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좋으면 과정도 좋은가?   

2011. 8. 24. 09:20
반응형



좀 오래된 실험(1970년 대 초에 진행)이긴 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일리노이 주립대(얼바나 샴페인)의 조직행동학자 배리 스토(Barry M. Staw)는 60명의 학생들을 무작위로 3명씩 팀을 구성하게 하여 '재무 성과 예측 게임'을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스토는 학생들에게 중간 정도되고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전자 회사의 1969년 연차보고서를 나눠 주었습니다. 그 보고서에는 최근 5년 간의 재무적인 성과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었죠.

스토는 각 팀의 학생들에게 그 회사의 1970년 매출액과 주당순이익을 예측해 보라는 과제를 주었습니다. 각 팀은 30분 간 토론한 다음 자기네 팀이 예측한 매출액과 주당순이익 값을 내놓아야 했습니다. 스토는 학생들에게 이 게임이 한 팀의 구성원수가 3명일 때의 성과가 4명이나 5명일 때의 성과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평가하기 위한 실험이라고 둘러댔지만, 진짜 목적은 그게 아니었습니다(피실험자들을 이렇게 속아 넘어가게 하는 것이 실험의 성공요소 중 하나인 모양입니다. 어쨌든...)



스토는 각 팀의 학생들이 제출한 결과(매출액, 주당순이익)는 학생들 모르게 캐비넷에 넣고서는 그냥 무작위로 '최고로 잘 예측한 그룹'과 '예측 능력이 저조한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그룹 간의 예측 능력 차이는 없었죠. 학생들은 의심하지 않고 스토의 평가를 받아 들였습니다. 

스토는 학생들을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가서, 이번엔 아까 게임을 하는 동안 팀 내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면서 학생들에게 설문에 답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예측 게임을 수행하면서 자기네 팀의 단결력, 발언의 영향력, 의사소통, 갈등, 변화에 대한 열린 마음, 동기부여, 실력, 지시의 명확성 등을 어떻게 느꼈는지 각각을 1점부터 11점까지 평가하라는 것이 설문의 내용이었습니다.

예측 능력이 좋으냐 나쁘냐와 상관없이 설문에 대한 평가점수가 비슷하게 나와야겠지만(무작위로 학생들을 나눴기에), '최고로 잘 예측한 그룹'과 '예측 능력이 저조한 그룹'의 평가점수는 명백하게 차이를 보였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전자가 후자보다 자기네 팀을 더 훌륭하게 평가했습니다. 예를 들어 팀의 단결력에 대해서 '최고로 잘 예측한 그룹'은 7.83점이라고 평가한 반면, '예측 능력이 저조한 그룹'은 6.70이라고 평가 내렸습니다. 의사소통에 대한 평가도 이와 비슷한 패턴을 보였지요.

이 실험은 결과가 좋다고 평가 받은 사람들은 결과를 내기까지의 과정도 우수했다고 스스로를 평가함을 보여 줍니다. 또한, 결과가 어떠했든 간에 과정을 따로 떼어 평가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도 시사하죠. 이처럼 결과에 대한 평가가 과정에 대한 평가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결과는 눈에 잘 보이지만, 결과를 내기까지의 과정(단결력, 의사소통 등)은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것들입니다. 팀이 단결을 잘 하고 서로 의견을 자유롭게 소통했어도 '당신 팀의 성과는 별로 높지 않습니다'란 평가를 받으면, '우리 팀의 단결력과 의사소통은 그다지 좋지 않구나'라고 지레 짐작하는 것이죠.

팀을 평가할 때뿐만 아니라, 개인을 평가할 때도 이런 현상이 발생합니다. 아마 여러분도 다 느끼고 있는 것이겠죠. 누군가 높은 매출을 달성하거나 중요한 계약을 여러 개 따내면 그 사람의 평소 역량을 ㄱ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상당히 큽니다. 역량(과정)을 업적(결과)과 따로 떼어 평가해야 하는데도, 업적을 보고 역량을 평가하는 우를 범하죠.

평소에 그 사람의 역량을 관찰하려면 사실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야 합니다. 행동이나 말, 다른 사람과의 관계 등을 면밀히 살펴서 중요한 포인트를 기록하고 관리해야 하죠. 하지만 그게 귀찮고 성가신 탓에 연말에 가서야 역량(과정)을 평가합니다. 그때 업적(결과)도 함께 평가하는데, 그 때문에 역량과 업적이 '짬뽕'이 되어 과정과 결과를 분리해서 평가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죠.

