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미스 김'을 찾자   

2009. 9. 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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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겠지만, 문제는 '기대하는 상태와 현 상태와의 갭'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문제를 발생하도록 만든 것들을 원인(Cause)이라고 부릅니다. 원인은 눈에 보이는 원인이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원인은 말 그대로 상황을 들여다 보면 무엇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는지 금세 눈에 띄는 원인을 말합니다.

원인의 2가지 종류
1) 눈에 보이는 원인
2)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

눈에 보이지 않은 원인을 들여다 봅시다


예를 들어 최 대리가 바닥에 넘어진 상황을 목격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최 대리가 안전하게 걷는 상태와, 넘어져서 고통을 느끼는 상태 사이의 차이라고 정의되겠죠. 문제해결사의 본능을 타고난 여러분은 그에게 달려가 어떻게 그가 넘어졌는지 살펴볼 겁니다.

여러분은 최 대리가 고통스럽게 엉덩이와 무릎을 연신 문지르는 모습을 안쓰럽게 쳐다보다가 바로 옆에 바나나 껍질이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합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아하, 저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진 거로군!' 라고 쉽게 원인을 지목할 수 있지요. 게다가 바나나 껍질이 누군가에게 밟힌 듯한 모양으로 짓이겨져 있다면 더욱 확실할 겁니다. 이때 바나나 껍질은 눈에 보이는 원인입니다.

여러분이 최 대리에게 바나나 껍질을 흔들며 "바로 이것 때문이야! 좀 보고 다녔어야지"라고 충고할 때 문 뒤에서 옆 부서의 미스 김이 불안하면서도 고소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바나나 껍질은 그녀가 일부러 바닥에 떨어뜨렸기 때문입니다. 사실 최 대리와 미스 김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사내 커플이죠. 하지만 회사 문화상 사내 커플임을 당당히 드러내지 못하고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야 안심하고 만날 수 있었죠.

헌데 최 대리가 새로 입사한 미스 정에게 필요 이상의 친절을 베푸는 게 아니겠습니까? 미스 정은 늘씬하고 얼굴도 예뻐서 같은 여자가 봐도 끌릴 외모였죠. 최 대리를 괘씸하게 생각한 미스 김은 꾀를 생각해 냈습니다. 그녀는 "최 대리님, 바나나 좀 드세요." 라고 정수기 근처로 최 대리를 끌어 내는 데 성공했지요. 그와 공적인 이야기를 하는둥마는둥 하다가 그녀는 자신이 먹던 바나나 껍질을 몰래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는 최 대리가 그걸 밟는 타이밍을 정확히 포착하여 있는 힘껏 그를 밀고 문 뒤로 숨어버렸던 거죠. 사건의 전말은 이랬습니다.

미스 김의 계략은 바로 여러분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입니다. 최 대리는 바나나 껍질을 흔들어대는 문제해결사의 의기양양한(고소해 하는) 표정을 보면서 '실은 미스 김이...' 라고 할 뻔하다가 급히 입을 닫을 겁니다. 커플인 게 들통나면 안 되니까요. 최 대리는 사라진 미스 김이 어디 있는지 두리번거리겠지만, 그걸 알 리 없는 여러분은 '그만 일어나고 일 해'라며 핀잔이나 주겠지요. 그래서 미스 김의 귀여운 폭행(?)은 영원히 미결의 사건으로 남습니다.

여러분이 뛰어난 문제해결사라면 최 대리에게 바나나 껍질을 들이대기 전에 바나나 껍질 이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이 존재하지 않을까 의심을 '자동적으로' 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원인은 대개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으로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의 매출액이 급감하는 문제는 '경쟁사의 대대적인 신제품 출시'라는 눈에 보이는 원인 때문이지만, 고객들이 저가보다는 세련된 디자인을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에서 기인했을지 모릅니다.

문제의 근본원인(Root Cause)을 찾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분석의 초점을 맞추기를 권합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근본원인은 대개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들이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원인이 확실하게 문제를 일으킨 주범이라는 확신이 들어도 그 이면에 미스 김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이 숨어있지 않은지 계속 의심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근본원인  =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느 패밀리 레스토랑의 주방에 작은 화재가 나서 2백만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일차적인 원인은 화염감지기가 고장이 나서 스프링쿨러가 작동되지 않았던 까닭이었다고 해보죠. 현장에 투입된 문제해결사는 화염감지기 관리를 소홀히 한 매장 매니저에게 일단 호통을 칠 겁니다. 그리고 본사에 보고해서 이 매장의 화염감지기를 새로 설치할 것을 건의하면서 원래의 자리로 물러나겠지요.

