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의사결정할까?   

2009. 8. 2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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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포스팅에서 동일한 문제해결효과와 문제해결효율을 가지는 해결책들 중에서 최고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방법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여러 상황 중에서 '완전히 확실한 상황일 때'만을 다뤘습니다. 오늘은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일 때'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리적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최고의 해결책을 선택할 때 처하는 상황 3가지

1) 완전히 확실한 상황일 때
2)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일 때
3) 완전히 확실하지도, 완전히 불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일 때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일 때의 의사결정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개인이나 조직이 처할 가능성이 있는 외부환경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다양한 외부환경에 비춰 볼 때 가장 가치가 큰 해결책을 찾아내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여러분이 집을 살까 말까를 결정하려는 행위는 주거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동기로부터 나옵니다. 그러므로 집을 구입하는 것과 집을 구입하지 않는 것은 각각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이 두 개의 해결책이 각각 일장일단이 있어서 그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다면, 여러분은 각 해결책에 외부환경이라는 변수를 자연스럽게 투영시킵니다. 외부환경의 변수 중에서 집 구매 의사결정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찾아서 집을 구매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전세나 월세로 지내는 게 더 나은지를 판단해야겠죠. 이렇듯 의사결정이란 외부환경의 맥락 속에서 각 해결책의 가치를 가려봄으로써 최종적인 해결책을 택하는 과정입니다.

집을 구매할까 말까라는 의사결정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바로 '향후에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일 겁니다. 집을 거주 목적으로 구매하건, 아니면 투자 목적으로 구매하건 부동산 가격 추이를 지켜봐야 합니다. 그러므로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가치 매트릭스를 그려서 어떤 해결책이 최고의 해결책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부동산 가격 오른다 유지된다  내린다 
 집을 구매한다      
 전세로 거주      
 월세로 거주      

그런데 문제는 위의 3가지 외부환경(오른다, 유지된다, 내린다) 중에 무엇이 현실로 나타날지 불확실하는 것입니다. 점쟁이가 예언을 했든, 뛰어난 전문가가 예측을 했든간에 '완전히 확실한 상황'이라면 3가지 외부환경 중 하나가 이미 주어지므로 최고의 해결책을 선택하는 일은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쉽습니다.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란, 각 외부환경의 발생 확률이 동일해서 무엇이 현실화될지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상황을 말합니다. 위의 예가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거나 유지되거나 내리는 각각의 '시나리오(즉, 외부환경)'가 1/3 씩의 발생 확률을 가진다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최고의 해결책을 '구해내야' 할까요?

여러분이 취할 수 있는 첫 번째 전략은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것입니다. 최선의 해결책이란, 모든 외부환경에 대해서 다른 해결책보다 '더 좋은' 해결책을 뜻합니다. 아래의 매트릭스로 설명하겠습니다(숫자는 설명을 위해 임의로 기입한 것임을 염두에 두기 바랍니다).

   부동산 가격 오른다 유지된다  내린다 
 집을 구매한다 10  3
 전세로 거주  -5 0 2
 월세로 거주  -5 0  2 

위의 매트릭스에서 '최선의 해결책'이란 무엇일까요? 모든 외부환경에 대하여 다른 해결책보다 더 좋은 해결책이 발견되는지요? '더 좋다'는 말은 가치를 나타내는 수치가 더 크다는 말과 같습니다. 따라서 위의 매트릭스에서는 '집을 구매한다'는 해결책이 최선의 해결책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이를 선택해서 실행에 옮기고자 한다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해결책입니다.

그런데 위의 매트릭스처럼 최선의 해결책이 바로 발견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로서 문제해결사에게는 행운과도 같은 일이죠. 대부분의 경우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전략은 실패로 돌아가곤 합니다.

그렇다면 문제해결사는 두 번째 전략인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찾는 방법을 고려해야 합니다. 만족스러운 해결책이란 말 그대로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해결책이야'라고 판단되는 해결책을 말합니다. 문제해결사는 자신이나 의뢰인이 만족할 만한 수준을 설정한 다음에 그것을 충족하는 해결책을 최고의 해결책으로 선택하는 것이 이 전략의 핵심입니다.

