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g 감량 다이어트, 이렇게 했다   

2011. 4.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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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을 시작하면서 내세운 목표가 '소식소식(少食少式)'이었습니다. 앞의 소식(少食)은 말 그대로 밥을 적게 먹으며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것이고, 뒤의 소식(少式)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느끼고 싶다는 소망을 표현한 말이죠.

오늘 여러분에게 두 개의 소식 중 '앞의 소식'에 대한 목표를 달성했음을 공식적으로 알립니다. 지난 2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한지 10주만에 10킬로그램을 감량했으니 말입니다. 당초 목표는 7킬로그램 감량이었지만, 살을 빼다 보니 재미(?)를 느껴 내친김에 10킬로그램을 뺐지요. 요요현상을 대비해 3킬로그램 정도의 버퍼는 마련해 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2월에 다이어트를 시작한 계기는 우습게도 크게 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설날에 돼지고기 수육을 먹고 탈이 나서 며칠 동안 속이 안 좋아 제대로 밥을 못 먹었죠. 그 덕(?)에 이틀 만에 1.5킬로그램이 쑥 빠지더군요. 그래서 '인생지사 새옹지마다!' 라는 생각에 마음만 먹고 실행하지 않았던 다이어트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겁니다.

다이어트의 적!



비결이랄 것도 없지만, 제가 실행한 다이어트법은 3끼 식사를 거르지 않되 예전 식사량의 2분의 1만 먹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성인남자 하루 권장 칼로리(2500 Kcal)의 50~60%에 해당하는 1300 Kcal 정도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 한 끼당 450 Kcal만 섭취하는 꼴이죠. 그리고 저는 육류를 입에 대지 않기로 했습니다. 고기만을 먹는 황제 다이어트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 다이어트법은 고기의 지방을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는 제약조건이 있습니다. 근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고기를 섭취하면 어쩔 수 없이 필요 이상의 지방을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적이 되죠.

고기를 먹지 않으면 단백질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저는 고기 대신에 두부를 하루에 1~2모를 먹으면서 단백질을 보충했죠. 두부를 기름에 부치지 않고 물에 삶아 간장을 찍어 먹으면 다른 음식을 적게 먹어도 쉽게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유도 하루에 2개 정도를 먹었고, 식간에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되더군요.

갑자기 식사량을 반으로 줄이니 몸이 '이게 왠일이야!' 하면서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극심한(?) 배고픔이 끼니 사이마다 찾아와서 빨리 음식을 넣어달라고 아우성을 치더군요. 특히 밤 10시 이후의 시간은 배고픔을 참기가 가장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쓴 방법은 배가 고파 고통스러울 지경이 되면 튀밥 한 주먹(대략 20Kcal)을 그릇에 담아 한 알씩 입으로 녹여 먹은 후 물 한모금을 마시는 것이었습니다. 이 방법을 쓰면 뭔가를 먹고 있다는 위안(?)을 주는 효과가 있었고, 인터넷이나 독서로 신경을 다른 쪽으로 돌리면 10분 정도 지나 배고픔이 조금이나마 가셨답니다.

음식 섭취량을 줄이기만 하는 다이어트는 근육량도 함께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어서 조그만 과식하면 금세 요요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운동도 병행했죠. 제가 한 운동은 하루에 1시간 정도를 조금 빠르게 걷는 것이었습니다. 별다른 운동은 아니지만, 지방을 연소시키는 데 가장 좋은 운동이죠. 웨이트 트레이닝은 아니라서 근육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다리 만큼은 탄탄해지더군요.

매일 아침 속옷만 입고 저울에 몸무게를 재면서 어제보다 얼마나 빠졌는지 측정했는데, 몸무게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선형이 아니라 계단의 모습을 띠더군요. 처음 2킬로그램은 잘 빠지다가 2~3일간 더 줄지 않고 있다가 다이어트를 계속하면 다시 2킬로그램이 빠지는 패턴이더군요. 마치 몸이 "네가 어디까지 다이어트 하나 보자" 라는 것 같았습니다. 몸무게가 다이어트 기간에 비례해서 줄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다이어트를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적겠죠?

