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3. 우아한 도시, 베른   

2011. 7. 2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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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실망을 안겨준 엥겔베르그를 떠나 베른으로 향했습니다. 베른은 취리히보다 작은 도시이지만, 스위스의 수도이고 구시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답다해서 슈피츠로 가는 길에 한나절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과연 고풍스러운 구시가는 중세의 느낌이 물씬 풍기더군요. '장미공원'에 올라가서 구시가를 내려다 보니 유럽에 와 있다는 게 이제야 비로소 실감이 납니다.

이곳 인터넷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아무렇게나 찍은 사진을 몇 장만 올려 봅니다. 



베른의 구시가를 굽이치고 흐르는 에머럴드빛 강물.



베른의 상징인 곰. 베른(bern)은 독일어로 곰이라는 뜻이라네요. 모두 4마리가 눈에 보였습니다.



구시가를 좀더 잘 보기 위해서 높은 곳에 위치한 장미공원으로 갔습니다. 풀밭 위에 놓인 저 탁자에 앉아 있었답니다.



장미공원에서 내려다 본 구시가의 모습. 이어진 건물들의 지붕 색깔이 인상적입니다.



세로로 찍어 본 베른 구시가의 모습. 청명한 날씨는 아니지만 구름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반가웠습니다. 날씨가 계속 궂었거든요.



구시가 건물과 조화롭게 만들어진 아치형 다리.



그 아치형 다리에서 내려다 본 모습. 베네치아가 조금 연상됩니다. 



배가 고파 '알테 데포트'란 오래된 식당에 들어가서 버거를 시켰습니다. 스위스 감자튀김은 어디서나 맛이 있더군요. 튀기는 방법이 따로 있나봅니다. 



대성당 내부를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탑 부분은 현재 보수공사 중이군요.



거대하고 화려하게 장식된 파이프 오르간이 인상적인 곳입니다.


성당을 나와 '아인슈타인 하우스'에 이르렀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칠 정도로 폭이 창문 두 개 정도로 작은 건물입니다. 아인슈타인이 비록 베른에서는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지만 특허청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소위 '기적의 해'라고 불리는 1905년에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과 광전자 효과와 관련한 논문을 완성했던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 전기를 읽을 때마다 여기에 한번 와보고 싶었죠.



아인슈타인이 직접 사용했다고 하는 책상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첫번째 부인인 멜리사와 함께 지내던 거실.



방명록에 아들을 위한 메모도 남겨주는 센스!



아인슈타인의 두상 옆에서 포즈를 취한 아들. (카메라 배터리가 떨어져서 지금부터는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아인슈타인이 오르락내리락했을 나선형 계단을 따라 내려 갑니다. 훌륭한 학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안고서... ^^



이렇게 구시가의 이곳저곳을 둘러봤습니다. 나중엔 좀 지쳐서 찻집에 앉아 있다가 졸기도 했다는....



베른에서 기차로 30분 정도 달려서 우리가 2박을 하게 될 슈피츠(Spiez)에 도착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호수가를 산책하면서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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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2. 속살을 감춘 티틀리스   

2011. 7.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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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알프스의 영봉 중 하나인 티틀리스를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5년 전에 융프라우에서 구름에 덮혀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던 까닭에 이번에는 날씨가 좋기를 소망했건만, 이번에도 알프스는 자신의 속살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군요. 새벽에는 날씨가 아주 좋아서 기대가 충만했었는데 아침이 되자 비가 후둑후둑 떨어지더니 티틀리스 정상을 비추는 CCTV 화면이 그냥 하얗게만 보이더군요.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티틀리스를 오르지 않고 그냥 가는 게 서운하여 비싼 요금을 내고 티틀리스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탔습니다. 혹시나 날씨가 갤 것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티틀리스 정상의 날씨는 점점 나빠져서 급기야 눈보라까지 일더군요. 눈썰매 타는 것도 포기하고 그냥 내려오고 말았답니다.



급 나빠진 날씨.


티틀리스로 오르는 케이블카를 타는 곳



케이블카를 타고 오릅니다. 엥겔베르그가 한눈에 들어오네요.



빗방울이 뚝뚝 떨어집니다. 날씨가 좋지 않군요.



티틀리스에 도착. 여기가 티틀리스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과 눈 밖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표지판이 있으나, 시계가 나빠 갈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깃발만이 여기가 티틀리스임을 알려 줍니다.

이렇게 티틀리스를 떠나기가 아쉬워서 게쉬니알프라는 곳에서 내려서 그곳에서부터 엥겔베르그 시내까지 하이킹을 하기로 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공기가 좋고 또 풍경이 예술이어서 기분이 아주 좋았답니다. 구름 사이로 잠깐잠깐 비추는 햇살도 환상적이었죠.



