는 느낌이 들지만, 저자의 개인적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있고, 창조적인 문제해결에 관한 저자의 신선한 관점을 알게 되어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추천합니다.





굿보스 베드보스 : 제프리 페퍼와 여러 권의 책을 같이 썼던 로버트 서튼 교수의 신작입니다. 전작인 '또라이 제로 법칙'의 후속작인데, 좋은 보스가 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서술한 책입니다. 일종의 리더십 책인데, 다른 책들과는 달리 서튼 특유의 직설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이 매력이죠. 모든 관리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먹고, 쏘고, 튄다 : 처음엔 왜 제목이 이렇지, 라는 생각이 들지만 내용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영어에서 아포스트로피, 쉼표, 하이픈 등 문장부호를 오용하는 실수 때문에 뜻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를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쉼표 하나를 잘못 찍어서 전쟁이 일어나고 유죄 판결을 받은 일들도 있다고 하니 문장부호를 잘못 쓸 일이 아니죠. 영어 문법에 관련한 책이라서 재미없다는 편견은 가지겠지만, 뉴욕타임즈의 베스트셀러라는 카피에 걸맞게 읽는 재미가 큽니다. 하도 재미가 있어서 저는 4시간 만에 다 읽었답니다. 추천합니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원칙 : 제목처럼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삶의 수단과 목적이 경쟁이나 투쟁에 있지 않고, 협력과 공감에 있음을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담담하게 서술한 책입니다. 이 책은 경쟁의 관점에서 생물의 진화를 바라보는 사회생물학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인간은 경쟁을 지향하는 동물이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를 지향한다는 주장, 그리고 인간이 공격적인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을 온전하게 보호하고 고통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주장이 신선합니다. 그리 길지 않은 책이니, 생물학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어렵지는 않습니다. 꼭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이번 가을에도 좋은 책과 만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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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게 비지떡'인 진짜 이유   

2011. 9. 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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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성분, 브랜드 등이 모두 동일한 제품인데 하나는 정가로 팔고 다른 하나는 할인(반값 정도로)해서 판다면, 여러분은 어떤 것을 구입하겠습니까? 당연히 싼 제품을 사겠죠. 헌데, 싼 제품을 구입한 후에 갖는 느낌과 정가로 제품을 구입하고 나서의 느낌과 같을까요, 아니면 다를까요? 같은 제품을 싸게 살 때 얻는 효용이 더 크다고 생각할 겁니다. 비용 대비 효과 차원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동일한 제품임을 '머리'로는 알지라도, 싸게 구입했을 때의 효과가 정가로 구입할 때보다 낮다는 것이 실험으로 밝혀졌습니다. 3명의 연구자(바바 쉬브,  지브 칼몬, 댄 애리얼리)들이 실험에서 선택한 제품은 'Twinlab Ultra Fuel'라는 원기회복 음료였습니다. 카페인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운동을 하고 난 후의 피로를 풀어 준다는 음료입니다.



연구자들은 운동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학생들을 둘로 나눠 첫번째 그룹에게는 정가로 음료를 팔고, 두번째 그룹에게는 반값으로 팔았습니다. 그런 다음에 설문을 돌려서 피로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똑같은 음료를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정가로 구입한 학생들이 반값에 마신 학생들보다 덜 피곤하다는 통계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실험의 결과에 흥미를 느끼고 다른 주제로 확장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사용된 음료는 'Sobe Adrenaline Rush(소비 아드레날린 러쉬)'라는 제품이었죠. 역시 원기회복 음료 중 하나입니다. 그들은 125명의 학생들에게 'Sobe'가 정신활동을 촉진시키는 데에도 효과가 크다는 점을 상기시킨 다음, 첫번째 그룹에게는 그 음료를 정가인 1.89달러에 팔고, 두번째 그룹에게는 할인가인 0.89달러에 팔았습니다. 음료가 정신활동에 효과를 가져다 주려면 시간이 필요한지라(이렇게 말해야 음료의 효과를 학생들에게 극대화하여 전달할 수 있는지라) 학생들에게 10분 동안 영화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낱말 맞추기 퍼즐 15개를 학생들에게 냈습니다. 이 퍼즐은 예컨대 'TUPPIL' 이라고 뒤섞인 철자를 보고 'PULPIT'이라는 옳은 단어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었죠. 연구자들은 학생들이 15개의 퍼즐을 3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을 주고 풀게 했습니다. 정가로 구입한 학생들이 더 많이 풀었을까요, 아니면 구입가격과 상관없이 비슷한 결과가 나왔을까요?