10킬로그램을 빼고나니 더 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학 때의 몸무게로 돌아가려면 아직 6킬로그램이나 더 남아서 욕심이 생깁니다. 하지만 단기간의 감량은 몸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일단은 지금의 몸무게를 유지하면서 서서히 빼는 전략으로 전환할 생각합니다. 요요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몸이 "지금 이 상태가 정상이야"라고 충분히 인식하게 만들어야 하기에 당분간 지금의 몸무게로 몸을 고정시켜야겠죠. 다이어트 성공의 축배를 드는 순간 요요가 찾아온다니 경계를 늦추지 않으렵니다.

10주에 걸쳐 10킬로그램을 감량하니 그전에는 몰랐던 내 몸의 선들이 드러나더군요. 무엇보다 10년 넘게 실종됐던 허리 라인이 살아 돌아와서 아주 반가웠지요. 아직 군살이 여기저기에 많아 더 뺄 여지가 있지만, 10주 전과는 달라진 몸을 보니 신기한 느낌마저 듭니다. 작년에 산 바지를 입을 때 흘러내리지 않도록 허리띠를 꼭 해야 하는 것도 즐겁구요. 몸이 가뿐해져서 오르막을 오를 때도 발걸음이 무겁지 않습니다.

여러분 중 많은 분들이 다이어트를 계획하거나 시도 중일 겁니다. 하나의 팁을 드린다면 다이어트 초기에 살이 빠지고 있다는 거짓신호를 스스로에게 주라는 것입니다. 소위 'Quick Win'을 경험하라는 말이죠. 저는 다이어트를 결심한 날 밤에 옷을 입은 상태에서 몸무게를 재고, 다음날 아침에 속옷만 입고(그리고 화장실을 다녀온 후) 몸무게를 쟀습니다.

당연히 다음날 아침에 잰 몸무게가 1킬로그램 이상 덜 나갔겠죠? 옷의 무게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자신에게 몸무게가 빠졌다는 신호를, 몸무게를 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비록 그것이 거짓 신호라 해도 다이어트의 동기를 불태우는 데 좋은 방법임을 경험했답니다. 굶주리고 운동한 것에 대한 작은 보상이 되니까 말입니다.

저의 10킬로그램 감량을 자축(?)하며, 여러분의 다이어트 성공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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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을 항상 초과하는 이유   

2011. 4.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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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새로운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다고 상상해 보기 바랍니다. 아마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매출공식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빙빙 돌아가기 시작할 겁니다. '시장 수요의 10%를 점한다면 매출이 얼마 정도 나오고 이익이 대략 얼마 정도일거야'라며 사업을 시뮬레이션 해보죠. 만약 매출 시뮬레이션의 결과가 긍정적이라고 나오면 성공을 기대하면서, 또는 그런 기대를 가지고 싶어하면서 사업을 시작하겠죠. 절대 망하지는 않으리라는 확신과 함께 말입니다. 망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할 사람은 별로 없겠죠.

하지만 그런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소규모 사업의 3분의 2 이상이 4년 이내에 망한다는 통계를 안다면 사업을 시작할 때의 자신감이 지나치지는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계획 오류' 혹은 '과신 오류'는 종종 1% 이하의 성공확률을 90% 이상의 성공확률로 부풀리는 '뻥튀기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사업가로 하여금 도박에 가까운 의사결정을 내리게 만듭니다.



실패에 대한 확률을 인식할 때도 과신 오류가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 호가 발사 도중 폭발하고 말았는데, 사고가 있기 전 NASA는 그런 일이 발생할 확률이 10만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항상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10만분의 1이란 확률은 우주왕복선을 매달 한 대씩 띄워 보낸다 해도 8333년에 1번 정도 일어나는 미미한 확률이었기에 NASA는 실패할 리가 없다며 자신만만했죠. 하지만 챌린저 호가 폭발하고 나서도 컬럼비아 호가 발사 도중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두 폭발 사이의 시간은 겨우 17년에 불과했습니다.

