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도 배울 점이 있다   

2010. 6.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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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는 나의 친구?
경쟁자를 떠올려 보십시오. 어떤 생각이 듭니까? 적어도 경쟁자가 친구라는 느낌은 갖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동물의 왕국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자와 얼룩말은 먹고 먹히는 처절한 관계인데, 얼룩말 입장에서 사자는 자신들을 도륙하는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고마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무리의 크기가 커지면 서식지의 혼잡과 먹이의 부족 등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자는 사냥할 때 건강한 얼룩말보다 병들고 약한 얼룩말을 잡아 먹어서 얼룩말 무리의 크기를 균형 있게 조절하고 약한 개체를 솎아내는 역할을 합니다. 사자가 의도를 가지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피식자에게서 고기를 얻은 것에 '평형 유지'라는 서비스로 값을 치르는 셈이죠.


포식자의 존재 여부에 따라 피식자의 진화 속도가 느려지거나 빨라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캐나다 오타와 대학 연구진은 토양 미생물들을 관찰함으로써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포식자가 피식자를 많이 잡아 먹어 무리의 크기가 줄어들면 '솎아내기' 효과로 인해 피식자들끼리의 먹이 경쟁이 줄어 들죠. 

그래서 경쟁이 줄어들면 피식자는 새로운 먹이를 취하거나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렇게 되면 종의 분화는 일어나지 않고 정체되어 버립니다. 이런 의미에서 경쟁자는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변화의 귀재
수면병의 원인인 파동편모충이란 기생충은 개체 수를 늘렸다가 줄이기를 반복하면서 환자를 괴롭힙니다.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은 파동편모충의 겉껍질을 인식하는 방법으로 공격을 하는데, 파동편모충은 세포분열을 1만 번 할 때마다 1번 꼴로 껍질을 만드는 새로운 유전자를 조합해 냅니다.

숙주가 면역세포를 동원해 자기들을 압살하려고 하면 돌연변이 시스템을 빠르게 작동시켜 다른 종으로 진화해 버리는 것이죠. 이처럼 기생충은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빠르게 대응할 줄 압니다.

기생충은 때를 기다릴 줄도 압니다. 독일의 의사인 퀴켄마이스터는 사형수에게 낭미충란 기생충이 들어간 돼지고기로 만든 수프와 소시지를 먹였는데, 사흘 후에 사형수가 처형되고 나서 창자를 살펴보니까 0.5센티미터 정도의 갈고리촌충이 발견됐습니다. 갈고리촌충은 낭미충의 성충인데, 적합한 환경이 아니면 낭미충으로 있다가 적당한 숙주가 나타나면 성충이 되는 겁니다.

다양성이 생존의 기본조건
툭소포자충이란 기생충은 원래 고양이와 피식자 사이를 순환하는 기생충입니다. 애완 고양이가 늘면서 유럽 대부분의 사람들은 툭소포자충에 감염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툭소포자충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몸 속에서 은둔하며 때를 기다립니다. 사람은 중간숙주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를 기다릴 줄 아는 기생충의 생태는 유행에 휩쓸리기 쉬운 기업들에게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기생충을 방어하는 숙주의 노력에서도 배울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기생충은 흔한 숙주보다 드물게 존재하는 숙주를 감염시키는 것을 더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흡충에 감염된 달팽이는 이듬해 군체 규모를 줄여서 기생충의 감염을 막는 전략을 취합니다. 혁신은 항상 성장을 향한 것이라 아니라 때로는 '자기부정'과 '전략적 퇴화'일지도 모름을 우리에게 일깨우죠.

남성과 여성이 생긴 것도 기생충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달팽이는 암수한몸이라서 자기복제하듯이 새끼를 낳습니다. 하지만 기생충에 감염되면 음경을 지닌 수컷 달팽이가 더 많아집니다. 유성생식을 통해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해서 기생충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죠. 다양성이란 무기는 기업 환경 내에서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유용한 전략임을 알려줍니다.

빠른 변화가 생존의 힘
생물학자들은 동물들이 아래의 '생존방정식'을 철저히 따른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R = E  / (Ts + Th)

R은 수입률, E는 습득한 에너지 양, Ts는 먹이를 찾는 데 걸린 시간, Th는 먹이를 발견하고 잡아먹기까지 걸린 시간을 의미합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사는 그리즐리 곰은 이 생존방정식을 충실히 따릅니다.