실험 결과를 따져보니 정가에 구입한 학생들은 15개 중에서 9.7개를 맞혔습니다. 음료를 마시지 않고 퍼즐을 푼 학생들(대조군)이 9.1개를 맞혔으니, 통계적으로 음료가 정신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는 증거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의 관심은 음료의 성분이 진짜로 정신활동에 도움이 되는지가 아니었죠. 할인된 가격으로 음료를 마신 학생들이 정가로 구입한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어떤 결과를 보였는지가 관심이었으니까요.

할인 가격으로 음료를 마신 학생들은 흥미롭게도 15개 중에 평균 6.75개의 퍼즐만 맞혔습니다. 9.7개와 비교하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였습니다. 이로써 가격이 플라시보 효과를 일으키는 원인이고, 가격이 제품의 질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잣대라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싼 제품들은 보통 품질이나 기능이 제대로 값을 받는 제품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싼게 비지떡'이라고 흔히들 말하면서 경제적인 여건이 허용되는 수준에서 괜찮은 브랜드의 좋은 그레이드의 것을 구입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실험은 품질, 기능, 브랜드 등이 '똑같은 제품'일지라도 싼 가격으로 구입했다는 사실이 사람들로 하여금 '싼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을 (어떤 경로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갖게 만든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싼 제품의 품질과 기능이 실제로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값이 싸면 좋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본능적인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나쁜 게 아닌데도 나쁘다고 무의식적으로 인식한다는 말이죠.

이 실험은 제품의 가격을 정할 때 비용과 마진을 적용하는 재무적인 기준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가격을 통해 제품의 품질과 기능을 어떻게 가늠할지 미리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 모름을 이야기합니다. 가격을 싸게 내놓으면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선택할 거라 무조건으로 믿는 것이 착각일 수 있음을 시사하죠. 소비자들의 편향 때문에 좋은 제품을 내놓고도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외면을 받을지 모르니까요.

이렇게 프라이싱(Pricing)도 회사의 내부의 '재무적인 기준'과 소비자 입장에서의 '심리적 기준'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만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제품이라는 칭찬을 받거나 더 많이 팔 수 있을 겁니다. 그러려면 '싼게 비지떡'인 진짜 이유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하겠죠?

(*참고논문 : Placebo Effects of Marketing Actions: Consumers May Get What They Pay F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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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전략을 수립하면 성공할까?   

2011. 8. 3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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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자동차 회사 혼다(Honda)는 1959년에 미국 시장에 모터사이클(오토바이)로 첫 진출했는데, 1960년엔 겨우 50만 달러이던 매출액이 1965년이 되자 7천 7백만 달러로 급증했습니다. 게다가 1966년에는 미국의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63%의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지 고작 7년만에 거둔 성과이기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죠. 모터사이클 경쟁자였던 야마하와 스즈키는 혼다의 성과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했습니다.



혼다의 성공을 두고 여기저기서 '성공의 비결'을 나름대로 해석하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성공기업에는 응당 이런 식의 '사후평가' 작업이 진행되기 마련이죠. 사람들이 성공기업의 비결을 알고 싶어하고, 그 비결을 배우면 자기네들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겁니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곳(제 생각에)은 미국의 컨설팅사인 BCG(보스톤 컨설팅 그룹)이었습니다. BCG는 영국 정부의 산업부로부터 연구를 의뢰받은 터였습니다. 영국의 모터사이클 산업(넓게 보면 자동차 산업)이 왜 몰락했는지, 타개책은 없는지가 연구 주제였죠. BCG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스타기업이 된 혼다의 성공사례를 분석했습니다. 혼다의 성공요소를 파악하여 그것을 영국 정부에 제안할 목적이었나 봅니다.