소요되는 비용을 추산할 때도 과신 오류가 심각하게 발생하는 일이 아주 많습니다. 특히 대규모 SOC 사업이나 프로젝트가 그러합니다. 호주 시드니의 명물 오페라 하우스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원래 이 아름다운 건물은 1957년에 건립이 추진되었는데, 예산으로 책정된 금액은 700만 달러(호주 달러)였습니다. 그 돈으로 1963년까지 완공한다고 계획을 세웠죠. 하지만 실제로 들어간 돈은 얼마였을까요? 당초 예산의 15배나 되는 1억 200만 달러가 소요되고 말았습니다. 건립 규모를 대폭 축소했는데도 말입니다.

바로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설계한 안토니오 가우디는 1886년에 이 성당을 착공하면서 10년만에 완공할 수 있다고 호언했지만, 아직까지 건립 중이라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습니다. 착공한지 무려 140년이 지난 2026년에야 완공이 예상된다고 하네요. 보스턴 시 당국이 도시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심차게 시작한 '빅 딕(Big Dig)' 프로젝트는 1982년부터 계획에 들어갔는데 처음에 추정한 사업비는 60억 달러였지만, 완공된 2006년에는 무려 150억 달러에 육박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신 오류'가 잘못된 의사결정과 예측을 낳은 예는 이것 말고도 아주 많습니다. 아마 여러분의 주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다니던 대학에서 원형가속기를 건설할 당시 총사업비로 750억 원 정도가 책정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완공일을 지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사업비는 당초 예산보다 2~3배가 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과신 오류'가 발생하는 걸까요? 왜 예산을 항상 오바하고 말까요? 그것은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의도적으로 혹은 자신도 모르게 실패의 확률을 적게 추산하고 비용을 적게 예측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나쁜 것'을 축소해서 말하고 '좋은 것'을 과장해야 계획이 통과되기 때문이겠죠. 돈이 많이 들고 기간도 오래 걸릴 거라고 말하면 누가 계획을 통과시켜줄까요? '기획을 위한 기획'일 때 과신 오류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과신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측할 수 있는 것과 예측하기 어려운 것을 잘 구분해야 과신 오류로 인한 잘못된 의사결정과 계획을 막을 수 있습니다.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은 여러 번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절차와 방법이 어느 정도 규격화된 것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 건설과 같은 프로젝트는 업체들이 수십 번 동일한 프로젝트를 해봤기 때문에 공사기간이나 소요공사비 예산을 어느 정도 맞춥니다(물론 처음에 공사비를 낮게 책정해서 아파트 조합원을 설득하고나서 나중에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높이는 편법을 쓰는 경우가 허다하긴 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은 대개 처음 해보는 일들입니다. 오페라 하우스 건립도 보스턴의 빅 딕 프로젝트도 과거에는 해보지 않은 새롭고 낯선 프로젝트입니다. 참고할 만한 경험이 없다는 소리는 그 프로젝트에 내재된 불확실성을 모른다는 말과 같습니다. 불확실성이 큰 요소가 분명히 있음에도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있을 리 없다'라고 오인하기가 딱 좋죠.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처음 해보거나 과거의 경험과는 다른 사업(프로젝트)을 진행할 때는 과신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스스로 경계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처음에 세운 기간과 비용이 타당한지를 검토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물어야 합니다. 또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안 터져나올 불확실성을 미리 살펴보고 대비하기 위해 준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의사결정자나 프로젝트 수행자들이 '나는 과신 오류에 빠지기 쉬운 인간이다'라고 겸손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또한 중용이죠.

일본 대지진의 후폭풍이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나라 전역에 방사능이 섞인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황사까지 섞이면 '황사능 비'라고 말하더군요. 이 비는 일본 당국이 원전 사고에 대해 '우리가 혼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라고 자만했던 탓에 내리는 '과신 오류의 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도서 : '생각의 오류', '보이지 않는 고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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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이 두려우세요?   

2011. 4.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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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아부 그레이브 감옥에서 간수 역할을 담당한 미국 병사들이 이라크 포로들을 상대로 저지른 가혹행위는 전세계를 경악하게 했습니다. 알다시피 이반 프레드릭 상사를 비롯한 여러 병사들은 그 때문에 군사재판에 회부되었고 불명예스럽게 군대를 떠나야 했습니다. 그들은 왜 나약한 포로들을 대상으로 그렇게 잔인한 행위를 저질렀던 걸까요? 무엇이 그들을 '악인'으로 만들었을까요?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나약함에 대한 불안'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스탠포드 감옥 실험'이라는 유명한 연구를 수행한 학자입니다. 그는 이 실험을 통해 평범한 인간들이 악인의 모습을 나타내는 이유는 그사람이 원래 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에게 주어지는 역할과 상황이라는 점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죠. 그는 '루시퍼 이펙트'라는 책을 통해 이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상세하게 기록했습니다.