공원관리 당국이 곰에게 음식물을 주지 못하도록 하자 사람들은 곰들이 굶어 죽을 것이라 예상했죠. 하지만 곰들은 주어진 시간 내에 최소의 지출로 최대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먹이를 끊임없이 찾아냄으로써 훌륭히 적응했습니다.

봄에는 수풀을 뒤집어엎어 지렁이를 먹었고 송어 산란기에는 송어를, 엘크가 새끼를 낳는 시기에는 새끼 엘크를 잡아먹었습니다. 만일 먹을 것이 전혀 없으면 산 정상에 올라가 나방같이 하찮은 먹이로 식사를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그리즐리 곰의 생존전략은 빠르게 변화하라는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지구상에서 인간과 함께 생존한다는 사실 자체가 동물의 생존전략의 위대함을 증명하니다. 하찮고 혐오스러운 기생충, 인간보다 지능이 낮은 동물이라 치부하기 전에 동물의 삶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시각은 바깥의 것을 안으로 끌어들일 때 얻어지는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한경 HiCEO 강의 '경영 속의 과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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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을 일찍 터뜨리지 마세요   

2010. 6.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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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제도에 대하여 고객들이 매우 불만인 상태입니다. 고객의 불만은 제품의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연히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겠죠. 경영진은 고심 끝에 고객만족을 높이기 위한 제도(예를 들어 무상보증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가정해 보죠.

제도를 실시하고나서 고객만족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더니, 다음과 같이 예전보다 만족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만족 불만족  합계  '만족'의 비율 
 기존 11   59  70  0.16
 제도 실시 후 23  63  86  0.27
 합계 34  122  156  

이 표를 보고 경영진은 '우리의 무상보증기간 연장 제도가 고객만족을 향상시켰다'란 결론을 내리고 성공을 자축할 겁니다. 보다시피 만족의 비율이 0.16에서 0.27로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뻐하기엔 이릅니다. 모든 고객을 다 조사할 수 없어 표본을 사용했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유의하지 않은지 판단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순전히 우연에 의해서 위와 같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유의성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이때 사용되는 통계적인 테스트 방법을 '사분법 테스트'라고 합니다. 이 방법은 '검사의 크기값'를 구한 다음에, 검사의 크기값이 3.84보다 작으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고, 3.84보다 크거나 같으면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판정하는 방법입니다.

검사의 크기 < 3.84    : 유의하지 않다
검사의 크기 ≥ 3.84   : 유의하다

그렇다면, 검사의 크기는 어떻게 구할까요? 구하는 방법이 좀 복잡합니다. 표의 값을 알파벳 소문자로 대치해서 공식을 적어 보겠습니다.

   만족 불만족  합계   
 기존 a b c
 제도 실시 후 d e  
 합계 g h i  

검사의 크기 = {(i-1)*(a*e-d*b)^2}  / (g*h*c*f)

이 공식에 의해서 위의 예에 대한 검사의 크기를 구하면 2.74 입니다. 이 값은 3.84보다 작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객만족을 위해 실시했던 제도가 언뜻 보기엔 만족도를 올린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다가 우연에 의해 이와 같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조금 전문적으로 말하면, 3.84란 값은 우연에 의해 발생할 확률(이를 p-value라고 함)이 5%일 때의 값입니다. 우리가 보통 95% 신뢰도라고 이야기하면 5%보다 같거나 작은 오류를 수용하겠다는 뜻이죠. 검사의 크기가 3.84보다 작으면, 우연일 확률이 5%보다 커지기 때문에 95% 신뢰도에서는 '유의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죠.

단순하게 '만족'의 비율이 커졌다고 해서 제도나 조치가 효과가 있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 사례가 보여줍니다. 위와 같은 '사분법 테스트'를 통해서 제도의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꼭 확인해보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는' 오류를 범할지도 모르니까요.

오늘의 포스팅은 좀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여러분의 편의를 위해 공식을 넣어놓은 엑셀 파일을 첨부하니, 활용하기 바랍니다. 숫자만 집어 넣으면 됩니다. ^^
(*참고도서 : '알을 낳는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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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을 속이는 교묘한 방법   

2010. 6.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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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어느 회사의 영업 담당 임원인데, 월 실적보고 회의에서 사장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세요. 그 이유는 팀별 평균매출액이 최근 들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다음 분기까지 팀별 평균매출액을 올리지 않으면 '옷 벗을 각오'를 하라는 서슬 퍼런 경고까지 들은 마당입니다.

