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재엔 어떤 책이 있을까?   

2011. 5.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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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나만의 서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 로망입니다. ‘서재’라는 공간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지적인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곳입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은 그의 서재에서 지금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요? 그들의 서재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떨까요? 이런 호기심이 책이 되어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바로 《지식인의 서재》라는 책인데요, 이 책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을 찾아 그들만의 비밀스럽고 사적인 공간인 서재에서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글 : 한정원, 사진 : 전영건,   출판 : 행성:B잎새)


이 책을 통해 그들이 가진 책과의 인연, 책을 읽는 버릇이나 사사로운 삶의 내면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인생의 고비마다 그들을 잡아주고, 열정을 키워주고, 시대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을 갖게 해준 ‘그들을 만든 그들의 책’ 목록과 인생의 좌표를 잃고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 그리고 ‘그들에게 권하는 책’도 수록돼 있습니다.

또한 16개의 QR 코드를 통해 동영상으로도 그들의 인터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그들의 서재에서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들 겁니다.

《지식인의 서재》는 5월 18일 출간되는데, 현재 주요 인터넷 서점을 통해 예약 판매되고 있습니다. 예약 구매 독자에게는 지식인 15인의 ‘친필사인 인쇄 양장본 한정판’이 특별히 제공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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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동영상은 이 책을 소개하는 트레일러입니다.



유튜브(Youtube)에서 '지식인의 서재'라고 검색어를 치면, 지식인들과 개별로 인터뷰한 내용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지식인의 서재》에서 소개된 지식인들은 모두 15명입니다. 권위주의에 맞서 싸우고, 세상과의 소통과 사회참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법학자 조국,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으며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합을 꿈꾸는 자연과학자 최재천, 창조적 휴식공간이자 문화예술공간 ‘모티브원’을 운영하는 솟대예술작가 이안수.

섬진강이 낳은 위대한 시인 김용택, 살아 있는 북디자인의 역사 대한민국 북디자이너 1호 정병규,  ‘한국의 타샤 튜더', ‘자연주의 살림꾼’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사진작가 배병우, 서울의 인사동 길과 산본 신도시를 디자인하고 설계한 도시 설계 건축가 김진애.

마음으로 느끼는 현대 미술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전시를 기획하고 저술을 하는 아트스토리텔러 이주헌,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고 세상을 바꿔나가는 소셜디자이너 박원순, ‘빈자의 미학’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가 승효상.

30여 년간 출판업의 외길을 걸어온 출판문화인 김성룡, 영화와 연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극 연출가이자 영화감독 장진, ‘음악계의 괴물’이라는 별명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 초야에 묻힌 명인들을 발굴해 무대에 세우는 전통예술 연출가 진옥섭.

이들은 각자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 시대 대표적인 대한민국 지성인들입니다. 또한 ‘책광(冊狂)’이자 ‘책 재벌’이죠. 그들을 가슴 뛰게 만들었던 책, 깨달음을 주었던 책과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기 바랍니다.

그들의 서재가 부럽고 탐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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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를 때 배고픔을 상상하라   

2011. 5. 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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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지금 엄청나게 배가 고픈 상태입니다. 그래서 만일 뷔페 식당에라도 가면 배가 가득해서 고통스러울 때까지 음식을 먹어댈 겁니다. 입가심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여러분은 생각합니다. '이렇게 배가 아플 정도로 많이 먹다니, 앞으로는 과식하지 말아야지'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내일이 되어 다시 배가 고파지면 오늘 했던 다짐이 흔적없이 사라지고 또다시 음식을 탐하는 상태가 되고 말죠.