만족스러운 수준은 문제해결사와 의뢰인이 합의하여 결정하면 되겠죠. 예를 들어 '가장 높은 값과 가장 낮은 값 사이의 차이가 가장 작은 해결책을 택하겠다'라고 정하거나 '평균을 내서 가장 높은 값을 나타내는 해결책을 취하겠다'라고 하면 됩니다. 만족스러운 수준은 정하기 나름입니다.

하지만 모든 해결책이 만족스러운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제해결사는 세 번째 전략을 취해야 하는데요, '안전한 해결책'을 취할지, 아니면 '모험적인 해결책'을 취할지 먼저 결정해야 합니다. 안전한 해결책이란, 최소 가치가 가장 큰 해결책을 의미합니다. 이를 다른 말로 'MinMax(최소최대) 전략'라고 부르기도 하죠. 아래의 매트릭스를 보기 바랍니다. 여기서 최소 가치가 가장 큰 '월세로 거주한다'가 안전한 해결책입니다.

   부동산 가격 오른다 유지된다  내린다 
 집을 구매한다 10  -10
 전세로 거주  -5 0  7
 월세로 거주  0 0  5

반대로 '모험적인 해결책'이란 최대 가치가 가장 큰 해결책을 말합니다. 'MaxMax(최대최대) 전략'이라고도 하지요. 위의 매트릭스에서 '집을 구매한다'는 해결책은 최대 가치가 10 이므로 다른 해결책의 최대 가치보다 큽니다. 따라서 그것이 모험적인 해결책이 됩니다.

안전한 해결책과 모험적인 해결책 중에 어떤 것이 더 좋은 해결책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좋고 나쁨을 따질 수 없다' 입니다. 다시 말해 '집을 구매한다'를 택할지 '월세로 거주한다'를 택할지는 '선호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문제해결사나 의뢰인이 위험을 회피하는 데 관심이 크다면 안전한 해결책을, 최대의 이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모험적인 해결책을 최고의 해결책으로 택하면 됩니다. 의사결정자의 선호에 따라 최고의 해결책이 다르게 선택됩니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최고의 해결책을 찾는 방법

  1) 최선의 해결책 선택
  if not, then 
  2) 만족스러운 해결책 선택
  if not, then 
  3) 안전한 해결책 또는 모험적인 해결책 선택

오늘은 어떤 외부환경이 현실화될지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일 때의 의사결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개인이나 조직이 매우 위급한 상황에 처할 때 심리적으로 외부환경이 완전히 불확실하다고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외부환경이 먼 미래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불확실합니다.

그러나 외부환경이 가까운 미래의 일이라면 부동산 가격이 '오를지, 유지될지, 아니면 내릴지' 어느 정도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바로 '완전히 확실하지도, 완전히 불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입니다. 내일은 그런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늘도 즐겁게 문제해결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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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대하여   

2009. 8. 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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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서 해결책을 선정할 때 '문제해결효과'와 '문제해결효율'을 기준으로 삼아야 함을 설명했습니다. 만일 이 두 요소 모두가 좋은 해결책이 하나 뿐이라면 그것을 선택해서 실행에 옮기면 됩니다. 하지만 두 개 이상이라면 우리는 선택의 상황, '의사결정'의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효과도 좋고 효율도 좋은 해결책이 여러 개라면 그 모두를 다 실행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개인이나 조직이 가진 자원의 한계가 있습니다. 시간이나 돈이 부족하고 인력을 동원하기도 어렵다면 여러 개의 해결책 중에 가장 나은 '하나의' 해결책을 선택해야 합니다. 오늘은 이러한 선택의 상황에서 문제해결사가 어떻게 의사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일지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문제해결을 잘 하면 이런 노다지가 굴러올 수도...