역량(과정)을 최대한 옳게 평가하려면 1년 내내 평가시스템을 오픈해 놓고 관리자로 하여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평가를 진행하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1년에 두 번(중간평가, 연말평가)만 평가시스템을 오픈하면 결과가 보통 수치로 결산되어 나오는 업적(결과)에 의해 희석이 되거나 왜곡될 소지가 많습니다. 역량평가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으려면, 그리고 그 평가를 통해 개인의 역량을 옳게 평가해서 계발시켜 주려면, 과정과 결과가 서로 섞이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결과에 대한 평가가 과정에 대한 평가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평가의 왜곡을 상당 부분 줄일 수는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보통 결과보다는 과정이 좋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말이 힘을 얻으려면, 결과가 어떻든 간에 과정을 옳게 평가해 주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평가에 있어서도 과정 평가와 결과 평가의 중용을 지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은 그저 또 하나의 클리셰에 지나지 않습니다.

(*참고논문 : Attribution of the "Causes" of Performance :A General Alternative Interpretation of Cross-Sectional Research on Organizations )
 
반응형

  
,

'문제해결 전문가' 과정 개설   

2011. 8. 23. 12:30
반응형



안녕하십니까?
오는 9월 8일에 '문제해결 전문가 과정'을 아래와 같이 개설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일 자] 2011년 9월 8일(목)

[시 간]  09:30~18:30 (8시간)

[장 소] (주)인덱스루트코리아 부설 휴먼피아 평생교육원
            2호선 역삼역 6번 출구 바로 앞 송촌빌딩 17층

[강 사] 인퓨처컨설팅 대표 유정식

[교 재] 강의자료(하드카피) 배부

[강의 비용] 24만원 (부가세 별도)

[신청 방법]
  휴먼피아 강의 신청서 이메일 접수 후 결제
  (신청서 양식은 휴먼피아(http://www.humanpia.co.kr)의 고객센터 자료실에서 다운로드 후 작성)
  이메일 신청 : sunghee.jee@indexroot.co.kr 

[결제 방법] 현금, 입금, 카드결제 가능
  입금 계좌 : 우리은행 1005-501-798838 (주)인덱스루트코리아

[문의전화] 070-8633-7134 (담당자 : 지성희)

반응형

  
,

부하의 의견을 묵살하는 '나쁜 보스'   

2011. 8. 22. 11:40
반응형



메튜 메이(Matthew E. May)는 도요타 유니버시티에서 8년 간 근무하는 등 자동차 산업 분야의 컨설턴트로 오랫동안 일한 사람입니다. 그는 한때 미국의 자동차 회사 GM을 컨설팅하기도 했는데, GM의 직원들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워크숍에서 그는 '달에서 살아남기'라는 제목으로 우선순위 결정 게임을 했습니다.

이 게임은 모선(mother ship)에서 200 킬로미터 떨어진, 달의 모처에 조난 당했다는 상황을 가정합니다. 그런 위험 상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가지고 있는 15개의 물건(나침반, 우유, 산소통 등)을 생존에 꼭 필요한 순서대로 배열하는 것이 게임의 과제죠. 만일 어떤 사람이 생존에 필수적인 물건이 후순위로 밀리게 하고 그다지 필요없는 물건을 최우선순위로 올린다면, 그 사람은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겠죠.

메이는 이 게임을 조별로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메이는 10명씩 15개조를 구성케 했는데, 각 조에는 관리자(팀장), 중간직급 직원, 말단 직원 등이 고루 섞여 있도록 했죠.



게임 제목에 '우선순위 결정'이란 말이 들어가지만 그가 이 게임을 진행한 이유는 의사결정을 할 때 우선순위를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를 참가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기 위함은 더더욱 아니었죠. 사실 게임의 목적은 다른 데에 있었고, 그 목적은 워크숍 참가자들의 뒤통수를 치기에 충분했습니다.

