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소리   

2009. 11. 28.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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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소리



메조소프라노와 나는 사랑을 한다
시절이 깊어져 눈 내릴 때면
낮은 음 하나 밀며 가는 몸짓을 나는 기억한다

찬 입김이 성에가 될 때
그 날, 잠길 듯한 안개의 속살 같이
소리 없는 노래 위에 입술을 댄다

가느다란 숨 몰아 쉬며 나는 돌아눕는다 
무제(無題)의 계절과 나의 이연(異然)은
더 이상 회상되지 않는다
오로지 낮게 사라질 뿐, 그 날,
손 건네고 받은 찬 손과
고개 숙여 안기는 이마와 
그 위로 녹아 내리는 눈처럼
오로지 높이 휘날릴 뿐이다

메조소프라노와 나는 사랑을 한다
머무는 바람의 저향(低響)같이
숲을 헤치는 울림같이
아픈 겨울 소리를 공명하며
함께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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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플래닝, 이제 온라인 교육으로!   

2009. 11. 2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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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모 기업을 대상으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주제로 한 온라인 교육 컨텐츠가 개발 완료 단계에 있습니다. 아직은 특정 기업만을 위한 컨텐츠라서 일반에 공개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내년 초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한 온라인 교육 컨텐츠를 별도로 개발하여 오픈할 예정입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시나리오 플래닝을 온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기대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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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져주는' 전략이 좋다   

2009. 11. 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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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A사와 여러분 회사가 새로운 시장(예를 들어 중국시장)에 진입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해서 서로 상대방이 얼마나 '강적'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의 회사가 다시금 시장을 넘보지 못하도록 A사를 완벽하게 '무찌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경쟁에서 매번 이기는 전략이고, 또 하나는 일부러 몇 번 져 주다가 막판에 힘을 모아서 압승하는 전략입니다. 매번 이기는 전략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인데, 이 전략의 문제점은 매번 이기기 힘들다는 데 있고, 매번 이길 때마다 A사의 설욕 의지를 불태우는 부작용이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인 몇 번 져 주면서 힘을 비축해 놓고 A사가 방심한 틈을 이용해서 결정적인 펀치를 날리는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수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전략입니다.


A사가 여러분의 회사를 '강한 회사'라고 여길 확률이 60%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또한, A사가 강한 회사와 경쟁해서 승리할 확률을 40%라고 간주하고, 약한 회사와 경쟁해서 승리할 확률을 80%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이때 여러분이 경쟁에서 한번 져주면, A사가 여러분의 회사를 강한 회사라고 여길 확률은 60%에서 어떻게 변할까요?

  한번 진 후, A사가 여러분 회사를 강한 회사라고 여길 확률 

                   =  (60% * 40%) / (60% * 40% + 40% * 80%)  = 약 43% 

한번 지고나니까, 60%에서 43%로 줄었습니다. 이 공식은 '베이스의 정리(Bayes' Theorem)'에서 나온 것입니다. '어떤 사건이 벌어진 후의 확률'은 그 일이 벌어지기 전의 확률과는 다르다는 것이 베이스 정리의 의미입니다. 즉, 일부러 한번 진 후의 확률(사후확률)은 그러기 전의 확률(사전확률)과 다르다는 말인데, 자세한 것은 몰라도 상관 없습니다.

만일 여러분의 회사가 일부러 한번 더 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베이스의 정리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계산됩니다.

  두번 진 후, A사가 여러분 회사를 강한 회사라고 여길 확률

                   =  (43% * 40%) / (43% * 40% + 57% * 80%)  = 약 27% 

43%에서 27%로 떨어지는군요. 즉, A사가 여러분 회사를 '강적'이라고 여길 확률이 27%가 됐다는 겁니다. 만일 한번 더 진다면(총 3번 진다면), 이 확률은 약 16%까지 하락합니다. 이렇게 되면 A사는 득의양양해져서 방심할지도 모릅니다. 바로 이때가 반격을 가할 시점입니다.

이 방법은 수학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효과가 증명된 전략입니다. '삼국지'를 읽어보면 일부러 져주는 전략이 종종 등장합니다. 이를 삼국지에서는 '교병계(驕兵計)'라고 말합니다. 일부러 패배함으로써 적들을 자기도 모르게 교만하게 만들어 함정에 빠뜨리는 계략입니다. 유비가 육손이라는 위나라 장수에게 대패한 적이 있는데, 그때 육손이 구사한 전략이 바로 교병계였습니다.

교병계는 기업 간의 경쟁 전략 뿐만 아니라, 협상을 할 때도 효과가 있ㄴ느 방법입니다. 흔히 '말이 청산유수인 사람보다 어눌한 사람이 영업을 더 잘한다'는 이야기는 교병계가 효과를 발휘하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손자병법의 손자는 "적이 악착같이 싸울 때 느긋하게 기다리고, 적이 굶주려 있을 때 배불리 먹는 것, 이것이 자기 힘을 절약하는 예술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상대방이 나의 실력을 잘 모를 때, 상대방을 일시에 제압하기 어려울 때,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이길까 고민하는 것보다 '치명적이지 않는 선'에서 한두 번 일부러 져줌으로써 나중에 큰 승리를 거두는 방법을 궁리해 보면 어떨까요?

* 계산이 틀려서 수정했습니다. ^^
* 참고도서 '삼국지와 게임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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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기대어 하늘을 본다   

2009. 11. 2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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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기대어 하늘을 본다



11월이 간다
잎을 잃은 나무는
늙은 병정마냥
헐벗은 시절을 지키고 섰다

하늘을 본다
타워크레인으로 반쯤 가려진 하늘은
제 빛을 잃고 제 높이를 잃은 채
구름 아래로 누웠다

길이 흐른다
잿빛 연무 사이로 음향을 잃은 자동차들이
사람조차 잃은 거리를 흐르다가
각기 다른 서식처로 고인다

창가에 기대어 하늘을 본다
늙은 병정의 기침처럼 앓는 얼굴이다
찬 바람에 나뒹구는 11월은
타워크레인 끝에 걸린 채로
얕은 어둠에 잠긴다

제 색을 잃고 제 깊이를 잃은 시절이
1밀리씩 흐른다
11월이 이렇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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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그 시(時)   

2009. 11. 2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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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그 시(時)


어둔 낯빛으로 하늘이 내려 앉고
피곤이 습관이 된 사람들은 목을 꺾는다


검은 다리, 흰 다리, 또는 하나뿐인 다리들이
집으로 향하는 시간


이 시간들이 쌓여 시절이 되고
시절이 상처되어 이 땅에 딱지처럼 앉는다면
멀고 먼 그날, 그시
존재는 드디어 무거운 마침표를 찍는다


모두들 바쁘게 살고
모두들 바쁘게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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