자리로 돌아온 여러분은 당연히 골치가 아프겠죠. 어떻게 하면 사장의 요구를 충족시킬지, 뾰족한 방법은 없는지 고민일 겁니다. '이를 어쩐다.' 여러분은 휘하에 있는 두 명의 팀장을 방으로 호출하겠죠. 그러고는 사장에게서 들은 말을 똑같이 전달할 겁니다. "다음 분기까지 팀별 평균매출액을 높이지 않으면 팀장에서 잘릴 줄 알아!"라며 화풀이에 가까운 지시를 내릴지도 모릅니다.


두 명의 팀장은 회의실에 모여 깊은 한숨을 쉽니다. 경기가 하강 국면이고, 소비를 자극할 새로운 제품도 없는데, 다음 분기까지 평균매출액을 올리라니, 윗사람들은 소리만 지르면 다냐며 분노를 애써 삼킬지도 모릅니다.

이때 회의실을 지나가던 김 대리가 들어와서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두 명의 팀장에게 무슨 일이 있냐며 묻습니다. 두 팀장은 김 대리에게 여차저차 사정을 이야기하고는 "네가 무슨 아이디어가 있겠냐?"며 힘없이 자리를 일어서려는데, 김 대리가 "기다려 보세요.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라고 소리칩니다.

김 대리는 화이트 보드로 달려가서 뭔가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두 팀을 각각 A팀, B팀이라고 해보죠. A팀은 7개의 대리점을 관리하고, B팀은 5개의 대리점을 관리합니다. 그런데, A팀에 속한 대리점들이 B팀 소속의 대리점보다는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습니다. 김 대리가 그린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A팀 : 30, 29, 28, 27, 26, 25, 24
B팀 : 15, 14, 13, 12, 11

숫자들은 각 대리점의 매출액을 의미합니다. 딱 봐도 B팀 소속의 대리점들의 매출액이 매우 열세입니다. 아마도 A팀과 B팀은 지역을 구분하여 대리점들을 관할하기 때문이겠죠.

김 대리는 화이트보드를 보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A팀 소속의 대리점 중에서 상위 5개만 남기고 나머지 2개 대리점을 B팀 소속으로 변경하면, 팀장님들의 고민을 싹 해결됩니다." 말도 안 된다며 두 팀장은 코웃음을 쳤지만, 김 대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제가 말한대로 대리점들을 재배치하면 팀별 평균매출액이 두 팀 모두 올라갑니다."

김 대리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현재대로 대리점들을 묶으면 A팀의 평균매출액은 27 이고, B팀의 평균매출액은 13 입니다(각 팀의 가운데에 위치한 대리점의 매출액이 해당 팀의 평균매출액입니다).

A팀 : 30, 29, 28, 27, 26, 25, 24  --> 평균 : 27
B팀 : 15, 14, 13, 12, 11  --> 평균 : 13

김 대리의 말대로 하위 2개의 대리점을 B팀으로 보내 버리면, 팀별 평균매출액은 다음과 같이 바뀝니다. 정말 두 팀의 평균매출액이 모두 상승했습니다.

A팀 : 30, 29, 28, 27, 26  --> 평균 : 28
B팀 : 25, 24, 15, 14, 13, 12, 11  --> 평균 : 16.3

게다가 전사 단위의 평균매출액은 현재엔 20.0 ( = (27+13)/2 ) 인데, 대리점 소속을 바꾸고 나면 22.1 ( = (28+16.3)/2 )로 높아집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두 팀장은 김 대리와 함께 여러분(영업 담당 임원)을 찾아가 이런 '비법'을 보고하고, 이에 수긍한 여러분은 곧바로 대리점 개편을 은밀하게 단행합니다. 그리고는 다음 분기까지 갈 것도 없이 바로 다음 달 실적보고회의 때 당당하게 사장에게 "각고의 노력으로 팀별 평균매출액을 올렸다"라고 말하겠지요. 이런 보고를 들은 사장은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할지도 모릅니다.

자, 그럴 듯 한지요?