그런데 불과 며칠 후에 다른 매장에서 또다시 작은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역시 작동되지 않은 화염감지기 때문에 화재가 초기에 진화되지 못했습니다. 문제해결사는 관리 책임을 물어매장 매니저를 해고할 것을 상부에 보고합니다. 그리고는 전국의 매장에 화염감지기를 일괄적으로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건의를 올리겠지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문제해결사는 이제 더이상 화재가 발생하지 않을 거란 믿음으로 '문제 해결 완료!'를 속으로 외칠 겁니다.

여러분이 만약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문제해결사의 자질을 다시금 생각해야 합니다. 화염감지기를 판매하는 OO사의 CEO가 이 회사 CEO의 친동생이라서 소요되는 물품을 독점적으로 납품한다는 사실을 모르면 또다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CEO의 친동생이라는 특권을 이용해서 품질은 엉망이고 제품을 비싸게 팔아넘긴 관행이 지속됐기 때문에 화염감지기를 새것으로 일괄 교체한다 해도 개선될 여지가 전혀 없겠죠.

이처럼 눈에 보이는 원인보다는 근본원인이 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을 탐색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백날 화염감지기를 교체해 봤자 소용이 없듯이, 근본원인을 찾지 못하면 해결책은 그저 미봉책에 불과할 겁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원인을 탐색해 들어가야만 근본원인을 발견할 수 있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근본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말은 당연한 것 아냐?' 라고 약간 비꼴지 모르겠군요. 허나 제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원인에 그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 중에서도 1차적인 것만 찾은 다음에 곧바로 해결책 마련에 들어가는 경향이 큽니다. 이유가 여러 가지지만, 근본원인을 끝까지 탐색해서 찾아냈다고 해도 그것을 실증(참 또는 거짓이라 증명)하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근본원인일수록 근거를 찾아내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거죠. 주위 사람들이 근거에 대해 공격을 가할 거란 생각에 누구나 인정하는 원인, 즉 눈에 보이는 원인을 근본원인으로 잘못 채택하려는 유혹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 버립니다.

또, 위의 예처럼 CEO 끼리의 유착관계를 겉으로 드러낼 용기가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했다가 짤리는 것 아냐?'라는 두려움 때문에 매장 매니저들에게 대대적으로 교육 시키거나, 소방시설을 새것으로 일괄 교체하는 방법은 전시효과 밖에 기대할 것이 없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문제의 뿌리는 터질 때를 기다리며 웅크리고 있을 뿐입니다. 문제해결사의 존재 목적은 문제의 해결이므로 대충 눈에 보이는 원인만을 미봉책이란 이불로 덮어 버리고서 의뢰인을 속이면 안 되겠죠. 문제 해결로 인해서 의뢰인을 기분 나쁘게 할지언정 자신감 있게 문제의 근본원인에 접근하여 캐내기를 바랍니다.

   근본원인을 탐색하는 것은 두려운 일

1) 근거를 대기가 어려울 거란 선입관 때문
2) 근본원인을 밝히면 의뢰인이나 이해관계자를 화 나게 만들 거란 생각 때문

오늘은 근본원인을 탐색함에 있어 문제해결사가 가져야 할 마인드를 말씀드렸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찾아 낸 여러 가지 '후보 원인' 중에서 진짜 원인을 찾는 논리적인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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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09. 9. 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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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엔 모두 8권을 읽었다(8월이라 8권인가?)

지금까지 모두 63권이다. 100권 돌파는 아마도 힘들듯... ^^


Slumdog Millionaire : 우리말로 번역된 걸 지난 달에 읽었는데, 영어 공부도 할겸 영문으로 다시 읽었다. 역시 글이 쫀득쫀득하니 맛있다. 영어 원문이 어떻게 번역됐는지 생각해 보면서 읽는 것도 나름 흥미로웠다.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 칼뱅의 권위주의적 기독교 사상에 목숨을 걸고 맞섰던 카스텔리오의 이야기다. 역사는 반복된다더니, 이 책의 내용에 끄덕이는 건 왜 일까? 일독을 강력히 권한다.