문제해결효과와 문제해결효율이 동시에 높은 해결책이 세 개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셋 모두 효과와 효율이 다 좋다고 했으므로 이것만 가지고는 우열을 점치기 어렵습니다. 물론 효과와 효율에 대해 심층적으로 정량분석을 실시해서 그 중 어느 것이 가장 효과와 효율이 높은지를 가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효과와 효율이 정성적으로 동일한 해결책들을 정량적으로 다시 심층분석해서 나온 값들이 실제의 효과와 효율을 나타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해결책들이 계획된 단계일 뿐 실행이 완료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심층분석에서 효율이 50 이 나왔다 해서 그 해결책이 실행되고 나서도 효율이 50 이 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이상적인 상태가 아닌 이상, 실행 과정 상에서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돌발변수가 많이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단 문제해결효과와 문제해결효율이 모두 높다고 한다면, 세 개의 해결책들은 동일한 선상에 놓고 효과와 효율이 아닌 다른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하나의 '최고 해결책'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 제 3의 잣대란 바로 '외부환경' 입니다.

문제해결효과와 문제해결효율은 외부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나왔습니다. '내'가 혹은 '우리 회사'가 해결책을 실행한다는 입장만 생각해서 효과와 효율을 따졌을 뿐입니다. 하지만 외부환경이란 차원을 고려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어떤 해결책이 A라는 매우 우호적인 외부환경에서는 100이라는 효과를 가졌다 해도, B라는 외부환경에서는 효과가 80 밖에 안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동전의 앞면에 내기를 거는 경우와 뒷면에 내기를 거는 경우를 생각해 보십시오. 찢어지게 가난한 어떤 사람이 자신의 곤궁을 탈피하고자 동전 던지기라는 도박에 뛰어들 결심을 했다면, 이 두 개의 선택이 그 사람이 취할 수 있는 해결책일 겁니다. 이 사람에게 이 두 가지 해결책은 효과와 효율이 동일하겠지요. 둘 다 동전의 어떤 면이 나오는지 지켜보면 되고 이겼을 경우에 얻는 상금도 똑같기 때문입니다. '외부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 두 가지 해결책은 어느 면으로 모나 동일합니다.

이 사람에게 주어진 외부환경이란 바로 '앞면이 나올 때'와 '뒷면이 나올 때'입니다. 그가 앞면에 내기를 걸었는데 앞면이 실제로 나온다면, 최고의 해결책은 앞면에 내기를 거는 것입니다. 반대로 뒷면에 내기를 걸었더니 뒷면이 덜커덕 나온다면, 뒷면에 내기를 거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이죠. 

앞면이 나왔다 → 앞면에 내기를 거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
뒷면이 나왔다 → 뒷면에 내기를 거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

물론 그가 어떤 면이 나올지 미래를 예측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다시 말해 어떤 면이 나올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최고의 해결책을 동전을 던지기 전에 미리 골라내지는 못합니다.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최고의 해결책이 '그때그때 달라질' 가능성이 큼을 보이기 위한 예임을 양지하기 바랍니다.

세 개의 해결책(효과와 효율이 모두 동일한)이 제시되고 예상되는 외부환경이 세 가지라면 다음과 같이 3X3의 매트릭스가 만들어집니다. 이를 '가치 매트릭스(Value Matrix)'라고 부릅니다.

   환경 1 환경 2  환경 3 
 해결책 A      
 해결책 B      
 해결책 C      

매트릭스의 빈칸에는 각 해결책이 각 환경에 처했다고 가정하고 문제해결효과나 문제해결효율의 예상치, 즉 '가치'를 정성적으로 판단하여 기입합니다. 여기서 '정성적'으로 판단한다는 말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 말은 절대적인 값이 아니라, 상대적인 값임을 의미합니다. 아래의 매트릭스와 같이 가장 효과(혹은 효율)가 큰 조합을 100 혹은 10 이라고 놓고서 나머지 조합의 상대적인 가치를 판단하여 기입하면 됩니다. 물론 각각의 가치는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근거가 명확해야 합니다.