메이는 이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각 조의 말단사원들만 따로 모아서 비밀리에 지시를 내립니다. 그는 말단사원들에게 게임의 모범답안(NASA의 전문가들이 제시한)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이렇게 말했죠.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 조별로 답을 결정해야 할 시간이 되면 여러분은 '내가 답을 알아냈어요'라고 조원들에게 말하세요. 하지만 제가 미리 정답을 알려줬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꼭 이 규칙을 지켜주세요."

모든 조의 말단사원들에게 정답을 알려 주었으니 15개조 모두 정답을 알아 맞히는 게 당연하겠죠? 하지만 정답을 맞힌 조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정답을 말단사원들에 알려줬는데도 말입니다. 메이는 게임이 끝난 다음에 각 조의 보스(boss)에게 자신이 게임 전에 말단사원들에게 정답을 미리 일러줬음을 공개했습니다. 그랬더니 보스의 얼굴이 붉어졌다고 합니다. 말단사원이 정답을 이야기했을 때 자신이 했던 행동이 잘못됐음을 느꼈기 때문이겠죠. 아니면 메이가 속임수를 썼다는 사실에 격분했을 테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랫사람의 의견을 수용치 않고 묵살시킨 잘못을 면할 수 없습니다.

이 사례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비뚤어진 위계질서가 조직의 문제해결이나 전략 실행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는 점을 메이의 '속임수 게임'이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말단사원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해도 '네까짓게 뭘 알겠냐?', '난 너의 보스야. 그러니 내가 정답을 결정할 권리가 있어'라는 생각에 아랫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입을 막아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죠.

말로는 아랫사람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보스가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이 많습니다. 분명히 아랫사람의 의견이 자신의 생각보다 더 좋은데도(그리고 그렇다는 것을 알아도) 자신의 의견을 버리고 아랫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면 자신의 권위가 꺾인다고 생각하는 관리자들도 많습니다. 한번 자신의 의지가 꺾이면 계속해서 부하직원들에게 휘둘릴 거라고 염려하기도 합니다.

물론 보스가 자신의 의지를 무슨 일이 있어도 밀고 가야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는 권위를 앞세우기 전에 논리나 근거로 부하직원을 설득해야 합니다. '입 닥치고 나를 따르라'는 식의 태도, '너희들은 의견을 낼 자격이나 능력이 없어'라는 식의 언사는 부하직원들의 눈에는 그 모습이 '내 의견엔 논리나 근거 따위는 없어. 그래도 너희들을 부하니까 따라야 해'라는 것으로 비춰집니다. 자신이 부하직원들에 이렇게 비춰지면 리더십은 물건너 가버립니다.

우리나라에서 섬유유연제를 통칭하는, 일종의 대명사가 된 단어는 피죤입니다. 요즘 그 회사의 내막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보스의 비뚤어진 권위의식과 경직된 위계질서가 회사 하나를 말 그대로 '말아먹는' 상황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회사의 앞날은 불투명하기 그지 없습니다. 피죤의 사태는 '나쁜 보스'의 극단이 저지는 불행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작은 '나쁜 보스'들이 조직에서 의사소통을 가로막고 전략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사태가 얼마나 많습니까? 

여러분의 조직이 '달에서 살아남기' 게임을 하면 어떨 것 같습니까? 달에서 모두 살아 남을 수 있을까요?

(*참고 사이트 : 로버트 서튼의 블로그 )

반응형

  
,

소니의 전략은 정말 멍청했나?   

2011. 8. 19. 09:01
반응형



소니와 마쓰시타 사이에 벌어진 '비디오 포맷 전쟁'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소니는 베타맥스라는 포맷을, 마쓰시타는 VHS란 포맷을 각각 비디오 녹화 방식으로 채택했는데, 결국 VHS가 시장을 석권하게 됐죠. 이 이야기는 경영의 세계에서 전략의 실패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베타맥스가 VHS보다 기술 면에서, 비디오 품질 면에서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녹화할 수 있는 분량이 영화 한편을 다 담기에는 짧아서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외면했다는 이야기, 소비자들의 니즈를 사전에 간파하지 못하고 오로지 기술적인 우위에 '취하여' 판매자 중심으로 사고했다는 이야기, 개방적인 포맷(VHS)이 폐쇄적인 포맷(베타맥스)보다 여러 VCR 제조업체에게 매력적이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기술과 품질의 우수함이 전략의 전부라고 여기는 것은 구시대적인 마케팅 전략이라는 이야기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고는 '소니는 바보였고 마쓰시타는 영리했다'란 식으로 마무리짓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하지만 진짜로 소니는 '전략적 바보'였을까요?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런 평가는 소니가 실패했고 마쓰시타는 성공을 거둔 후에 결과론적으로 내린 '사후 평가'에 지나지 않습니다. 베타맥스와 VHS가 초기에 시장에 출시될 때는 베타맥스가 시장을 석권하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VCR로 녹화했다가 나중에 보려는 니즈가 강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소니는 그런 니즈를 잘 파악했기에 그에 딱 맞는 베타맥스 포맷을 내놓은 겁니다. TV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데에 녹화 분량이 특별히 길 필요가 없었고, VHS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테이프 가격은 좋은 화질이라는 장점으로 상쇄할 수 있었죠.

