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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침대 매트리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마이클 콘래드는 재닌 베니어스와 인터뷰를 할 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답이 무엇일까요? 뇌와 침대 매트리스 사이엔 어떤 유사성이 있기에 콘래드는 이런 질문을 불쑥 꺼낸 걸까요?
콘래드는 우물쭈물하며 답을 못하는 베니어스에게 이렇게 답합니다. "침대 매트리스에서 스프링 하나를 빼내도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뇌도 무엇인가가 많이 중복돼 있어서 어떤 부분이 고장이 나도 뇌는 잘 작동합니다."
물고기의 신경 회로를 살펴보면 회로들이 깔끔하게 배열돼 있지 않습니다. 하나의 회로 위에 또 다른 회로가 얹어져 있는 모습이죠. 하등동물이니까 그렇다구요? 아닙니다. 인간의 뇌는 더 조잡하게 구성돼 있습니다.신경들이 마치 누더기처럼 이것저것을 덧대어 붙인 형국입니다. 조잡하게 만들어졌다 해서 클루지(Kludge, 조악하고 잡스러운 인터페이스) 같다고 말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렇게 누더기처럼 뇌가 구성된 덕택에 어느 한 부분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아도 다른 부분이 그 일을 대신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능력은 인간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대대손손 생존할 수 있게 해주었죠. 만약 인간의 뇌가 중복된 부분 없이 깔끔하게 '딱 있어야 할 것'으로만 만들어졌다면 벌써 오래 전에 지구상에서 사라졌을 겁니다.
반면에 컴퓨터는 어떻습니까? 프로그래밍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겁니다. 프로그램 코드에 콤마나 마침표 하나만 잘못 찍혀도 에러가 있다면서 작동을 거부합니다. 인간의 뇌라면 콤마 하나 정도는 그냥 넘어가지만 컴퓨터는 그럴 의도도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조직은 기계에 가까울까요, 아니면 생명체에 가까울까요? 여러분은 기계보다는 생명체에 가깝다는 대답을 대부분 할 겁니다. 맞습니다. 조직은 생명체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클루지' 같습니다. 뭔가 중복돼 있고 뭔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아 보입니다. 갖은 노력을 기울여서 '반듯하게' 조직을 구성해 놓아도 시간이 좀 흐르면 예전으로 돌아가 버리기도 합니다.
조직이 생명체에 가깝다는 걸 수용한다면, 생명체의 특성인 조잡스러움과 중복적인 '누더기성(性)'이 그저 나쁜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에 이릅니다. 이 부서가 하는 일을 저 부서에서도 하고 있거나, 업무의 흐름이 신속하지 않고 여기저기서 정체를 보이는 현상 모두가 반드시 타파하고 제거해야 할 비효율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뇌가 환경에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진화해 온 것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조직의 비효율성은 환경의 가차없는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알게 모르게 만들어진 메커니즘일지도 모릅니다. 침대 매트리스에서 스프링 하나를 빼내도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것처럼, 한 부서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조직이 잘 굴러가게 만들기 위한 능동적인 방어 장치일지도 모르죠.
조직을 완전한 생명체로 볼 수는 없겠지만, 결점이 있더라도 그것이 치명적이지 않는 한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생명체와 상당히 흡사한 특징을 지닙니다. 그렇다면, 조직을 경영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CPU가 개별장치에 명령을 내리는 식의 중앙집권적 통솔체계를 지양해야 합니다. 직원 각자가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하고 나름의 권한을 가지고 업무에 매진하도록 뒷받침해야 합니다. 동일한 권한을 나눠 가진 독립체이면서 동시에 '인적 네트워크'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존재로 직원들을 다뤄야 합니다. 인간의 뇌가 그렇게 하듯이 말입니다.
'Slack(여유)'없이 업무량에 꼭 맞게만 인력을 운용하자, 업무의 중복됨이 없이 부서들의 업무분장을 깔끔히 하자, 비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없애자, 등의 시도들은 콤마 하나만 잘못 찍혀도 동작을 하지 않는 컴퓨터로 조직을 전락시키는 꼴이니 역시 지양해야 할 조치들이죠.
스프링이 침대 매트리스 안에 많이 들어간 이유가 분명합니다.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서죠. 똑같은 모양의 스프링이 중복되어 들어갔다면서 하나의 거대한 스프링 하나로만 매트리스를 만들면 어떨까요? 당연히 이런 침대는 한 대도 팔리지 못하고 망하겠죠.
여러분 조직의 '힘 있는 그'가 매트리스에 들어간 스프링의 중복을 못 참는 사람이라면, 그를 말리세요. 그렇지 않으면 조금만 충격이 가해져도 금방 무너져 내리는 모래성 조직이 되고 말 겁니다.
(*사례 출처 : '생체모방', 시스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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