앎의 나무 : 인간의 인지 능력이 생물학적으로 어떤 뿌리를 가지는지 철학적으로 서술한 책. 좀 어려운 책이다. 머리가 어지럽다면 이런 책은 권하지 않겠다.

과학적 추론의 이해 : 과학의 추론 방식과 사례를 교과서적으로 서술한 책. 과학이 실험을 통해 어떻게 사실들을 구축해 가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은 가이드가 된다.

과학의 수사학 : 과학에서의 설득 과정을 수사학적으로 분석한 책. 수사학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이 책이 아주 어렵게 느껴지리라. 나 또한 어려워서 대충 훑어 봤으니...

믿을 수 없는 생물진화론 : 고생물학적, 분류학적 관점에서 생물의 진화론에 관해 설명한다. 초보자도 금세 진화론의 의미를 깨닫도록 설명이 친절하고 간결하다. 일본책의 특징인가? 일독을 권한다.

괴짜 사회학 : 한 사회학자가 갱단 내부에 들어가 갱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소설처럼 이야기하는 책. 제목만 아니라면, 자전적 소설처럼 느껴지는 게 흠이다. 정리된 이론을 기대한다면 오산. 그저 미국의 갱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고싶다면 이 책을 권해 본다.

과학적 추론의 기초 : 좀 오래된 책이라서 이미지가 없다. 제목 그대로 과학적 추론의 기초에 대해 이야기한다. 허나 기초 치고는 좀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었다. 어려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억지로 정독하는 건 좋은 책읽기 전략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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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여행] 번외 사진들   

2009. 8. 3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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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에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 중 번외에 해당하는 사진들을 올립니다. 여행 다녀오면 사진 밖에 남는 게 없다는 말이 맞습니다. 사진을 보며 그때 그 순간의 느낌을 회상할 수 있으니까요.

사진에 대한 설명을 굳이 달지 않겠습니다. 편안하게 봐 주십시오.

(*클릭하면 시원하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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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핵심인재에 목을 매십니까?   

2009. 8. 3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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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생각을 정리해 가는 과정 중에 있으므로, 오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천재론'으로 대변되는 핵심인재 관리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MUST' 경영시스템으로 자리잡은 듯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예전에 제가 핵심인재 관리의 허점에 대해 포스팅했듯이, 핵심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평가의 신뢰성이 떨어져서 엉뚱한 사람을 핵심인재 pool에 등록하거나, 핵심인재임에도 불구하고 배제시키는 오류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핵심인재 관리가 회사의 성과를 높이는 데 별로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정량적인 분석으로 증명하고자 합니다. 동시에, 일반인재의 역량(혹은 생산성)을 우선하여 향상시키는 것이 회사 성과에 더 도움이 됨을 보이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회사가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직원 1인당 목표 할당액 : 10 억원/년

현 생산성
    - 일반인재 : 1 억원/비용
    - 핵심인재 : 5 억원/비용

위와 같은 상황일 때 여러분이 직원들의 역량 향상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런데 예산의 한계 때문에 여러분이 취할 수 있는 대안은 다음과 같이 두 개 뿐입니다. 

[취할 수 있는 대안]
1) 일반인재에 초점을 맞춘 역량 향상 프로그램
2) 핵심인재에 초점을 맞춘 역량 향상 프로그램

[예상되는 생산성]
    - 일반인재 : 1.1 억원/비용   (10% 향상)
    - 핵심인재 : 10 억원/비용    (100% 향상)

[가정]
(* 이 가정에 유의하십시오. 가정이 다르면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 전체 직원수는 100명으로 고정함 (물리적으로 필요한 직무 수 때문)
   - 직원 1인당 목표 할당액을 1년 안에 직원 모두가 달성하도록 함
   - 핵심인재 관리를 도입하는 많은 회사가 그렇듯, 이 회사가 속한
      산업은 성숙기에 도달한 상태라 가정함
   - 시장 크기와 시장점유율 한계, 직원 1인당 고객 커버리지 한계,
      유연하게 업무가 할당되지 못하는 조직의 관행 등 때문에
      위에서 설정한 직원 1인당 목표 할당액(10억원/년)을 상회하는 성과를
      직원 1인이 달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가정함
   - 위 대안 이외에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없다고 가정함