실험실과 슈퍼마켓 현장에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음식을 배불리 먹은 상태에서 다음 주에 먹을 음식을 구매하도록 했더니 미래의 식욕에 대해 과소평가하면서 조금 밖에 사지 않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지금 배가 부르다고 해서 미래에도 배가 부를 것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나중에 '내가 왜 이것 밖에 안 사왔지?'하며 자신을 책망하기도 하죠. 연구자들은 사람들은 배가 부를 때는 배고픈 상태를 상상하기 어려워 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또 이런 실험이 있었습니다. 실험자가 참가자에게 5개의 지리(地理) 문제를 내기로 하고 두 개의 '보상;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합니다. 즉, 각 문제의 답을 참가자가 말하면 그들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보상과, 정답 대신 초콜릿 바 하나를 주는 보상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고르라는 말이었죠. 실험자는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후에 첫 번째 그룹에게는 문제를 풀기 전에 보상 방법을 선택하라고 했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문제를 풀고 난 후에 보상 방법을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문제를 내기 전에 실험자는 두 그룹의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어떤 보상을 선택하게 될지 예상해 보라고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재미없는 지리 문제의 정답을 아는 것 대신에 모두 초콜릿 바를 보상으로 받고 싶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로 내고 나니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문제를 풀고 난 후에 보상 방법을 선택하라고 했던 두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은 초콜릿 바를 받기보다는 정답을 알려달라는 보상을 더 많이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풀기 전에는 초콜릿 바만 눈에 들어와서 미래(문제를 풀고 난 후)에 자신이 강렬한 호기심을 갖게 되리란 점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겁니다.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등산을 하다가 음식과 물도 없이 길을 잃고 하룻밤을 꼬박 헤맨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질문을 해본 실험도 있습니다. 실험자는 러닝머신에서 막 운동을 끝내고 내려와서 목이 마른 사람들에게 그런 조난 상황에 처하면 갈증과 배고픔 중 어느 것이 더 고통스러울 것 같냐고 물었습니다. 또한 러닝머신에 오르기 전의 사람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죠. 그랬더니 목이 마른 사람들 중 92%가 갈증이 훨씬 참기 힘들 것이라고 답했고, 아직 운동을 하기 전이라 목이 마르지 않은 사람들은 61%만이 갈증이라고 답했습니다.

사람들은 미래의 감정이나 상황을 상상할 때 현재의 상태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지금 무언가에 만족한 상태면 미래에는 그것이 부족할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지금 무언가가 절실하면 미래에도 그것이 절실하리라 예상하죠. 이처럼 현재의 상태를 기준으로 미래를 상상하거나 판단하는 경향을 '현재주의(presentism)'이라고 말합니다. 미래에 대한 생각은 언제나 현재에서 출발해서 현재로 끝난다는 것을 꼬집는 말이죠.

기업의 '현재주의'적 행동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매출이 뚝뚝 떨어지고 이익은 적자에다가 고객들의 불만은 가중되는 등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면 뭐든 해야 한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힙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긴급전략을 수립하고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는 등 한동안 부산스럽게 움직입니다. 그러다가 시장 환경이 조금만 우호적으로 변한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존의 전략, 기존의 조직운영 관행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설마 더 나빠지겠어?' 혹은 '거봐, 좀 지나니까 괜찮아지잖아'라고 말하면서 현재의 행동방식을 합리화합니다.

매년 사업계획을 세울 때도 현재주의는 여지없이 나타납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이 좋으면 앞으로도 계속 좋으리라 예상(혹은 기대)하고, 그렇지 않으면 비관적인 전망들이 사업계획서에 가득합니다. 오늘 배가 고프면 뭐든지 먹어버리겠다고 만용을 부리고, 오늘 배가 부르면 내일의 배고픔을 느끼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죠.

개인이나 조직이 '현재주의'라는 오류에 빠지는 이유는 우리 뇌의 한계 때문입니다. 뇌는 현재의 상황에 먼저 반응하도록 설계되었지 미래를 올바르게 상상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인간을 먹이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수많은 맹수들에 둘러쌓여 있던 옛 시절에는 현재 상황에 즉각 반응하는 뇌는 인간의 생존에 유리했을 겁니다. 미래를 상상하는 일 따위는 중요치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1만 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뇌의 진화는 현재주의의 오류를 떨쳐내기에는 속도가 아주 더딥니다.

어떻게 하면 현재주의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답하면 불행히도 현재주의의 늪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는 방법은 없습니다. 미래는 베일 속에 가려져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현재의 눈을 가지고 미래를 그려내야 하는 한계에 부닥칩니다. 아마 여러분 중 나이가 30대 후반 이상이라면 어렸을 적에 '소년 중앙'과 같은 어린이 잡지에서 2000년 대의 생활상을 그린 만화를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그 만화 속에서 은박의 우주복을 입은 사람들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고, 달나라로 수학여행을 갑니다. 현실의 2000년 대와는 아주 딴판이죠. 그런 우스꽝스러운 상상은 그 당시의 사회 분위기와 희망사항들이 뒤섞이고 버무려져서 나온 산물이죠.