비싼 테이프 가격, 폐쇄적인 포맷, 필요 이상의 화질 등 전략을 멍청하게 세워서 소니가 실패했다기보다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TV 프로그램 녹화에서 영화 대여를 통한 감상으로 옮겨갈 것임을 미리 간파하지 못해서 실패했다고 봐야 정확한 판단입니다. 소니는 베타맥스를 출시하기 전에 CTI라는 회사가 영화 대여업에서 크게 실패한 것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자신들의 전략 방향을 나름대로 옳게 설정했죠. 그 사례로부터 소비자들은 집에서 영화를 감상하기를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했던 겁니다. 반면 VHS의 성공은 소 뒷걸음 치다 쥐 잡은 격인 셈입니다. 마쓰시타가 전략을 영리하게 세웠기 때문이 아니죠.

소니가 과거의 사례와 소비자의 니즈를 철저하게 연구하여 전략을 세웠음에도 마쓰시타와의 비디오 포맷 전쟁에서 패한 이유는 바로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CTI가 영화 대여업을 시작하고 실패하는 동안 불붙지 않았던 영화 감상 니즈가 갑작스레 커지리라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는 불확실성이 소니의 실패를 옳게 지적하는 단어입니다.

소니는 베타맥스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1992년에 새로운 레코딩 기술인 MD를 출시합니다. 하지만 이 기술 역시 실패하고 맙니다. 소니는 최근(2011년 7월)에 80분 짜리를 제외한 모든 MD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하며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CD보다 작은 크기의 MD는 내구성이 강하고 쉽게 녹음이 가능했습니다. 그럼에도 역시 CD와 후에 나오는 플래시 메모리에 밀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니가 철저하게 전략을 수립했는데도 MD가 실패한 이유 역시 불확실성입니다. 바로 곧이어 인터넷이 일반화되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MD가 아니라 하드디스크에 음악을 저장하고 다른 사람들과 음악을 공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인터넷을 검색하면 원하는 음악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됐기에 번거롭게 MD에 따로 저장하여 음악을 재생할 이유가 적었던 겁니다. 소니의 전략은 훌륭했지만 인터넷이 야기한 불확실성까지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죠.

마이클 레이너는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잘못된 전략에 있지 않고 훌륭하게 수립된 전략이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을 만나기 때문이라고 정리합니다. 훌륭한 전략은 환경의 불확실성에 따라 크게 성공할 수도 있고 크게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성공과 실패 중 어디로 갈지는 사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죠. 여기에서 '내 그럴 줄 알았다'는 사후 가정은 전략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훌륭한 전략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훌륭한 전략이 처하게 될 미래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훌륭한 전략을 수립할 때 "환경이 이러이러할 것이니 이렇게 하기로 하자"라고 했던 가정을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하는 과정입니다.

훌륭한 전략이 처하게 될 미래의 여러 가지 상황을 몇 개의 시나리오로 구분한 다음에 각 시나리오에 맞게 전략을 따로따로 마련하는 '전략 포트폴리오'를 가져야 불확실성에 따른 전략의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시나리오 플래닝만 가지고 전략 리스크를 온전하게 헷지할 수는 없습니다. 
누가 봐도 훌륭하게 만들어진 전략일수록 '이것이 최선이다. 이것 이외에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다'는 고집을 유발합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훌륭하게 수립된 전략이 가지게 될 경직성을 부드럽게 완화하는 효과를 가함으로써 불확실성에 크게 휘둘리지 않도록 만드는 방법입니다. 