각각의 대안을 실행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동일하고, 역량 향상 프로그램을 완료했을 때 위와 같은 '예상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면, 여러분은 둘 중 어느 것을 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언뜻 보면, 핵심인재에 초점을 맞춰서 역량 향상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이 훨씬 좋은 대안입니다. 원래 5 억원인 핵심인재의 생산성을 100% 향상시켜서 10 억원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정량적으로 따져보면 직감과는 다른 결과를 얻습니다. 아래의 그래프는 위의 1)번 대안과 2)번 대안을 실행했을 때 예상되는 비용의 감소폭을 나타냅니다. 


보다시피, 핵심인재 비율이 46%보다 작을 때에는 일반인재의 생산성을 향상시켰을 때의 비용 절감폭이 더 큽니다. 예컨데, 핵심인재 비율이 10% 미만이면 핵심인재를 대상으로 역량 향상 프로그램을 실시해도 비용의 감소폭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핵심인재 비율이 46%보다 클 때만 핵심인재의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비용 절감폭이 더 크지요.

우리는 여기서 이런 결론을 얻습니다. "핵심인재의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는 한, 일반인재의 역량 향상을 우선하는 것이 회사의 성과에 유리하다." 물론 인력의 다수(위의 예에서 46% 이상)가 핵심인재라면, 핵심인재에 초점을 맞춘 역량 향상 프로그램이 유리합니다. 그러나 일반인재보다 5배 이상의 생산성을 보이는 핵심인재들이 조직에서 얼마나 되겠습니까? 제 경험으로 보면, 많아야 10% 내외입니다.

또한 핵심인재들에게 역량 향상 프로그램(교육이든 액션러닝이든)을 제공한다고 해서 역량이 금세 높아지길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그들은 최대 Capa.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위의 예에서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생산성이 2배 향상된다고 가정한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되면, 7억원 정도로 낮춰보면 어떨까요? 시뮬레이션 해 보면 알겠지만, 핵심인재 대상의 역량 향상 프로그램이 효율적이려면 핵심인재의 비율이 더 커져야 합니다.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면, 아래의 파일을 다운 받아서 '빨간색'으로 된 셀의 내용을 다른 숫자로 바꿔 가면서 그래프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기 바랍니다 (참고로, mith는 myth의 오자가 아니라, managing individual top & high-performer의 약자로 제가 그냥 쓰는 말입니다. ^^)


허와 실을 올바로 깨닫고 경영의 유행을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제도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핵심인재 관리도 마찬가지죠. 핵심인재 관리 제도가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시킬 거란 막연한 희망을 거두고, 여러분의 회사가 진정 초점을 맞춰야 할 전략이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 여러분의 참고를 위해, 아래에 반론을 달아주신 'Taeyong Lee'님이 작성한 excel file을 올립니다. 저와 생각이 정반대이신데 ^^ 제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니, 독자 여러분들이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 (myth라고 이름을 바꾸셨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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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지도 불확실하지도 않을 때의 의사결정은?   

2009. 8. 3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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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서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오늘은 '완전히 확실하지도, 완전히 불확실하지도 않은 상황' 하에서 어떻게 의사결정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완전히 확실하지도, 완전히 불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이 무엇인지 알아봐야겠군요. 이런 상황이란 향후에 펼쳐질 외부환경의 모습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어서 각 시나리오(즉, 외부환경의 유형을 말합니다. 앞으로 시나리오라는 말을 쓰겠습니다)의 발생확률을 대략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을 말합니다. 지난 번에 언급한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은 어떤 시나리오가 발생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어서 모두 동일한 발생확률을 갖는다고 가정한 걸 기억할 겁니다.

디저트를 먹을까요, 말까요?


완전히 확실하지도, 완전히 불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은 다음과 같이 각 시나리오의 발생확률을 추정할 수 있는 경우를 일컫습니다.

 가치 매트릭스
부동산이 오른다
(확률 = 0.7)
유지된다
(확률 = 0.2)
내린다
(확률 = 0.1)
 집을 구매한다  10 3
 전세로 거주  -5 0 0
 월세로 거주  -5 0 2

여기서 각 시나리오의 발생확률을 어떻게 해서 추정했는지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나름의 근거와 직감을 바탕으로 구한 값이라고만 언급하겠습니다. 