하이킹의 시작점에서 만난 곧게 뻗어자란 나무들. 환상적인 길입니다.



기분 좋게 걷기!



중간중간마다 다리를 쉴 수 있게 벤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숲의 녹색과 대비되는 빨간 색 벤치.



길을 가다가 만난 레스토랑. 맛집인지 외진 곳에 있는데도 사람들이 아주 많더군요. 우리도 여기에서 점심을 먹었답니다.



밥을 먹고 다시 하이킹을 재개합니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 아래를 천천히 걸어갑니다.



그렇게 하이킹을 끝내고 엥겔베르그의 치즈 공방에 갔습니다. 치즈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도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엥겔베르그 수도원의 모습.

예정보다 티틀리스에서 빨리 내려와서 오후 일정이 텅 비더군요. 그래서 그냥 지나쳐온 루체른에 가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루체른의 명물인 카펠교를 5년 만에 다시 보기 위해서죠. 루체른으로 가니 엥겔베르그와는 달리 날씨가 정말 좋더군요. 기차로 50분 밖에 안 되는데 날씨가 천양지차였습니다. 그렇게 설렁설렁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엥겔베르그로 돌아왔습니다. 



날씨 좋은 루체른.


카펠교의 모습.


카펠교 내부의 모습.


꽃으로 장식된 모습. 유럽에서 제일 긴 목조 다리라고 합니다.



루체른 구시가를 걸으면 건물 벽에 그려진 벽화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먹이를 주면 백조가 떼를 지어 몰려 듭니다.

내일은 스위스의 수도인 베른을 거쳐서는 툰(Thun) 호수에 있는 슈피츠(Spiez)라는 작은 도시로 이동합니다. 그곳에서 2박을 하기로 했죠. 그곳 야외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길 예정인데, 낮 기온이 20~22도 라서 괜찮을지 의문입니다. 가보고 나서 판단해야겠군요. ^^

내일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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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1. 비 내리는 쌀쌀한 취리히   

2011. 7. 2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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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비행 끝에 중간 기착지인 이스탄불을 거쳐 드디어 취리히에 도착했습니다. 19일 밤 11시 50분에 출발하여 취리히에 한국시간으로 20일 오후 4시쯤 도착했으니, 근 16시간 만입니다. 취리히에 오니 공기부터가 다릅니다. 일단 춥습니다.기온을 보니 
우리나라 3~4월달 낮 기온에 해당하는 섭씨 12도쯤 되는군요. 반팔 차림이던 우리 식구들은 트렁크에서 긴팔 옷과 점퍼를 꺼내 입기 바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취리히는 다른 도시에 비해 볼거리가 풍부하지 않습니다. 스위스의 일반적인 특징인듯 한데, 건축물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소박하고 작아서 관광객의 눈을 끌지 못합니다. 스위스는 건축물보다는 자연 그 자체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나라이기 때문이겠죠. 구석구석 다니면 재미있겠지만, 한나절이면 둘러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취리히에서는 숙박을 하지 않고 티틀리스 산 아래에 있는 작은 도시인 엥겔베르그에서 첫 1박을 하기로 했습니다.

6시간 정도 취리히 중심가를 돌아보면서 찍은 몇 장의 사진을 올려 봅니다. 날씨가 흐리고 제 사진술도 변변치 않은 점, 양해 바랍니다. ^^


취리히의 중심가인 반호프 거리입니다. 거리를 달리는 트램이 '여기가 유럽이구나'를 가장 먼저 느끼게 해줍니다. 2006년에 스위스에 왔을 때도 비가 왔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비가 옵니다. 날씨가 좋아야 티틀리스에서 멋진 광경을 볼 텐데.... 걱정이 앞섭니다.


트램을 잡아타고 취리히 호수로 나갔습니다. 백조들이 떼를 지어 털 손질을 합니다. 



호수가에서 백조들에게 먹이를 주는 어떤 아저씨.



추운 날씨에 돌아다니니 배가 고파서 점심을 좀 일찍 먹기로 했습니다. CHUCHI라는 곳에서 만난 '라클레르'. 라클레르 치즈를 열판에 녹여서 찐감자 위에 뿌려 먹는 요리인데, 꽤 맛이 있더군요. 퐁듀보다 이게 더 맛있습니다.



취리히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인 '그로스뮌스터 성당'입니다. 소박한 모습이죠? 내부는 찍지 못하게 하여 사진이 없네요.



그로스뮌스터 성당의 맞은편에 있는 '프라우뮌스터'입니다. 역시 소박한 외양에 소박한 내부 장식을 가졌습니다.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로 유명합니다. 찍지 못하게 하여 내부 사진은 없습니다. ^^


근처에 있는 '성피터 교회'입니다. 