짐바르도는  미국 병사들이 극도로 열악하고 초조한 상황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유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말합니다. 아부 그레이브 교도소에서 병사들은 쥐들이 들끓고 변기가 흘러넘치는 더러운 환경에서 근무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교도소 바깥에는 적대적인 이라크인들이 호시탐탐 자기들을 노리고 있었고 폭탄 공격을 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제대로 된 식사와 편안한 잠자리는 엄두도 내지 못했고 늘 수면 부족에 시달렸죠.

여러분이 미국 병사들과 같은 처지에 놓였다면 포로(혹은 죄수)들에게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우리는 포로들을 발가벗기고 맹견으로 위협하면서 웃음을 터뜨리는 간수들의 사진을 보면서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 있을까 경악하면서 한편으로는 '나라면 저렇게 하지 않을거야' 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들의 행동은 분명히 정당하지 않을뿐더러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인간의 심리에 내재된 '노출 불안'을 떠올린다면 이해가 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노출 불안'이란 자신의 나약함이 다른 사람에게 드러날까 염려하는 심리를 말합니다. 자신이 지배적인 위치에 있을 때 지배를 받거나 통솔을 받는 사람들로부터 약한 사람이라고 인식될까 두려운 마음이 더욱 커집니다. 나약함을 드러내면 그들이 자신을 업신여기거나 나아가 공격까지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약하게 보이면 저들이 우리를 우습게 여기고 폭동을 일으킬거야' 라는 경직된 사고방식을 갖게 되죠. 특히 돌아가는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 노출 불안은 극에 달합니다. 아부 그레이브 교도소에서 간수들이 처한 상황처럼 말입니다.

기업에서도 노출 불안의 현상이 가끔씩 나타납니다. 내외부 환경이 회사의 성과에 악영향을 미칠 때, 직원들이 경영자들을 상대로 극도의 불만을 표출하거나 회사의 정책에 강력하게 반발할 때 노출 불안을 보이는 리더들이 간혹 있습니다. 그들은 '직원들에게 현 상황을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서는 안돼. 그렇게 하면 분명히 나를 우습게 볼거야. 강하게 나가야만 해' 라고 결심하고 소위 '강경책'이라는 카드를 직원들에게 내보입니다.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 유화책보다는 강경책이 더 자주 등장하는 까닭은 겉으로는 리더들의 주장대로 문제해결의 신속함과 효과인 듯하지만 속을 파고 들어가면 리더 자신의 위신과 신뢰감을 보호하려는 심리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신과 신뢰감이 한번 무너지면 권위가 무너지고 회사 성과가 파탄에 이른다는 사고의 악순환이 머리 속에서 끝없이 순환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단절, 협상 불가, 무리한 억제 등 강경 일변도의 정책에 매달리게 되죠.

노출 불안은 비단 리더나 경영자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입니다. 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종종 물리적인 충돌로 악화되는 이유 중 하나는 사측과 노측 모두 노출 불안에 휩싸여 협상의 여지를 스스로 제거해 버리기 때문은 아닐까요? 차갑고 강인하게 보여야만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갈 수 있다는 믿음이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교착상태에 이르게 만듭니다.

피지배적인 계층을 강경하게 억압하거나 협상의 기회를 차단하는 것 말고 노출 불안의 심리가 일으키는 악효과는 한번 결정한 사항은 절대로 수정하지 않고 밀고 가는 독단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의사결정이 잘못됐다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들어와도 이미 실행 중인 계획을 수정하거나 중단하려 들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을 조직 성과에 반하는 내부의 적으로 규정짓기도 합니다.