현재주의에 매몰되지 않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여러 가지의 다른 모습으로 상상하고 미리 그런 상황을 '느껴보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배가 부르면 미래에 배가 계속해서 부른 상황과 그와 반대로 배가 고픈 상황을 각각 설정한 후에 어떤 느낌일지 미리 그려보는 방법이죠. 그렇게 하면 현재의 감정이나 상태에 따라 미래에 대한 의사결정이 좌지우지되는 위험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한계는 있습니다. 미래에 나타날 여러 가지 다른 상황을 골라내는 것 자체가 현재주의로 인해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나타날 여러 가지 상황을 A, B, C, 이렇게 세 가지라고 다르게 상상했을지라도 실제로 미래에 D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래를 최대한 대비하고 미리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이 방법이 최선입니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상상이나 예측이 현재에서 시작되고 현재에서 끝난다'는 현재주의의 위험을 알고 대처하는 것과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의사결정에 큰 차이를 가져올 겁니다. 현재의 상태와 미래의 상태, 각각을 상상할 때 현재주의의 끈질긴 구애와 유혹을 견뎌내는 것, 이것이 또 하나의 중용은 아닐까요? 배부를 때 배고픔을 상상하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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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가 설치류와 같다고 우기는 사람들   

2011. 4.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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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사촌지간인 유인원들에게 서로 화해하는 행동은 일상적인 삶의 방식 중 하나입니다. 태어난지 얼마 안 되는 새끼를 안고 있는 어미 침팬지들은 자신의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 다른 암놈의 접근을 경계합니다. 만일 어떤 어린 암놈이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해서 새끼에게 관심을 보인다 싶으면, 어미는 그 암놈을 손으로 찰싹 때리고 쫓아내죠. 한 대 맞고 쫓겨난 암놈은 멀찌감치 물러서서 억울한 듯 빽빽 고함을 질러댑니다. "왜 때려! 난 그냥 아기가 귀여워서 그런 건데!" 라는 듯이 말입니다. 혹은 자신을 때리면서 욕구 불만을 표출하죠.

하지만 암놈은 시간이 좀 지난 후에 슬렁슬렁 어미 침팬지에게 다시 다가서는데, 이때 어미 침팬지는 때려서 미안하다는 듯 암놈의 코에 입맞춤을 합니다. 그 후에 둘은 서로 친해져서 새끼 곁에 머무는 것을 허락 받습니다. 동물행동학에서는 스킨십 등을 통해 화해를 도모하는 이런 모습을 '화해 행동(Reconciliation)'이라고 부릅니다.

(어처구니가 없네!)

침팬지와 보노보 연구 전문가인 프란스 드 발이 붙인 말이죠. 그는 연구자로서 햇병아리였을 때인 1970년대 중반에 키스를 하거나 껴안는 것과 같은 침팬지의 화해 행동 패턴을 여러 개 발견했습니다. 그러다가 연구 협력을 위해서 새로운 학생을 합류시켰습니다. 드 발은 그녀에게 화해 행동에 대한 정보를 수립하라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암스테르담 대학 출신이라는 게 연구의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지도교수들은 죄다 행동주의 심리학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지도교수들은 동물에게서 화해 행동이 존재할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환경이 동물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서 적절한 자극을 주고 강화하면 바람직한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동물들에게는 '자기인식'의 개념이 없다라고도 주장합니다. 그리고 동물을 의인화하여 관찰하고 해석하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죠. 드 발이 발견한 침팬지의 화해 행동은 동물들이 자기인식을 할 줄 안다는 것이고, 또 침팬지를 의인화한 관찰이었습니다. 그래서 암스테르담 대학의 교수들은 침팬지들에게 화해 행동이 존재한다는 드 발의 주장이 매우 불편했던 겁니다.

드 발은 자신의 지도교수이며 침팬지 연구의 대가인 얀 판 호프(Jan van Hooff) 교수를 대동하고 암스테르담 대학을 방문했지만, 그들은 판 호프 교수의 말도 듣기를 거부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교수들이 영장류나 유인원에 대해서는 별로 알지 못하는 생쥐나 다람쥐 같은 설치류 전문가였다는 겁니다. 원래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쥐나 비둘기의 행동을 다른 동물에게도 일반화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종의 특성을 무시하고 '어느 것이나 다 마찬가지'란 접근방식이죠. 그래서 침팬지의 행동도 설치류의 행동양상과 같다고 뭉뚱그린 겁니다.