사실 정성적인 상황을 위와 같이 확률이라는 정량적인 값으로 얻어내는 확실한 방법은 없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거라는 신호가 시장에서 '많이' 그리고 '자주' 감지된다고 해서 '부동산이 오른다'는 시나리오의 발생확률을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즉, 근거의 수(양)가 많다 해서 발생확률을 높게 간주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단 하나의 사건만으로 그와 다른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근거의 질' 또한 발생확률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고려 사항입니다. 근거의 질이란, 그 근거가 해당 시나리오의 발생을 강하게 지지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과 관련한 규제를 해제할 거란 소식이 나온다면 다른 시나리오를 지지하는 근거들이 제아무리 많아도 '부동산이 오른다'는 시나리오를 강력하게 지지하기 때문에 근거의 질이 매우 높습니다.

완벽하지 않지만 발생확률을 판단할 때 다음의 가이드를 참조하기 바랍니다. 근거의 질을 더 우선함을 유의하십시오.

근거의 수가 많고, 근거의 질이 높다 → 발생확률 0.8 ~ 1.0 정도
근거의 수가 적고, 근거의 질이 높다 → 발생확률 0.6 ~ 0.8 정도
근거의 수가 많고, 근거의 질이 적다 → 발생확률 0.4 ~ 0.6 정도
근거의 수가 적고, 근거의 질이 낮다 → 발생확률 0.0 ~ 0.4 정도

발생확률의 위의 매트릭스처럼 추정됐다고 가정하면, 여러분은 어떻게 해결책을 선택해야 할까요? 의사결정 시 여러분이 취할 수 있는 첫 번째 전략은 '발생확률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보이는 해결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위의 매트릭스에서 '부동산이 오른다'는 시나리오의 발생확률이 0.7로 가장 큰데요, 이때 가장 높은 가치를 보이는 '집을 구매한다'는 해결책을 취하면 됩니다.

너무나 간단한 의사결정이지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발생확률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라는 말은 다른 시나리오에 비해 '독보적으로' 발생확률이 높아야 함을 의미합니다. 단순하게 상대적으로 가장 큰  발생확률을 갖는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3개의 시나리오가 각각 다음과 같이 발생확률을 갖는다고 가정해보죠.

시나리오 1 : 발생확률 0.5
시나리오 2 : 발생확률 0.4
시나리오 3 : 발생확률 0.1

시나리오 1의 발생확률이 다른 것보다 높지만 독보적이지는 않습니다. 0.5 라는 발생확률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확률이 반반이라는 말이므로 발생할 거라는 믿음을 갖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시나리오 2의 발생확률(0.4)와 별 차이도 없습니다.

독보적이란 말은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떤 시나리오가 독보적인 발생확률을 가진다는 말은 다른 시나리오들의 발생확률을 모두 합한 값에 2를 곱한 수보다 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if 
        시나리오 N의 발생확률 > (나머지 시나리오들의 확률을 모두 더한 값) * 2
then
        시나리오 N은 '독보적 시나리오'

위의 가치 매트릭스에서 '부동산이 오른다'는 시나리오는 이 조건을 만족하므로 독보적인 시나리오입니다. 따라서 이 시나리오에서 가장 가치가 큰 '집을 구매한다'는 해결책을 선택하면 되겠죠.

만약 독보적인 시나리오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럴 땐 '최고의 기대값을 보이는 해결책'을 선택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습니다. 기대값이란 시나리오의 발생확률과 가치를 곱한 값을 합산한 수치를 말합니다. 가치 매트릭스가 다음과 같다면 기대값은 각각 맨오른쪽 열과 같이 계산됩니다.