   환경 1 환경 2  환경 3 
 해결책 A  10  5  -10
 해결책 B  -5  10
 해결책 C  -10  -5  10

이 매트릭스를 놓고서 최고의 해결책을 선정해야 합니다. 이 셋 중 무엇이 최고의 해결책일까요? 언뜻 보아도 최고의 해결책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환경 1에서 해결책 A가 가장 좋지만, 환경 3에서는 해결책 C가 가장 좋기 때문입니다. "고가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라는 해결책이라고 한다면, 경제가 활황일 때는 높은 효과를 보이지만 불황이 지속되는 환경이라면 그다지 좋은 전략이라 말하기 힘든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좀더 과학적으로 의사결정을 진행해야 하는데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른 접근방법을 취해야 합니다.

1) 완전히 확실한 상황일 때
2)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일 때
3) 완전히 확실하지도, 완전히 불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일 때

첫 번째, '완전히 확실한 상황일 때'의 의사결정은 아주 간단합니다. 완전히 확실하다는 말은 어떤 외부환경일지 확실하게 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예상 가능한 외부환경의 유형이 어떻든 간에, 확실하게 예상되는 특정한 외부환경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보이는 해결책을 택하면 됩니다. 이를 '최고가치전략'이라고 부릅니다.

위의 가치 매트릭스에서 환경 2가 펼쳐질 것이 확실하다면 나머지 환경은 고려할 필요도 없이 해결책 B를 최고가치전략으로 선택하면 됩니다. 하지만 완전히 확실한 상황은 현실적으로 별로 나타나는 '이상적인' 상황입니다. 동전의 앞면이 나올 것이 100% 확실하다고 미리 간파할 줄 아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아주 드물게 앞으로 어떤 외부환경이 득세할지 거의 확실하게 예상될 때에 한하여(예를 들어 항아리 속을 투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어떤 색깔의 공이 나올지 알 경우에 한하여) 최고가치전략을 취하기 바랍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상황은 첫 번째 상황보다는 현실적입니다. 현실의 일들이 다 그러하듯이 이러한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이 포스팅의 분량을 마냥 늘릴 수 없으므로 그것들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겠습니다.

오늘도 최고가치전략과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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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결과, 잘 공유해야 효과 있어   

2009. 8. 2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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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컨설팅 수수료는 비쌉니다. 비싼 서비스인 만큼 그 결과가 잘 활용되어 수수료 이상의 효과를 거둬 들어야 함은 당연한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이 컨설팅 결과물을 충분히 이해함으로써 행동의 방향을 일치시켜야 하고, 이보다 먼저 컨설팅을 진행한 부서가 구성원들에게 결과물을 올바르게 공유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컨설팅 결과가 조직 내에 제대로 공유되고 확산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컨설팅을 받았다고는 하는데 그 결과가 어떤지 확실하게 모르고 있거나, 컨설팅을 받은 사실조차 모르는 직원이 태반인 경우도 많지요. 그래서 A부서가 이미 컨설팅을 받은 내용을 B부서가 또다시 컨설팅을 의뢰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모 회사의 인사팀으로부터 조직평가(사업부 혹은 부서별 성과를 평가하는 제도)에 대한 개선을 의뢰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착착 진행되던 절차가 경영기획팀의 제동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인 즉, 바로 6개월 전 경영기획팀이 컨설턴트의 자문을 받아 조직평가 방안을 이미 수립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사실을 왜 인사팀은 모르고 있었을까요? 경영기획팀이 대대적으로 컨설팅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몇몇 컨설턴트들의 구두 조언을 받아 내부 인력들의 주도로 작업을 진행했던 것도 이유였지만, 방안이 다 만들어지고 거의 6개월이 지나도록 타 부서에게 결과를 전혀 공유하지 않은 것이 더 큰 이유였습니다.