드 발은 그들이 침팬지가 살고 있는 아넴(Arnhem) 동물원을 방문해서 눈으로 직접 보면 화해 행동이 진짜라는 걸 깨달으리라 생각하고(한편으로는 그들의 잘못된 믿음을 깨뜨리려는 목적으로) 그들을 동물원으로 초청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싸늘했습니다. 그들은 동물들을 관찰하는 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말하며 앞으로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드 발은 그런 그들에 태도에 굉장히 난감해 했다고 합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의 아집은 또 다른 사례에서도 발견됩니다. 고든 갤럽(Gordon Gallup)이란 심리학자는 1970년에 유인원과 그 외의 동물은 인지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에게는 흥미롭기보다는 충격적인 결과였죠. 그들은 '어느 것이나 다 마찬가지다'라는 이론을 견지하기 때문입니다. 

갤럽은 원숭이들을 거울 앞에 세우면 비친 모습이 자기가 아니라 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반면에 침팬지(유인원 중 하나)들은 거울을 보면서 마치 사람이 하듯이 자신의 얼굴과 몸 구석구석을 비추면서 살펴봤습니다. 원숭이와 침팬지 사이에는 명백한 인지능력의 차이가 있는 듯 하다고 생각한 갤럽은 실험을 계획했습니다. 그는 마취 시킨 침팬지 이마 위에 점을 찍은 다음에 마취에서 깨어난 침팬지에게 거울을 보여줬습니다. 그랬더니 침팬지는 거울에 비친 점을 바라보더니 손가락을 그 점에 대고 살피는 행동을 나타냈습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라는 점을 명백하게 인식한다는 증거였습니다. 여러 원숭이들에게 이 실험을 실시했지만, 자기인식을 할 줄 아는 동물은 유인원(그리고 인간) 뿐이었습니다.

이 실험은 굉장한 후폭풍을 몰고 옵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이 대거 반발하기 시작했죠. 이 분야의 스타라 할 수 있는 B. F. 스키너는 비둘기들도 가슴 부분에 점을 찍고 거울에 비추면 그 점을 부리로 쫀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으면서 갤럽을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스키너는 '먹이'라는 채찍과 보상을 통해 비둘기들을 끈질기게 훈련시켰을 뿐입니다. 조건반사적인 행동이라 비둘기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보기 어려웠죠. 이후에도 여러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갤럽의 연구를 뒤집으려고 노력했지만 번번이 논박됐습니다. 특히 세실리아 헤이즈(Cecilia Heyes)란 행동주의 심리학자는 실험도 해보지 않고 자신의 추론이 마치 진실인 양 떠들었습니다. 침팬지를 다룬 적이 한번도 없었으면서 말입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설치류에서 발견된 것이 침팬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라며 관찰보다 이론을 앞세우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과학자의 책무를 무시해버렸습니다. 또한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만 보려는 오류에 빠졌죠. 왜냐하면 자신들이 듣고 싶지 않은 것, 자신들의 믿고 있는 이론을 무너뜨리고 말 '어떤 것'을 보게 될까봐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도처에 이런 일들이 많습니다. 자신이 믿는 바에 따라 컵 속의 물을 보기도 하고 컵의 빈 공간을 보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오늘 내리는 판단은 사실에 근거한 것입니까, 아니면 믿음에 근거한 것입니까? 레베카 코스타는 "믿음이 사실을 대신하기 시작하는 것이 붕괴의 조짐 중 하나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개인에 대해서도, 조직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의미심장한 충고입니다. 믿음도 중요하지만 믿음에 반대되는 사실이 관찰됐을 때 기존의 믿음을 고치거나 버릴 수 있는 마음가짐이야말로 개인과 조직을 늘 새롭게 만드는 원동력인 '중용'입니다.

관찰이 없는 믿음은 어처구니 없는 맷돌과 같습니다.

(*'어처구니'는 맷돌의 손잡이를 말함)
(*행동주의 심리학을 공격하기 위한 글은 아니니 양해 바랍니다.)
(*참고도서 :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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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감수한 책, '프로핏 레슨' 출간!   

2011. 4. 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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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감수한 책이 오늘 드디어 나왔습니다. 제목은 "Profit Lesson(프로핏 레슨)"이고 다산북스에서 출판됐습니다. 피터 드러커, 마이클 포터 등 경영계에서 영향력 있는 6인으로 뽑힌 바 있는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가 쓴 책입니다. 

이 책은 최고의 이익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소설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주인공인 스티브가 '자오'라고 불리는 멘토를 통해 이익경영의 진수를 6개월에 걸쳐 학습해 나가는 과정을 소설로 그리고 있죠. 이해하기 쉽게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초심자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23가지 이익모델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 안에 녹여낼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얻기를 바랍니다.

(책 디자인도 깔끔합니다.)