성피터 교회의 내부입니다. (사진 찍지 말라는 이야기가 없어서..) 내부의 모습에서 간결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스위스풍이 느껴집니다.



반대편에 찍은 모습. 2층에 파이프오르간이 있군요.



간식을 먹기 위해 유명한 케이크 가게 스프링글리로 갔습니다. 


바로 요놈을 사기 위해서죠. 마카롱이라고 부르는 과자인데, 햄거버 모양이죠. 가운데에 잼이나 초콜릿이 들어가서 달콤한 맛을 냅니다. 많이 먹으면 살 찌기 딱 좋더군요. 두 세 개 정도 먹고 스탑! ^^



와이프가 겨울옷을 사러 상점에 간 사이에 아들과 함께 근처의 애플 매장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이곳에서도 애플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사람들이 북적북적. 아들 앞의 아이폰은 제것입니다. '도둑 충전' 중이죠. ㅋㅋ


취리히 구경을 마치고 엥겔베르그로 가기 위해 취리히 역으로 갑니다. 루체른을 거쳐서 엥겔베르그로 가는데, 루체른은 2006년에 들어서 그냥 지나치기로 했습니다.



루체른 역에서 엥겔베르그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다가 잠깐 물을 사러 간 사이에 와이프와 아들이 탄 기차가 떠나 버려서 물을 사가지고 돌아온 저는 멀어지는 기차를 멍하니 쳐다보는 해프닝이 있었답니다. 결국 와이프와 아들이 바로 되돌아와서 그 다음 기차를 탔습니다.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이번에도 생겼네요. ^^  사진 오른쪽의 건물이 우리가 2박을 하게 될 호텔입니다. 작지만 깔끔하고 친절한 곳입니다.



엥겔베르그에 늦게 돌아온 탓에 상점들이 많이 문을 닫았습니다. 슈퍼마켓인 Coop 도 닫혀서 비상식량인 햇반을 개시했습니다. 여기에 김을 싸먹고 고추참치를 먹으면서 낮에 치즈를 먹어 느글느글한 속을 좀 달랬답니다. 내일은 티틀리스 정상에 올라갑니다. 부디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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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와 터키로 여름휴가 여행   

2011. 7.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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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 스위스와 터키로 여행을 떠납니다. 17일 일정으로 가족과 함께 다녀올 예정입니다. 
이번 여행을 위해서 지난 1월부터 booking.com 에 들어가서 호텔을 예약하며 루트를 짰습니다. 너무 일찍 준비하는 바람에 그때는 7월이 올까 싶었는데, 시간은 살같이 흘러서 어느덧 떠날 시간이 되었네요.

스위스는 예전에 한번 인터라켄에 간 적이 있었는데, 겨우 2일 밖에 머무르지 못했고 날씨도 좋지 않았던 아쉬움이 있어서 이번에는 좀 오래 머무르려고 합니다. 알프스의 만년설을 보며 하이킹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마냥 부풀어 오릅니다.



취리히 --> 엥겔베르그 --> 스피츠 --> 그린델발트 --> 뮈렌 --> 체르마트 --> 컬리(몽트뢰) 등 취리히를 제외하고는 모두 스위스의 작은 도시를 다니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생각입니다. 물가 비싼 스위스라 경비가 많이 들겠지만, 가방 하나 가득 자구책(?)을 세워 두었기 때문에 마음 든든합니다. ^^



제네바에서 스위스를 아웃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터키에서 스탑오버를 합니다. 이번 여행은 터키 항공을 타고 다녀오는데, 터키항공에서는 스탑오버 1회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헌데, 말이 스탑오버지 6박 7일의 터키 여행입니다. 고도(古都) 이스탄불을 관광하고 기이한 암석들로 유명한 괴레메(카파도키아) 지역도 둘러볼 생각입니다. 괴레메에서는 새벽에 열기구 투어를 할 예정인데, 자못 기대가 큽니다. 


스위스와 터키의 인터넷 사정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스페인 여행 때와 마찬가지로 매일 여행 포스팅을 이어가려 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여러분도 즐거운 여름 휴가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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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일 때 졸업하면 안 되는 이유?   

2011. 7.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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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IMF 환란 사태가 발생했던 때가 1997~1998년 께였습니다. 당연히 정치, 경제, 사회 전반적으로 매우 힘들었던 시기였죠.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의 위기가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를 혁신시키고 어느 정도 면역력을 키우게 한 계기를 제공한 듯합니다. 물론 위기 극복 과정에서의 공과 과실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오늘 하고자 하는 말은 우리나라가 IMF라는 국가적 위기를 유연하게 그리고 모범적으로 극복했냐는 아닙니다.