BCG는 혼다의 성공포인트가 목표시장을 세분화(세그멘테이션)하고 그에 따라 치밀한 전략을 수립한 데 있다고 봤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혼다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모터사이클은 250cc 이상의 오토바이가 아니라 배기량이 50 ~ 100cc인 소형 오토바이였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대형 모터사이클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혼다가 소형 모터사이클로 빈 틈을 파고 들었고 그게 시장에 제대로 먹혀 들어갔다는 것이죠. 그리고 소형 오토바이의 성공을 발판으로 대형 오토바이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는 게 BCG가 분석한 내용의 골자입니다.

BCG는 혼다의 제품 디자인과 혁신능력이 월등하게 뛰어났고 눈 앞에 보이는 이익을 포기하고 장기적인 수익성 달성을 위해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는 일을 최우선적으로 실행했다고 주장합니다. 혼다가 일정한 시장점유율을 달성한 후에야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그에 따라 높은 이익을 거둬들였다고 말하면서, 영국의 자동차 회사들도 혼다의 전략을 배워야 한다고 충고했죠. 간단히 말해, 규모가 먼저이고 그 다음이 이익이라는 공식을 영국 정부에게 제안한 것입니다.

하지만 BCG의 분석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리차드 파스칼(Richard Pascale)이라는 맥킨지의 컨설턴트였습니다. 파스칼은 혼다가 미국에 진출할 당시에 활동했던 임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혼다 성공의 '뒷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인터뷰한 가와시마 기하치로(나중에 미국 혼다 회장에 오른 인물)는 "우리는 그저 미국에 뭔가를 팔 수 있다고만 생각했다. 별다른 전략은 없었다. 그저 미국은 신천지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BCG의 주장과는 달리, 혼다가 치밀한 사전 계획과 전략을 가지고 미국 시장에 접근한 것이 아니었고, 그런 사전 전략을 통해서 성공한 것도 아니었다는 결론 내립니다. 혼다의 소형 모터사이클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전혀 엉뚱한 데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점도 알게 됐죠. 미국은 원래 장거리 이동에 대한 수요가 워낙 커서 50cc짜리 오토바이는 고객의 니즈와 거리가 한참이나 먼 제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력제품이 아니었죠.

그랬던 제품이 입소문을 타며 판매량이 급증한 이유는 미국 지사 직원들이 간단한 용무를 보기 위해 자기네가 만든 50cc짜리 오토바이(모델명은 Supercub)를 타고 왔다갔다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의 눈에는 그 오토바이의 모습이 꽤나 신기하고 귀여웠던 모양입니다. 여러 곳에서 문의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혼다의 경영진들은 원래 중대형 모터사이클 쪽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50cc 오토바이 판매에 주저했죠. 하지만 워낙 죽을 쑤고 있었기에 그냥 한번 팔아보자는 심정으로 시장에 본격적으로 내놓았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50cc짜리 오토바이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파스칼에 따르면, 혼다에게 치밀한 사전 전략(세그멘테이션-->규모의 경제-->비용 감축-->이익 달성-->타 세그먼트로 확장) 따위는 없었습니다. 그냥 한번 팔아나 보자는 심정으로 내놓았던 게 우연히 엄청난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죠. 파스칼은 혼다의 성공포인트가 '유연한 태도'와 '학습과 적응'에 있다고 말합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학습하고, 학습한 결과를 다시 적용하면서 시장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치밀한 사전 전략보다 더 중요하고 성공확률도 높인다는 것이죠. 파스칼은 이를 '혼다 효과(Honda Effect)'라고 명명합니다.

혼다의 성공을 놓고 BCG와 파스칼의 분석은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됩니다. 간단히 말해, '사전 전략' 대 '사후 학습' 입니다. 누구의 의견이 옳으냐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파스칼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보통 성공한 기업들에게는 그들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능력이 있을 거라고 추론합니다. '선형적인(linear)' 인과관계를 찾아내려는 인간의 본성 때문입니다. 성공을 우연히 거둔 게 아니라 특별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야 논리적인 판단이라고 여겨지고 그래야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래서 한껏 포장된 성공 스토리가 나오게 되죠. BCG도 이런 함정에 빠진 게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래에 관련 논문을 첨부했으니 읽어 보고 판단하기 바랍니다.
(논문엔 하나의 관점이 더 있습니다.)

(*참고논문 :  The Many Faces of Hond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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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을 감시할까, 방임할까?   