저는 지난 3월에 20일 가까이 이 책을 감수하는 데에 시간을 보냈습니다. 통상 감수자라고 하면 책을 한번 쓱 보고 나서 틀린 것 몇 개만 지적한 다음에 책에 이름이나 올렸으리라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책 내용을 전면적으로 꼼꼼하게 재검토하여 내용을 새롭게 손봤습니다. 감수하면서 저도 이익모델에 대해 많이 배웠죠. 그래서 마치 제가 쓴 것인 양 이 책에 애착이 갑니다. 이 책이 언제 나오는지 여러번 문의하느라 편집자를 귀찮게 했죠. ^^ 곧 이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해서 강의를 열 계획입니다. 기대해 주기 바랍니다. ^^

이 책은 어제 밤에 나온 따끈따끈한 책이기에 아직 서점에 배본되지 않았을 겁니다. 아마 오늘 저녁 때나 내일 서점에 깔리겠죠. 진부한 부탁이지만, 많이 사주시기 바랍니다. ^^

(제가 쓴 책은 이번 금요일에 나온다고 합니다. 그때 알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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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만족 vs 직원만족, 뭐가 먼저일까?   

2011. 4.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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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어떤 회사의 CEO라고 가정해 보세요. 회사의 성과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인데 운이 좋게 어떤 고객으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만 잘 성사되면 회사의 재무상태 개선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더러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여력도 생길 것이라 기대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비록 고객이 제시한 금액이 상당히 크지만 요구사항의 범위도 그만큼 큽니다. 그러니 직원들을 프로젝트에 많이 투입해야 하겠죠? 하지만 회사가 그동안 어려운 탓에 충원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인력이 현저하게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프로젝트를 위해서 인력을 급하게 채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무리하게 현재의 인력만으로 고객이 의뢰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무래도 적은 인력으로 많은 일을 하다보면 직원들에게 가해질 업무 로드(load)가 과중하겠죠. 하루에 8시간 정도 일하면 순조롭게 프로젝트가 끝날 일을, 10시간 아니 12시간씩 일하거나 주말이나 휴일을 반납해야 겨우 납기를 맞출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직원들 사이에서는 힘들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건강 상의 문제를 호소하기도 하겠죠.



CEO는 직원들에게 조금만 참고 견뎌 달라고, 이것만 끝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다독이지만, 그보다는 직원들의 고통이 나태함과 무력감으로 이어져서 고객의 눈에 띌까봐 노심초사합니다. 예컨대 고객이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과 같은 사소한 일에 불만을 제시한다든지 정해진 마일스톤(milestone) 대로 일이 진척되지 않는다고 추궁한다면 CEO는 프로젝트 팀에게 압박을 가하겠죠. 이때 예외없이 '고객 만족'이라는 말이 CEO의 입에서 나올 겁니다. '고객을 만족시켜야 성과를 얻을 수 있고, 그래야 회사가 발전할 수 있고, 회사가 발전해야 직원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논리로 직원들을 강하게 독려합니다. 여기에 고객만족의 정도를 가지고 팀과 개인의 성과를 평가해서 보상을 달리하겠다는 정책도 새로 들여올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가상의 것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이와 비슷한 일들을 비일비재합니다. '고객 만족'을 위해서 '직원 만족'을 희생시키거나 무시하는 일들 말입니다. '고객이 있어야 회사가 있다' 혹은 '고객은 항상 옳다'라는 말이 '고객이 원하는 것이면 무조건 들어줘야 한다'는 말로 확대 해석되어 고객 접점에 서있는 직원들에게 과중한 임무를 부여하고 그 임무를 달성하지 못할 때 보상이라는 채찍으로 불이익을 주는(혹은 불이익을 줄거라 엄포를 놓는) 경우를 자주 목격합니다. 이런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자신의 직무에서 자아실현의 만족감을 느끼기는커녕 회사의 소모품이 된 듯한 열패감에 종종 빠지고 맙니다. 기회만 있으면 회사를 떠나려고 하겠죠. 더 큰 문제는 그들이 이직한 후에 불만이 가득한 잠재고객이 된다는 점입니다. "그 회사에 입사하면 좋아?"라고 누가 물어보면 돌아올 답은 뻔하겠죠.