결국 고객사는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한 번 더 컨설팅을 진행한다는 것은 비용 낭비라고 판단했고, 저와 진행했던 프로젝트 건을 없던 일로 해야겠다고 통보해왔습니다. 저로서는 프로젝트가 물 건너 갔으니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렇듯 옆 부서에서 뭐 하는지도 모르는 그들의 꽉 막힌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보며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었지요.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는 위와 같은 사례가 벌어지기 힘들 테지만, 관료주의가 점점 숨을 조여오는 대기업에는 이 같은 일들이 의외로 자주 발생합니다. 이미 컨설팅을 받은 걸 다른 부서에서 모르고 다시 의뢰하는 경우, 새로운 프로젝트라고 말은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실상이 드러납니다.

지난 번 했던 컨설팅과 그 범위와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 부서장의 공명심 혹은 경쟁심 때문에 타 부서에서 이미 컨설팅을 받았다는 걸 알면서도 그 결과를 뒤집어 버리기 위해 컨설팅을 또 의뢰하는 경우 등 셀 수 없습니다. 심한 경우는 전임자가 진행했던 컨설팅 결과를 전혀 알지 못하고 신임자가 컨설팅을 다시 진행하려 하기도 합니다. 이것들 모두 기업의 젖줄인 현금이 줄줄 새는 원인입니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컨설팅 결과가 옳은 방향으로 도출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컨설팅 결과를 직원들에게 잘 이해시킴으로써 의도한 바에 따라 직원들이 행동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부디 이것을 간과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컨설팅 결과를 잘 공유할 수 있을까요? 첫째, 직원들에게 컨설팅 결과물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여 컨설팅 기간을 산출해야 합니다. 둘째, 최종보고서와는 별도로 컨설팅 결과물의 핵심을 요약 정리해야 합니다. 컨설팅 결과물의 핵심을 간추리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와 도표로 정리하고 이것을 직원들을 위한 설명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최대한 많은 직원들에게 공유될 수 있도록 설명회나 교육 일정을 수립해야 합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컨설팅 결과가 빠른 시일 내에 정착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로 인식해야 하지요. 넷째,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교육하고, 컨설팅 결과물에 부합하여 직원들이 행동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조사해야 합니다.

요즘 고객사를 돌아다니면서 컨설팅에 대한 불만과 무용론을 꽤나 자주 듣습니다. 그럴 때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생각해 봅니다. 물론 1차적인 책임은 컨설턴트에게 있습니다. 허나 고객들 자신도 컨설팅을 편의적으로만 적용하려는 관행을 버리고 전략적으로 컨설팅을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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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을 구상해 봅시다   

2009. 8. 2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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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올린 포스팅의 내용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문제해결 과정을 다시금 음미하면서 이번 포스팅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동안 설명한 문제해결의 과정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관찰 → 가설 → 실증(=분석) → 근본원인

개인이나 조직에 원인 모를 문제가 감지되니 이를 해결해 달라는 의뢰인의 요청이 들어오면, 문제해결사는 관찰을 통해 가설을 수립하고 그것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실증함으로써 문제의 근본원인을 결론으로 규명합니다. 그 동안 올린 포스팅은 모두 '문제의 근본원인 규명'을 위한 단계였습니다. 여기까지가 문제해결의 1부입니다.

문제해결의 1부를 끝내고 잠시 휴식을...


오늘부터는 문제해결의 2부인 '해결책 수립'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이 단계는 근본원인을 해소하거나 줄임으로써 지금보다 좀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과정입니다. 해결책을 수립하는 단계를 자세히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설 → 검증 → 채택

여기서 가설이란 말이 또다시 튀어 나와서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문제해결의 1부(문제의 근본원인 규명)에서의 가설은 '원인 규명의 가설'인 반면에, 여기서는 해결책들을 가설로 설정한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됩니다. 어떤 해결책이 문제해결에 적합할지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설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설은 '문제해결의 가설'이라고 말합니다. 

가설 수립하기
근본원인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해 적용이 가능한 해결책들은 여러 가지가 제시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나태한 근무태도를 보이는 근본원인이 '팀장의 리더십 부재'라고 한다면, 이를 해결할 방법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노련한 문제해결사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바로 제시합니다.