2011. 8. 3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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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린 콜브(Kathryn J. Kolb)와 존 아이엘로(John R. Aiello)는 심리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63명에게 기여한 만큼 학점을 주겠다고 약속하고서 이런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과제는 2가지였습니다. 주어진 6자리의 숫자를 컴퓨터에 입력하라는 임무와 무작위로 주어지는 글자가 자음인지 모음인지를 구별하여 컴퓨터에 입력하라는 임무였죠. 각 과제는 8분씩 진행됐습니다.

이 실험은 사무실처럼 꾸며놓은 장소에서 진행됐습니다. 콜브와 아이엘로는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첫번째 그룹에게는 컴퓨터를 통해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모니터링되고 측정된다는 말을 했고, 두번째 그룹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또 감독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입회한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다른 일로 바쁘다고 말하고 실험 장소를 떠난), 이렇게 두 가지 상황에서 이 실험을 진행했죠.

 

정리하면, 실험 조건은 다음과 같이 모두 4가지였습니다.

조건 1 : 컴퓨터로 모니터된다 & 감독자 입회
조건 2 : 컴퓨터로 모니터된다 & 감독자 없음
조건 3 : 컴퓨터로 모니터되지 않는다 & 감독자 입회
조건 4 : 컴퓨터로 모니터되지 않는다 & 감독자 없음

학생들이 주어진 과제를 모두 끝내고 나서 콜브와 아이엘로는 학생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통제 대상(Locus of control)이었다고' 생각하는지, 또 얼마나 스트레스를 느꼈는지에 관해 1점에서 7점의 척도로 응답하도록 했죠. 그들이 알고 싶었던 것은 '통제와 감시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스트레스를 주는가'하는 것이었고, 특히 '컴퓨터를 통한 통제가 스트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였습니다. 

실험 결과는 이랬습니다. 컴퓨터로 모니터링된다는 말을 들은 학생들은 자신이 감독자로부터 통제를 받을 때(즉, 조건 1일 때)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냈습니다. 반면에 컴퓨터로부터 모니터링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학생들은 감독자의 통제를 받지 않을 때(즉, 조건 4일 때)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실험 결과는 컴퓨터로 모니터링될 때 감독자까지 통제와 감시에 가담하기보다는 감독자가 없는 게 낫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리고 컴퓨터를 통한 모니터링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는 시사점을 줍니다. 컴퓨터로도 감시하고 감독자로도 통제하는, 2중 조치가 더 나쁘다는 점을 짐작케 합니다.

또한, 컴퓨터로 모니터링하지 않는 경우에 감독자가 없는 게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낸다는 사실은 감독자의 존재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님을 시사합니다. 마치 감독이 퇴장을 당하여 선수들끼리 경기를 꾸려가야 할 때처럼, 감독자가 일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업무를 수행할지 지침을 주지 않으면 우왕좌왕 하거나 완료한 일에 대해 스스로도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이겠죠.

직원들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그들의 행동(심지어 생각까지)을 통제하고 조정해야 한다는 조치를 너무 앞서 나가면(컴퓨터 모니터링 + 감독자), 당장에는 원하는 성과를 얻을지 모르지만 직원들의 심리를 압박하고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장기적인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말 겁니다. 반대로, 직원들의 창의력을 북돋울 목적으로 그들에게 지나친 자율권을 주거나 방임에 가까운 조치를 취한다면 이것 역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맙니다.

직원들을 통제하고 이끄는 데에 중용만큼 적절한 단어도 없을 겁니다. 적절히 통제하고 적절하게 이끌어야지, 효과가 좀 있다고 해서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지나치게 방임하는 극단적 조치는 항상 새로운 문제를 일으킵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적어도 '직원 통제'에 있어서 중용을 지키고 있습니까? 지나친 통제나 지나친 방임으로 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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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 갈러 갔다 엔진도 수리받는 이유   

2011. 8. 2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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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에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시어즈(Sears)는 18건이나 되는 집단소송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시어즈는 시어즈 오토 센터(Sears Auto Centers)라고 불리는 자동차 정비 체인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정비소 직원들이 필요하지도 않은 부분을 정비하고서 고객에게 과도하게 많은 수수료를 청구해 왔다는 것이 집단소송의 이유였습니다. 엔진오일을 교환하러 가면 브레이크가 이상하니 그것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거나, 스티어링 휠(핸들)이 뻑뻑한 이유로 정비소를 찾으면 '이것도 함께 고쳐야 한다'고 말하면서 고객을 속여 왔다는 것이죠. 아마 여러분도 정비소에서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한번쯤 있을 겁니다.