하지만, 우리는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회사의 가치로 설정하고 기업의 모든 활동을 그 가치에 정렬시키는 회사들을 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회사가 사우스웨스트 항공입니다. 이 회사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직원들에게 일할 의욕을 주고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은퇴한 CEO 허버트 캘러허는 "사업전략을 구상할 때 고객, 직원, 주주 중에 누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나는 고민하지 않는다. 당연히 직원들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하곤 했습니다. 직원들을 만족시키면 자연스럽게 고객들을 만족시킬 것이고, 만족한 고객은 다시 찾아올 것이기 때문에 결국 주주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고객 만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고객 만족의 실행 주체인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고객 만족이라는 가치가 지속적으로 달성되고 유지된다고 믿습니다. '고객 만족의 엔진은 바로 직원'이라는 철학이죠. 또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어떠한 직원도 고객을 위해 최선이라고 판단해서 행동했다면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합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이 같은 철학이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직원 만족보다 고객 만족을 먼저 부르짖는 기업들 중에는 직원들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활동을 하면서 부득이하게 회사에게 손실을 입힐 경우에 직원에게 패널티를 물리는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고객 만족을 제1의 가치로 내세우면서 고객 만족 활동에 의한 손실은 인정하지 않겠다니, 이처럼 큰 모순이 없습니다. 이러한 상충되는 평가 잣대 하에서 당연히 직원들은 고객 만족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겠죠. 괜히 나섰다가 회사에서 찍힐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처럼 애초에 고객 만족이 가능하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고객 만족을 강요하는 모순은 여기저기에서 목격됩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팔자 좋게 직원 만족을 이야기할 수 없다" 고 토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가 '오늘 내일 하는' 어려운 상황이면 직원 만족이고 뭐고 일단 매출을 올리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해서 "조금만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올 거야" 라고 직원들의 행복을 박탈하거나 유보시키기 쉽습니다. 서두에 언급한 가상의 이야기처럼 고객 만족의 엔진을 '꺼뜨리는' 우를 범하죠.

가끔 경제신문을 펼치면 CEO과의 인터뷰 기사가 나옵니다. CEO가 지닌 사업전략의 방향이나 기업경영의 철학을 서술한 문장에는 '인재가 중요하다'는 말이 거의 여지 없이 등장하죠. 하나 같이 인재가 회사의 궁극적인 경쟁력이라는 말과 함께 인재 양성을 위해서 회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혹은 다할 것이다)고 말합니다. 약방의 감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물론 그 CEO들 중에는 직원들의 행복과 만족을 최우선의 가치로 설정한 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사업전략을 맨 위에 놓고 그것을 실행할 역량이 되는 인력을 공급한다는 개념으로 '인재 경영'의 소신을 이야기합니다. 직원들의 행복, 직원들의 자아실현을 최우선 가치로 놓고 그에 따라 사업전략과 운영 시스템을 정렬시킨다는(혹은 정렬시킬 거라는) 생각을 지닌 경영자는 사실 매우 드물죠.

직원들의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설정하고 그에 따라 사업전략과 운영 시스템을 맞춰 나간다는 발상이 수용하기 어려울지 모르겠습니다. 직원들의 행복과 만족에 저해가 되는 일이라면 매력적인 사업전략이나 사업상 좋은 기회라 할지라도 거부하거나 유보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략보다 가치를 우선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치를 어떤 일이 있어도 고수할 경우에 얻는 이득은 매우 큽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사업 초기에 경쟁 항공사들이 자신들의 시장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법정 공방을 벌인 탓에 큰 손실을 입으며 기업을 안착시키는 데에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직원 행복이라는 가치는 절대 훼손시키지 않았죠. 회사로부터 존중 받고 배려 받은 직원들은 높은 생산성으로 회사에 보답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비행기가 게이트에 도착해서 승객들과 짐을 내려놓은 후에 새로운 승객들을 탑승시키고 연료를 주유하는 등 이륙 준비를 완료하는 데까지 겨우 15분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다른 항공사는 35분이나 걸리는 데 말입니다. 이런 생산성이 오늘날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입지를 구축했고, 그 경쟁력은 '행복한 직원'들로부터 나왔습니다.

'고객 만족'과 '직원 만족'. 여러분은 무엇이 먼저라고 생각합니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는 해묵은 논쟁처럼 느껴집니까? 선뜻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한 가지는 명쾌합니다. 직원이 고객 만족의 엔진이라는 점입니다. 중용의 마인드를 가진 경영자라면 고객 만족과 직원 만족 중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알고 있을 겁니다.

"고객 만족, 발로 뛰겠소!" 라고 외치기 전에 직원들의 발에 물집이 잡히진 않았는지 먼저 살펴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도서 : '숨겨진 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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