이렇게 하위 부서나 직원들의 소속만 변경해서 평균매출액이 높아진 것처럼 '속이는' 방법을 '윌-로저스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분류를 다르게 함으로써 마치 개선된 듯이 보이게 만드는 조작을 일컫는 말이죠. 또한 개별 부서의 성과는 좋아지는데 조직 전체로 보면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 현상도 가리키는 말입니다.

사실 위의 사례에서 전사적인 관점으로 보면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위에서 전사 단위의 평균매출액이 증가했다고 언급했는데, 팀별 평균매출액을 다시 평균해서 얻었기 때문에 늘어난 듯이 보이는 겁니다. 대리점 소속을 바꾸나 안 바꾸나 대리점들의 평균매출액 항상 21.2일 뿐입니다(팀 소속과 관계없이 모든 대리점 매출액의 평균을 구하면 됨).

'설마 사장이 이런 식의 눈속임에 속겠어?'라고 의구심이 들지 모르지만, 교묘하게 재배치하면 깜빡 속아 넘어가고 맙니다. 위의 예는 이해를 위해 노골적인 방법으로 재배치를 했지만, 대리점(혹은 하위 부서나 직원)들이 많으면 재배치되는 대리점이 눈에 띄지 않고, 대리점들을 섞는 방법을 복잡하게 하면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여기에 재배치하는 이유를 사장에게 말하지 않는다든지, 재배치하는 이유가 설득력이 강하면 교묘한 의도를 감출 수 있습니다.

혹시 윌-로저스 현상이 여러분의 조직에서 나타나진 않나요? 전체적으로 보면 성과가 별로 나아진 것같지 않은데, 개별 부서나 사업부의 성과는 높아지는 이상한 현상을 목격하지는 않았나요? 만약 그런 경우가 있다면, 누군가가 교묘하게 경영자를 속이고 있거나, 아니면 조직이나 프로세스 자체가 윌-로저스 현상을 방치한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노파심이지만, 이 포스팅이 사장을 속이는 교묘한 방법을 일깨우는 데 활용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

(*참고도서 : '알을 낳는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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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먼저인가, 조직이 먼저인가   

2010. 6.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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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을 위해 직원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제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곤 합니다.  이와는 달리, 본인이 받는 연봉이 자신의 능력에 비해, 혹은 남들에 비해 많다는 이야기는 들을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데요, '내가 남보다 무엇이 못한가'라는 능력의 비교가 아니라, 거의 대부분은 '내가 남보다 무엇을 손해보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계산합니다. 이것은 진화를 통해 우리 인간의 DNA 속에 깊게 내장된 생존의 본능 때문입니다. 진화적으로 우리의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원숭이들은 어떨까요?

원숭이들에게 조약돌을 준 다음 오이를 보여주면, 조약돌을 돌려줘야 오이를 먹을 수 있게 된다는 걸 원숭이들이 금방 눈치챈다고 합니다. 사라 브로스넌(Sarah Brosnan)과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은 '흰목꼬리감는원숭이' 두 마리에게 이런 실험을 해봤습니다.


처음에는 두 마리 모두에게 조약돌을 건네 받은 대가로 오이를 주었는데요, 그러다가 한 원숭이에게는 포도를 주고 다른 원숭이에게는 계속 오이를 주면서 불공정한 거래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원숭이에게 있어서 당분이 많은 포도는 오이보다 '비싼' 음식이겠죠. 

오이만 받아 먹던 원숭이는 동료가 자신보다 훨씬 높은 '연봉'으로 보상 받는 것을 화가 나서 바라보다가 갑자기 게임을 중단하고 조약돌뿐만 아니라 평소 좋아하는 먹이인 오이까지 내던져 버렸다고 합니다.

과학저술가인 매트 리들리(Matt Ridley)는 "인류는 강박적이라고 할 정도로 평등주의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런 경향은 인류가 수렵채집 사회를 이루며 생활하던 시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뿌리 깊은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그 때문에 직원들의 보상 수준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공정성인데요, 내가 남보다 적게 받는지, 혹은 남이 나보다 많이 받는 것인지에 관한 직원들의 근본적인 의심을 해소해 주는 것이 연봉제 설계의 열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CEO와  인사담당자들은 객관적으로 평가지표를 만들어서 투명하게 평가하려고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데요, 문제는 그것이 지나치게 직원 개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다른 직원들의 그것과 구별해 내기 위한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겁니다. 