1) 팀장의 리더십을 향상한다
2)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
3) 팀장의 리더십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 수준을 낮춘다

이렇게 근본원인이 규명되자마자 곧바로 '툭툭' 튀어나오는 잠정적인 해결책들이 바로 문제해결의 가설을 형성합니다. 이 중 어떤 방법이 직원들의 나태한 근무태도를 개선시킬지는 아직 모르는 상태, 즉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가설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문제해결의 가설들이 과연 의뢰인의 고민(예:직원들의 나태함)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과정이 '검증' 단계입니다. 다시 말해 '적합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검증인데요, 그러려면 우선 가설의 내용을 상세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하게 '팀장의 리더십을 향상한다'라는 가설로는 무엇을 어떤 관점으로 검증해야 할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위의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라는 가설을 검증이 가능하도록 상세하게 수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설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

- 현 팀장을 리더십의 요구가 덜한 부서로 전보한다
- 일단 내부채용으로 새로운 팀장을 선임한다
- 적격자가 없을 경우, 헤드헌터로부터 팀장 후보를 추천 받는다
- 심층면접을 통해 새로운 팀장을 선임한다

위의 예는 가설 자체가 간단하기 때문에 상세 내용도 간단하게 구성되지만 "VIP고객에 판매를 집중한다"와 같은 가설을 수립했다면 그 안에 채워져야 할 내용이 녹록하지 않습니다. 이 가설의 상세 내용은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겁니다.

가설 "VIP고객에 판매를 집중한다"

- 전문점 판매에 집중한다. 동시에 할인점에서 철수한다
-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광고를 제작/방송한다
- 전문점의 VMD(비주얼 머천다이징)을 VIP고객 취향에 맞게 변경한다
- 전문점을 전국 주요도시에서만 운영한다
- '1:1 고객담당제'를 운영한다
- 高마진, No세일 정책을 도입한다
...

검증하기
문제해결의 가설들 모두에 대해 이렇게 상세 내용의 정리가 완료되면, 검증의 단계로 넘어갑니다. 검증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각 가설이 문제해결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따지는 과정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검증의 잣대인 '검증 요소'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가설들은 어떤 잣대를 가지고 적합한지의 여부를 따질까를 결정하자는 것이지요.

검증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장 첫번째에 놓여야 할 검증 요소는 바로 '문제해결효과'입니다. 지난 포스트에서 설명한 '효과'의 의미를 떠올려 보면 문제해결효과가 어떤 말인지 금방 깨달을 수 있습니다. 문제해결 과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문제의 해소'입니다. 따라서 가설 A를 적용하여 근본원인을 눈 녹듯이 사라지게 만들어 의뢰인을 괴롭히는 문제를 일시에 해소한다면, 가설 A의 문제해결효과는 높습니다.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는 가설을 적용한다고 가정할 때 직원들이 나태한 근무태도를 버리고 의뢰인이 원하는 수준의 생산성을 보일 거라 신빙성 있게 예상된면 이 가설은 문제해결효과가 높은 가설입니다. "이미 몸에 뱄는데 팀장 바꾼다고 해서 직원들의 태도가 바뀌겠어?" 라는 반론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면 이 가설의 문제해결효과는 높지 않다고 봐야 합니다.

문제해결효과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효율'도 가설을 검증하는 또하나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효율'이란 효과를 달성하는 과정을 얼마나 '잘 했는지'를 측정하는 척도라고 역시 지난 포스트에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다른 가설들보다 적은 비용으로 빠른 속도로 효과에 다다를 수 있어야 문제해결효율이 높은 가설(해결책)입니다.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는 가설이 문제해결효과가 높다고 평가되더라도 그것을 실제로 실행하려면 돈과 인력이 상당히 많이 소요되거나 직원들의 나태한 근무태도를 척결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좋은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문제해결효과는 오직 '문제해결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는 단 한 가지의 차원을 가집니다. 반면에 문제해결효율은 그 안에 속도, 비용, 양과 같은 3가지 차원을 포함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지표로 표현됩니다. 문제해결사는 해결책을 실행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돈, 인력, 중간산출물의 양 등의 지표들 중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들을 선정하여 문제해결효율을 대표하도록 해야 합니다.