 
부동산 오른다
0.5
유지된다 
0.4
내린다
0.1
기대값 
 집을 구매한다  10 0  -5 0.5*10+0.1*(-5)
= 4.5
 전세로 거주  -10 5 0  0.5*(-10)+0.4*5
= -3.0
 월세로 거주  -5 0 5  0.5*(-5)+0.1*5
= -2.0

기대값이 가장 높은 해결책이 '집을 구매한다'이므로 그것을 최종 해결책으로 선택하면 됩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조심해야 합니다. 기대값이 가장 높은 전략을 취하는 것이 높은 가치(혹은 작은 손실)을 항상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위의 매트릭스에서 집을 구매하는 해결책의 기대값이 가장 높다 해도 부동산 가격이 유지되거나 내린다면 전세로 거주하는 방법보다 나쁜 해결책이 돼버리고 맙니다. 게다가 부동산이 오르는 시나리오와 유지되는 시나리오는 발생확률 차이가 겨우 0.1 밖에 안 됩니다. 부동산이 오를 경우에만 집을 구매한다는 해결책이 좋은 해결책이지, 나머지 시나리오에서는 전세나 월세로 거주하는 방법이 최고의 해결책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동전이나 주사위를 수십 번 던지는 것처럼 집을 구매할지를 수십 번 할 수 있는 기회나 능력이 있다면 위의 기대값이 충분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의사결정의 기회는 한번이나 기껏해야 두세 번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기대값만 가지고 최고의 해결책을 구하려는 시도는 상당히 무모합니다. 기대값이 높은 해결책을 취하는 방법은 여러 번 시행이 가능한 의사결정 사안일 때만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집을 구매할지 말지, 다른 회사로 이직할지 말지와 같이 오직 한 두 차례의 시행한 가능한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때는 다음의 절차를 따르기 바랍니다.

1) 0.2 미만의 발생확률을 갖는 시나리오를 삭제한다
2) 남겨진 시나리오들의 발생확률을 모두 동일하다고 간주한다
3)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 하에서의 의사결정 방법을 따른다

위의 매트릭스에서 '부동산이 내린다'는 시나리오의 발생확률이 0.1 이므로, 그것에 해당하는 열을 모두 삭제합니다. 그런 다음, '부동산이 오른다'와 '부동산이 유지된다'는 시나리오의 발생확률을 똑같다고 가정합니다. 이렇게 되면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과 같아지는데요, 지난 포스팅에서 설명한 절차 대로 '최선의 해결책', '만족스러운 해결책', '안전한 혹은 모험적인 해결책'을 찾아나가면 됩니다.

오늘의 논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완전히 확실하지도, 완전히 불확실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최고의 해결책을 찾는 방법

1) 독보적인 시나리오에 가장 높은 가치를 갖는 해결책을 택한다

독보적 시나리오가 없다면,
2) 기대값이 가장 높은 해결책을 택한다

여러 번 시행 가능하지 않다면,
3) 발생확률이 아주 낮은 시나리오를 삭제하고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 하에서의
   의사결정 방법을 따른다

지금까지 외부환경(즉 시나리오)를 고려하여 최고의 해결책을 의사결정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보다시피 좋은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려면 가치 매트릭스가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 시나리오에 처했을 때 각각의 해결책이 얼마 만큼의 가치를 보일 것인지를 근거를 바탕으로 '잘' 추정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근거가 미약한 상태에서 문제해결사 본인의 취향이나 경험에 따라 가치를 rating하면 의사결정은 무의미할 뿐더러 위험합니다.

물론 이렇게 절차에 따라 꼼꼼하게 내린 의사결정 결과가 직감에 의한 것보다 항상 좋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한번 쓱 보고 '이게 제일 낫다'고 해서 실행한 결과가 엄청나게 성공할 수 있고 또 그런 사례도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귀찮은데 이렇게 하나씩 체크할 필요가 있겠냐? 직감으로 판단해도 되는 걸!'이라고 항의 섞인 말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오직 성공한 것들만 알려지기 때문에 그와 같이 편향적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직감으로 내린 의사결정이 실패한 사례가 훨씬 더 많지만 성공하지 못했기에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 또한 직감에 의해 성공한 사례가 더 극적이므로 대대적으로 알려질 가능성이 더 큽니다. 게다가 여러분이 직감으로 내린 결정이 성공한 경험이 있다면 꼼꼼한 절차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문제해결사 여러분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의사결정을 진행할 의무와 권리가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근거가 부족해서 못하겠다는 말은 핑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1~2시간만 공을 들이면 직감의 위험을 방지하거나 직감을 보완하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시도하지 않고서 거부만 한다면 문제해결사로서의 역량을 스스로 의심해야 합니다.

오늘 날씨처럼 언제나 쾌청한 의사결정과 함께 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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