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이 이익 증가는 아니다   

2010. 10.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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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여러분의 세심한 요구를 만족시켜 드리기 위해 다양한 옵션을 제공합니다"

간혹 이런 류의 광고문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이런 광고를 하는 회사가 자동차 회사라고 가정하면, 한 차종에 대해 엔진 배기량 3가지, 도장 색깔 10가지, 시트의 재질 3가지, 카오디오 종류 3가지...등 여러 옵션을 열거하면서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고 자랑하겠지요.

일반적으로, 하나의 단일품목을 제시하는 것보다 고객의 니즈는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면 고객들의 만족도가 더 높아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논리에 문제는 없을까요?


첫 번째 문제는 '비용의 상승'입니다. 한 종류의 옵션이 추가되면서 회사가 관리해야 할 품목의 가짓수가 급격하게 늘어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엔진 배기량 단위로 4가지만 생산하다가 도장 색깔을 10가지로 늘리면, 품목의 수는 40가지가 되겠죠. 여기에 시트에 재질 3가지, 카오디오 종류 3가지가 추가되면 품목의 수는 360 개로 커지고 맙니다. 한 종류의 옵션을 추가하여 고객의 니즈를 맞추려다가 보면 품목의 가짓수는 불어나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가짓수가 많아지면 생산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납니다. 팔리든 팔리지 않든 각 품목을 만들기 위해 자재를 확보해 놓아야 합니다. 예전엔 하나의 페인트만 있으면 됐는데, 10가지의 차량 도색을 제공하기로 하면 10개의 페인트를 모두 준비해 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페인트를 보관할 창고 운영 비용, 페인트 공급업체로부터의 이동 비용, 도장 라인의 교체 비용 등과 같은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AS 비용, 배송 비용, 판매 비용 등도 옵션이 하나 추가되면 동반 상승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런 비용의 상승이 고객의 니즈를 맞춰 줌으로써 얻는 이득을 상회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과도한 품목의 증가는 오히려 이익을 갉아먹는 주범이 되고 말죠.

두 번째 문제는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 쪽에서 발생합니다.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가 증가하면 자신의 요구를 만족시켜 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더 자주 지갑을 열고 더 많은 돈을 지출할 거라는 믿음은 헛된 희망이 됩니다. 쉬나 아이엔가가 실시한 '잼 선택' 실험이 이를 증명하고 있죠.

아이엔가는 마트에서 잼 시식행사를 하면서 고객들이 잼을 얼마나 구입하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실험은 두 가지로 진행됐습니다. 하나는 고객들에게 24가지의 잼을 보여줄 때고, 다른 하나는  고객들에게 6가지의 잼만 보여줄 때였죠. 고객들은 자신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잼을 보여주는 시식행사에 더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6가지 시식코너보다 24가지 시식코너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구매를 직접 추적해 보니, 6가지의 잼만 본 고객들이 더 많이 잼을 구매했습니다. 24가지 잼을 본 고객들은 겨우 3%만 실제로 잼을 구입했지만, 6가지의 잼을 본 고객들은 30%가 구매를 결정했습니다. 

이처럼 고객들은 표면적으로 많은 가짓수에 관심을 보이지만, 다양한 가짓수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데에는 훼방꾼이 되고 맙니다. 아이엔가는 "더 많은 대안이 소음을 일으켜 오히려 집중력을 방해한다"고 말합니다. 소위 '선택의 과부하' 현상입니다. 그래서 많은 품목을 내놓음으로써 얻는 이익이 많은 품목을 만들어내느라 치르는 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이 왕왕 발생하죠.

P&G는 이러한 교훈을 깨닫고 품목의 정리를 단행했습니다. 헤드앤숄더 비듬 샴푸 26가지를 생산하다가 인기 없는 품목을 없애고 15가지만 판매하기로 했죠. 품목이 줄었는데도 매출은 10%나 신장되었습니다. 고객들에게 선택의 과부하를 없애준다는 역발상으로 이득을 본 케이스죠.

"고객에게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면 고객들은 만족한다"는 금언은 적어도 옳은 말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옵션에 만족한 고객들이 구매를 더 많이 한다"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게다가 다양한 품목을 생산하고 판매하기 위한 비용의 급증과, 그것이 이익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양한 옵션에 만족한 고객들이 우리의 이익을 신장시킨다"는 생각도 옳지 않습니다.

마크 갓프레드와 케이스 애스피널은 "복잡성을 아우르는 데 드는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이윤은 줄어든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으니 두 회사가 떠오릅니다. 한 회사는 2가지 메모리와 2가지 색깔로 이뤄진, 그래서 달랑 4가지 품목의 스마트폰으로 전세계 휴대폰 시장의 영업이익 중 30% 이상을 가져가고, 다른 회사는 수십 종의 휴대폰을 한 달이 멀다 하고 쏟아 내면서도 10% 수준의 이익만을 가져갑니다.

그렇게 된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 회사는 복잡성과 이익 간의 트레이드 오프(trade-off)를 세심하게 관리했고, 다른 회사는 '복잡성이 이익을 신장시킨다'는 오래된 신화(myth)에 발목이 잡힌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는 아닐까요?

단순하게 만들면서도 고객을 흡인할 수 있는 역량이 너무나 많은 가짓수와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 '통하는' 핵심역량일지도 모릅니다. 겉으로 보이는 고객만족이 항상 이익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 참고도서 : '심플렉서티', '쉬나의 선택 실험실')
(* 참고논문 : When choice is demotivating- Can one desire too much of a good th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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