시어즈가 운영하는 정비 체인 뿐만 아니라, 정비소들이 벌이는 '사기 행각'은 미국 전역에서 만연해 있었죠(지금도 역시 그러할 겁니다). 고객의 99%는 자동차 내부의 구조에 대해 젬병이기 때문에 고객을 속이고 과도한 수수료를 챙기는 일은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입니다. 추산에 따르면 미국만 해도 고객들이 이렇게 필요 이상으로 지출하는 자동차 정비 수수료가 4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1732만대로서 미국의 7% 수준입니다. 물론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단순하게 계산하면 우리나라에서도 1년에 28억 달러(약 3조 원)의 부정이 저질러질지도 모른다는 추산이 가능합니다. 자동차 1대 당 약 17~18만원 정도가 부당하게 지출될지도 모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시어즈는 결국 소송에서 패배하여 수천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해야 했지만, 그것을 계기로 '사기 행각'을 멈추지는 않았죠. 계속해서 수많은 소송에 휘말렸으니까요. 자동차 정비 사업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사업에서도 비슷한 류의 속임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역시 거액의 보상금을 물어야 했습니다. 결국 15년 동안 무려 20억 달러에 이르는 합의금을 지불해야 했죠(그동안 부당하게 얻은 매출에 비한다면 적은 액수이긴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객의 자동차에 할 필요가 없는 수리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멀쩡한 부품을 새것으로 갈아 끼워야 한다고 은근 슬쩍 압박을 주며 고객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엇이 그렇게 만드는 걸까요? 물론 모든 사업체는 매출을 올리는 것이 지상목표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은 돈을 고객으로부터 얻어내려는 인센티브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런 욕구를 더욱 강화시키고, 점점 더 많은 '사기 행각'에 스스로 눈을 감게 만드는 근본요소는 무엇일까요? 직원들고 경영진들이 더욱 탐욕해졌기 때문일까요? 만일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탐욕스럽게 만들었을까요?

가장 혐의가 큰 것이 바로 경쟁을 성장의 동력으로 인식하는 성과주의 철학입니다.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본급을 줄이고 업무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성과급을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외부경쟁을 내부경쟁의 강화로 이겨낼 수 있다는 논리가 성과주의의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해진 업무량을 완수하면 과거엔 100을 받았지만, 동일한 양을 일해도 80~90 밖에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당연시되었습니다.

'일했으면 성과를 내라'고 하거나 남들보다 월등하게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을 일종의 '도덕'이나 '직업윤리'로 직원들에게 쇄뇌시키기에 이릅니다. 이렇게 되어서 결국 관리자들과 직원들이 작은 '부정'에 눈 감아버리고 그런 부정 행위는 자신의 생계를 위한 정당한 방편이라고 합리화하기에 이르지 않았을까요?

눈 앞에 놓인 단기적인 성과를 부채질하면서 직원들에게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여러 회사에서 목격합니다. 어떻게 하면(부당한 방법을 써서라도) 고객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끌어올까를 속으로 궁리하면서 겉으로는 윤리경영이라는 탈을 쓴 기업들을 한 두 곳쯤은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나쁜 성과'를 장려하고 그 '나쁜 성과'를 달성치 못하는 직원들에게 '나쁜 보상'을 한다면, 기업의 '부정 행위'는 지속적으로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성과'를 달성하려는 '좋은 의도'가 발 붙일 곳이 없죠.

경쟁을 통해 세상이 예전보다 더욱 활기있고 더욱 풍요로워졌다는 점에 이견은 없습니다. 하지만 경쟁이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처럼 기업의 정의(正義)와 직업윤리를 치고 달아나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존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최우선목표라면, 이제는 오랫동안 생존하는 것이 기업의 최우선목표로 대체되어야 합니다. 오일 갈러 갔다가 쓸데없이 엔진을 수리하는 일, 그런 부정으로 얻은 '나쁜 성과'는 불량식품처럼 달콤하지만 기업을 병들게 만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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