개인의 역량과 성과를 제고시키면 자연히 조직의 성과가 높아진다는 생각은 바로 ‘성과주의 인사제도’의 일반적인 정서입니다. 하지만 조직 관점에서 '좋은' 성과와 개인 관점에서 좋은 성과가 동일해야 성과주의 인사제도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개인 관점에서 좋은 능력과 성과라 할지라도 조직 성과와 무관하거나 오히려 조직 성과를 깎아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개인보다 조직에 중심을 두는 인사제도가 필요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는 개미가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언젠가 세일즈맨의 순회문제를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그 문제를 풀려면 수퍼컴퓨터로도 우주의 나이보다 긴 100억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개미들은 그걸 아주 근사하게 풀어낸다고 합니다.

개미들이 먹이를 발견하면 그 소식을 둥지에 있는 동료들에게 알리러 가는데, 개미들은 길을 지날 때마다 페로몬(pheromone)을 분비해서 동료 개미를이 그걸 따라오도록 합니다. 아래에는 먹이까지 이르기 위한 경로가 두 개가 있습니다. 

둥지 --> A 경로 선택 --> 먹이  (총 22만큼의 거리)
둥지 --> B 경로 선택 --> 먹이  (총 12만큼의 거리)

개미들은 초기에 A경로와 B경로를 무작위로 선택하여 먹이가 있는 곳으로 찾아 갈텐데, 그렇게 되면 둥지로 되돌아 갈 때는 B경로를 이용하는 개미의 수가 더 많아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B경로를 이용한 개미들이 먹이에 더 빨리 도착하고, 절약한 시간만큼 많은 숫자의 개미가 그 길을 왕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개미가 B경로를 이용하면 자연스레 많은 양의 페로몬이 길 위에 뿌려지게 되겠죠, 그래서, 더욱더 많은 개미들이 그 길을 이용하여 먹이를 운반하게 됩니다. 수퍼컴퓨터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는 최단경로를 개미들이 발견해 내는 겁니다.

개미 한 마리의 지능은 지능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어려울 정도로 매우 낮습니다. 개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페로몬을 길 위에 뿌리고 더 많은 페로몬이 묻은 길을 선호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단순한 몇 가지 규칙으로 집단이 더 큰 능력을 창출하는 현상을 ‘창발성(Emergence)'이라고 말합니다. 개미가 사람이나 컴퓨터보다 훌륭히 문제를 해결하는 이유는 그들의 집단 지능이 개미 한 마리의 지능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개인을 조직보다 우선시하는 제도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칫 조직전체의 창발성을 가로막을 수 있습니다. 조직의 창발성 극대화를 위해서는 개인과 집단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H. 카(Edward H. Carr)는 "개인의 천재성을 역사의 창조력으로 간주하려는 욕망은 역사의식의 원시적인 단계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말했습니다. 개인의 특성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미국식 성과주의가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일깨우는 말입니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상호작용과 조직의 창발성에 초점을 맞춘 한국형 성과주의를 정립해야 합니다. 정신 병리학자 윌리엄 콘돈이 인간을 고립된 독립체로 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듯이, 우리는 개인이면서 조직의 일원이기 때문입니다. 

(* HiCEO 강의 '경영 속의 과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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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사 직원의식조사 실시   

2010. 6. 2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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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퓨처컨설팅은 첨단 소재 개발의 선도 기업인 N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원의식조사(EOS)를 실시하게 됐습니다. 약 1개월 간 수행될 이번 직원의식조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조사합니다.


- 직원만족도 지수
1) 회사 만족도
2) CEO 만족도
3) 상사 만족도
4) 커뮤니케이션 만족도
5) 직무 만족도
6) 보상 만족도
7) 업무환경 만족도

- 역량 프로파일
1) 비전 및 전략
2) 조직구조
3) 운영제도
4) 조직문화
5) 조직역량
6) 인재관리

- 기타 의견
1) 경력에 대한 비전
2) 복리후생에 대한 의견
3) 기타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한 의견

인퓨처컨설팅은 대림산업, KT&G,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 아이리버(구, 레인콤), 한국수자원공사, EUKOR Car carrier 등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직원의식조사(EOS)를 실시한 경험이 있습니다.

직원의식조사를 실시할 계획이 있거나 문의사항이 있으면, 아래의 연락처로 컨택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tel) 02-6007-2340
email ) jsyu@infut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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