노출 불안으로 인한 과잉 대응, 강압적인 조치, 의사결정의 독단은 상대방의 '과잉 보복'을 야기하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됩니다. 복수가 복수를 낳는 것이죠. 노출 불안은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회사측의 배려 없는 조치에 직원들의 물품 절도율이 크게 느는 현상과 같은 '작은 복수'부터 시작해서 총파업에 이르는 과잉 반응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노출이 두려운가요? 노출 불안이 이러한 잘못된 행동과 의사결정을 야기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할 수만 있다면 어려운 상황이나 난국에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노출 불안 심리를 걷어낸다면 강경책이 아니라 유화책이, 억압보다는 화합이, 일방통보보다는 협상과 설명이 조직의 안정과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할테니까요.

존 F. 케네디는 "정중함은 나약하기 때문이 아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남들에게 자신의 능력과 존재를 인정 받고자 나약함을 감추지는 않는지, 그로 인해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는지 매순간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 이것도 중용의 마인드일 겁니다.

(*참고도서 : '루시퍼 이펙트', '생각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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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이 과도하면 성과가 떨어진다   

2011. 4.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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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이런 실험이 진행된 적이 있습니다. 피실험자에게 모두 6개의 게임을 수행하게 한 다음에 수행 성적에 따라 돈을 지급하기로 한 실험이었죠. 하나의 게임에 대해 '매우 좋음'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40루피, '좋음' 등급을 받으면 20루피를 받지만 '좋지 않음'이란 평가가 내려지면 그 게임에 대해서는 돈을 받을 수 없는 실험이었습니다. 그래서 피실험자는 6개의 게임을 모두 훌륭하게 수행하면 최대 240루피의 돈을 받아갈 수 있었습니다.

240루피는 약 5달러 정도 되는 돈인데, 인도 사람들에게는 한달 수입의 절반에 해당하는 큰 돈이었습니다. 단 1~2시간 만에 최대 240루피를 벌 수 있으니 피실험자들은 게임에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했겠죠. 6개의 게임은 미로 찾기, 퍼즐 맞추기 등과 같이 창의력, 기억력, 문제해결력 등 머리를 좀 써야 하는 게임들이었습니다.



실험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요? 피실험자들은 돈을 얼마나 받아 갔을까요? 그들은 어떤 게임은 잘하고 어떤 게임은 잘하지 못해서 평균적으로 제시된 금액의 40% 정도를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240루피의 40%인 96루피 정도를 받아갔죠. 240루피보다는 적지만 1~2시간 만에 한달 수입의 25%를 벌었기 때문에 피실험자들은 만족해 했다고 합니다.

이 실험을 공동 설계한 댄 애리얼리, 니나 마자르, 우리 그리니, 조지 뢰벤스타인 등의 행동경제학자들이 알아보려고 했던 것은 게임에 걸린 금액의 크기가 게임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었습니다. 그들은 피실험자들에게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주사위를 던지게 해서 게임의 판돈을 결정하게 했습니다. 1과 2가 나오면 게임당 4루피, 3과 4가 나오면 위에서 언급했듯이 게임당 40루피로 정했지만, 5와 6이 나오면 게임당 무려 400루피의 판돈을 걸었습니다. 피실험자가 운이 좋아 주사위를 던져서 5와 6을 얻으면 무려 2400루피나 되는 거액(5개월치 급여에 해당)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죠. 여러분도 누군가가 이런 제안을 해오면 당연히 게임에 임할 겁니다.

게임에 걸린 판돈의 크기가 피실험자들의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운이 나빠 최대 24루피 밖에 벌 수 없었던 사람들, 즉 '낮은 보상'을 받기로 한 사람들은 최대 판돈 24루피의 40% 정도에 해당하는 10루피 정도만 받아 갔습니다. 이것은 최대 240루피라는 '중간 정도의 보상'을 받기로 된 사람들의 성과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결과였습니다. '낮은 보상'과 '중간 정도의 보상'을 받기로 된 사람들 중 '매우 좋음'이란 평가를 받은 사람은 대략 20%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낮은 보상'을 받기로 한 사람들이 '매우 좋음' 등급을 조금 더 받았다고 합니다.