과거의 교훈, 경쟁자의 성공과 실패, 시장 조사 등을 통해 훌륭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 힘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대처는 전략을 유연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전략을 위한 전략이 되지 않도록 모든 시간을 불확실성을 생각하고 전략을 끊임없이 수정해 가는 것이야말로 유일한 최선입니다.

소니의 전략은 진짜 멍청했을까요? 진짜 멍청한 전략은 무엇일까요? 요즘 소니는 상당한 위험에 처했습니다. 그동안 그들이 세운 전략이 멍청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불확실성 때문일까요?

(*참고도서 : '상식의 배반', '위대한 전략의 함정')
 
반응형

  
,

나쁜 상사가 부하의 건강을 해친다?   

2011. 8. 18. 10:15
반응형



직장 생활을 할 때 가장 어렵고 힘든 것은 무엇일까요? 과중하고 까다로운 업무일까요? 아니면, 하는 일의 수준과 양에 비해 턱없이 낮은 보상일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사람 관계'가 직장 생활을 힘들게 만드는 가장 큰 문제이고 그 중에서도 '상사와의 관계'를 지목하리라 짐작됩니다. 상사가 직원의 근무만족도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라는 점에 여러분은 거의 모두 동의할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30년간 10만 명을 대상으로 한 갤럽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원들이 자신의 회사를 '좋은 기업'이라고 평가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직속 상사였다고 하니 말입니다. 상사가 직원의 만족도와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겠죠. 새삼스러울 것이 없죠.



그런데 직속 상사의 리더십이 훌륭하냐 그렇지 못하냐가 부하직원의 건강(그리고 수명)과 관련되어 있다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1992년부터 2003년까지 스톡홀름 대학의 안나 뉘베리(Anna Nyberg)와 동료들은 3,122명의 스웨덴 남성들을 대상으로 상사의 리더십이 '심장 발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그들은 먼저 조사 대상자들에게 자신들의 상사를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리더십 평가 항목은 직원에 대한 배려심, 목표와 역할에 대한 명확한 지시, 정보와 피드백 제공, 변화를 주도하는 능력, 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능력 등이었습니다. 그런 다음, 병원 기록을 토대로 부하직원들의 심장 발작 여부, 그로 인한 사망 여부 등을 조사했죠.

뉘베리는 상사의 리더십 점수가 부하직원들의 심장 발작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통계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랬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상사의 리더십 점수가 높을수록 부하직원들의 심장 발작 확률이 20% 낮았습니다. 그리고 좋은 상사(리더십 점수가 높은 상사)와 오랫동안 같이 일할수록(4년 정도) 심장 발작 확률은 39%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장 발작 위험
1년 같이 근무하면  : 1.0 --> 0.76
2년 같이 근무하면  : 1.0 --> 0.77
3년 같이 근무하면  : 1.0 --> 0.69
4년 같이 근무하면  : 1.0 --> 0.61

물론 뉘베리의 연구가 '상사가 훌륭한 리더십을 가질수록 부하직원들이 더 건강하다'라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 상사의 리더십과 부하직원들의 건강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밝혀냈을 뿐이죠. 나쁜 상사가 나의 건강을 해친다, 라고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서는 곤란합니다.

그렇지만, 이 연구 결과는 상사가 부하직원의 건강, 더 나아가 직원들의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 중에 적어도 하나라는 점을 추론케 합니다. 심장 발작과 같은 질병이 주된 원인이 스트레스이고, 스트레스의 주된 원천이 상사라고 많은 직원들이 호소하는 점을 인정한다면, 상사의 리더십과 직원의 건강 사이에 '어느 정도'는 인과관계가 존재하리라 추측할 수 있겠죠(조심스러운 추측이긴 합니다).

만일 이 인과관계가 밝혀진다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법 중에서 상사의 리더십을 강화하거나, 강화할 수 없다면 다른 이로 교체하는 등의 조치가 효과적이겠죠. 직원의 생산성은 정신과 신체의 건강함에서 기반하니까 말입니다.

여러분의 상사는 어떻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건강 상태는 어떻습니까? 둘 간에 어떤 관계가 존재한다고 평소에 느끼고 있나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댓글로 달아주세요. ^^

(*참고논문 : Managerial leadership and ischaemic heart disease among employees )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