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에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시어즈(Sears)는 18건이나 되는 집단소송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시어즈는 시어즈 오토 센터(Sears Auto Centers)라고 불리는 자동차 정비 체인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정비소 직원들이 필요하지도 않은 부분을 정비하고서 고객에게 과도하게 많은 수수료를 청구해 왔다는 것이 집단소송의 이유였습니다. 엔진오일을 교환하러 가면 브레이크가 이상하니 그것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거나, 스티어링 휠(핸들)이 뻑뻑한 이유로 정비소를 찾으면 '이것도 함께 고쳐야 한다'고 말하면서 고객을 속여 왔다는 것이죠. 아마 여러분도 정비소에서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한번쯤 있을 겁니다.



시어즈가 운영하는 정비 체인 뿐만 아니라, 정비소들이 벌이는 '사기 행각'은 미국 전역에서 만연해 있었죠(지금도 역시 그러할 겁니다). 고객의 99%는 자동차 내부의 구조에 대해 젬병이기 때문에 고객을 속이고 과도한 수수료를 챙기는 일은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입니다. 추산에 따르면 미국만 해도 고객들이 이렇게 필요 이상으로 지출하는 자동차 정비 수수료가 4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1732만대로서 미국의 7% 수준입니다. 물론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단순하게 계산하면 우리나라에서도 1년에 28억 달러(약 3조 원)의 부정이 저질러질지도 모른다는 추산이 가능합니다. 자동차 1대 당 약 17~18만원 정도가 부당하게 지출될지도 모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시어즈는 결국 소송에서 패배하여 수천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해야 했지만, 그것을 계기로 '사기 행각'을 멈추지는 않았죠. 계속해서 수많은 소송에 휘말렸으니까요. 자동차 정비 사업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사업에서도 비슷한 류의 속임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역시 거액의 보상금을 물어야 했습니다. 결국 15년 동안 무려 20억 달러에 이르는 합의금을 지불해야 했죠(그동안 부당하게 얻은 매출에 비한다면 적은 액수이긴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객의 자동차에 할 필요가 없는 수리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멀쩡한 부품을 새것으로 갈아 끼워야 한다고 은근 슬쩍 압박을 주며 고객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엇이 그렇게 만드는 걸까요? 물론 모든 사업체는 매출을 올리는 것이 지상목표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은 돈을 고객으로부터 얻어내려는 인센티브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런 욕구를 더욱 강화시키고, 점점 더 많은 '사기 행각'에 스스로 눈을 감게 만드는 근본요소는 무엇일까요? 직원들고 경영진들이 더욱 탐욕해졌기 때문일까요? 만일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탐욕스럽게 만들었을까요?

가장 혐의가 큰 것이 바로 경쟁을 성장의 동력으로 인식하는 성과주의 철학입니다.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본급을 줄이고 업무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성과급을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외부경쟁을 내부경쟁의 강화로 이겨낼 수 있다는 논리가 성과주의의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해진 업무량을 완수하면 과거엔 100을 받았지만, 동일한 양을 일해도 80~90 밖에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당연시되었습니다.

'일했으면 성과를 내라'고 하거나 남들보다 월등하게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을 일종의 '도덕'이나 '직업윤리'로 직원들에게 쇄뇌시키기에 이릅니다. 이렇게 되어서 결국 관리자들과 직원들이 작은 '부정'에 눈 감아버리고 그런 부정 행위는 자신의 생계를 위한 정당한 방편이라고 합리화하기에 이르지 않았을까요?

눈 앞에 놓인 단기적인 성과를 부채질하면서 직원들에게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여러 회사에서 목격합니다. 어떻게 하면(부당한 방법을 써서라도) 고객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끌어올까를 속으로 궁리하면서 겉으로는 윤리경영이라는 탈을 쓴 기업들을 한 두 곳쯤은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나쁜 성과'를 장려하고 그 '나쁜 성과'를 달성치 못하는 직원들에게 '나쁜 보상'을 한다면, 기업의 '부정 행위'는 지속적으로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성과'를 달성하려는 '좋은 의도'가 발 붙일 곳이 없죠.

경쟁을 통해 세상이 예전보다 더욱 활기있고 더욱 풍요로워졌다는 점에 이견은 없습니다. 하지만 경쟁이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처럼 기업의 정의(正義)와 직업윤리를 치고 달아나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존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최우선목표라면, 이제는 오랫동안 생존하는 것이 기업의 최우선목표로 대체되어야 합니다. 오일 갈러 갔다가 쓸데없이 엔진을 수리하는 일, 그런 부정으로 얻은 '나쁜 성과'는 불량식품처럼 달콤하지만 기업을 병들게 만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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