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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린 포스트에서 '망원경 효과'를 다뤘는데, 오늘은 그와 반대되는 '현미경(Microscope) 효과'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 또한 조심해야 할 효과입니다.
여러분이 두 개의 설계도 중 하나를 가지고 제품을 생산한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A설계도는 5개의 핵심부품을 근간으로 그려져 있는 반면, B설계도는 10개의 핵심부품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A든 B든 똑같은 기능을 만족하는 제품의 설계도입니다. 각 부품들이 핵심부품이기 때문에 하나만 잘못돼도 제품 전체에큰 영향을 미칩니다. 여러분은 이 중 어떤 설계도를 선택해야 할까요?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에펠탑을 잘 볼 수 없습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당연히 핵심부품의 수가 적은 A설계도를 선택할 겁니다. 그 이유는 부품의 수가 적을수록 시스템 전체의 오류가 낮기 때문일 겁니다. 만일 개별 부품의 신뢰도가 99.5%라고 한다면, 각 설계도에 의한 시스템 전체의 신뢰도는 다음과 같이 결정됩니다.
A설계도에 의한 시스템 전체 신뢰도
= 0.995 의 5제곱 = 0.975 = 97.5%
B설계도에 의한 시스템 전체 신뢰도
= 0.995의 10제곱 = 0.951 = 95.1%
부품의 갯수가 많아지면 시스템 전체의 신뢰도는 개별 부품의 신뢰도보다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를 기업의 조직 설계에 적용하면 가능한 한 조직을 심플하게 가져가는 것이 회사의 안정성을 위해 좋은 전략이라는 시사점을 얻습니다.
그러나 실제 조직에서 이런 시사점을 망각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조직을 쪼개고 분리해서 단위조직의 크기를 작게 가져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대(大)사업부를 작은 사업부로 나눈다든지, 예전 같으면 '담당' 수준인 조직을 팀으로 구분하는 경우들이죠.
또한 '직무중심의 인사'라고 해서 개별직무의 가치를 따지고, 직무별 담당업무와 역량을 현미경을 들여다 보듯 가능한 한 미시적으로 설정하려 합니다. 그래야 직원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인사 컨설팅을 하고 있지만, 직무 중심 인사에 대한 회의를 많이 느낍니다.)
물론 잘게 나뉜 조직들이 각자 100%의 신뢰도를 가지고 업무에 종사한다면 회사 전체의 운영엔 아무 문제가 없겠죠. 하지만 조직이란 게 헛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서 누수가 발생하지 않는다 해도 99.5% 정도가 개별 단위조직에게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신뢰도입니다. 그러므로 심플하게 설계된 조직을 일부러 나누는 작업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회사 전체로 보면 신뢰도를 깎아 먹는 조치가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미시적인 관리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물론 개별 팀의 현재 신뢰도가 너무나 저조하다면(예를 들어 70%), 미시적 관리를 통해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회사 전체의 신뢰도도 높아지죠.
하지만 현재 개별 단위조직들이 큰 문제 없는 신뢰도로(예를 들어 95%) 운영되는데, 그보다 더 잘 관리하겠다고 조직을 세분화했다가는 단위조직 신뢰도의 향상분보다는 시스템 전체의 신뢰도의 하락분이 더 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트레이드 오프(Trade-off)를 면밀히 따지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더 복잡한 시스템이면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능이 심플한 기계보다는 뭔지 모르겠지만 화려한 기능을 자랑하는 기계에 혹하고 말죠. 미시적 경영관리를 위한 툴들은 전략적인 판단력을 흐린다는 사실에 주의하십시오. 그것이 회사 전체의 효율과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지 따져보고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 무턱대고 들여왔다가 도입 안 하니만 못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더 잘 하려다가 조직 전체를 망치는 '현미경 효과'를 경계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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