반면 최대 2400루피를 받기로 된 사람들, 즉 '높은 보상'을 제안 받은 사람들의 성과는 어땠을까요? 실망스럽게도 그들은 2400루피의 25~30% 밖에 안 되는 600~720루피만 받아 갔습니다. 절대 금액은 '낮은 보상'과 '중간 정도의 보상' 그룹보다는 높았지만, 소위 '성과 달성률'은 그들보다 훨씬 낮았던 겁니다. 게다가 '매우 좋음' 등급은 받은 사람들은 10%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성과와 보상이 서로 비례관계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보상을 높게 책정하면 그에 따라 성과가 높아지리라 기대합니다. 이 실험은 그러한 통념이 틀렸음을 일깨웁니다. 물론 보상은 동기부여의 수단으로 꽤 괜찮은 도구입니다. 하지만 보상 수준이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성과와의 비례관계가 깨지고 오히려 성과가 하락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이 실험이 단적으로 보여주죠.

그렇다면 매우 높은 보상을 받기로 한 사람들의 성과는 왜 높지 않은 걸까요? 댄 애리얼리 등은 높은 보상을 받게 되면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성과 수준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극심한 압박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 실험에서 사용된 6개의 게임은 인지능력이 요구되는 직무를 모사한 것들입니다. 따라서 소위 정신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보상을 약속하면 집중력이 분산되고 초초함과 스트레스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빈번해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 중에는 "나에게 CEO 만큼의 연봉을 주면, CEO보다 훨씬 높은 성과를 내주마"라고 호언하는 분들이 몇몇 있겠죠. 하지만 진짜 그럴까요? 머리 속으로 한번 상상해보면 금세 호언장담을 취소하고 싶어질 겁니다. 지나치게 높은 보상은 '사회적 압박'을 증가시키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높은 보상을 주는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느니 "차라리 적게 받고 마음 편히 일하겠다" 라고 생각할 겁니다. 오히려 그래야 보상에 걸맞는 성과를 내기가 쉽다는 점을 위의 실험이 시사합니다.

그러면 "보상의 적정 수준은 얼마인가?"란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기는군요. 다시 말해, 성과와 보상 사이의 비례관계가 유지되는 선에서 최대의 보상 수준을 결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란 문제입니다. 그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성과가 오히려 감소하기 때문에 이 질문은 경영자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스위트 스폿(sweet spot)'은 쉽게 발견되지 않습니다. 회사마다 영위하는 업의 특징과 내외부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방치할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의 해법은 적정한 보상 수준을 찾는 것이라기보다는, 보상을 함으로써 성과에 대한 동기를 높이되 '직원들이 성과에 대해 과도한 압박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1년 단위로 이뤄지는 평가가 직원들을 단기적인 '성과 전쟁'에 내몰고 그에 따라 엄청난 스트레스를 일으키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평가가 압박감을 고조시킨다면 평가 주기를 1년보다 길게 가져가는 것도 해법이 되겠죠. 또한 연말에 한꺼번에 큰 성과급을 나눠주기보다는, 조금씩 나눠준다든지, 금전적인 보상보다는 비금전적인 보상의 비율을 늘린다든지의 방법으로 전환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제목이 오해를 좀 불러일으킬지 모르겠군요. 연봉이 높으면 성과는 향상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으면 성과가 떨어지고 맙니다. 성과와 보상 간의 스위트 스폿을 계속해서 탐색하는 것, 그리고 동기부여와 압박감 사이의 균형점을 지속적으로 찾아가는 것, 이것 또한 중용이라 말할 수 있죠. 그냥 이것도 저것도 아닌 흐리멍텅한 자세가 중용이 아닙니다. 중용은 끊임없는 탐색이고 동적인 모색입니다.

(*참고도서 : '경제심리학')
(*참고논문 : 'Large Stakes and Big Mista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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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11. 4.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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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저는 모두 6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 많은 독서량은 아니였지만,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의미가 있는 한 달이었습니다. 저는 컨설턴트입니다. 큰 컨설팅펌이 아니라 작은 컨설팅 부띠끄(나쁘게 말하면 구멍가게 ^^)를 운영하죠. 큰 컨설팅펌들은 자체적으로 DB가 있고(그게 얼마나 막강한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교육과정이 있습니다(그게 또 얼마나 컨설턴트에게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반면, 저는 스스로 찾아서 공부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런 회사만큼의 DB가 없고 교육과정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그런 DB나 교육과정보다 독서가 제일이라고 믿습니다. DB나 교육과정은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것들이지만 독서는 본인이 스스로 필요한 지식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많이 배울 수 있고 배운 지식이 더 오래 갑니다.