채택하기
결론적으로 좋은 해결책이란 문제해결효과가 높고 문제해결효율도 높은 가설입니다. 여러 가설들을 이 두 가지 검증 요소로 이뤄진 매트릭스로 판단한 후에 우상단에 위치한 가설을 최우선적으로 채택하면 됩니다.


다행히 우상단(고 효과 & 고 효율)에 놓인 해결책이 오직 하나라면 그것을 곧바로 채택해 실행하면 됩니다. 그러나 2개 이상의 해결책들이 함께 위치한다면, 이제 문제해결사에게는 '의사결정'이라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그것들 모두를 실행할지, 아니면 하나만 골라서 집중적으로 실행에 옮길지가 고민이 됩니다. 최상의 해결책 하나만을 채택하기 위한 의사결정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겠습니다.

오늘도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해결책과 함께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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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09. 8. 1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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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이 지난지가 언젠데, 이제야 읽은 책을 소개한다.
7월엔 모두 10권의 책을 읽었다.

(현재까지 55권/2009년)

 

슬럼독 밀리어네어 : 빠르게 읽히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영화보다 더 재미있다. 영화와 소설의 내용이 전혀 다르니, 영화를 본 사람들도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The Audacity of Hope : '담대한 희망'이란 제목으로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을 원서로 읽었다. 가족, 가치, 기회 등 그의 철학을 담담하게 펼쳐가는 책이다. 오바마는 참 글을 잘 쓴다. 이 정도의 저술 능력이라면 퇴임해서도 좋은 역작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머니 해킹 : 블로거 김현님이 쓴 책. 선물로 받아 감사히 읽었다. 숨어있는 투자의 원리를 간결하면서도 강하게 서술해 간다. 투자에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OTL english : 역시 블고거 김현님이 쓴 책. 그의 scope은 대체 어디가 끝인지 모르겠다. ^^ 저자 자신이 영어를 배우면서 체득한 노하우를 공개한다. 꽤 유용한 팁들이 많으니, 영어로 끝없이 좌절을 반복한다면 이 책이 길잡이가 되리라 본다.

논리와 비판적 사고 : 논리학의 교과서로 사용되는 책. 다음에 낼 책을 위해 샀는데, 풍부한 사례들이 마음에 든다. 논리학을 처음 배우려는 분들께 추천.

과학이란 무엇인가 : 과학철학의 역사를 서술한 책. 과학하는 방법과 의미를 놓고 이처럼 많은 담론들이 오고가다니, 과학철학의 문외한으로서 여러 가지를 습득할 수 있었다. 일독을 권한다. 단, 조금 어려우니 감안하시길...

논리적 추론과 증명 : 역시 논리학에 관한 책. 연습문제 위주로 나와 있어서 실사례에 적용하기가 좋다.

꽃짐 : 춘천에 거주하며 환경운동을 펼치는 어느 여류화가의 산문집이다. 일상의 기쁨과 슬픔과 경이로움을 단아하고 담백하게 서술한다. 이 책을 읽고 전원생활을 동경해 본다.

블로그 만들기 : 블로그코리아 이지선 대표님이 쓰신 책. 선물로 받아 감사히 읽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이처럼 친절한 가이드가 있을까 싶다. 아직 블로그가 없다면, 이 책을 길라잡이 삼아 자신만의 온라인 공간을 마련해 보기 바란다.

가난뱅이의 역습 : 스스로를 가난뱅이라 칭하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저자가 자신의 벌인 '가난뱅이 운동'의 이야기를 유머스럽게 풀어간다. 일본의 이야기라 우리와 맞지 않는 이야기가 다소 눈에 띄나, 그 정신(?) 만큼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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