'IMF 세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IMF 위기 때인 1998~1999년에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죠. 이들은 불행히도 오늘날 구조적인 문제로까지 심화된 '청년 실업'의 시작이었습니다. 불과 1년 전인 1997년 2월에 졸업한 사람들과 취업률 상에서 큰 차이를 보였죠. 외환보유고는 고갈 위기에 처하고, 부동산 가격이 전국적으로 '반값'으로 내려앉고, 기업들은 몸집을 줄이려 인력을 감축하고자 하는 마당에 신입사원들을 위한 일자리가 생길 리 만무했습니다. 좁아진 문을 통과하여 어쩌다가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도 전보다 낮아진 임금에 만족해야 했죠. 그래서 시기를 잘못 만나 1998~1999년에 졸업을 하게 된 학번들은 스스로를 '저주 받은 학번'이라고 말하며 탄식하기도 했습니다.



예일 경영대학원의 리사 칸(Lisa Kahn)은 불황가일 때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소득과 호황기 때 졸업한 학생들의 소득을 비교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녀는 1979년부터 1989년 사이에 졸업한 학생들의 향후 20년 간 소득을 종단면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랬더니 불황기 때 대학을 졸업한 사람의 초기 소득은 6~7%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러한 소득 상의 불이익은 점점 줄어들긴 하지만, 졸업 후 15년이 지나고도 여전히 다른 사람들보다 소득에서 2.5%의 손해를 본다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또한 불황기 때 졸업한 사람들은 평균보다 높은 학력을 보인다는 점도 밝혔죠. 그만큼 '학력 인플레'의 희생자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 차이 때문이 아니라 어쩌다가 불황기 때 졸업하게 된 '작은 차이'에 의해서 이러한 소득 상의 격차가 생겨났으니 억울하게 느껴질 일입니다. 신입사원 때 뿐만 아니라 15년 이상 지속되니, 더욱 그렇죠.

2009년에 공기업을 중심으로 신입사원들의 임금을 대폭 삭감시킨 바가 있습니다. 인건비를 줄여서 그만큼 대학 졸업생들을 위한 일자리를 늘려 보겠다는 의도에서 시작했죠. 그래서 그때 공기업에 입사한 사원들은 1년 먼저 입사한 사람보다 적게는 5%, 많게는 20%나 적은 연봉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능력이나 노력 차이가 아니라 그저 1년 늦게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말입니다. 이런 연봉 상의 불이익이 금세 보전될까요? 그들에게 연봉의 불이익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렇게 받기로 하고 회사에 들어왔으니 보전해 줄 이유가 없다. 그들을 채용한 것 자체가 회사의 배려다" 라는 의견도 팽팽하게 대립해 있습니다. 씁쓸한 일입니다.

누군가가 소득이 평균보다 높거나 낮을 때 우리는 보통 그 사람의 능력이나 노력에서 그 차이의 원인을 찾으려고 합니다. 물론 능력이 뛰어나고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은 다른 이들보다 많은 소득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을 칸의 연구가 시사합니다. 또한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특이한 사회현상도 그런 점을 지지합니다. 누군가가 남들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이유는 어쩌다가 시기를 잘 만난 것이 더 클지 모릅니다. 또한 동일한 대학과 학과를 나왔는데도 직장이 변변치 못하고 소득도 별볼일 없다면 그 까닭은 그 사람의 능력과 노력 부족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떤 사람을 둘러싼 환경의 작은 차이가 그 사람의 미래를 '거의 결정한다'는 사실은 불쾌하지만 인정해야 할 우리의 현실입니다. 예전에 올린 포스팅 '승자와 패자는 우연히 결정된다'에서 동전을 던져서 어쩌다가 앞면을 먼저 얻은 사람이 계속해서 앞서 나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능력과 노력 뿐만 아니라 '운'도 성공에 큰 작용을 합니다.

한 개인이 경력 초기에 남들보다 조그만 이득을 얻으면 고유의 소질과는 무관하게 '구조적인 이익'을 얻습니다. 그게 씨앗이 되어 더 큰 이득을 끌어 당깁니다. 그런 씨앗을 얻을 기회를 초기부터 차단 당한 사람들은 불이익을 오랫 동안 감내해야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여러분의 눈에 별볼일 없게 보인다 해도 "당신의 능력이 모자라고 노력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힐난해서는 안 될 입니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는 그렇게 말함으로써 행동과 태도를 변화시키고 원하는 결과를 얻으라고 자못 엄중히 경고하지만, 그런 '꾸짖음'은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개인에게 부당한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논문 : The Long-Term Labor Market Consequences of Graduating from College in a Bad Econom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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