'회사에서 교육을 별로 안 시켜준다'란 불만을 인터뷰할 때 자주 듣습니다.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거의 항상 나오는 불만이죠. 물론 회사의 문제도 있겠지만 자신에게 정말 필요로 한다면 누군가가 자기에게 뭔가를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스스로 찾아서 공부한다고 마인드 세트를 바꿔보면 어떨까요? 다양한 방면 혹은 본인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의 책을 스스로 찾아 진정한 지식을 섭렵하는 게 회사에서 몇 시간 해주는 교육보다 더 큰 강점으로 남을 겁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완연한 봄이라서 독서하기엔 별로 좋은 계절이 아니라고 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책보다는 봄 구경에 쏠리기 때문이라네요. 관심을 둘만한 다른 이벤트가 많으면 두툼한 책을 보면서 '이걸 언제 읽나?'란 생각에 책을 펴보기가 더 두려워집니다. 저도 자주 그렇습니다. 그럴 땐 '한 페이지만 읽고 바로 끝내자' 라고 마음 먹고 읽기 시작합니다. 어느새 10 페이지, 20페이지를 넘어서는 제 모습을 발견합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해보길 권합니다.

아래에 짧게 평을 달았으니, 책을 고를 때 참고하기 바랍니다.

로지코믹스

로지코믹스 : 수학의 토대를 찾으려고 애썼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란트 러셀의 삶을 만화로 그려낸 책입니다. 만화라서 마음만 먹으면 1~2시간 내에 읽을 수 있지만, 수학을 이야기하기에 내용은 나름 심오하고 철학적입니다. 작가의 그림체와 그림의 흐름이 매력적입니다. 이 책을 통해 러셀의 삶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조만간 그의 자서전을 읽어 볼 생각입니다. 추천합니다.


성공의 심리학

성공의 심리학 : 자기계발서와 같은 제목이 붙었지만, 이 책은 마인드세트에 관한 책입니다. 분야에서 많이 알려진 캐롤 드웩이 썼죠. 그녀는 마인드세트를 '성장 마인드세트'와 '고착 마인드세트'로 나눕니다. 둘 중에 어떤 마인드세트를 가지느냐에 따라 행복, 성공, 육아, 교육, 사랑, 대인관계 등에 큰 차이가 있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심리학 책이지만 평이하게 서술한 탓에 금세 읽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마인드세트를 가지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점검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되네요. 추천합니다.


머니랩

머니랩 : 행동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실행된 여러 가지 경제학 실험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러 실험으로 증명하고, 그 결과를 기업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힌트와 인사이트를 줍니다. 꼭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당신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당신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 보디 랭귀지(body language)에 관한 책입니다. 하지만 예전에 봤던 책과는 접근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다른 책들은 사람들의 행동을 쪼개서 각각이 의미하는 바를 설명하지만, 이 책은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디 랭귀지를 해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누군가의 보디 랭귀지를 관찰하려면 그 사람의 baseline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합니다. '배꼽의 법칙', '거시기의 법칙' 등 흥미로운 개념도 소개합니다. 읽어보길 권합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보이지 않는 고릴라 : 대략 50%의 사람들이 농구를 하는 선수를 사이를 지나가는 고릴라를 발견하지 못한다는, 유명한 실험을 수행한 심리학자가 쓴 책입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범하는 여러 가지의 '인지 오류'와 '착각'을 재미있는 실험과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합니다. 조직 운영에 시사하는 바도 매우 큽니다. 꼭 읽기를 강추합니다.


문제해결의 기술

도서명 미정 : 위의 사진에는 5권의 책 밖에 없는데, 왜 6권의 책을 읽었다고 이야기하는지 궁금할지 모르겠네요. 아직 출간되지 않은(4월 중순 출간 예정) 책이기 때문입니다. 출판사 측에서 감수 의뢰를 받아 읽게 된 책이죠. 책이 나오면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이익 모델' 혹은 '비즈니스 모델'의 유형과 그것을 적용하는 방법을 소설 형식을 빌어 설명합니다.

즐거운 독서, 많이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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